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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갈

웹소설 > 자유연재 > 판타지

이원호
작품등록일 :
2018.01.29 14:42
최근연재일 :
2018.01.29 14:48
연재수 :
10 회
조회수 :
3,036
추천수 :
2
글자수 :
29,665

작성
18.01.29 14:47
조회
2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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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7쪽

공갈 6화

DUMMY

피터슨은 25만 불 상당의 군수품 오더를 계약한 것이다. 우간다의 반군에게 공급되는 물품이었으나 홍콩에서 신용장이 열리는데다, 선적지도 홍콩이다. 위험 요소가 없는 것이다. 강차만이 정색한 얼굴로 공갈을 보았다.


“며칠 동안 고생하더니 어쨌든 소득은 있었구만. 그래, 신용장은 언제 오픈한다고 하던가?”


“3일 내에 오픈한다고 했습니다.”


“그럼, 기다려 보자구.”


머리를 끄덕인 강차만이 서류에 사인을 했다.


“수고했어, 공갈 씨.”


자리에 돌아왔을 때 김석훈이 다가와 섰다.


“한 건 했다면서?”


바짝 붙어선 그가 공갈에게 소근대듯 말했다.


“강 대리가 생색내게 되겠구나, 야.”


“이 새끼야. 네 자리로 가, 징그럽다.”


공갈이 눈을 치켜뜨자 김석훈은 빙긋 웃었다.


“어쨌든 축하한다. 오늘 저녁에 내가 술 한잔 살게, 어때?”


김석훈과는 입사 동기였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경쟁의식이 심해졌고, 머지않아서는 둘 중 하나가 쓰러져야 할 상황이 될 것이었다. 이선경까지 셋 중에서 3년쯤 후에 대리로 진급할 티오(T/O)는 한 명인 것이다. 공갈이 머리를 끄덕였다.


“좋아, 한잔 사라.”


그 날 저녁, 회사 근처의 식당에서 공갈과 김석훈은 돼지갈비를 안주로 소주를 마셨다.


“고 과장이 내년에 차장 진급이 안되면 영업 부서를 떠날지도 모른다.”


“소주잔을 든 김석훈이 자신있게 말했다. 그가 흰 얼굴을 펴고 웃었다.


“과장 목이 우리 손에 달린 셈이지. 우리가 실적을 달성하지 못하면 잘리는 거야. 물귀신처럼 과장을 끌고 들어간단 말이다.”


“이 새끼야, 시끄러. 회사 이야기 그만해.”


공갈이 눈을 치켜떴으나 김석훈은 끄떡도 하지 않았다. 그는 뼈대가 굵고 체격이 큰 공갈과는 대조적으로, 호리호리한 몸매에 용모가 섬세했다. 그래서 어린 여직원들한테 인기가 있었다.


“씨발, 삭막해서 못살겠다.”


한 모금 소주를 삼킨 김석훈이 말을 이었다.


“강차만이 그 새끼는 귀찮은 공장 검사는 나만 시킨단 말이야. 난 내일 새벽에 부산 출장이다.”


“접대 잘 받겠구만.”


“접대는 무슨, 요즘 공장들이 얼마나 짜졌는지 넌 모르는 모양인데.”


정색한 김석훈이 공갈을 바라보았다.


“저녁때쯤 되면 사장들은 슬슬 빠져 나가고 담당자만 남는단 말이다. 저녁도 내 돈으로 살 때가 많아.”


“개자식, 엄살은······.”


입맛을 다신 공갈이 타기 시작한 돼지고기를 석쇠 한쪽으로 밀어 놓았다. 김석훈은 강차만으로부터 넘겨받은 오더가 많았는데, 대부분의 공장이 부산에 위치해서 출장이 잦았다. 공갈의 잔에 술을 채운 김석훈이 물었다.


“너, 감사실에 제안서 보냈어?”


“그건 왜 물어?”


“물어 보면 안되냐? 동기 사이에.”


“임마, 지금 내 발등에 불이 떨어졌는데 다른 것 생각할 여유가 어디있단 말이냐? 안 보냈다.”


“하긴 나도 그렇다.”


쓴 웃음을 지은 김석훈이 잔을 들었다. 회사에서는 각 사원에게 한 달에 한 번씩은 감사실로 제안서를 보내도록 규정이 되어 있었지만 강제 규정은 아니었다. 그것은 컴퓨터를 이용하여 회사 고위층으로 직통 전달되는, 이른바 회사의 신문고 역할이다.

공갈이 김석훈으로부터 시선을 떼었다. 김석훈이 강차만의 욕을 입에 달고 있지만 말려들어 맞장구를 쳤다가는 함정에 빠지게 된다. 이 놈은 강차만의 심복인 것이다. 그리고 오늘 이 놈이 술을 사는 것도 제안서 때문이다. 가끔 제안서에 팀 내부의 비리나 상사의 비행을 찍어 보고한 경우가 있었는데 그 때는 팀이 박살이 났다.

놈은 강차만의 지시를 받고 그것을 알아보려는 것이다. 공갈이 한 모금에 잔을 비우고는 김석훈을 바라보았다.


“자, 팀을 위해서 건배다.”


*        *        *




아파트는 썰렁한데다 환풍이 되지 않아서 식탁 위에 놓인 반찬 냄새가 가득 퍼져 있었다. 어머니는 제주도에서 어젯밤에 전화를 해 왔는데 술에 취한 목소리였고, 주위에서는 음악 소리가 났다. 가라오케 아니면 단란주점 같았다.

옷을 벗어 던진 공갈은 우선 앞뒷쪽의 창문을 활짝 열었다. 밤 12시가 다 되어 가는 시간이어서 아파트 단지는 무거운 정적에 덮여 있었고, 가끔 차도를 지나는 차량의 소음만 났다. 집 안의 모든 불을 켠 그는 팬티 차림으로 서서 설거지를 했다. 혼자 차려 먹고 치우는 것이 이제는 습관화되었다. 설거지 솜씨도 능숙했는데 오히려 어머니가 한 것보다 나았다.

공갈은 택시 안에서 듣고 머리에 아직도 여운이 남아 있던 나훈아의 ‘사랑’을 낮게 불렀다. 오래 된 노래였지만 그가 좋아하는 노래 중의 하나였다. 외아들로 자란데다가 부모와 떨어져 있는 시간이 많았으므로 혼자 있는 것에 익숙한 공갈이다.

외아들이어서 군에는 안 갈 수도 있었지만 대학 1학년을 마친 그는 공수 부대에 자원 입대를 했다. 그래서 4년을 채우고 제대하는 바람에 대학 동기보다도 1년 더 늦게 사회생활을 시작하게 되었으니, 고등학교 동기보다는 2년 늦었다. 재수를 했기 때문이다. 전화벨이 울리자 그는 물에 젖은 손을 팬티에 낚고는 전화기를 들었다.


“여보세요.”


“지금 뭘해?”


이선경이다. 그는 소파에 털썩 앉았다.


“씻고 있었어.”


“많이 마셨어?”


“소주 서너 병.”


“김석훈 씨가 뭐래?”


“감사실에 제안서 보냈냐고 묻더구만.”


“강차만이 알아보라고 시켰을거야.”


“그런 것 같더라.”


“그래.”


“내가 그 곳에 갈까?”


“이게 미쳤군.”


그러자 이선경이 소리죽여 웃었다. 그녀의 집은 대치동이었으니 이 곳 청담동까지는 30분도 걸리지 않을 것이다.


“그럼 잘 자.”


이선경이 선선히 전화기를 끊었다. 그녀와 가까워진 것은 6개월쯤 전에 팀에서 회식을 한 날 부터였다. 회식이 끝나고 나서 그들은 둘이서만 나이트에 갔고 같이 외박을 해 버린 것이다.

물론 전부터 공갈은 이선경으로부터 전해져 오는 호의를 느낄 수가 있었다. 밝은 성격에 행동도 직선적이어서 먼저 밥 먹자는 제의도 했고, 술 사라고 회사 앞에서 기다리던 이선경이다. 그러나 그 날 이후로 그녀는 은밀해졌다. 절대로 회사 안에서는 친한 내색을 보이지 않았고, 회사 밖에서 만날 적에도 조심을 했다. 그것이 서로를 위하는 일이기도 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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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공갈 7화 18.01.29 239 0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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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공갈 4화 18.01.29 243 0 7쪽
3 공갈 3화 18.01.29 268 0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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