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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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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원호
작품등록일 :
2018.01.29 14:42
최근연재일 :
2018.01.29 14:48
연재수 :
10 회
조회수 :
3,034
추천수 :
2
글자수 :
29,665

작성
18.01.29 14: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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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쪽

공갈 3화

DUMMY

상담을 마친 공갈이 회사에 돌아왔을 때는 오후 7시였다. 퇴근 시간이 되었지만 팀원은 모두 자리에 앉아 있었다. 오늘 저녁은 팀의 회식이 있는 것이다.


*        *        *




A팀의 올해 매출 목표는 2천만 불 이었지만, 상반기가 지난 7월 중순인 현재 실적은 8백만 불이 조금 넘었다. 하반기에 수출 물량이 집중되는 경향이 있기는 했지만 상반기 목표에도 실적이 15%정도 미달된 상황이다.

그래서 갈비집에 모인 팀원 6명의 분위기는 가라앉아 있었다. 상석에 앉은 강차만이 그것을 의식한 듯 고기도 아직 구워지지 않았는데 소주잔을 들어 올렸다.


“자, 우선 한잔씩 합시다.”


팀원들은 일제히 잔을 들고 술을 삼켰다. 3과 A팀은 영업부 내에서 신생 팀에 속했는데 팀이 생긴지 1년밖에 안되었다. 3과에는 본래 3개 팀이 있었으나 작년 말에 팀 하나가 해체되면서 2개 팀으로 재편성이 되었다. 그 때 다른 부에 있다 강차만이 새로운 팀장으로 온 것이다. 강차만의 바로 밑 서열인 입사 4년차 고주현이 입을 열었다.


“B팀 유대리가 어제 쿠웨이트에 100만 불 가까운 전자 제품 오더를 했습니다. 가격도 괜찮은 것 같습니다.”


“나도 들었어. 하지만 오더는 선적하고 네고를 마쳐야 끝나는 거야.”


강차만이 술기운으로 붉어진 눈을 치켜뜨고 말했다.


“두고 봐, 섣불리 새 바이어 잡고 설쳐대다가는 큰 코 다칠 때가 올테니까.”


그들이 소속된 영업 5부는 특수 사업부로, 정부 입찰이나 군납 등만 전문적으로 취급했는데 각 과별로 지역이 나뉘어졌다. 고영표 과장이 이끄는 3과의 책임 지역은 중동과 아프리카였고, 강차만의 A팀은 아프리카를 맡았다. 하지만 중동을 맡은 B팀과 마치 영토 분쟁을 방불케 하는 사건이 끊이지 않았는데, 예를 들면 지난 번 리비아 오더의 경우이다.

리비아는 아프리카 대륙의 북단에 위치해 있었으니 당연히 A팀의 영토였다. 그러나 B팀의 유성만 대리는 이란의 바이어한테서 소개를 받았다는 이유로 리비아 정부의 입찰 오더를 따냈다. 강차만이 고영표에게 강력히 항의했지만 결과는 유성만의 승리였다.

상황을 검토한 고영표가 리비아 입찰 오더는 B팀에서 진행토록 한 것이다. 그 후부터 강차만은 팀원에게 중동 쪽의 오더가 오면 B팀에게 넘기지 말고 우선 상담부터 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그도 지역 구분을 무시하려는 것이었다.

팀원들의 주량이 세었으므로 소주 다섯 병이 금방 비워졌다. 강차만은 고주현을 향해 이집트 정세에 관하여 열변을 토하는 중이었고, 김석훈과 입사 3년차 유철민은 제품의 선적 문제로 심각하게 이야기를 주고받았다.


“지겨워 죽겠어.”


오른쪽에 앉은 이선경이 소리죽여 말했으므로 공갈이 머리를 들었다. 그는 왼쪽에 앉은 유철민의 말을 듣고있는 중이었다. 공갈의 긴장한 시선을 받은 이선경이 입술만 달싹이며 말했다.


“난 30분쯤 후에 빠져 나갈테니까 잘 해봐.”


*        *        *




공갈이 집에 돌아왔을 때는 12시 30분경이었다. 입에서 술냄새를 풍기며 들어서는 공갈을 보자 어머니는 혀를 찼다.


“어제는 외박하더니 오늘은 술에 취해서 돌아왔구나.”


“미안해요, 어머니.”


“씻고 자거라.”


어머니는 밤 화장을 하는 중이어서 얼굴이 클렌징 크림으로 잔뜩 덮여 있었다. 50대 초반이었지만 어머니의 피부는 아직도 윤기가 있었고, 군살도 붙지 않아서 10년은 더 젊어 보인다. 방으로 들어서는 공갈의 뒤에 대고 어머니가 말했다.


“나, 내일 친구들하고 제주도에 다녀올거야. 1주일쯤 걸릴거다.”


“알았어요, 어머니.”


“아침밥은 꼭 챙겨 먹어라.”


공갈은 잠자코 문을 닫았다. 방 3개짜리 32평형 아파트여서 두 식구가 살기에는 넉넉했지만 정상적인 생활은 아니었다. 어머니는 10년 전,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부터 조그만 부동산 사무실을 운영하고 있었는데 집을 비우는 때가 많았다.

사업 관계라고는 했지만 대부분이 남자와 같이 붙어 다닌다는 것을 공갈은 철이 들면서부터 알고 있었다. 그러나 그것에 대해 공갈은 반감을 품고 있지는 않았다. 자신도 언젠가는 이곳을 떠나야 할 사람이었고 어머니는 혼자 남게 될 것이었다.

어머니에게 필요한 사람은 의지할 남자였지, 자식인 자신은 아니라는 것을 일찍 깨달았기 때문이다. 옷을 벗어 의자 위에 내던진 공갈은 후끈거리는 관자놀이를 주먹 쥔 손으로 눌렀다.

경찰 간부였던 아버지는 엄격한 성격이어서 공갈은 자주 맞았다. 그리고 집을 비우는 때가 많아서 어렸을 적 아버지와의 추억은 거의 떠오르지 않았다.


아버지가 과로로 쓰러져 돌아가셨을 때 공갈은 중학교 3학년이었는데 별로 슬프지도 않았다. 집에 돌아오면 가끔 어머니가 울고 있는 것을 보았지만, 그것도 1년쯤 지나자 예전처럼 되었다.

어머니는 전보다 더 자주 집을 비우고는 남자들과 싸 다녔고 공갈은 혼자 남았다. 그렇다고 어머니가 공갈을 방치한 것은 아니었다. 약간의 재산도 있는데다 활동적인 성격인 어머니여서 공갈에게 필요한 것은 모두 구해 주었고, 선생들한테도 인사는 빠짐없이 했다. 대학 재학중에 공갈이 군대에 입대했을 때도 한 달에 한 번은 꼭 전방까지 면회를 와 주었던 것이다.


“갈아, 자니?”


문밖에서 어머니가 불렀지만 공갈은 대답하지 않았다. 급한 일은 아닌 모양으로 어머니는 다시 부르지 않았다.


*        *        *




“우간다 오더는 어떻게 되었나?”


강차만이 묻자 공갈은 머리를 저었다.


“가격만 보냈습니다. 그놈은 우리뿐만 아니라 다른 곳에도 오퍼를 낸 것 같습니다.”


“당연하지, 그중 제일 가격이 낮거나, 주무르기 쉬운 곳을 찾겠지. 품질이나 납기는 거의 비슷할 테니까 말이야.”


서류를 덮은 강차만이 정색했다.


“사기꾼들이 많아. 특히 중개 무역상이란 족속들은 말이야.”


공갈의 눈앞에 피터슨의 얼굴이 떠올랐다. 지난 달에 2과의 B팀에서 피터슨과 같은 부류의 중개 무역상에게 걸려들어 20만불 상당의 내복을 사기 당했던 것이다. 싱가포르의 중개 무역상이었는데, 신용장까지 열어 놓고는 물품을 찾자마자 부도를 내고 자취를 감추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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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공갈 4화 18.01.29 243 0 7쪽
» 공갈 3화 18.01.29 268 0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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