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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갈

웹소설 > 자유연재 > 판타지

이원호
작품등록일 :
2018.01.29 14:42
최근연재일 :
2018.01.29 14:48
연재수 :
10 회
조회수 :
3,031
추천수 :
2
글자수 :
29,665

작성
18.01.29 14: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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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쪽

공갈 8화

DUMMY

강차만이 부드러운 시선으로 공갈을 보았다.


“어려운 일이 있으면 말해. 내가 도와 줄테니까.”


자리에 돌아온 공갈이 서류를 펼쳤을 때 김석훈이 다가와 섰다.


“축하한다. 한 건 했구나.”


이미 팀내에 소문이 난 것이다.


“고맙다.”


김석훈과 시선이 마주치자 공갈이 웃었다.


“하지만 너하고 비교하면 아직도 멀었어. 난 겨우 목표 대비 55%를 했다.”


“기운내. 임마.”


공갈의 어깨를 가볍게 친 김석훈이 몸을 숙이더니 귓속말을 했다.


“네가 받은 우간다 오더는 특별 케이스다. 회사에서 새로 개척한 오더는 기존 오더의 2배로 평가해 준다는 소문이 있어.”


그가 퍼뜩 머리를 든 공갈의 시선을 잡고는 빙긋 웃었다.


“놓치지 마, 팀장한테 공을 뺏기지 말란 말이다.”


김석훈이 돌아가자 공갈은 길게 숨을 뱉았다. 옆쪽에서 이선경이 시선을 주고 있었지만 그는 컴퓨터의 키를 눌렀다.


*        *        *




김동훈 사장은 63세의 장년이었지만 숱이 짙은 검은 머리에 골프로 단련된 건장한 체격이어서 50대로 보였다. 얼굴은 언제나 화색이 돌았으며 눈빛이 강한데다 맑아서 고생 모르고 자란 사람의 인상이었지만, 그는 대표적인 자수성가형 기업가였다.

직원 셋으로 한국무역을 설립한 지 35년 만에 매출액 6억 불의 거대한 무역 회사를 이룩한 인물인 것이다. 한국무역의 주종 수출품은 반도체이다. 대구의 공단에서 생산된 첨단 반도체 부품의 매출액은 4억 불 정도였는데, 대기업과의 치열한 경쟁에도 불구하고 한국무역의 매출은 매년 30% 이상씩 성장했다. 이것도 한 우물만 판 김동훈의 업적이다.

오후 6시경이었다. 사장실에 불려 온 김만채가 긴장한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


“사고가 두려워서 신시장 개척을 망설이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신시장을 개척했을 때는 사고에 대한 문책을 가볍게 해 주셔야 합니다.”


“그렇게 하지.”


김동훈이 선선히 대답했다.


“기획실에다 기안해 보라고 하겠다.”


“이번에 5부 3과의 A팀장이 우간다 반란군에게 지급될 군장비 25만 불어치 오더를 받았습니다. 홍콩의 중개상이 L/C를 열어서 안전합니다.”


“잘했구나.”


“앞으로 적극적으로 아프리카 지역을 개척할 계획입니다.”


머리를 끄덕인 김동훈이 소파에 등을 기댔다.


“넌 내년에 영업 상무를 맡아야 할 테니 영업부 전반의 일을 익혀 두도록 해라.”


“알겠습니다. 아버님.”


“나는 2세가 무임승차한다는 소리가 제일 듣기 싫다. 매사에 성실하게 처신하도록.”


“노력하고 있습니다. 아버님.”


깊숙이 머리를 숙여보인 김만채의 얼굴이 상기되었다. 기획실 사원으로 시작된 회사 생활이 만 8년 만에 영업 상무가 되는 것이니, 일반 사원에게는 초특급 승진이겠지만 2세의 경우로서는 정상 수준이다. 자신의 나이는 이미 34세인 것이다.


*        *        *




“내일이면 난 스물 넷이야.”


음악에 맞춰 몸을 흔들면서 김영미가 소리쳤다. 아마존 클럽의 플로어는 20평쯤 밖에 되지 않았지만, 둥근 바닥이 천천히 회전되면서 조명을 받으면 마치 자신이 무대에 선 것 같은 느낌이 온다. 그녀가 팔을 뻗쳐 이승우의 어깨를 잡았다.


“자, 흔들어.”


타악기의 소음이 거칠어지면서 이승우는 하체를 격렬하게 흔들었다. 김영미는 눈을 반짝이며 웃었다. 짧게 쇼트컷한 머리에 흰색 실크 원피스를 입은 그녀의 늘씬한 몸매가 음악에 따라 요염하게 꿈틀거렸다.


“내년 생일에는 전혀 다른 모습일 테니까.”


두 손으로 이승우의 목을 껴안으며 김영미가 말했다. 플로어를 가득 메우고 있는 사람들은 전혀 안중에도 없는 태도였다.


“아마 영국에 가 있든가 아니면 집에 얌전하게 박혀 있겠지.”


옆에서 춤을 추던 정영만이 어깨로 김영미를 밀었다.


“야, 내려가서 한잔 빨자.”


밤 11시 반이었다. 오늘은 김영미의 생일 파티를 하는 중이었는데 아마존은 3차로 들어온 곳이다. 그들이 벽쪽의 테이블로 돌아와 앉았을 때 웨이터가 다가왔다. 그가 김영미 옆으로 바짝 붙었다.


“저기 5번 테이블 손님이 추시자는데요?”


웨이터가 가리키는 쪽으로 머리를 돌린 김영미가 소리내어 웃었다.


“내 스타일이 아냐. 그렇게 전해요.”


“알겠습니다.”


단골인 김영미의 말 한마디에 웨이터는 허리를 굽히고 물러났다. 김영미가 이승우를 바라보며 웃었다.


“오늘은 물이 안 좋아서 그런지 네가 튀어 보인다.”


“저 놈들은 처음 보는 놈들인데.”


술잔을 든 이승우가 눈썹을 찌푸렸다. 그는 덕산 그룹의 3세로 미국 유학 중이었는데 방학이라 서울의 클럽을 순례하는 중이다.


“이곳도 어중이 떠중이가 꼬이기 시작했어. 옮겨가야 할 것 같다.”


담배를 입에 문 김영미가 말하자 이승우는 라이터를 켜 내밀었다.


“차라리 호텔 클럽을 빌리는 게 어때?”


“병신아, 관객이 있어야 흥이 나는 법이야.”


힘껏 빨아들인 연기를 길게 뿜으면서 김영미는 의자에 등을 기댔다. 나이트 클럽을 섭렵해 온 지 벌써 5년째였으니 이제 자극도 시들해졌다. 작년에 대학을 졸업하면서 이런 생활도 마감해야 했던 것이다.


“그럼 넌 영국에 갈거냐?”


정색한 이승우가 물었으므로 김영미는 쓴웃음을 지었다.


“아직 내 결심이 굳어지지 않았어.”


아버지 김동훈 시장이 자신을 영국으로 보내려는 이유는 딱 하나뿐이다. 골치아픈 자식을 눈앞에다 놔두기 싫기 때문이다.


배다른 오빠 김만채는 제법 너그럽게 용돈도 듬뿍듬뿍 주었지만, 그도 내심으로는 자신이 없어져 주기를 바라고 있을 것이었다. 술잔을 든 김영미는 한 모금에 위스키를 삼켰다. 그리고 식구 중 아무도 오늘이 내 생일이라는 것을 모르고 있다. 심지어는 어머니라는 사람도······.


*        *        *




클럽을 나왔을 때는 12시 반이었다. 정영만은 클럽에서 낚은 여자하고 더 놀겠다고 했으므로 김영미와 이승우 둘이서 나온 것이다. 지하 주차장으로 향하는 계단을 내려가면서 이승우가 김영미의 어깨를 안았다.


“청평 별장으로 가자. 키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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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공갈 6화 18.01.29 252 0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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