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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영웅

웹소설 > 자유연재 > 판타지, 대체역사

이원호
작품등록일 :
2018.01.29 14:52
최근연재일 :
2018.01.29 14:57
연재수 :
1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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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59
추천수 :
22
글자수 :
52,848

작성
18.01.29 1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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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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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2쪽

대영웅 6화

DUMMY

“무서운 놈이다. 이십 보 밖에서 이마를 꿰다니, 더구나 밤에.”


김준의 혼잣소리를 한단이 받았다.


“윤의충이 살았다는 마을은 불에 타 폐허가 되어 있습니다. 살아남은 사람은 없다고 합니다.”


“악귀가 되어야 살아남는다. 윤의충이처럼.”


김준이 자리에서 일어섰다.


“위사에도 첩자가 끼어있다니, 마치 몸속에 이가 구물대는 기분이다.”


그가 안방으로 돌아와 앉았을 때문이 열리며 들어선 것은 김영이다. 머리를 단정히 빗어 넘겼고 명주 저고리에 치마를 입은 말쑥한 차림이었지만 눈꼬리가 세워져 있었다. 그녀는 앞쪽에 무릎을 꿇었다.


“아버님, 마구간 지기 윤의충이가 제 말을 때려 죽였습니다.”


그녀의 목소리는 조금 높았다.


“말이 쓰러져 싣고 오라고 했더니 머리를 깨뜨려 죽였습니다.”


“잘 되었다.”


웃음 띤 얼굴로 김준이 머리를 끄덕였다.


“그리고 다행이다. 네 머리가 깨지지 않은 것이.”


“아버님.”


“닥쳐라!”


정색을 한 김준이 두 눈을 부릅떴다.


“앞으로 누구 앞에서라도 윤의충이 말을 꺼냈다가는 네 혀를 잘라버릴 터인즉 명심하렷다.”


······.”


“그리고 앞으로는 두 발로 뛰어라. 그래야 정말로 미친년인 줄 알 테니.”




* * *




분홍색 비단 치마 저고리를 입은 종민은 그림처럼 아름다웠다. 옷자락이 흔들릴 때마다 송나라에서 가져온 사향 냄새가 났다. 그녀는 김준의 옆으로 다가앉아 술잔에 호골주를 따랐다. 이년 전 서북면 방어사가 잡아 바친 호랑이 뼈를 담가 빚은 술이다.


“대감, 내실 위사가 기웃거리는 바람에 문 밖 출입을 하기도 무서워요”






“네가 무서운 것이 있단 말이냐?”


잔을 든 김준이 입술 끝을 비틀면서 웃었다.


“사내맛을 아는 년은 문 밖 출입을 스스로 삼가야 하는 법이다.”


“사내맛은 대감이 가르쳐 주셨습니다.”


종민이 바짝 다가앉았으므로 어깨가 닿았다.


“그런데도 한 달에 한 번 찾아와 주시니 차라리 첩은 죽겠습니다.”


“너는 죽을 년이 아니다.”


한 모금에 술을 삼킨 김준이 종민의 치마 속에 손을 넣었다.


“언제나 이렇게 젖어 있는 걸 보면 넌 금방 새 남자를 찾을 년이야.”


종민이 몸을 비틀어 김준의 손놀림이 더욱 수월하게 되었다.


“저는 일편단심이옵니다, 대감.”


“새로운 지아비마다 쓰는 말이겠지.”


“지아비는 한 사람 뿐이었소.”


이미 숨이 가빠진 종민이 김준을 흥분시켰다. 술상을 발끝으로 밀어버린 김준이 보료에 몸을 기대자 종민이 서둘러 하의를 벗겼다. 한 달여 만에 처소를 찾아온 김준인 것이다.


금방 김준의 옷을 벗긴 종민이 일어나 저고리와 치마를 벗었다. 곧 흰 나신이 드러났으나 그녀는 조금도 부끄러운 기색이 아니다. 탄력있는 젖가슴에서 아랫배로 이어진 곡선을 바라보던 김준의 눈이 번들거렸다.


“네년은 요물이다.”


마른침을 삼킨 김준의 남성은 팽창되어 있었다. 다가온 종민이 그것을 부드럽게 쓸었다.


“대감, 어떻게 하시렵니까?”


“말을 타겠다.”


그들만의 수작이다. 이미 흥분으로 두 볼이 발갛게 달아오른 종민이 엉덩이를 보이며 엎드렸다. 떨치고 일어선 김준이 뒤에서 덮치듯 몸을 붙이자 종민이 가늘게 말울음 소리를 냈다. 방안은 열기로 가득 찼다.

종민은 말처럼 네 다리를 허우적거렸고 김준은 박차를 넣듯이 계속해서 힘을 주었다. 이윽고 종민이 엉덩이를 높게 세우더니 허물어지듯 방바닥에 엎어졌다. 질펀한 정사가 끝나자 재빠르게 옷매무시를 다듬은 종민이 뒤치다꺼리를 했다.


“대감은 힘이 장사세요. 첩은 죽는 줄 알았습니다.”


“지난번은 기절할 것 같다고 하더니.”


반듯이 누운 김준이 쓴웃음을 지었다.


“알면서도 속아 주는 버릇을 들였다가 저도 모르게 그것을 믿게 되지. 최의가 그러다가 죽었다. 자만에 빠졌던 거야.”


······.”


“하지만 방사다. 별로 해가 되는 말은 아닐 것이다.”


“대감은 사람의 말을 일단 의심하시는 버릇이 있어요. 첩은 서운합니다.”


종민이 김준의 관절을 주무르기 시작했다.


“저는 대감이 가시는 곳은 염라대왕 앞에까지라도 모시고 가겠습니다.”


“열부로다.”


다시 김준이 쓴웃음을 지었지만 나쁜 기색은 아니다.


“대감, 제 이종사촌으로 전라도 나주에서 역졸로 있는 사람이 있습니다. 며칠 전에 천신만고 끝에 강화도로 건너왔는데 대감께서 입에 풀칠이라도 하게 해 주십시오.”


“역졸이라면 글은 모르겠구나.”


“분수에 맞지 않게 글을 깨우쳤고 검술도 제법 한다고 들었습니다.”


“데려오너라. 식구 한 명 늘리는 것쯤이야 어렵지 않다.”


종민의 얼굴이 막 피어난 박꽃처럼 환해졌다.


“은혜가 태산 같습니다,대감. 사촌도 목숨을 바쳐 충성을 다할 것입니다.”


“그건 그럴 경우가 닥치기 전까지는 모르는 법이다.”


김준이 상반신을 일으켜 세웠다.


“수없이 충성의 맹세를 했던 놈들도 일순간에 배신을 하는 세상이야.”


자리에서 일어선 그는 겉옷을 걸쳤다.


“대감, 어디로 가시려고.”


놀라 따라 일어선 종민이 물었다. 오늘 밤은 자고 갈 줄 믿었던 것이다.


“정청으로.”


김준이 가볍게 말했다. 그는 야밤에도 심복들을 모으는 버릇이 있다.




* * *




광성진(廣成鎭)은 개경에서 칠십여 리 떨어진 곳에 세워진 목책 진지였다. 본래 근처의 광성현 농민들이 몽골군을 막으려고 야산 중턱에 세워놓았던 진지였는데 진지가 완성될 즈음 수비 책임자인 호장(戶長)이 도망쳐 버리는 바람에 빈 곳이 되었다.






파죽지세로 밀려온 몽골군이 이곳을 요새로 삼고는 붙여 준 이름이 광성진이다. 광성현 농민들의 수고를 치하한 것이다.


술시경이 되자 진지 안의 모닥불이 더욱 기세를 높이면서 불똥이 먹장 같은 하늘 위로 날아 올랐다. 아직도 추위가 가시지 않아 서인지 십여 개의 모닥불 주위에는 병사들이 가득 모여 서 있었다. 몽골제국은 정복 왕조이다.

유목민 출신인 그들로서는 농경 민 족을 정복해야만 제국이 안정이 된다. 따라서 모닥불가에 모여 선 병사들의 언어가 여러 종류였다. 여진어도 있고 거란어, 광동어가 제각기 섞여 있는 것은 그들이 정복당한 민족들에서 징발된 병사이기 때문이다.

몽골족은 지휘관급뿐으로 병사는 없다. 윤의충이 모닥불을 지나자 병사 한명이 불러 세웠다. 여진족 출신의 병사였다.


“이봐, 찰락이 눈을 까뒤집고 있다. 괜히 돌아다니지 말어.”


“상관없어. 그놈 눈보다 내가 빠르니까.”


여진어로 선뜻 대답하자 두어 명이 소리 내어 웃었다.


윤의충은 몽골 병사의 제복을 입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여진족을 나타내는 노란색 허리띠를 매었다. 그는 진(鑛) 안쪽의 어둠 속을 향해 다가갔다. 목책 밖에서 여진 병사 한 명을 잡아 군복을 벗겨 입고 들어선 것이다.


경사진 안쪽의 정상 부근이 사신과 고관들의 숙소가 되어 있을 진의 지휘부였다. 그의 옆으로 한인 출신의 병사 서너 명이 서둘러 내려갔다. 옆쪽의 목조 막사 안에서 광동어가 울려나왔다. 주춤 걸음을 멈춘 윤의충이 막사의 벽에 붙어 섰다.

삼십 보쯤 앞에 대여섯 명의 병사가 서 있었는데 거란족이다. 그들의 뒤쪽에서 가죽 모자에 가죽 상의를 입은 몽골족 장교 두 명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주위는 어두웠다. 병사들의 옆쪽으로 화롯불 한 개가 피워져 있을 뿐이어서 숙소의 위치를 알 수가 없다.


윤의충은 막사의 벽을 따라 오른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그러자 다시 한 떼의 병사와 몽골족 장교가 막사 끝에 서 있는 것이 보였다. 막사의 벽이 담장 구실을 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막사 사이의 공간을 경비병이 가로막고 있다.


윤의충은 막사의 지붕을 올려다보았다. 두 길쯤의 높이였다. 그때였다. 매서운 바람이 스쳐 가는 느낌이 드는 순간 윤의충은 몸을 비틀고는 막사의 벽을 한쪽 발로 차면서 뒤쪽으로 몸을 날렸다. 전광석화와 같은 몸놀림이다.

뒤쪽은 지붕만 세워진 막사로 비어 있는 곳이었다. 윤의충이 한 걸음에 막사에 닿았을 때 어둠 속에서 두 사내가 그림자처럼 나타났다.


“수상한 놈, 넌 소속이 어디냐?”


뒤쪽 막사에서 흘러나온 희미한 불빛을 받고 선 사내 하나가 물었다. 그들은 이미 석 자짜리 검을 뽑아 쥐고 있었는데 검에 살기가 가득 떠 있다.


“말해라 여진족속이 여기까지 왜 왔는지.”


사내들은 한어(漢語)를 썼다. 한인(漢人)이다. 그러나 몽골인처럼 가죽 덮개 옷에 가죽 허리띠를 맨 차림이다. 윤의충이 그들에게 한 걸음 다가섰다.


“무조건 암기를 던지다니, 그것도 제대로 맞히지도 못하고, 입만 큰 한족들이군.”


이제는 유창한 한어였다.


뒤쪽의 막사에서 여전히 두런거리는 목소리가 들려올 뿐 아직 이쪽 분위기를 눈치 챈 것 같지는 않다. 사내 하나가 한 걸음 다가 와 섰다. 아직 칼을 중단에 겨누고 있었는데 칼끝이 미세하게 떨었다.


“우린 해남 도독의 막하에 있다. 네 소속은?”


“찰락의 수하다.”


“그럴 리가. 너 같은 고수가 여진 수장 찰락의 수하일리는 없다.”


사내의 칼끝이 더 떨었고 그 옆쪽 사내는 칼끝을 슬쩍 올렸다. 찌르고 베는 일체검의 수단이다. 둘이서 동시에 움직이면 빈 곳이 없다.


“자. 지휘부로 가자. 네놈이 초소 앞에서 어른대는 이유를 알아야겠다.”


시선을 떼지 않은 채 사내가 말했다.


“따르지 않으면 이 자리에서 베겠다. 조금 전처럼 사정을 봐 주지는 않을······.”


사내가 말을 끝마치기도 전에 윤의충은 와락 그에게로 달려들었다. 칼날이 옆구리를 스치면서 뻗어나가 빈 공간을 쑤셨고 옆 사내가 벤 칼날은 날카로운 쇳소리를 내며 사내의 몸을 쳤다. 그 섬광처럼 빠른 순간에 두 사내는 허점을 보인 것이다.

윤의충은 붙어 선 사내의 턱을 팔꿈치로 쳐올리면서 쥐고 있던 단검으로 옆 사내의 목을 그었다. 그리고는 그들이 쓰러지기도 전에 몸을 날려 세 걸음째에 다리를 허공으로 내뻗으며 솟아올랐다. 그가 막사 지붕의 끝에 가볍게 내려앉은 순간이다.


쇳소리를 들은 막사 안의 병사들과 경호병들이 쏟아져 나왔다. 간발의 차이였다. 그리고 앞쪽에 공간이 보였다. 경호병들이 뒤쪽으로 몰려나간 때문이다. 윤의충은 다시 몸을 날려 안쪽 평지에 뛰어내리고는 두 걸음만에 어둠 속에 들어섰다.

안쪽은 더욱 경사 진 땅이었다. 몽골의 기마군이 맥을 못 출 지경이었다. 더욱이 기복이 심해서 회회포를 쏘아도 타격도 별로 받지 않을 것이다. 그는 조심스럽게 발을 떼면서 주위를 둘러보았다.

이미 어둠에 익숙해진 그의 눈에 앞쪽의 지휘부가 보였다. 백 보쯤 앞쪽의 평탄한 지형에 자리 잡은 지휘부는 이층 건물이었다. 그리고 좌우에 벌려 세워진 두 채의 건물이 숙소일 것이다.


윤의충은 돌더미 사이를 그림자처럼 스치고 지나갔다. 돌더미는 석포용으로 모아 놓은 것인데 한 번도 써 보지 못했을 것이다. 이쪽은 인적이 없다. 마치 묘지처럼 조용한 곳이었다. 그가 다시 위쪽의 돌더미로 옮기려는 순간이다.

뒤쪽에서 어지러운 발자국 소리와 함께 세 명의 몽골 장교를 선두로 십여 명의 병사가 달려 올라왔다. 병사들이 든 횃불로 주위가 환해졌다. 돌더미에 몸을 붙인 윤의충은 그들이 자신을 발견하지 못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들은 금방 지휘부 쪽으로 멀어져 가면서 주위가 다시 어둠에 덮여지고 있었다. 윤의충은 몸을 굽히고는 아직 손끝 하나 움직이지 않았다. 그의 시선이 향하고 있는 쪽은 삼십여 보 옆쪽의 낮은 돌더미였다.


조금 시간이 지나자 지휘부 쪽이 떠들썩해졌다. 이제까지 어둠 속에만 잠겨 있던 건물 한쪽에서 불이 켜졌다가 꺼졌다. 아래쪽의 사고가 보고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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