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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갈

웹소설 > 자유연재 > 판타지

이원호
작품등록일 :
2018.01.29 14:42
최근연재일 :
2018.01.29 14:48
연재수 :
10 회
조회수 :
3,037
추천수 :
2
글자수 :
29,665

작성
18.01.29 14:47
조회
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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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글자
7쪽

공갈 5화

DUMMY

“맞습니다.”


시선이 마주치자 고영표는 얼굴을 풀고 웃었다.


“과원들에게 의례적으로 묻는 질문이야, 깊게 생각할 것 없어.”


공갈이 상담실에서 나왔을 때는 퇴근 시간이 지난 7시경이었다. 팀장 강차만은 이미 퇴근했고 이선경만 자리에 앉아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무슨 이야기였어?”


이선경이 퇴근하려는 차림으로 다가와 묻자 공갈이 쓴웃음을 지었다.


“상반기 인사 고과에서 아마 내가 찍힌 모양이다.”


“뭐래?”


“일이 적성에 맞느냐고 묻더구만.”


“내가 술 한잔 살까?”


“친구하고 약속이 있어.”


“누구?”


“고등학교 동창.”


대충 책상 위를 정리한 공갈이 자리에서 일어나자 이선경이 공갈의 어깨를 손바닥으로 가볍게 쳤다.


“기운 내. 별 것 아닌 일로 기죽지 말어.”


어깨를 한번 치켜올려 보인 공갈은 사무실을 나왔다. 이선경은 기획과 정보 수집 업무를 담당하고 있어서 실적에 구애받고 있지는 않는 것이다. 이선경을 뺀 4명의 팀원 중에서 실적이 제일 부진한 사람은 자신이다. 상반기 목표 대비 55%밖에 달성하지 못한 것이다.


*        *        *




박민혜는 커피 숍의 안쪽 자리에 앉아 오렌지 쥬스를 마시고 있었는데 공갈이 다가서자 입술을 비틀며 웃었다.


“늦으셨네요.”


“과장한테 불려갔어요.”


“고영표 과장이죠?”


“예, 아무래도 내 인사 고과가 시원찮은 모양입니다.”


자리에 앉은 공갈이 종업원에게 쥬스를 시켰다. 저녁 8시 10분이었다. 박민혜가 공갈의 셔츠를 바라보았다.


“셔츠를 갈아 입으셨네, 넥타이도.”


“회사 근처에서 샀지요.”


“그럼 저녁은 제가 사죠.”


“아니, 그러실 필요 없습니다.”


공갈이 얼굴에 웃음을 띠었다.


“나와 주신 것만 해도 고마운 일인데요, 뭘.”


“난 저녁 생각 없으니까 술이나 한잔 해요.”


“좋습니다.”


긴장이 풀린 공갈이 의자에 등을 기댔다.


“그런데 입사 몇 년차가 됩니까?”


“난 3년차니까 공갈씨 2년 선배가 돼요.”


“내가 1년 재수한 데다가 군에서 3년을 묵었으니까 나이는 두 살쯤 위가 되겠네요.”


그러자 박민혜가 풀석 웃었다.


“모처럼의 외출인데 깨는 소리 그쯤 해 두세요.”


공갈이 머리를 끄덕였다. 비서실에서만 3년을 근무했으니 박민혜는 회사 사정은 물론이고 마음만 먹는다면 직원들의 인사 고과까지 훑어볼 수 있을 것이었다. 그리고 이미 자신의 내력은 알아보고 왔을지도 모른다.

1시간쯤 후에 그들은 논현동의 카페로 자리를 옮겨 앉았다. 공갈의 단골집으로, 조명이 밝은데다가 목제 가구가 산뜻하게 배열된 곳이었다. 박민혜가 홀 안을 둘러보더니 웃음을 띠었다.


“좋군요, 이제 기본은 갖춘 셈이네.”


“이곳에 여자를 데려온 건 오늘이 처음이요.”


“그 고리타분한 거짓말도 분위기 때문인지 기분좋게 들리네.”


쓴웃음을 지은 공갈이 박민혜를 바라보았다. 쇼트컷한 머리에 얼굴형은 갸름했고, 눈매가 날카로와서 차가운 인상이었지만 웃는 모습이 매력적이었다. 그리고 맑고 울림이 강한 목소리를 들으면 성적 충동이 일어났다. 술과 안주가 들어오자 박민혜는 술을 채운 잔을 들었다. 거침없는 태도였다.


“자, 말해봐요. 커피는 일부러 쏟았지요?”


“옷을 버리지 않고도 얼마든지 다른 방법을 만들었을 겁니다.”


공갈이 부드럽게 웃었다.


“의심하지 말아요, 그건 우연이었어요.”


“싱겁네.”


한 모금에 술을 삼킨 박민혜가 의자에 등을 기댔다.


“난 야심이 있는 남자가 좋아요.”


“야심을 품고 당신한테 접근했다는 뜻이요?”


“난 고위층의 측근이니까.”


공갈의 시선을 잡은 박민혜가 정색했다.


“나한테 접근하려는 사람들도 많아요.”


“그렇겠군.”


“당신 같은 말단 사원은 처음이구요.”


머리를 끄덕인 공갈이 술잔을 들었다.


“솔직히 당신의 성적 매력에 끌렸습니다. 그 눈빛과 목소리에.”


“처음 복도에서 부딪쳤을 때부터 성적 충동이 일어났지요. 커피 자판기 앞에서는 하늘이 주신 우연이었고.”


그러자 박민혜가 이를 드러내고 웃었다.


“기분 괜찮네.”


“당신한테 눈높이를 낮춰달라고 사정하지는 않을테니 기분 상하면 언제든지 일어서요.”


“색다른 방법이네.”


손으로 턱을 고인 박민혜가 공갈을 똑바로 바라보며 말했다.


“모처럼 나왔으니 기분이나 풉시다.”


*        *        *




현란한 조명을 받으며 박민혜는 능숙하게 춤을 췄다. 시선을 공갈의 목 부근에 고정시킨 채로 무표정한 얼굴이었으나 몸짓은 분망했다. 논현동의 스윙 클럽은 물이 좋기로 소문난 곳이어서 늘씬한 몸매의 여자들로 폴로어가 채워져 있었으나, 박민혜는 그 중에서도 돋보였다.

자신감이 배어있는 표정이고 몸짓이었다. 그녀가 문득 시선을 들고는 말했다.


“재미있었어요.”


대답 대신 머리만 끄덕인 공갈에게 그녀가 바짝 붙었다. 조명을 받은 눈동자가 반짝이고 있었다.


“공갈이란 사내가.”


음악이 갑자기 블루스로 바뀌었으므로 공갈은 박민혜의 허리를 당겨 안았다. 복도에서 부딪친 것도 커피를 쏟은 것도 모두 자신이 연출한 것이다. 그리고 이 곳 스윙에 데려온 것도 그녀가 자주 다니는 이태원의 클럽과 분위기가 비슷했기 때문이다.

하체가 엉키면서 밀착되었으므로 공갈은 엉덩이를 조금 뒤로 빼었다. 사장 비서인 박민혜를 처음 본 것은 신입 사원 연수를 마치고 났을 때였다. 사장을 따라 연수원에 온 그녀는 오만한 표정으로, 신입 사원들에게는 제대로 눈길도 주지 않았다.

박민혜가 머리를 들고 공갈을 보았다.


“덥네요.”


열이 오른다는 뜻이다.


*        *        *




“25만 불이군.”


오더 시트에서 머리를 든 강차만이 공갈을 바라보았다. 웃음 띤 얼굴이었다.


“신용장은 홍콩에서 오픈된다고 했지?”


°그렇습니다. 물품도 홍콩으로 보내면 됩니다.”


“그렇다면 제법 안전하군.”


“에트 사이트(at sight) L/C입니다.”


공갈의 말에 강차만이 입술끝을 비틀고 웃었다.


“글쎄, 신용장이 열려 봐야 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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