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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영웅

웹소설 > 자유연재 > 판타지, 대체역사

이원호
작품등록일 :
2018.01.29 14:52
최근연재일 :
2018.01.29 14:57
연재수 :
1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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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8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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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01.29 1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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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대영웅 7화

DUMMY

그의 볼을 타고 땀방울이 한 줄기 흘러내렸다. 그리고 그 순간 윤의충은 입술 끝을 올리며 웃음을 띠었다. 낮은 돌더미에서 무엇인가가 움직였던 것이다. 앞으로 뻗어 나온 것은 돌더미의 일부분 같지만 머리다. 그러자 다음 순간 몸체가 솟아올랐다. 사람이다.




* * *




검은 옷으로 몸을 감싼 사내는 두건을 내려 썼는데 두 눈만 드러나 있다. 윤의충은 상반신을 세웠다. 그 순간 사내가 이쪽으로 몸을 돌렸으므로 그들의 시선이 마주쳤다.

왼쪽 어깨를 내린 윤의충은 그를 향해 한 걸음 다가섰다. 떠보는 자세였다. 이미 오른손이 가죽띠 왼쪽에 꽂은 단검의 손잡이를 쥐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사내는 움직이지 않았다. 이쪽으로 상반신을 비튼 자세로 마치 나무 둥치 같은 모양이었다.






그러나 온몸으로 살기를 내뿜고 있다. 윤의충은 다시 한 걸음을 떼었다. 몽골인 검객과 여진족 마적 두목, 거란족의 숨어 사는 장군에다 남송 출신의 도인을 골고루 사부로 또는 주인으로 모셔야 했던 기구한 운명의 윤의충이다.


그는 오직 실전 위주의 무술을 익힌 터라 가식이란 조금도 없다. 그가 다시 한 걸음을 떼었을 때 지휘부의 대문이 활짝 열리면서 수십 명의 병사들이 쏟아져 나왔다. 제각기 횃불을 받쳐 들고 있었으므로 주위가 순식간에 환해졌다.


병사들의 뒤쪽에서 나타난 사내들은 제각기 차림새가 다른 무사들이다. 탈무아는 백여 명의 시종 무사를 거느리고 있었고 조복서는 십여 명인데 모두 대륙에서 골라 뽑은 무술의 달인들인 것이다.


돌더미에 엎드린 윤의충은 옆쪽 사내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예상한 대로였다. 사내는 어느 틈에 사라져 버린 것이다. 윤의충은 빛의 사각(死角) 지대를 발견하는 순간 뛰어올랐다.

지휘부 쪽으로 바짝 다가붙은 것이다. 그는 고양이처럼 발을 떼면서 사내를 떠올렸다. 몽골의 개가 아닌 것은 분명해졌다. 그리고 고수(高手)다. 이제까지 강적을 수없이 대해왔지만 드물게 보는 사내였다.


그 시간에 조복서는 숙소의 방에 앉아 있었는데 마림이 미닫이 밖에 다가와 섰다.


“해남 도독의 막하로 진모(某),화모(某)라는 자가 제각기 목이 부러지고 잘려서 죽었다고 합니다.”


마림이 힐끗 그를 바라보았다.


“해남 도독께서는 격분하시어 전 군사로 하여금 진을 수색토록 하셨소이다.”


“몇 놈이야?”


이맛살을 찌푸린 조복서가 묻자 그는 머리를 저었다.


“아직 모릅니다, 나으리.”


“도독의 막하를 베었다면 보통 실력이 아니다.”


“더구나 진 안에서 일어난 일입니다, 나으리.”


“······.”


“하지만 이곳은 철벽이오. 마음을 놓으십시오.”


조복서가 머리를 끄덕였다.


“감히 몽골의 사신을 칠 만한 자는 고려에 없다. 설령 김준이 항우의 용맹을 가졌다고 하더라도.”


마림이 물러가자 조복서는 마시다만 술잔을 들었다. 한 번의 고려 출입으로 열한 필의 말에 가득 보화를 실었으니 연경에서 떠도는 말이 사실이었다. 고려에 사신으로 두 번만 다녀오면 만금을 쥔다는 소문이었으니 가는 길에 계집들만 한묶음 잡아가면 한 번으로 만금을 이루게 될 것이다.


갑자기 천장의 종이가 찢어지면서 사내 하나가 떨어져 내렸으므로 그는 기절초풍을 했다. 무릎에 채인 술상이 엎어졌고 그는 엉덩이와 다리만을 움직여 벽에 찰싹 붙어 앉았는데 참으로 빠른 동작이었다. 두건으로 얼굴을 가린 사내가 칼끝으로 그를 겨누었다.


“조복서, 각오해라.”


유창한 여진말이다. 그 순간 문을 박차고 마림이 뛰쳐 들어왔다.


마림의 검은 넉 자짜리 장검이었다. 그는 곧장 윤의충의 가슴을 찔러왔는데 검법이 매서웠다.


“이놈!”


윤의충이 몸을 틀어 칼끝을 옆구리로 흘려보내자 그가 떠나갈 듯한 고함을 쳤다. 수하들을 부르는 것이다.


“조복서, 나탑의 복수다.”


다시 옆으로 베어져 오는 마림의 칼날을 칼등으로 막으면서 윤의충이 여진어로 고함을 쳤다. 조복서는 방의 구석으로 기어가 있었는데 반쯤 정신이 나간 상태여서 입을 열 상황이 아니다. 미닫이를 건너 뛴 마림의 부하 두 명이 방안으로 들어왔다.


그러나 다섯 칸 방안에서 마음대로 검을 휘두를 수가 없었으므로 마림의 뒤쪽에 벌려 섰다. 윤의충은 한 걸음 옆으로 발을 떼었다. 이미 다섯 번 찌르고 베었는데도 윤의충의 옷자락 하나 베지 못한 마림의 얼굴은 시뻘겋게 달아올라 있었다.


“이놈! 이 여진놈!”


방이 떠나갈 듯 소리친 그는 악귀처럼 다가섰다. 윤의충은 그의 검을 받아치면서 다시 한 걸음 발을 떼어 검을 날렸다.

한쪽 무릎을 꿇은 자세로 비스듬히 그은 그의 칼날이 조복서의 목을 스치고 지나가더니 금방 옆쪽으로 퉁겨 올랐다. 그 순간 칼등에 옆머리를 강타당한 마림이 털썩 무릎을 꿇었다.


윤의충의 시선이 구석에 앉은 조복서를 스치고 지나갔다. 그때는 이미 목에서 떨어져 나온 조복서의 머리통이 자신의 다리 사이에 끼여 있었다. 그 순간 시종 둘이 다가서며 거칠게 휘두른 검이 제각기 자빠진 술상과 벽을 찍었다.

미닫이 위에서는 두 사내가 기회를 노리는 중이었고 그들 뒤쪽에도 십여 명이 모여 있었지만 방안으로 들어오지는 않았다. 좁은 곳에서는 많을수록 불리한 법이다.


그 순간 윤의충은 벽을 차면서 위쪽으로 뛰어올랐다. 그의 발끝을 칼바람이 스치고 지나갔다. 찢어진 천장 속으로 들어간 그는 서까래를 짚고는 다시 지붕 위로 몸을 솟구쳤다.

이미 지붕을 덮은 나무껍질을 들쳐 놓았으므로 그의 몸은 지붕 위에 섰다. 밤 공기는 맑았다. 그리고 아래쪽의 소음이 한꺼번에 들려왔다. 윤의충은 몸을 날렸다. 세 걸음에 지붕의 오른쪽 끝에 선 그는 주위를 둘러보았다.


“지붕 위다! 지붕!”


외치는 고함소리는 고려말과 여진어, 거란어와 한어에다 몽골말까지 섞여 있었다. 윤의충은 지붕 끝에 납작 엎드렸다. 이쪽은 숙소의 북쪽 끝으로 앞에는 돌로 쌓은 성채가 있다.

그 아래쪽에도 진지와 군사들이 있겠지만 경사가 심한 곳이다. 갑자기 지붕 위로 두 사내가 솟구쳐 올라왔으므로 윤의충은 몸을 돌렸다.


그 순간 번뜩이는 빗발이 그에게로 쏟아져왔다. 독침이다. 탈무아는 한인 고수들을 많이 거느리고 있는 것이다. 윤의충이 몸을 비틀면서 지붕의 나무껍질을 쳐들자 독침이 고슴도치의 등처럼 박혔다.


키가 큰 한인은 장검을 쳐들고 있었는데 한 걸음에 허공을 날아왔다. 놀랄 만한 도약술이다. 퉁기듯 일어난 윤의충은 사내를 향해 마주 뛰었다. 눈 깜짝할 사이에 일어난 일이었고 막 검을 세워들었던 사내는 살처럼 날아오는 윤의충을 향해 검을 내려쳤으나 그것은 마음뿐이었다.


목이 베어진 사내가 땅에 떨어지기도 전에 윤의충의 검이 다시 옆으로 뿌려졌다. 일합(一合)다 허리를 잘린 사내의 몸이 꺾어진 순간 윤의충은 퍼뜩 시선을 들었다. 그의 시선이 향한 곳은 옆 쪽 지휘부의 지붕이었다. 지붕이 이곳처럼 뜯겨져 있었다.




* * *




여진족의 마적 두목 사골타는 금나라를 세운 왕족의 후손이었다. 그는 흘러 들어온 윤의충의 내력을 듣고는 지형을 이용하는 은신술과 도약술 그리고 암습(暗襲)의 방법을 가르쳤는데 모두 살아남기 위한 수단이어서 형식은 없다.


윤의충은 지붕 위를 달려 어둠 속으로 도약해 들어갔다. 허공이다. 볼을 스치고 화살이 날았고 창자루가 무겁게 날아들었다가 떨어져 내렸다. 그가 도약해 간 곳은 뒤쪽의 돌로 쌓은 성채였다.

지붕 끝에서 성채까지는 이십 보의 거리였으므로 그의 몸은 십 보 정도의 거리에서 곡선을 그리며 아래로 떨어졌다. 다시 두 대의 화살이 날아왔다가 그가 후려친 칼등에 맞아 퉁겨 나갔다.

이미 아래쪽에서는 그의 낙하지점을 잡아 놓고는 기다리고 있는 중이다. 윤의충은 손에 쥐고 있던 둥근 물체를 앞쪽으로 힘껏 던졌다. 그의 두 발이 땅에 닿는 순간 둥근 유리구슬이 터지면서 흰 연기가 퍼졌고 사내들이 주춤 물러섰다.


“독기(線)다!”


누군가가 소리쳤지만 이미 때는 늦었다. 윤의충은 그래도 악을 쓰고 부딪쳐온 칼날을 받아 퉁겨내면서 다시 도약했다. 그가 성채 위에 발을 디뎠을 때 화살이 날아왔지만 겨냥이 정확하지도 않다.

아래쪽의 사내들은 요란한 재채기를 하면서 몸을 비틀었고 몇 사람은 얼굴을 싸쥔 채 땅바닥에서 뒹굴고 있었다. 사골타에게서 얻은 옥화분(玉花粉)이다.






그러나 이름과는 반대로 심산의 야생초로부터 얻은 극독이라 마시는 즉시 온몸에 경련이 나고 과하면 죽는 것이다. 성채에 선 윤의충은 아래로 뛰어내렸다. 그리고는 성채를 따라 바람처럼 달려 올라가더니 다시 몸을 솟구쳐 성채 위에 올라섰다.


눈앞에 보이는 것은 지휘부의 건물이다. 다행히 이쪽 성채와 지휘부 지붕과는 십여 보의 거리밖에 되지 않았는데 그것은 처마가 길었기 때문이다. 그는 다시 몸을 날려 지휘부의 처마 위에 가볍게 내려앉았다.


아래쪽에서 인기척이 들렸지만 그를 눈치 챈 것 같지는 않았고 옆쪽 조복서의 숙소 쪽이 더 소란스러워지고 있었다. 곧 지붕에 생긴 구멍으로 다가간 그는 조심스럽게 주위를 둘러보았다. 사람이 만든 구멍이다. 아래는 어두웠다.

그러나 희미하게 말소리가 울려 나왔고 발자국 소리도 났다. 윤의충은 주의 깊게 어두운 공간을 훑어보았다. 넓은 공간이었다. 그러나 어느 곳에서도 인기척은 느껴지지 않았다. 그는 조심스럽게 대들보에 발을 내려놓았다.

고양이처럼 달라붙은 그는 숨을 죽이고 안쪽으로 나아갔다. 아래쪽의 말소리도 이제 구분이 되었는데 지금 건너가고 있는 곳은 몽골군의 장군 숙소이다.


“도독 각하, 염려하실 것 없습니다.”


갑자기 크게 울리는 말소리에 윤의충은 몸을 굳혔다. 더 안쪽에서 울리는 말소리였다.


“그럼 제가 다시 알아보고 오겠습니다.”


말소리가 다시 울렸다.


탈무아의 방이다. 그리고 이렇게 목소리가 크게 울리는 것은 그 쪽 천장이 트여졌기 때문이다. 숨을 죽인 윤의충은 다시 몸을 움직였다


은신술의 최상은 숨도 땀도 내지 않고 몸의 온도와 냄새를 맞추는 것이다. 이윽고 그는 목소리가 울린 곳에 다다랐다. 이곳 천 장의 틈이다. 천장의 나무바닥 세 개를 뜯어내고 제자리에 올려놓았는데 틈 사이로 아래가 다 보였다.

탈무아가 보료 위에 앉아 있었다. 그리고 그의 옆쪽 서가 뒤에 검은 옷의 사내가 서 있었다. 돌더미에서 본 놈이다. 자객이다.


자객이 서가 뒤에서 모습을 드러내었을 때 탈무아는 흠칫 놀라 머리를 들었다.


“누구냐?”


그러나 자객은 성큼 한 발을 떼면서 등에 찬 검을 번개처럼 휘 들렀다. 눈에 보이지도 않는 빠른 솜씨였다. 그러나 탈무아도 전쟁터에서 뼈가 굳은 몽골인이다. 보료의 팔받침을 들어 검을 받았으나 받침이 잘려지면서 칼날이 그의 가슴을 스치고 지나갔다.


윤의충이 천장에서 떨어져 내린 것은 그 순간이다. 벽에 등을 붙인 탈무아는 잘려진 나무토막을 쥔 채 엉거주춤 일어나려는 자세였고 자객은 치켜 올린 검으로 그를 내려치려는 순간이었다.

거리가 두 발짝쯤 되었으므로 윤의충은 뛰어올랐다. 당연히 칼날은 찌르는 자세가 되어 있었다.


자객이 상체를 틀어 그를 바라보았다. 그리고는 치켜든 검을 내려쳐 앞으로 찔러온 윤의충의 검을 막았다. 날카로운 쇳소리가 났고 그 순간 옆쪽의 문이 열리면서 위사들이 쏟아져 들어왔다. 검을 땐 윤의충이 한 걸음 물러섰다.


“저놈을 잡아라!”


위사들에 둘러싸인 탈무아가 손가락으로 자객을 가리켰다.


“검정 옷을 입은 놈, 자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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