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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폭사

웹소설 > 자유연재 > 현대판타지

이원호
작품등록일 :
2018.01.29 15:26
최근연재일 :
2018.01.29 15:31
연재수 :
10 회
조회수 :
6,789
추천수 :
113
글자수 :
36,413

작성
18.01.29 15:31
조회
529
추천
12
글자
8쪽

조폭사 7화

DUMMY

그리고는 머리를 돌렸는데 경철은 그가 반을 휘어잡고 있다는 것을 금방 알 수 있었다. 반에는 여학생이 23명 있었고 오른쪽에 나눠 앉았다. 그러나 남녀공학 분위기에 익숙해진 때문인지 남학생과 거침없는 농담을 주고받았다.

학급수가 적어 1학년 때부터 같은 반으로 올라온 친구들이 많은 것이다. 개학 첫날이어서 오전수업만 마치고 종례가 끝났을 때였다. 강현태가 경철에게 말했다.


“야, 너 좀 남어.”


모두 교실을 나갔지만 강현태의 주위에 모인 다섯 명은 책상 위에 앉아 있었다.

강현태의 부하들이었다. 강현태가 책상에 엉덩이를 걸치고는 경철을 바라보았다.


“야, 너 무슨 운동했냐?”

“안 했는데.”

“자식, 덩치 값을 못하는데.”


쓴웃음을 지은 강현태가 손끝으로 경철의 이마를 밀었다.


“임마, 난 수원 제일회 회원이다. 너 제일회라고 들어 보았어?”

“못 들었다.”


그러자 둘러앉은 녀석들이 흥흥 웃었지만 강현태는 눈을 가늘게 떴다.


“이 새끼 세상 물정을 모르는 놈인데.”

“날 보자고 한 이유는 뭐냐?”


정색한 경철이 묻자 강현태가 다시 손끝으로 이마를 밀었다.


“너, 우리 제일회에 들어와. 내가 제일회 회장이다. 내가 널 봐 주는 거야. 임마.”

“관심 없어.”


가방을 집어든 경철이 자리에서 일어섰다.


“생각해 줘서 고맙지만 말이야.”

“아니, 이 새끼가.”


하고 옆쪽에 앉았던 배코 친 머리가 와락 앞으로 나서며 경철의 앞을 막았다.


“어딜 가려고 해. 새꺄.”


경철이 머리통 하나만큼 작은 배코 친 녀석을 내려다보았다. 그때 강현태가 말했다.


“야, 보내 줘. 첫날부터 터뜨릴 순 없다.”


그리고는 경철의 등을 손바닥으로 쳤다.


“김경철. 며칠 후면 알게 될 거다.”


강현태의 말은 허풍이 아니었다. 사흘이 안 되어서 경철은 그가 학교 전체를 휘어잡고 있는 거물 두 명 중의 하나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강현태의 유일한 라이벌인 조기호는 태권도 3단으로 전국 체육대회에 도 대표로 뽑혀 개인전 3위를 한 데다 수원의 양대 조직인 영동회의 준회원이었다.

따라서 수원의 제일회와 영동회가 이곳에서 세 싸움을 하는 셈이었는데 조기호는 제 이름을 딴 기호파의 두목이었다. 토요일 오후, 수업이 끝났을 때 강현태가 발을 뻗어 경철의 다리를 툭 찼다.


“야, 생각해 보았어?”


그는 반의 학생 모두를 마치 종 부리듯 했는데 여학생도 예외가 아니었다. 반에서 반반한 여학생 거의 대부분이 그의 손을 거쳐 갔다는 소문이었다. 경철이 머리를 저었다.


“생각 없다.”

“너, 학교 그만두고 싶어?”


강현태가 은근하게 말했지만 주위가 갑자기 조용해졌다. 이미 반에 소문이 다 나 있었던 것이다. 강현태의 입회 제의는 그의 입장에서 보면 파격적인 은전이었다. 그의 회원이 된다는 것은 온갖 특전을 누릴 수가 있는 것이다. 그것을 한마디로 거절한 경철에게 주위의 관심이 집중되었고 그만큼 강현태는 자존심이 깎였을 터이다.


“이 자식 아무래도 손 좀 봐야겠네.”


붕어눈을 끔벅이며 강현태가 은근하게 말했을 때는 교실의 앞쪽 자리까지 조용해졌다. 강현태는 체격이 1백 킬로가 넘는 데다 합기도가 2단에다 유도는 초단이라고 했다. 그가 손끝으로 경철의 이마를 밀었다. 이마를 미는 것이 그의 버릇인 모양이었다.


“종례 끝나고 뒤쪽 창고로 와.”


경철이 머리만을 끄덕이자 강현태가 다시 이마를 밀었다.


“임마, 대답을 해야지.”

“알았다.”

“앞으로는 반말도 하지 마.”


시선이 마주치자 강현태가 이를 드러내고 웃었다. 그러나 눈은 번들거리고 있었다. 두 손으로 턱을 고인 경철은 앞쪽을 둘러보았다. 강현태의 직속 부하들은 모두 노골적으로 이쪽에 몸을 돌리고 있었지만 나머지는 귀만 세우고 있다.

그의 시선이 오른쪽 창가에 앉은 이영혜에게로 옮겨졌을 때 마악 얼굴이 돌려지는 것을 보았다. 이영혜는 어제의 반장 선거에서 35표를 얻어 반장에 당선되었는데 강현태가 추천을 했다. 이웃마을에 사는 홍문수의 말에 의하면 이영혜는 강현태가 건드리지 않은 여학생 중 하나였고 그 이유는 아버지가 교감선생이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종례를 마치고 경철이 복도를 나왔을 때 누군가가 어깨를 쳤다. 기호파의 두목 조기호였다. 그가 얼굴을 펴고 웃었다.


“너, 창고로 간다며?”


조기호는 해사한 얼굴이었지만 눈초리가 치켜 올라간 눈에 흰 창이 많았다. 경철이 머리를 끄덕였다.


“소문이 빠르구나.”

“그 자식은 잡으려고 들 것이다. 일단 잡히지는 말어.”


조기호의 뒤에는 그의 부하들 7, 8명이 몰려 서 있었다. 경철은 뒤쪽 운동장으로 걸어갈 때 학생들의 시선이 모두 쏠려져 오는 것을 느꼈다. 강현태 측에서 일부러 소문을 낸 것이다. 될 수 있는 한 많은 구경꾼을 모아놓고 실력을 과시할 심산이다.

뒤쪽 운동장 끝에 세워진 창고는 공작 실습실로 쓰이다가 지금은 기계를 모두 옮겨서 폐품들만 넣어 놓았는데 넓고 황량했다. 공간이 백 평도 더 되어 보이는 창고 안에는 강현태의 일당 20여 명이 벌써 모여 있었다.


“이쪽으로 와.”


강현태가 소리쳐 경철을 맞았다.


“맞을 각오는 되었어?”


쓴웃음을 지은 경철이 메고 있던 가방을 내려놓고는 강현태를 바라보았다.


“네가 날 치겠다고?”

“이 새끼 봐라.”


강현태는 경철의 웃음에 울컥 화가 솟구친 모양이었다. 부서진 책상에 걸터앉아 있던 강현태가 일어섰다. 그러다가 마음을 바꾼 듯 주위를 둘러보았다.


“누가 저 새끼 만져 줄래? 쪽팔리게 나까지 나서게 하지 말고.”


그러자 하나가 나섰는데 보통 키였지만 어깨가 다부진 녀석이었다. 같은 반은 아니다.


“내가 하지.”

“잠깐.”


경철이 녀석에게 한 걸음 다가가 말했다.


“넌 빠져. 나하고 강현태의 일이니까.”


그리고는 경철이 강현태에게로 몸을 돌렸다.


“네가 나와. 시간 없으니까 후딱 끝내자.”

“이 새끼가 정말 죽으려고 색을 쓰는데.”


얼굴이 벌겋게 상기된 강현태가 저고리를 벗어 던졌다. 그리고는 두 팔을 조금 벌린 자세로 한 걸음 다가서자 창고 안은 갑자기 조용해졌다. 두 팔을 늘어뜨리고 선 경철은 강현태를 바라보았다. 온몸이 허점 투성이였지만 살기는 강하게 피어올랐다.


“에익.”


강현태가 와락 달려들어 경철의 멱살을 움켜쥐었을 때 주위에 둘러 선 무리들의 얼굴에는 일제히 웃음기가 떠올랐다. 이제까지 강현태에게 잡혀 성하게 나온 사람이 없었던 것이다. 그것은 수원의 제일회에서도 알아주는 완력이다.

바짝 경철을 당겨 쥔 강현태는 다음 순서로 발을 걸었다. 넘어뜨리고 나서 조르든가 치려는 것이다. 화려하지는 않지만 처참하게 짓이겨 버리는 힘은 조기호보다 강현태가 더 세다. 그러나 다음 순간 강현태의 얼굴이 하얗게 질리더니 입에서 저도 모르게 신음소리가 뱉어졌다. 그리고는 두 손이 풀리면서 땅바닥에 털썩 주저앉았다.


“아이고.”


낮고 굵은 신음과 함께 강현태가 다시 이마를 땅바닥에 박으면서 엎어졌을 때 무리들은 모두 숨을 죽였다. 강현태는 경철의 무릎에 고환을 찍힌 것이다. 경철이 구겨진 저고리의 깃을 세우면서 조금 전의 다부진 어깨를 찾아 둘째손가락을 까닥여 불렀다.


“다음, 너 나와 볼래.”

“아니, 이 새끼가.”


이를 드러낸 그가 한 걸음 다가섰을 때였다. 경철이 갑자기 갈 짓자 걸음을 걷는 것 같더니 눈 깜짝할 사이에 몸이 허공으로 떠올랐다. 다음 순간 턱을 채인 다부진 어깨가 무리 속으로 넘어지면서 길게 뻗었다. 발끝 한방에 턱을 채인 것이다. 땅바닥에 내려 선 경철이 무리들을 둘러보았다.


“싱겁다. 다 덤벼라.”


그러면서 한 발짝 다가서자 서너 명이 달려들었지만 나머지는 주춤거렸다. 경철은 춤을 추듯이 움직이며 그저 주먹과 발길 한 번씩으로 다섯 명 째를 눕혔을 때는 겨우 10초도 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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