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빈수박 님의 서재입니다.

마법천재가 검술을 잘함

웹소설 > 작가연재 > 판타지

새글

빈수박
작품등록일 :
2024.06.18 17:17
최근연재일 :
2024.07.06 12:20
연재수 :
18 회
조회수 :
8,284
추천수 :
293
글자수 :
114,817

작성
24.07.04 12:21
조회
331
추천
17
글자
12쪽

16화. 자멸

DUMMY

솟구친 도둑놈의 피가 순간적으로 시야를 가렸다. 하지만 카일의 눈은 당황으로 물들지 않았다. 세상이 핏빛으로 보인다 하더라도 마나는 거짓말을 하지 않으므로.


솟구친 피 너머로 번들거리는 칼날이 보였다. 그 칼날이 허물어지는 피 장벽을 뚫고 직진하고 있었다. 카일은 허리를 푹 숙이며 놈의 허리를 그대로 갈랐다.


“크악!”


도둑놈의 비명. 소름끼치는 절규다. 하지만 그건 카일에게는 흥분을 폭발시키는 매개체였다. 살 뭉텅이를 베는 특유의 감각이 손끝에 저릿하게 전해졌다. 알 수 없는 희열에 카일은 몸을 한 차례 부르르 떨며 팔꿈치를 들었다. 팔의 움직임에 따라 자연스레 손목 방향이 뒤틀리며 찔러오는 단검을 튕겨냈다. 카앙! 쇠와 쇠가 부딪히는 강한 소리와 함께 단검이 부러져 튀었다. 반면 카일의 검은 부러지지 않았다.


단검이 부러지자 당황해하는 한 도둑놈. 카일은 그놈을 발로 뻥 찼다. 놈이 벽에 세게 부딪혀 쓰러졌다.


아직 적은 많다. 다른 놈이 단검을 찔러오고 있었다. 그 검날을 똑바로 봤다. 그런데 주변 시야로 누군가의 마나가 꿈틀거리는 게 느껴졌다.


‘등 뒤!’


아니나 다를까, 뒤로 전해지는 서늘한 감각. 카일은 자신에게 단검을 찔러오는 다른 도둑놈을 순간적으로 끌어안고선 재빨리 몸을 180도 돌렸다. 푹! 찔렸다. 카일이? 아니, 카일이 끌어안은 도둑놈의 배때지가.


“커헉! 너 누굴 찌르는 거야, 이 개새끼야!”

“닥쳐! 그러게 누가 당하래? 병신 같은 새끼.”


이런 상황에서도 저들은 자기들끼리 욕지거리를 주고받았다. 카일은 그 틈을 놓치지 않았다. 배때지가 찔려 피를 철철 흘리는 도둑놈을 꽉 끌어안은 채 마구 휘둘렀다. 도둑놈이 바람개비처럼 팔랑거리며 사방을 위협했다.


“씨발! 비겁한 새끼! 감히 누굴 방패막이로······!”

“야야! 그냥 찔러! 저 새끼도 같이 조져!”

“아, 안돼! 미쳤냐? 나, 난 죽기 싫······ 크아아악!”


죽음의 공포는 엄청났다. 카일에게 잡힌 도둑놈은 배때지가 찔려 피를 철철 흘리는 상황에서도 살고 싶은 모양이었다.


하지만 부상을 입은 탓에 힘이 실리지 않아 자기를 붙들어 맨 카일의 손아귀를 풀어낼 수 없다. 결국 그가 할 수 있는 건 발악뿐이었다.


“시발! 꺼져! 나 죽는다고! 죽어! 너희, 이러고도 무사할 것 같아? 응?”


상체에는 힘이 안 들어가도 하체는 여전히 튼실했다. 도둑놈이 마구 발버둥을 치며 지랄발광을 했다. 그 격동적인 몸부림에 도둑놈들이 들어오다 말고 주춤했다. 리치가 짧은 단검으로는 저 미친듯한 발악을 뚫고 함부로 들이댈 순 없었다. 덕분에 카일은 잠깐 여유를 되찾을 수 있었다.


“들어오지 마. 들어오면 이 새끼 죽어.”


어느새 카일은 도둑놈에게서 단검을 빼앗아 도둑놈의 목에 댄 채였다. 마치 인질극을 벌이는 듯한 모양새. 도둑놈은 벌벌 떨면서도 입만은 살았다.


“마, 맞아! 나 죽일 거야? 응? 대장! 말 좀 해봐! 어떻게 좀 해보라고! 잭! 이 씨발 새끼야! 대장이라고 가만히 있지만 말고!”


도둑놈의 눈이 핏빛으로 번들거렸다. 눈의 혈관이 터진 탓이다. 이런 상황에선 대장이고 뭐고 없었다. 지금 이 순간만큼은 도둑놈에게 잭은 천하의 개새끼였다.


사람의 마음은 참으로 신기하다. 분명 자기를 붙들고 있는 놈이 적이건만, 도둑놈의 의식은 방금까지 한솥밥을 먹던 식구들을 적으로 판단했다. 그는 자기를 향해 다가오는 동료들에게 마구 침을 뱉으며 다가오지 말라고 힘껏 몸부림쳤다.


“살려줘! 제발! 나 죽이지 말고 이 새끼 죽이라고!”

“하, 새끼. 진짜 골치아프게 하네. 얘들아. 뭘 망설이냐? 그냥 둘 다 같이 조져.”

“이런 개 같은 잭! 내가 너 비밀 다 말해줘? 응? 너 새끼, 고추 작다고 제이미한테 개 같이 까인 거 내가 모를 줄 알아? 이미 달빛 요람 거리에 소문 쫙 났어!”

“이런 개새······.”

“얘들아! 잭, 저 새끼 몰래 숨겨둔 돈 많아! 비밀 금고가 있어! 비밀 금고! 너희 그거 알고 싶지?”

“뭐?”

“비밀 금고? 그런 게 있다고?”

“그래! 저 새끼 귀족한테 몰래 뒷돈 받는 거 모르냐? 그거 감춰둔 게 어마어마해. 너희 그거 나눠 가지기만 해도 진짜 이 생활 청산할 정도야!”


순간, 도둑들의 눈이 잭에게 쏠렸다. 그 눈빛에 탐욕이 어렸다. 잭은 어이가 없어서 실소를 흘렸다.


“대장. 저 말이 정말입니까?”

“야. 너희 지금 저 새끼 말을 믿냐?”

“제대로 답변을 해보십시오. 저 말이 맞냐니까요?”

“지금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니야. 너희 앞에 적이 있어. 저 새끼가 우리 조직원 서른 명을 넘게 죽였다고.”

“대장. 대답 못하는 겁니까? 혹시 찔려서?”

“찔리긴 무슨······!”


하지만 잭은 제대로 대답하지 못했다. 도둑들의 탐욕 어린 눈빛은 이내 의심으로 번졌다. 카일은 그 틈을 놓치지 않았다.


“내가 아저씨들한테 제안을 하나 할게. 저 대장 아저씨만 잡아서 나한테 넘겨. 그럼 여기서 나도 끝낼게.”

“뭐, 뭣? 이런 미친······.”

“내가 지금 장난하는 것으로 보여?”


도둑놈들이 움찔했다. 카일의 표정이 진지했다. 그들은 카일과 잭을 번갈아 보았다. 그 눈빛이 갈팡질팡했다. 카일은 그걸 노렸다.


“잘 생각해 봐. 너희들이 날 결국 죽인다고 한들, 내가 그렇게 쉽게 죽어줄 것 같아? 천만에. 난 죽을 때 죽더라도 너희들 대부분을 다 죽이고 죽을 자신이 있어. 너희도 이놈들처럼 죽고 싶지 않을 거 아냐. 안 그래?”

“그, 그건.”


놈들이 망설였다. 그들도 부인하지 않았다. 그럴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지금까지 보여준 것만 해도 평범함과는 거리가 멀지 않나. 아무리 어린놈이라 할지라도 혼자서 서른 명이나 되는 조직원들을 모조리 쓸어버린 것 자체가 말이 안 됐다.


애초에 뒷골목에서 노닥거릴 수준의 녀석이 아니었는데, 우리가 상대를 잘못 고른 게 아닐까. 지금 여기서라도 끝내야 하지 않을까. 그런 생각이 그들의 머릿속을 돌아다녔다.


“나 대신 저 대장 놈만 희생하면 너희들은 살 수 있어. 난 너희를 죽이지 않을 거고, 너희와 나의 악연은 여기서 끝맺음하겠지. 너희도 날 안 노릴 테니까. 안 그래?”

“마, 말도 안 되는 소리. 우리가 대장을 그렇게 쉽게 넘길 것 같냐?”

“개수작을 부릴 생각은 하지 마라!”


반응이 오지 않는다. 하지만 카일은 개의치 않고 말을 이었다.


“싫어? 싫으면 어쩔 수 없지. 저 잭인지 뭔지 하는 대장 아저씨만 넘겨주면 너희들은 목숨도 구하고 비밀 금고의 돈도 나눠 가질 수 있을 텐데.”

“비, 비밀 금고.”


꿀꺽. 도둑들이 침을 삼켰다. 욕심이 생기는 모양이었다.


“게다가, 저 아저씨가 없어지면 길드 마스터 자리도 비게 되겠지. 1인자의 자리를 쉽게 거머쥘 수 있는 아주 좋은 기회인데, 이런 기회를 놓치다니. 어쩔 수 없이 다 죽여야 하나······?”


순간 그림자 손 길드원들의 눈빛이 번들거렸다.


‘대장 자리?’

‘길드 마스터!’


서로가 서로를 바라보았다. 그 눈빛에 강한 탐욕이 일었다. 그들은 이내 자기들의 대장을 똑바로 바라보았다.


탐욕의 눈빛이 쏟아진다. 왠지 느껴지는 섬뜩함에 잭의 얼굴이 하얘졌다.


“너, 너희들 미쳤어? 아니지? 응?”

“대장. 사실 우리도 모르고 있는 건 아니었소. 솔직히 많이 해먹었잖소?”

“이 미친 새끼들아! 대체 뭔 소리를 하는 거야!”


도적들이 몸을 돌렸다. 단검을 꼬나쥐고 역으로 자기 대장을 포위하기 시작했다.


“사실 우리도 따까리짓을 너무 많이 했어. 이제 우리도 좀 편해질 때가 온 것 같소.”

“얘, 얘들아. 정신 차려. 지금 너희 제정신 맞냐? 응?”

“제정신이지. 그 누구보다. 오히려 대장이 더 제정신이 아니지 않을까 싶은데. 우리 몰래 비밀 금고도 마련해 두고.”

“씨발······.”


잭의 걸쭉한 욕설이 터졌다. 그는 상황이 글러먹었음을 파악했다.


잭이 카일을 노려보았다. 하지만 아무것도 할 수 있는 건 없었다.


“그래. 너희 죽고 나 죽어 보자. 이렇겐 안 뒈진다. 새끼들아.”

“조져!”


이윽고 이어진 동족상잔의 비극. 카일은 그제야 붙잡고 있었던 도둑놈을 놓았다. 놈은 피를 너무 많이 흘렸는지 의식을 잃은 뒤였다.


이제 아무도 카일을 신경 쓰지 않았다. 카일은 그들의 싸움을 지켜보았다. 어떠한 형식도 없는 개싸움. 그야말로 뒷골목 사내들에게 어울리는 그런 싸움이었다. 그 모습을 지켜보며 카일은 혀를 찼다.


꼴불견이 따로 없다.


같은 조직의 이름 아래 똘똘 뭉쳤지만, 그들의 의리는 결국 허울뿐인 의리에 불과했다. 약간의 불협화음에도 무너질 조직에 불과했던 것이다.


꽤나 단합이 잘 되어 보였어도 그 속은 역시나 도둑놈에 불과하다는 걸 카일은 깨달았다.


돈, 자리에 눈이 멀어 동료와 상관조차 해치는 저 모습이 너무나 추해 보였다. 카일은 절대 저렇게 살지는 않아야겠다고 다짐했다. 잘 먹고 잘 사는 것도 중요하지만, 결국 나 스스로 떳떳하게 노력해서 일구는 게 맞지 않겠는가?


‘나는 절대 저렇게 살지 말아야지. 나는 누가 뭐래도 떳떳하게 살 거야.’


그렇게 소년은 세상을 하나 배웠다.


한편 싸움은 팽팽했다. 잭은 혼자였지만, 잘 싸웠다. 그의 분전이 빛을 발했다. 그 잠깐 사이에 잭은 네 명을 죽였고, 실시간으로 다섯 명째 베는 중이었다.


하지만 상처를 너무 많이 입었다. 눈에 보이는 검상만 네 개였다. 잭의 심장에서 생명력이 서서히 빠져나가는 게 느껴졌다. 아마 멀쩡하게 살기는 힘들어 보였다.


카일은 바닥에 떨어진 은화 몇 개와 단검들을 챙기고선 미련 없이 몸을 돌렸다. 동족상잔이 일어나는 도둑놈들의 아지트를 뒤로하고 바깥을 향해 걸었다.


다시 비밀 통로로 나가니, 바깥엔 아무도 없었다. 여전히 밤이었고 세상은 어둠에 잠겨 있었다.


카일은 거리를 한참 배회하다 가까스로 여관을 찾았다. 한밤중에도 도시의 여관은 운영을 하고 있었다. 딸랑딸랑 종소리와 함께 문이 열리며 여급이 카일을 반겼다.


“어서 오세요! 숙박이신가요? 아니면 식사만······ 꺄악!”


여급이 카일을 보며 비명을 질렀다. 몰골이 말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온몸이 피투성이였다. 피로 목욕을 한 것 같았다. 시뻘건 모습인데도 태연한 카일의 모습이 공포로 다가왔다.


“하루 묵고 싶은데. 혹시 방 있나요?”

“네? 네! 이, 있습니다! 이, 이쪽으로 오세요!”


홀짝이며 술을 마시던 손님들이 카일을 힐끔거리며 쳐다봤다. 여급은 벌벌 떨며 카일에게 방을 안내했다. 왠지 모르게 오해를 산 것 같았지만, 카일은 오해를 정정할 힘도 없었다.


놀랍게도 다친 곳은 한 군데도 없었지만, 피로가 온몸을 집어삼키기 직전이었다. 카일은 딱딱한 나무침대에 눕자마자 그대로 곯아떨어졌다.


그날 밤, 카일은 꿈을 꿨다. 전장에서 멋지게 검을 휘두르며 적을 물리치고 돌아와 시민들의 환호를 듣는 꿈을.




*




카일이 묵은 여관방.


카일이 잠에 든 지 약 1시간가량 되었을까.


카일의 몸에서, 본인은 모르는 미증유의 변화가 일어나고 있었다.


꿈틀! 꿈틀!


겉으로 보면 그냥 잘게 경련이 일어나고 있는 것으로만 보일 미미한 변화.


하지만, 현상 너머의 이면 세계는 미미하다고 말할 수준의 변화가 아니었다.


대기 중의 마나가 기력을 전부 소모해 허해진 카일의 몸에 잔뜩 들러붙으면서 생긴 변화.


마나의 축복을 받은 자는 필연적으로 마나를 끌어모으기 마련. 텅 빈 상태인 카일의 육신은 주변의 마나를 몽땅 끌어모으기 시작했다.


마치 고갈된 우물과 같이 황폐해진 카일의 몸에 물줄기를 채워주며, 카일의 몸에 급속도로 양분이 공급되고 있었다.


꿈틀! 꿈틀!


하지만, 겉보기로는 그저 미세한 경련일 뿐인 변화.


“······.”


그렇기에 실내는 조용했다. 색색거리는 소년의 숨소리만 조용히 울려퍼질 뿐이었다.


작가의말

文pia블랙 님 후원 감사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1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마법천재가 검술을 잘함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제목을 변경했습니다. (6/27일 갱신) 24.06.24 357 0 -
18 18화. 암습 NEW 17시간 전 162 9 13쪽
17 17화. 마법 갑옷 +1 24.07.05 258 15 14쪽
» 16화. 자멸 +1 24.07.04 332 17 12쪽
15 15화. 그림자 손 길드 (3) +1 24.07.03 364 13 14쪽
14 14화. 그림자 손 길드 (2) +1 24.07.02 378 13 15쪽
13 13화. 그림자 손 길드 (1) 24.07.01 416 17 13쪽
12 12화. 아레스 24.06.30 455 16 17쪽
11 11화. 워프 게이트 (2) +1 24.06.29 450 20 14쪽
10 10화. 워프 게이트 (1) 24.06.28 478 14 17쪽
9 9화. 심문 24.06.27 475 18 13쪽
8 8화. 마법사 사냥 24.06.26 480 19 14쪽
7 7화. 도적 떼 24.06.25 492 20 14쪽
6 6화. 동패 용병 24.06.24 517 21 12쪽
5 5화. 세상으로 +1 24.06.23 536 19 15쪽
4 4화. 탈출 (2) 24.06.22 564 16 12쪽
3 3화. 탈출 (1) 24.06.21 576 17 14쪽
2 2화. 불의의 습격 24.06.21 607 16 16쪽
1 1화. 마탑 노예 +2 24.06.21 737 13 14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