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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갈

웹소설 > 자유연재 > 판타지

이원호
작품등록일 :
2018.01.29 14:42
최근연재일 :
2018.01.29 14:48
연재수 :
10 회
조회수 :
3,042
추천수 :
2
글자수 :
29,665

작성
18.01.29 14:48
조회
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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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7쪽

공갈 10화

DUMMY

“정말 진실되게 노네.”


브레이크를 푼 공갈은 차를 발진시켰다. 김영미를 만난 건 계획적이었던 것이다. 고등학교 후배 세 명을 시켜 김영미를 납치하려는 것처럼 보이게 한 것인데 주차장의 액션을 너무 실감나게 했다. 아마 배를 채인 경필이는 꽤 팠을 것이었다. 인터체인지를 돌아 반대쪽 길로 나왔을 때 김영미가 눈을 반짝이며 물었다.


“진형, 다음에 내가 술 한잔 사도 돼?”



2장 모 략








“공갈이 불만이 많은 것 같습니다.”


김석훈이 말했으나 강차만은 쓴웃음만 지었다. 점심시간이어서 그들은 회사 근처의 식당에 앉아 있었다.


“저한테 털어놓지는 않고 있지만 고 과장하고는 자주 만납니다.”


그러자 강차만이 물컵을 내려놓고 김석훈을 바라보았다. 안경 알 속의 눈빛이 날카로왔다.


“강 과장은 내년에 관리 부서로 옮겨 갈거야. 그건 자네만 알고 있어.”


“예, 대리님.”


긴장한 김석훈을 향해 그가 희미하게 웃었다.


“공갈이 불평 불만이 많은 놈이라는 건 나도 이미 알고 있었어. 그리고 야심이 있는 놈이라는 것도.”


“제가 여러모로 노력을 했습니다만 융화가 잘 안됩니다.”


“그 놈에게 약점이나 잡히지 말어. 입 조심하란 말이야.”


“염려하지 마십시오.”


“제일산업 서 사장이 지난 달에 공갈한테 2백만 원이 든 봉투를 건네려다가 거절당했어. 자넨 그 일을 알고있나?”


“모르고 있었습니다.”


김석훈이 머리까지 저었다.


“금시초문입니다. 대리님.”


“그 놈이 아마 우리 일을 눈치채고 있을지도 몰라.”


그러자 김석훈이 머리를 끄덕였다. 제일산업은 단파 무전기를 생산하는 회사로 A팀의 지정 공장이다. 공갈이. 관리하는 남아프리카의 오더가 제일산업에서 생산되고 있지만 강차만과 김석훈의 오더도 들어가 있는 것이다.

뇌물을 집어 주는 서 사장의 행태를 보고 공갈은 강차만과 김석훈의 비리를 눈치챘을지도 모르는 것이다. 강차만이 휴지로 꼼꼼하게 입가를 닦았다.


“하지만 걱정할 것 없어. 증거될 만한 것이 아무 것도 없으니까.”


그리고 제일산업측에서도 문제가 생겼을 때는 강력하게 그런 사실을 부인할 것이다. 만일 비리가 노출된다면 거래가 끊기면서 고발 조치를 당할테니 함께 자멸하는 것이다.

강차만을 따라 식당을 나오면서 김석훈은 심호흡을 했다. 공갈은 입사 동기였지만 같은 팀이 된 순간부터 경쟁자로 바뀌어졌다. 이렇게 치열한 실적 위주의 조직 생활 내에서 그것은 적이나 마찬가지인 것이다. 적을 넘어뜨리지 않으면 내가 당한다. 티오(T/0)가 한정되어 있기 때문이다.


박민혜의 전화가 걸려 왔을 때는 점심을 마친 공갈이 마악 자리에 앉았을 때였다.


“오늘은 내가 한잔 살게요.”


밝은 목소리로 박민혜는 거침없이 말했다.


“8시에 논현동의 사파리에서.”


“정각에 가 뵙지.”


분위기에 맞춘 공갈의 목소리도 활기에 찼다.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다.


논현동의 사파리 클럽은 그가 서너 번 가 본 곳으로, 분위기가 밝은 가라오케 겸용 나이트 클럽이다. 밀실도 10여 개 있어서 은밀한 데이트를 하기에도 적당했다. 퇴근 시간이 되어서 택시를 잡아 탄 공갈은 집으로 전화를 했으나 어머니는 아직 돌아오지 않았다.


어머니는 핸드폰과 호출기도 가지고 있었지만,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서로 연락하지 않는 것이 습성화되어서 공갈은 핸드폰을 주머니에 넣었다. 어머니는 제주도에 열흘이나 가 있었고, 돌아온 후에도 사흘 걸러 한 번씩 외박을 했다.

새 남자가 생긴 것이다. 그러나 이 남자도 길어야 1년쯤 만나다가 헤어지게 된다. 스쳐 지나는 거리를 무심한 시선으로 보면서 공갈은 문득 쓴 웃음을 지었다. 어머니의 공허감을 진작부터 이해는 했지만 공감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어머니와의 이런 생활은 자신에게 자립심을 키워 주었다. 어렸을 적부터 어머니의 행태를 보아 온 지라 이성의 이용 가치를 일찍 깨닫게 되었으며, 인간은 결국 혼자 남게 된다는 것도 알았다. 그리고 주위로부터 고립되지 않으려면 철저하게 자신을 관리해야 하는 것이다.

인간은 태어나면서부터 싸움터로 들어섰다고 봐도 되었다. 경쟁에서 이겨야 하는 것이다. 목숨만 부지해서 그저 먹고 자고 후손이나 생산한다면 짐승이나 다를 바가 없다.

강차만의 얼굴을 떠올린 공갈은 어금니를 물었다. 당면 목표는 팀장인 강차만이다. 입사 동기김석훈은 진작부터 염두에도 두지 않았다.


*        *        *




“회사 생활이 지겹다고 생각되지 않아?”


술에 취한 박민혜의 눈은 물기에 젖어 번들거렸다. 탁자에 비스듬히 상반신을 기댄 박민혜가 조금 느린 목소리로 물었다.


“월급쟁이의 목표라는 건 고작 월급쟁이 사장이 최정상이야. 안 그래?”


“그렇군.”


“공무원과 마찬가지로 월급만 가지고는 집 사고 아이 가르치기 힘들어. 그렇지?”


“그건 그래.”


“우린 종이야. 하인이라고.”


딸꾹질 때문에 말을 멈춘 박민혜가 이제는 의자에 등을 기댔다. 사파리의 밀실 안이었다. 옆방에서 음악과 노래 소리가 희미하게 울려 왔지만 방음 장치가 잘 되어 있어서 이쪽은 숨소리도 들린다.

공갈은 한 모금 위스키를 삼켰다. 위스키를 둘이서 세 병째 비우는 중이었으니 박민혜도 한 병은 족히 마셨다. 밤 11시 반이 되어 가고 있었다. 노래방 기계로 한 시간이 넘도록 노래도 부른데다 플로어로 나가 춤까지 추고난 터라 공갈의 몸도 조금 나른해졌다. 그가 박민혜를 바라보았다.


“난 공수 특전단 출신이야. 대학 때 자원해서 입대했다.”


시선이 마주치자 그가 빙긋 웃었다.


“훈련과 군기가 가장 세다고 해서 간거야. 그 곳에서 만 3년을 보내고 나니까 내가 땅을 딛고 서 있는 한 무엇이건 견딜 수 있겠다는 자신감이 들었지.”


“장하네. 남들은 군대 빠지려고 수술까지 한다던데.”


“난 지지 않을테다.”


“이겨 봐.”


박민혜가 빈 잔을 내밀었으므로 그는 술을 채우며 웃었다.


“내 어머니만 죽으면 25억쯤 되는 재산이 내 앞으로 떨어진다. 하지만 그걸로 먹고 살 생각은 없어.”


따라 웃을까 말까 망설이던 표정의 박민혜가 결국 피식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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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갈 10화 18.01.29 303 0 7쪽
9 공갈 9화 18.01.29 233 0 6쪽
8 공갈 8화 18.01.29 232 0 7쪽
7 공갈 7화 18.01.29 239 0 7쪽
6 공갈 6화 18.01.29 253 0 7쪽
5 공갈 5화 18.01.29 232 0 7쪽
4 공갈 4화 18.01.29 244 0 7쪽
3 공갈 3화 18.01.29 268 0 7쪽
2 공갈 2화 18.01.29 332 1 7쪽
1 공갈 1화 18.01.29 707 1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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