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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영웅

웹소설 > 자유연재 > 판타지, 대체역사

이원호
작품등록일 :
2018.01.29 14:52
최근연재일 :
2018.01.29 14:57
연재수 :
1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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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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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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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848

작성
18.01.29 1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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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대영웅 5화

DUMMY

종민이 사기잔에 술을 따라 그에게로 내밀었다. 쌀을 빚어 만든 청주였으니 일반인들은 구경도 못할 귀물이다. 단숨에 술을 삼킨 두천이 얼굴에 웃음을 띠었다.






“좋군. 미인과 바닷가에서 술을 나누는 맛이.”


“시간이 적어서 탈이지.”


옆으로 다가앉은 종민의 손이 두천의 허벅지를 쓸어 올렸다.


“그동안 과부를 몇 명이나 울렸누?”


“처녀도 수두룩한데 과부는 웬.”


술잔을 던진 두천 이종민의 바지를 벗겼다. 곧 희고 풍만한 하체가 드러났지만 종민은 조금도 부끄러운 기색이 없다.


“날 죽여줘.”


이제는 종민이 두천의 바지를 잡아 뜯듯이 벗겼다. 종민은 본래 중랑장 박용의 첩이었는데 박용이 병사하자 김준이 첩으로 들여 앉힌 여자였다. 미모가 뛰어난데다 색기도 요란해서 여러 사람이 탐을 내었으나 고려 제일의 실력자 김준의 말 한마디에 결말이 났다.


그러나 애당초 한 남자로 만족할 종민이 아니다. 박용의 첩이었을 때부터 그녀는 두천과 밀회를 즐겨왔던 것이다.


두천의 남근이 거침없이 들어오자 종민은 떠나갈 듯한 교성을 질렀다. 번쩍 허리를 들어 올리는 바람에 두천도 저도 모르게 신음했다.


“이 색녀.”


허덕이며 두천이 힘차게 배를 부딪쳤고 종민은 그때마다 성을 쳤다. 마치 두 마리 야수의 싸움이다. 이윽고 종민의 날카롭던 교성이 흐느낌으로 변해갔다.


그것에 자극을 받은 듯 두천이 더욱 거칠고 빠르게 파고 들었다.


“나 죽어.”


입을 쩍 벌린 종민이 흰창이 보이도록 눈을 까뒤집고는 턱을 잔뜩 뒤쪽으로 젖혔다. 절정에 오르려는 것이다. 그러더니 벌린 입으로 와락 두천의 어깨를 물었다. 그리고는 온몸을 떨면서 두 다리를 길게 뻗었다. 마치 태질당한 개구리의 마지막 모습이다.


“아아아아······.”


피가 밴 입을 벌린 종민의 교성이 저녁 하늘을 울렸다. 해가지고 주위가 어두워졌을 때까지 두 남녀는 거리낌 없는 정사를 치렀다. 두천이 옆으로 굴러 내려가자 종민은 여운을 즐기려는 듯 반듯이 누워 있었다.


“김준이 위사를 늘렸다면서?”


종민의 아랫도리에 옷가지를 덮어 주면서 두천이 물었다.


“내 부하 대정 한놈도 데려갔다.”


“위사 뿐인 줄 알아? 첩도 하나 늘렸어. 개경에서 흘러 들어온 년이야.”


종민이 아랫도리를 덮은 옷가지를 발로 차 던졌다.


“구실도 제대로 못하면서 계집 수만 늘린다.”


“내실 위사는 몇 명이나 돼?”


“왜? 김준을 죽이고 날 데려가려고?”


“그러면 안 되나? 김준도 최의를 죽이고 첩을 데려왔지 않아?”


종민이 팔을 뻗어 두천의 아랫배를 쓸었다.


“내실 위사는 오십 명 정도야 이번에 십여 명을 늘렸어.”


“······.”


“아마 왕궁보다 더 경비가 삼엄할 거야. 어지간한 군대로는 안 돼. 이 색골아.”




* * *




탈무아는 몽골인으로 대위장군(大威將軍) 도통령에다 해남 도독이었다. 고려왕 원종의 배웅을 받으며 배에 오른 그는 만족한 표정이었다. 이십여 년간 쿠빌라이를 따라 대륙을 종횡으로 달린 사내였지만 지금은 비대한 몸을 보료에 의지하고 선실에 앉아 있었다.

그는 배에 오르면 결코 물을 보려고 하지 않았는데 물만 보아도 배멀미가 난다는 것이다. 선실로 조복서가 들어섰다. 어깨를 낮춘 겸손한 태도이다.


“도독 각하,신의별초 별장 홍탁이 각하께 수달피 가죽 스무 장을 보냈습니다.”


그의 뒤를 따라 들어온 시종이 나무상자를 내려놓았다.


“삼가 받아 주시기를 간청하고 있습니다.”


“고맙군, 홍탁이.”


탈무아가 머리를 끄덕였다.


“고려산 수달피가 죽은 최상급이올시다.”


이미 고려왕 원종으로부터도 은 백 근과 호피 다섯 장을 받은 탈무아다. 그가 조복서를 바라보았다.


“교정도감 김준이 배웅 나오지 않은 것만 빼고 만족한다. 폐하도 기뻐하실 것이다.”


“영광입니다, 도독 각하.”


고려는 건국 이래 한 번도 왕이 외국에 입조한 적이 없다. 그러나 원종은 김준의 강한 반대를 무릅쓰고 작년에 쿠빌라이를 찾아가 부복을 했다.

그것은 백성을 도탄에서 구해내겠다는 대의보다 몽골을 업고 김준 등의 권신들을 몰아내겠다는 의도로도 보이는 것이다. 선실에서 물러나온 조복서에게 마림이 다가왔다. 그는 조복서의 시종으로 고려인이다.


“어사 나으리, 광성진에 기마군 오백이 들어와 있다고 합니다. 오늘 밤 숙소는 그곳으로 하시는 것이······.”


“할 수 없다. 출발이 늦었으니 내일 개경에 들어갈 수밖에. 도독 각하도 그러실 작정이다.”


이미 한낮이다. 원종이 탈무아를 잡고 격식을 차리는 바람에 늦은 것이다. 그러나 개경에 머물고 있는 무덕 장군 왕창국의 기마군이 오십리 밖의 광성진에 진을 치고 있다.


“짐을 조심하도록. 고려인은 기회만 생기면 도둑질을 한다. 손버릇이 나쁜 족속이야.”


“그땐 가차 없이 배겠습니다. 심려하지 마십시오.”


“내륙에서 반반한 계집을 서넛 잡아서 끌고 가도록 하자. 요긴하게 쓰일 때가 있을 것이다.”


“예, 하오나 극히 어렵습니다. 모두 숨어 버리는 통에.”


“못난 놈. 떠들고 다니니까 그렇다.”


“알겠습니다, 어사 나으리.”






마림의 검은 얼굴에 웃음기가 떠올랐다. 그는 동경 출신으로 검술의 달인이다. 고려에서 사람을 죽이고 도망쳐 온 그를 시종으로 둔 지 오 년이 되었는데 성격이 잔혹했지만 조복서에게는 길든 개처럼 복종을 했다.

살인자인 자신이 고려에 돌아와 그것도 강화 성내를 활보하게 될 줄은 생각지도 못했던 마림이다.


“개경 동쪽의 민가에 가면 지아비를 잃은 과부들이 많다고 들었습니다.”


“모두 역도들의 가족이다. 끌고 가도 된다.”


조복서는 다가오는 내륙 땅을 바라보았다. 몽골 황제 쿠빌라이 앞에서는 자신과 마찬가지로 고려왕 왕식(王植)도 똑같은 신하인 것이다.

다루가치가 철수한 것은 곧 이 땅이 몽골제국의 영토라는 것을 의미한다. 속국이다. 역도는 일가족은 물론, 친지까지 집단으로 처형시키는 것이 몽골군의 전통인 것이다.




* * *




원종(元宗)의 이름은 왕식(王植)이며 자는 일신(日新)이다. 고종의 아들로 태어나 몽골에 들어갔다가 고종이 죽자 고려로 돌아와 왕이 되었다. 따라서 쿠빌라이하고는 인연이 깊다. 옥좌에 앉은 왕은 피로한 기색이었다. 방금 탈무아를 배웅하고 돌아오는 길인 것이다. 그가 김준을 내려다보았다.






“시중, 몸은 어떠시오?”


“쾌차되었습니다, 전하.”


“다행이오.”


탈무아의 배웅을 나가지 않은 것이 배탈 때문이라고 말했던 것이다. 김준의 앞쪽에 앉은 평장사 겸 대장군이 장용이 부복을 했다.


“폐하, 전라도와 경상도에는 기근이 심한데다 왜구의 침탈이 빈번하게 자행되고 있습니다. 굶어죽는 백성이 두집 걸러 한 명이라고 하옵니다.”


왕이 잠자코 있었으므로 그가 말을 이었다.


“폐하, 창고의 양곡 오천 석을 이번에 내시는 것이······.”


“그건 안 되오.”


왕이 머리를 저었다.


“탈무아에게 약속을 했소, 배에 실어서 몽골에 보낸다고.”


“······.”


“남송과의 전쟁으로 몽골도 군량이 모자라는 상황이오. 황제의 비위를 거스르면 남송으로 보내질 병력이 이쪽으로 옵니다.”


힐끗 왕을 바라본 이장용이 입을 다물었다. 어전에는 잠시 정적이 흘렀다. 남송 정벌에 군량을 지원하라는 것과 일본에 사신을 파견하는데 고려국이 도와야 한다는 것이 이번에 탈무아가 가져 온 몽골 황제의 명령이었다. 김준이 입을 열었다.


“전하, 가을 추수 때까지 몽골로 보낼 군량을 미룰 수도 있을 것입니다. 남송 정벌이 하루 아침에 이뤄질 수도 없을 터인즉 우선 백성을 구제하고 시행하셔도 늦지 않을 줄로 아옵니다.”


왕이 좌우를 둘러보았다. 대전 안은 숨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이윽고 왕이 머리를 끄덕였다.


“좋소. 시중 말씀대로 합시다. 백성이 있어야 나라도 있을 터.”


“황공합니다,전하.”


“양국의 우호관계도 차질이 있으면 안 됩니다. 각별히 유의해야 할 것이오.”


“지당하신 분부시오. 전하.”


어전을 물러나온 김준의 옆에 임연이 따라붙었다.


“양국의 우호관계라니 왕도 꽤 낯가죽이 두껍군. 아버님, 그렇지 않습니까?”


그는 힐끗 뒤쪽을 바라보았다.


“이건 주종관계요 주인과 종의 관계지. 이제 고려는 나라라고 할 것도 못 됩니다.”


“시끄럽다.”


김준이 혀를 찼다.


“왕이 아니었다면 쿠빌라이는 대군을 보냈을 것이다. 아리크부 가가 항복한 후로 여유 병력이 충분히 남아있는 상황이다.”


그는 위사가 건네주는 말고삐를 잡았다.


“남송을 격멸하기 전에 고려국을 병탈한 다음 그 여세로 남송과 왜를 칠 수도 있다.”


“항몽 삼십 년이오. 우리도 쉬운 상대가 아닙니다.”


그러자 김준이 쓴웃음을 지었다.


“삼국시대를 지나 지금까지의 역사에서 이토록 잔혹한 침탈과 살육을 당한 적이 없었다. 그것도 삼십여 년 동안이나, 백성의 반 이상이 죽었다.”


그는 말에 뛰어올랐다.


“왕의 굴종에도 명분이 있어. 우리보다 현실적인 명분이다.”


“몽골의 세력을 끌어들여 우리 무신들을 몰아내려는 수작일 뿐이오. 백성을 위한다니, 당치도 않소이다.”


말에 탄 임연이 옆으로 다가왔다.


“고려 아낙이 몽골놈의 자식을 낳고 변발에 몽골옷을 입은 아이들이 몽골말을 하는 세상이 됩니다.”


그가 하늘을 향해 헛웃음을 웃었다.


“땅은 그대로이나 고려 민족은 간 곳이 없어질 거요. 저 무능한 왕을 따른다면······.”


말고삐를 당긴 김준이 주위를 둘러보았다. 그들의 경호위사가 이십여 기 뒤쪽에서 따라올 뿐이다.


“무엄하다, 말을 삼가라.”


김준의 얼굴을 바라본 임연이 입을 다물었다. 마른 땅에 기마군의 말발굽 소리만 크게 울렸다.




* * *




사저로 돌아온 김준 앞에 부복한 사내는 송합이다. 시종을 물리친 내실 안에는 그들 둘뿐이었다.


“대감, 고진은 사저 순찰만 맡고 있던 자로서 서경 출신입니다. 작년에 위사로 들어와 교위(校尉) 최대연의 수하로 있었습니다.”


송합이 낮게 말하자 김준은 쓴웃음을 지었다.


“위사 중에 첩자가 있는 줄은 알았다. 그런데 누구의 첩자인가 말이다.”


고진은 어젯밤에 윤의충의 단검에 머리가 꿰어져 즉사한 사내 인 것이다. 갑자기 내실 옆쪽의 벽이 소리 없이 갈라지더니 낭장 한단의 모습이 나타났다. 한단은 정6품의 낭장이지만 김준을 경호 하는 위사장이기도 했다. 그는 송합을 거들떠보지도 않고 김준을 향해 무릎을 꿇었다.


“대감, 고진의 처소에서 이것을 찾아내었소이다.”


그가 무릎 앞으로 조금 밀어 놓은 것은 은자 세 닢이다. 방바닥에 놓인 은자가 등빛을 받아 희게 빛났다.


“금나라의 은자입니다, 대감.”


몽골에 의해 금나라가 멸망한 것은 삼십 년 전이었으나 그들의 주화는 여전히 사용되고 있다. 몽골군이 통용시키기 때문이다. 김준이 머리를 끄덕였다.


“내 창고에도 몇 자루가 있다. 그리고 어지간한 대신들의 창고에도.”


“왕궁에도 있습니다, 대감.”


“무엄하다.”


“고진은 내실과 가장 가까운 곳의 위사였소이다, 대감.”


송합은 소리죽여 숨을 내쉬었다. 도처에 적이다. 한순간도 방심할 수가 없는 실정인 것이다. 김준의 목소리가 방을 울렸다.


“내실 경호를 두 개 조로 나눈다. 한 조는 최대연이, 다른 한 조는 송합이 네가 맡도록.”


몸을 굽힌 송합을 향해 그가 말을 이었다.


“너를 승과시켜 정9품 교위로 봉하겠다. 자세한 일은 여기 있는 낭장과 협의하라.”


“예, 대감 .”


대답은 한단이 했고 송합은 머리만 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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