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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갈

웹소설 > 자유연재 > 판타지

이원호
작품등록일 :
2018.01.29 14:42
최근연재일 :
2018.01.29 14:48
연재수 :
10 회
조회수 :
3,039
추천수 :
2
글자수 :
29,665

작성
18.01.29 14:47
조회
2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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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7쪽

공갈 4화

DUMMY

2과의 B팀이 내년에 존속될지 여부를 놓고 영업부 내에서는 내기가 걸려 있었다. B팀이 해체 된다는 쪽이 3 대 1로 압도적인 상황이다.


“조심하도록 해. 사고 한번나면 헛장사 하는거야.”


“알겠습니다.”


자리로 돌아온 공갈은 시계를 내려다보았다. 오전 10시반이었다. 12시에 조선 호텔에서 피터슨을 만나기로 했으니 출발 준비를 해야만 한다.


*        *        *




“난 홍콩에서 태어난 영국인이오.”


큼직하게 썬 스테이크를 입에 넣은 피터슨이 우물거리며 말했다.


“그래서 홍콩이 내 고향이죠. 영국에는 딱 두 번 갔을 뿐이오.”


공갈의 시선을 잡은 그가 얼굴에 웃음을 띠었다.


“땅과 기후, 모든 것들이 낯설었고, 영국인도 마치 외국인처럼 느껴지더구만.”


“우간다와는 언제부터 거래했습니까?”


포크를 세워 든 공갈이 묻자 그가 정색했다.


“5년쯤 되었소, 반란군의 지도자인 무함마와 알게 된 것은 6년쯤 전이고.”


“그럼 물품은 반란군에게 공급되는 것이군요.”


“그렇소.”


조선 호텔 아래층의 양식당 안이었다. 피터슨이 말을 이었다.


“우간다는 내전이라 물자가 얼마든지 필요해요. 다만 위험 부담이 조금 있을 뿐이지.”


“대금은 현금으로 받습니까?”


“물론이지. 하지만 당신들한테는 신용장을 열겁니다.”


공갈은 물잔을 들어 한 모금을 삼켰다. 강차만이 이곳으로 자신을 보낸 것은 중요한 바이어가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그는 중요한 바이어는 꼭 직접 상담을 하는 성격이다. 공갈의 시선을 받은 피터슨이 빙긋 웃었다.


“당신은 생각이 많은 사람 같군요. 미스터 공.”


*        *        *




회의실 안에는 강차만이 김석훈과 마주 앉아 있었는데 부드러운 분위기였다. 김석훈은 성격이 밝은데다가 눈치가 빨랐고, 업무 처리에도 빈틈이 없어서 강차만이 동기 중에서 제일 신임했다.

그래서 자신이 관리하던 케냐의 국방부 오더를 넘겨주었고, 김석훈은 3명의 동기 중 유일하게 개인별 매출 목표를 달성한 사원이다. 김석훈이 입을 열었다.


“세풍산업의 이사장한테서 3천만 원을 받았습니다. 모두 현금으로 준비해 왔던데요. 회사로 들고 오기가 뭣해서 정림 식당에 맡겨 두었습니다.”


“잘했어.”


머리를 끄덕인 강차만이 얼굴에 웃음을 띠었다.


“김석훈 씨는 배우는 속도가 빨라. 오버 액션만 하지 않는다면 장래가 촉망이 돼.”


“모두 팀장께서 잘 이끌어 주신 덕분입니다.”


“그 돈에서 3백은 김석훈 씨 용돈으로 쓰고, 나머지는 오늘 밤 10시에 우리집으로 가져다 줘.”


“알겠습니다.”


김석훈이 깊숙하게 머리를 숙였다.


“잘 쓰겠습니다.”


“이 사람아, 새삼스럽게 인사는 무슨.”


쓴웃음을 지은 강차만이 생각난 듯 물었다.


“그런데 공갈이는 요즘 어때? 분위기를 보니까 조금 가라앉은 것 같던데?”


“실적 때문에 고민하는 겁니다. 목표 대비 50%밖에 달성하지 못했으니까요.”


“그놈한테 이런 일 눈치채지 못하도록 해. 같이 어울릴 때 조심하란 말이야.”


“염려하지 마십시오.”


김석훈이 얼굴에 웃음을 띠었다.


“저는 어린애가 아닙니다.”


“그놈은 음흉한 면이 있어. 내가 사람을 겪어 봐서 알아.”


초점없는 시선으로 김석훈을 바라보며 강차만이 말했다.


“믿고 일을 맡겼다가는 그놈한테 뒤통수를 맞게 될거야.”


*        *        *




커피-자판기 앞에 선 박민혜는 블랙으로 커피를 뽑아 들었다. 그리고는 몸을 돌린 순간이었다.


“앗.”


놀란 그녀가 낮게 외쳤지만 이미 늦었다. 바짝 다가서 있는 사내에게 커피잔이 부딪쳤고 사내의 양복 앞자락에 커피를 쏟아버린 것이다.


“엇, 뜨거!” '


사내가 한 발짝 물러서더니 옷을 내려다보았다. 흰색 와이셔츠와 넥타이가 갈색의 커피로 흠뻑 젖어 있었다.


“아, 미안해요.”


커피잔을 옆쪽의 휴지통에 던진 박민혜가 사내의 얼굴을 보고는 눈을 크게 떴다. 지난번 복도에서 부딪친 사내였던 것이다.


“또 당신이군.”


손수건을 꺼내어 셔츠를 닦으면서 사내가 말했는데 어이없다는 표정이었다.


“그렇게 바짝 붙어 서면 어떡해요?”


말은 그렇게 했지만 박민혜는 미안한 표정이 되었다.


“어떡하죠? 셔츠 갈아 입으셔야 되지 않겠어요?”


“됐습니다. 퇴근 시간도 다 되었는데요. 뭐.”


몸을 돌렸던 사내가 머리만 틀고 물었다.


“이름이나 알고 지냅시다. 난 영업 5부 3과의 공갈이라고 합니다. 댁은 누구십니까?”


“난 비서실의 박민혜라고 해요.”


공갈의 시선을 받은 박민혜가 풀석 웃었다.


“이름이 재밌네요.”


“오늘 퇴근하고 차 한잔 사지 않을랍니까?”


“그 옷 그대로 입고 말예요?”


“좋아요. 한잔 살게요.”


*        *        *




고영표 과장은 37 세로 과장 3년차였으니, 정상적인 진급을 해 왔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입사 3년이 지나면 대리 진급 서열에 들고 대리 4년차부터 과장이 되었지만, 연공 서열은 오래 전에 깨져서 5년차 사원도 있고 대리 6호봉도 드물지 않다.

반대로, 영업 2부의 과장 하나는 대리 2년 만에 과장이 되었으며, 영업 4부의 대리는 사원 2년 만에 진급을 했다. 모두 발군의 능력을 보였기 때문이다. 고영표는 성품이 온후한데다 인상도 좋았다. 적당하게 살찐 체격에 언제나 웃는 표정으로 부하들을 대했는데, 공갈이 다가가 서자 눈꼬리를 내리며 웃었다.


“어제 A팀이 회식 했다면서? 많이 마셨나?”


“아닙니다. 소주 두 병쯤 마셨습니다.”


퇴근 시간 전이어서 상담실 안에는 그들 두 사람 뿐이었다. 고영표가 앞에 앉은 공갈을 바라보며 정색했다.


“공갈 씨, 어려운 일 있으면 언제든지 나한테 말해. 도와줄 테니까.”


“감사합니다. 과장님.”


“실적에 연연하지 말어. 아직 입사 1년차니까 업무 기초부터 다져가도록 해.”


“예, 과장님.”


“업무가 적성에는 맞지?”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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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공갈 5화 18.01.29 232 0 7쪽
» 공갈 4화 18.01.29 244 0 7쪽
3 공갈 3화 18.01.29 268 0 7쪽
2 공갈 2화 18.01.29 331 1 7쪽
1 공갈 1화 18.01.29 706 1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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