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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폭사

웹소설 > 자유연재 > 현대판타지

이원호
작품등록일 :
2018.01.29 15:26
최근연재일 :
2018.01.29 15:31
연재수 :
1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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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413

작성
18.01.29 1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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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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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쪽

조폭사 1화

DUMMY

저자의 말




『밤의 대통령』 이후 나는 본격적인 폭력 소설을 쓰지 않았습니다. 단순하고, 쉽게 죽이거나 다치며 폭력적인 장면에 스스로도 싫증이 났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폭력소설’은 나름대로의 ‘장점’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그것은 忠과 義, 信과 覇를 극명하게 구분지울 수 있다는 것입니다. 사나이들의 우정과 ‘사내다움’이 마음껏 드러날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쓰는 동안에는 신바람이 납니다. ‘권선징악’, ‘전화위복’, ‘인과응보’의 장면이 이어지면서 ‘맨몸’의 입신(立身)이 이곳에서는 능력에 따라 거침없이 발생되는 것입니다.




『조폭사』는 그런 의미에서 여러분께 대리만족용 소설이 될 것입니다. 재미있게 읽어 주시기를 바랍니다.




2010년 10월 이원호







1장 청모골




부엉이 울음소리가 가깝게 들렸으므로 경철은 몸을 더욱 움츠렸다. 점퍼를 두 벌이나 껴입어서 추위는 느끼지 못했지만 아까부터 온몸이 가늘게 떨리고 있다. 이름도 모르는 이곳 산 속으로 들어온 지 오늘로 10일째였는데 인도자님은 아직 떠날 계획이 없는 것 같다. 경철은 산이 싫다. 여름에 바닷가의 아파트에서 두 달을 보냈을 때는 행복했다.

어른들이 기도하는 틈을 타서 미나와 함께 바닷가에 나가 게를 잡고 조개껍데기를 줍곤 했는데 인도자님도 잔소리를 하지 않았다. 바닷가에서 미나가 소라 껍데기를 주워들고 기뻐하던 모습이 떠올랐으므로 경철의 떨리던 몸이 멈추었다.

그때는 언제나 쫓아다니면서 훼방을 놓던 고석규도 없었다. 천막의 천 조각이 바람에 흔들리다가 지붕을 가끔씩 쳤고 계곡에서부터 솟아오는 바람이 마치 파도 같은 소리를 냈다.

옆에서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들리더니 천막의 문이 열리면서 바람이 휘몰려왔다. 어둠 속이었지만 들어선 사람이 장집사인 것은 알 수 있었다.


“경철아, 자냐?”


허리를 굽힌 그가 낮게 물었다.


“일어나라, 네 엄마가 보잔다.”


경철이 벌떡 일어났으므로 그는 입맛을 다셨다. 이제 인도자를 제외하고 네 명밖에 남지 않은 어른들 중에서 아이들에게 신경을 써 주는 사람은 장집사 뿐이었다. 10살 안팎의 세 아이 중에서 경철만이 무리 속에 어머니가 있었지만 그저 얼굴을 볼 뿐이지 잠도 따로 자고 생활도 엄격하게 구분되었다.

장집사를 따라 천막 밖으로 나가던 경철은 구석에서 자던 고석규가 머리를 드는 것을 보았다. 이런 일은 처음인 것이다. 인도자를 따라 2년 동안 각지를 떠돌면서 어떤 때는 천막 하나에서 십여 명이 누워 잤지만 아이들은 부모와 분리되었다.

신심(信心)이 흐트러진다는 인도자의 명령 때문이었다. 세상의 종말이 오면 부모와 자식은 영원하게 새 세상에서 함께 할 터이니 그때까지 참으라는 것이다.

장집사를 따라 옆쪽 천막으로 들어서자 구석에 세워진 촛불 빛으로 안에 모여 앉은 사람들의 윤곽이 다 드러났다. 어머니는 누워 있었는데 인도자가 옆에 앉았고 장집사와 강도사, 박도사는 뒤쪽에 앉아 있었다. 인도자가 경철을 보더니 손짓으로 옆에 와 앉으라는 시늉을 했다.


“네 어머니가 먼저 하나님을 만나러 가신다.”


경철의 손을 쥔 인도자가 말했다.


“하나님께 내 말을 전하러 가시는 거야.”


어머니는 눈을 감고 있었는데 숨도 쉬는 것 같지가 않았다. 눈은 움푹 패어진데다 마른 입술이 갈라졌고 헝클어진 머리칼이 이마를 덮었다. 경철은 10살이었지만 어머니가 곧 죽을 것이라는 것을 알았다.

어머니는 넉 달쯤 전인 여름부터 밥도 제대로 먹지 못했던 것이다. 그러나 하루에 세 번씩 열리는 기도회에는 꼭 참석했다. 미친 듯이 소리를 지르며 기도하고 나서는 탈진해서 쓰러졌는데 기도 시간이 되면 다시 일어났다.

그런 어머니가 무서워서 경철은 한 달 가깝게 말을 붙이지 않았지만 가끔 어머니의 강한 시선이 자신을 향해져 있다는 것은 느낄 수 있었다. 경철의 시선을 받은 어머니가 눈을 떴다. 흰 창이 많은데다 습기가 가득차 있어 경철은 어머니의 눈빛이 전과는 다른 것을 알았다. 어머니의 시선에 초점이 잡혀지더니 갈라진 입술이 열렸다.


“경철 아빠, 미안해요.”


눈만 껌뻑이는 경철을 향해 어머니가 이를 드러내고 웃었다.


“경철아, 이리와.”


그리고는 다시 눈을 감았으므로 인도자가 정색하고 말했다.


“돌아가서 자라.”


다음날 아침에 어른들은 죽은 어머니를 천막 바로 옆의 숲 속에 묻었다. 경철은 풀숲에 앉아 어머니의 시체가 천막 깔판에 말려 구덩이에 묻히는 것을 보았는데 오늘은 고석규도 가까이 와서 치근대지 않았다.

미나는 경철의 주위를 맴돌면서 눈치를 살피더니 구덩이에 흙이 덮이고 나서 인도자가 큰 소리로 기도를 시작할 때 점퍼를 가져와 경철의 등에 씌워 주고는 도망갔다. 그날 오후에 어른 한 명이 줄어든 일행 일곱은 산을 떠났다. 12월 중순이었지만 빗발이 뿌렸으므로 산을 내려오던 경철은 흠뻑 젖었다.


닷새 후에 인도자인 배국청이 지리산 산줄기가 가라앉은 남원 근처의 외딴 폐가에서 눈을 떴을 때 그의 주위에는 세 아이만 남아 있었다. 2년 전에 종말일을 맞으려고 127명의 신도와 함께 속세를 떠났던 그였으나 마지막으로 남아있던 세 신도마저 종말이 오기 전에 떠난 것이다.


“가자.”


얼음장처럼 차가운 방바닥에 웅크리고 앉은 세 아이를 향해 그가 눈을 번들거리며 말했다.


“천국의 문은 좁다. 너희들만 남은 것이 다행이야. 종말이 오면 너희들은 문제없이 내가 인도해 준다.”


배국청이 세 아이를 인도한 곳은 전라도와 경상도 접경지역의 첩첩산중이었다. 한나절을 걸어야만 산 아래쪽 마을로 나올 수 있는 산속의 빈집을 거처로 삼았는데 화전민이 버리고 간 폐가였다.

40대 중반의 배국청은 기이한 전력의 소유자였다. 20대에서 30대 후반까지 10여 년 동안을 계룡산에서 역술과 무술을 독학으로 수련한 다음 속세로 나와 한때 철학원장으로 이름을 날리기도 했다. 그러다가 종말론의 교리에 빠져 스스로 인도자로 칭하고 새 세상을 맞을 신도들을 모았던 것이다.

한번 보면 즉시로 그 사람의 전력은 물론이고 전생까지 알아내는 그의 신비한 재능과 물만 마시면서 한 달씩을 버티며 강론하는 초인성에 끌려 신도수가 3천여 명에 이를 때도 있었지만 예고했던 종말일이 세 번을 지나가 버리자 신도 수는 급격히 줄어들었다.

그리고는 열성 신도 127명을 이끌고 네 번째 종말을 맞으려고 속세를 떠난 것이 인도자 역할의 마지막이 되어 버렸다. 네 번째 종말일도 한 달이나 지났고 남은 것은 세 아이 뿐이었던 것이다.


“너희들은 이곳에서 수련을 한다.”


폐가에서 밤을 지낸 다음날 아침, 세 아이를 나란히 앉혀 놓고 배국청이 엄숙하게 선언했다.


“나는 너희들에게 세상을 인도할 능력을 전수하겠다.”


고석규는 11살로 경철보다 한살 위였지만 체격은 비슷했다. 그러나 일곱 살 때부터 배국청에게 길러진 터라 눈치가 빠른데다 천성이 교활했다. 그는 갓난아이 때부터 고아원에서 자랐는데 여섯 살 때 도망 나와 일 년간 앵벌이 조직에 끌려 들어가 별 짓을 다 했다는 것이 자랑이었다.

일곱 살이 되었을 때 거리에서 만난 배국청이 자기 양아들이 되라고 제의하자 그 자리에서 조직을 탈출할 만큼 다부진 성격이었다. 고석규는 말끔한 얼굴에 피부도 고와서 흰옷을 입히면 마치 천사 같았다. 그래서 배국청은 가끔 큰 기도 때 그를 천사 대용으로 썼는데 잘 어울렸다.

서울에서 큰 빌딩을 빌려 교세가 컸을 때 고석규는 언제나 배국청과 함께 잤다.

가끔 배국청이 여자를 불러 들였을 때는 옆방에서 잤지만 잔심부름은 도맡았고 신도들도 인도자의 아들로 대접해 주었던 것이다. 그러나 종말일을 맞으려고 유랑생활을 하면서부터 고석규의 처지는 전락되었다.

배국청은 고석규를 방으로 불러들이지 않았으므로 신도들의 아이와 똑같은 취급을 당하게 된 것이다.


“너는 전생에 열여섯 번 살인을 했고 한번은 폭군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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