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고래가밥먹는다

먼치킨은 여동생을 잘 키우고 싶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퓨전

으휴
작품등록일 :
2023.01.15 20:58
최근연재일 :
2023.01.18 19:25
연재수 :
9 회
조회수 :
428
추천수 :
6
글자수 :
44,633

작성
23.01.15 21:01
조회
77
추천
2
글자
5쪽

프롤로그, 귀환

DUMMY

[길었던 우리의 여정도 마침내 끝이로군.]


드넓은 평야.

선선한 바람에 나부끼는 들풀 속에서, 고고한 블랙 드래곤이 숨결을 뱉었다.

곁에 있는 남자의 넋을 보듬는 것이었다.


“······.”


그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저 지그시 어딘가를 바라보며.

끝내 끝나지 않을 듯했던 여정을 돌이켜보았다.


세월을 함께 했던 드래곤은 침묵으로 배려해주었고.

한 발치 떨어져 있던, 로브를 뒤집어 쓴 다섯의 수족들도 조용히 고개를 조아렸다.


이윽고, 회상에서 깨어난 그가 자조하듯 웃으며.

시공간을 비틀어 차원 포탈을 개방했다.


“그라엘, 괴상한 말을 늘어놓는 구나.”


고고한 풍채를 과시하는 드래곤의 붉은 눈길이 아래를 굽어보았다.

예감이 좋지 않았으나 떠나보내는 마지막이니 잠자코 지켜보았다.


그러나 이 시점에서 이미 글러버렸다.


더는 미련이 없던 그는 한 치의 주저함 없이 포탈에 몸을 집어넣었다.


[···자, 잠깐!]


또한, 사내가 몰래 쥐고 있던 드래곤의 꼬리도 넘어갔다.

뒤늦게 알아차린 드래곤이 소리쳤으나 포탈의 경계를 넘어간 남자에게는 들리지 않았다.


[놔라! 놓으란 말이다!]


발악하며 분통을 터뜨리는 드래곤. 허나, 세계를 발아래에 두었던 군림자.

무의미한 발악이었다.


[이 지독한 새끼가! 어째 순순히 꺼져준다 싶었더만···!]


무력하게 끌려가며 포탈 너머로 사라지는 그라엘을 보며.

나는 참았던 하품을 끄집어냈다.


하아아아암―!


피곤에 찌든 몸을 곧추세우며, 뻐근한 두 팔을 힘껏 뻗어 올렸다.


드디어 끝났다.


한껏 충혈 된 듯 뻑뻑한 눈길에 스쳐간 시간은 어느덧 새벽 네 시경.

출근 알람이 울리기까지 고작 두 시간이 채 남지 않았지만.

나는 홀가분한 마음으로 침대에 벌러덩 누웠다.


무리하게 밤을 지새우긴 했지만, 비로소 몇 년 간 인생을 갈아 넣었던 게임.

‘아이타 유니버스 - 에피소드, 휴이 아스포델.’의 엔딩을 봤다.


이보다 뿌듯하고, 후련할 수가 없었다. 당장 잠에 들어야 겨우 쪽잠이라도 청하는데도 기분이 들뜨고 입술이 절로 씰룩거렸다.


엔딩의 휴이가 회상에 빠지며 여정을 돌아보았듯.

감은 눈 너머로 플레이했던 장면들이 선명하게 펼쳐졌다.


책장을 넘기는 것처럼.

어느 날 예고 없이 다른 차원으로 불시착해버린 프롤로그부터, 깊은 여운을 주었던 중요한 에피소드들이 차례대로 넘어갔다.


“···으휴.”


그러나 회상에 끝자락에 다다르자, 안타까운 한숨이 흘러나왔다.

고향으로 돌아간 휴이를 기다리는 참담한 현실이 자연스레 떠올라 버린 탓이었다.


“바보 같은 녀석.”


고향으로 돌아간 휴이를 플레이 할 수 있는 게임은 출시되지 않았지만.

이후는 원작에서 진작 결말까지 다뤄졌는데.


결론적으로, 휴이는 최악의 최후를 맞이한다.


누구도 그렇게 평하지 않았지만, 휴이를 애정했던 나로서는 그렇게 논할 수밖에 없었다.


휴이가 외딴 세계에 떨어졌어도 악착 같이 살아남아 고향으로 돌아가려던 것은.

자신을 버린 부모 때문도, 쥐뿔도 없는 환경 때문도, 허울뿐이었던 친구 때문도 아닌.


현실에 무엇도 없었던 휴이가 그토록 돌아가고자 했던, 단 한 가지의 염원.

버려진 보육원에서 만난, 이제는 홀로 남겨졌을 여동생과의 재회.


휴이는 귀환하자마자 여동생을 찾아갔다. 그리고 잔혹한 비극이 시작되었다.


이방인 신분으로 끊이지 않는 고난과 역경 속에서, 오직 생존을 위해 사투를 벌였던 휴이가 여동생에게 베푸는 교육은.

철저하고도 무자비한 약육강식이었다.


일상은 수직적으로, 매우 엄격하게 대했으며.

조금의 실수도 매질로, 잘하더라도 냉정한 지적으로 소녀의 가슴을 찔러댔다.

날이 갈수록 수위는 높아져만 갔고, 필요하다면 휴이는 무엇도 아끼지 않았다.


결국 가혹 행위, 감금, 구타 등 엇나간 사랑으로도 치부될 수 없는 모진 학대는 모조리 만행하고서.

끝내 여동생을 스스로보다 강하게 길러내는데 성공했다.


···했으나.


망가질 대로 망가져버린 소녀는, 그 즉시 휴이를 살해하고야 만다.


참으로 기구한 운명.

휴이에 이입해왔던 나로서는 무척 억울한 운명이 아닐 수 없는데.


그러나 뭐 어쩌겠나. 나만 딱하게 느낄 뿐이지, 응당한 업보인 것을.


“해줄 수만 있다면 나라도 대신 둘을 돈독하게 맺어줄 텐데···.”


슬슬 밀어뒀던 졸음이 한달음에 몰려든다.


안타까운 둘 사이를 애상하던 나는, 그렇게 잠에 빠져들었다.


작가의말

잘 부탁드립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먼치킨은 여동생을 잘 키우고 싶다.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9 8화, 이정표 (2) 23.01.18 27 0 13쪽
8 7화, 이정표 23.01.17 27 0 13쪽
7 6화, 입소 (2) 23.01.16 31 0 13쪽
6 5화, 입소 23.01.16 34 0 10쪽
5 4화, 수족 23.01.16 44 0 12쪽
4 3화, 여동생 (2) 23.01.16 48 1 12쪽
3 2화, 여동생 23.01.15 66 1 11쪽
2 1화, 빙의 23.01.15 74 2 10쪽
» 프롤로그, 귀환 23.01.15 78 2 5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