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빈수박 님의 서재입니다.

마법천재가 검술을 잘함

웹소설 > 작가연재 > 판타지

새글

빈수박
작품등록일 :
2024.06.18 17:17
최근연재일 :
2024.07.02 12:20
연재수 :
14 회
조회수 :
3,823
추천수 :
142
글자수 :
90,826

작성
24.06.30 12:21
조회
227
추천
11
글자
17쪽

12화. 아레스

DUMMY

카일은 눈을 끔뻑거렸다. 침도 꿀꺽 삼켰다. 소년은 지금 눈앞에 주어진 상황을 믿을 수가 없었다.


주머니를 받았다. 제법 묵직한 가죽 주머니. 그 안에는 찬란히 빛나는 금화가 20개 들어 있었다.


혹시 이거 가짜는 아니겠지?


“이거 진짜 금화 맞죠?”

“당연히 맞죠. 제국 문양이 찍혔지 않습니까.”

“그렇긴 한데.”


실감이 안 나서 말이지.


카일은 눈을 비볐다. 정말 금화였다. 20골드! 세상에!


살아생전 이렇게 큰돈을 만져보는 건 처음이었다. 이게 꿈인가 생시인가?


금화 20개. 평민은 몇 년을 종일 뼈 빠지게 일해도 손댈 수조차 없는 돈이다. 그런 돈을 한 번에 벌었다.


‘난 이제 부자야!’


카일은 애써 웃음을 참으려 했다. 하지만 야속하게도 웃음이 삐져나왔다. 아, 그래도 좀 점잖은 모습을 보여주고 싶은데. 하지만 너무 좋은 걸 어떡해. 카일은 실실 웃으며 연신 주머니를 만지작거렸다. 금화가 짤랑거리며 영롱한 소리를 냈다.


‘금화는 이렇게 생겼구나.’


모든 금화엔 드래곤 문양이 있다. 제국을 상징한다는, 날개를 펼친 드래곤 문양이다. 카일은 그걸 실제로 보는 건 처음이었다.


“저어, 손님. 혹시 괜찮으시다면, 저희가 정식으로 초대를 해도 되겠습니까?”

“네? 저를요?”

“그렇습니다. 안에 들어가서 대화를 나눠보는 게 어떻습니까? 긴히 드리고 싶은 말씀이 있어서······.”

“그냥 여기서 말해도 되는 거 아니에요?”

“아, 그건, 그게······ 이렇게 트인 장소에서 말하는 건 좀 비밀스러운 대화가 될 수도 있을 것 같아서······. 하하.”


파렐이 말을 얼버무리며 머리를 긁적였다. 처음 카일을 깔봤던 태도와는 백팔십도 달라진 모습이었다.


“근데 저희, 이제 워프 게이트 타고 넘어가야 하는데요.”

“예. 그렇겠죠. 그렇긴 한데······. 조금, 그러니까 조금만 대화를 나눠보면 안 되겠습니까?”

“글쎄요. 저희 지체할 시간이 없어서.”


카일은 저 마법사들의 태도가 어쨌건 말건 그건 중요하지 않았다. 파렐과 마법사들이 굽신거리거나 말거나 금화만 쳐다보고 있었다.


관심조차 없는 카일의 태도를 보며 파렐은 속으로 안타까움만 삼켰다.


‘제길. 진짜 워프 게이트를 고칠 줄이야. 그냥 애송이인 줄로만 알았는데······!’


누가 알았겠는가. 저런 어린 소년이 워프 게이트를 고칠 줄은.


하지만 세상엔 가끔 불가사의한 일이 일어나는 법이었다.


고치기 전까지는 아니었지만, 이젠 아쉬운 사람은 저 손님들이 아니라 파렐 쪽이 되어 버렸다.


‘천재다. 마법의 천재야. 저 소년은 무조건 영입해야 해!’


마법을 안 배웠단다. 이론 공부만 조금 했단다. 그런 주제에 워프 게이트를 고쳤다.


말도 안 되는 소리 같지만, 진짜다. 모두가 두 눈으로 똑똑히 봤지 않은가.


그게 뜻하는 바는 딱 하나밖에 없다.


천재.


믿기는 싫지만, 가끔 하늘이 선택해 준 마법의 천재가 나타나기도 한다. 어쩌면 자신은 그 마법의 천재를 목도하고 있는 걸지도 모른다.


아직 성년조차 치르지 않은 소년. 하지만 벌써부터 떡잎이 올바른 대단한 소년.


저 소년을 백탑에 끌어들일 수만 있다면. 백탑의 제자로 키운다면. 그렇게 공을 세운다면······.


‘더 높은 자리에 오르는 것도 꿈은 아니야.’


파렐의 눈이 출세욕으로 번들거렸다. 그걸 위해서 못할 게 뭐가 있겠는가.


돈? 줬다. 정중하게 사과도 했다. 허리까지 90도로 숙이며 굽신거리기까지 했다. 이 정도면 최소한의 성의를 보였을 터.


이제 대화만 하면 된다. 어떻게든 설득만 하면 되는 것 아니겠는가.


하지만.


저 소년은 도저히 대화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결국, 그는 패를 꺼낼 수밖에 없었다.


“혹시, 마법을 배워볼 생각이 있습니까?”

“마법이요?”

“예. 손님은 재능이 있습니다. 마법의 재능이요. 손님께서 원한다면, 저희 백색 마탑의 제자가 될 수 있게 해드리고 싶습니다.”


여기저기서 경악이 퍼졌다. 백색 마탑 마법사가 직접 전하는 영입 제안이라니! 되기만 한다면 인생이 핀다는 꿈만 같은 그림이 사람들의 눈앞에서 펼쳐지고 있었다.


문제는, 정작 당사자가 관심조차 없다는 것이지만.


“저 마법 안 배울 건데요.”

“예? 안 배운다고요?”

“네.”

“왭니까? 왜 안 배우려고 하시는 거죠?”

“저는 검이 더 좋거든요.”


카일이 옆구리의 검을 툭툭 건드렸다. 마법? 배우긴 뭘 배워. 안 배울 거야. 난 이게 좋아.


그리고 어차피 배울 수도 없다. 물론 그걸 자기 입으로 말하는 바보짓은 하지 않을 생각이지만.


“손님. 오해하지 말고 들어 주십시오. 그런 재능으로 검을 잡는다는 건 정말 인류의 손해입니다. 예? 손님 같은 분은 마법을 배워야 합니다.”

“아뇨. 그렇게 말씀하셔도 안 배울 거예요.”


파렐은 눈치 빠르게 카일의 기분을 파악했다. 별로 언짢아하지는 않고 있다. 하지만 더 말한다면 기분 나빠 할 수도 있다. 그렇게 되면 최악이다.


그는 즉시 노선을 바꿨다. 좀 더 멀리 바라본다. 지금 당장 영입을 할 수 없다면, 호의라도 쌓아두는 게 나을 터.


최악만은 면해야 한다. 다른 마탑에 넘어가는 경우. 그건 피해야 한다.


“하하. 죄송하게 됐습니다. 제가 너무 손님에게 과한 요구를 한 게 아닌가 싶네요. 사죄의 의미에서 여러분들에게 특별히 이번 워프 게이트 이용료를 면제해드리고 싶은데, 괜찮으시겠습니까?”

“네? 이용료 면제요?”

“그렇습니다. 사죄의 의미로 이렇게라도 해드리고 싶은 것이니, 부디 받아주셨으면 좋겠네요.”


카일이 대충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감흥이 오지 않았다. 애초에 게이트 이용료는 카일이 내는 게 아니라 파멜라가 내는 것이었잖나.


“부단주님. 워프 게이트 공짜로 태워주겠다는데요?”

“······.”

“부단주님? 의뢰주님? 뭐 하세요?”

“······어어? 예!”


파멜라는 멍하게 있다가 뒤늦게 정신을 차렸다.


“방금 들었죠? 우리 공짜로 태워주겠대요. 잘 됐죠? 아, 게이트 고쳐진 것도 들으셨죠?”

“네. 들었어요. 조, 좋네요.”


그녀는 멍한 표정으로 카일을 보았다. 돈주머니를 만지작거리며 싱글벙글하고 있었다,


처음 만났을 땐 그렇게 바보 같아 보였었던 저 소년의 모습이 지금은 너무나 좋게 보였다.


‘세상에. 이걸로 아낀 시간과 돈이 얼마야?’


어찌나 감격스러웠으면, 귀엽고 사랑스럽게 보이기까지 했다. 그녀는 당장 달려가 확 뽀뽀라도 갈겨버리고 싶은 마음을 가까스로 참았다.




*




헤르탄 왕국. 제국 옆에 붙은 나라로, 조그마한 나라인 에일리시아 왕국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땅덩이가 큰 나라다. 그런 만큼 도시도 훨씬 규모가 크다.


이곳, 도시 아레스는 에일리시아의 도시 발테라보다도 훨씬 큰 규모를 자랑했다.


“크, 역시 큰 나라가 좋긴 좋아. 볼 거리가 많다니까.”

“그러게 말이야.”

“나는 저기 남동쪽 구역에나 가 봐야겠어.”

“왜? 물이라도 빼게?”

“당연히 그래야지. 아레스의 홍등가가 그렇게 유명하다던데.”

“그건 그렇지. 나도 듣긴 했어.”


워프 게이트를 나온 용병들은 저마다 감탄했다. 조그만 나라에서 용병질을 하다가 큰 나라의 도시에 오니 확실히 다르긴 달랐다.


더 넓어진 대로, 더 많고 다양한 사람, 다양한 건물과 시설 등. 뭐 하나 발전하지 않은 게 없었다.


당연히 카일도 마찬가지 반응이었다. 카일은 촌뜨기라는 걸 광고라도 하듯, 입을 조금 벌린 채 여기저기 구경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이봐, 카일. 고마웠어.”

“네 덕분에 우리 엄청 편하게 왔다고.”

“맞아. 이렇게 헤어지는 게 아쉬울 따름이구만.”

“또 다음에 만날 기회 없으려나?”


용병들은 그런 카일에게 고마움과 아쉬움을 표현했다. 그도 그럴 것이, 이제 의뢰가 거의 막바지에 도달했기 때문이다.


바리카 상단의 최종 도착지는 백색 마탑 아레스 지부. 그런데 이곳은 워프 게이트와 마탑 지부 사이의 거리가 상당히 멀다. 같은 도시라 하더라도 빠른 걸음으로 최소 30분은 걸어야 한다.


그 말인즉, 30분 뒤면 헤어져야 한다는 소리다.


“뭐, 다음에 또 만날 기회 있겠죠.”

“하하. 그렇겠지. 나중에 만나면 아는 체 꼭 해.”

“예. 그럴게요.”


그렇게 30분을 더 걸어 도착한 최종 목적지. 일행은 백색 마탑 아레스 지부에 도착했다.


이미 발테라 지부에서 봤기에 그다지 감흥은 없었지만, 조금 탑이 더 컸다. 높이도 조금 더 높은 것 같았다. 아마 더 강한 나라인 만큼 탑을 더 높게 지었으리라.


카일과 용병들은 들어가지 않았다. 그들은 호위로 따라온 용병인 만큼 굳이 안까지 따라갈 필요가 없었다. 그새 친해진 용병 아저씨들과 농담 따먹기나 하면서 잠깐 기다렸다.


잠시 후 파멜라가 일꾼들을 이끌고 빈 짐마차로 나왔다. 파멜라의 표정은 한껏 즐거운 표정이었다.


그럴 만도 했다. 꼼짝없이 망하는 줄로만 알았는데 오히려 이득을 봤으니.


원래 예상보다 더 돈을 벌었다. 시간을 비약적으로 단축시켰기 때문이다. 워프 게이트를 이용했으면서도 요금을 안 냈지 않나.


“자자, 여기 의뢰금입니다. 다들 고생 많으셨습니다.”

“흐흐, 고맙수다. 금화 요고, 참 빤딱빤딱하니 예쁘구만.”


용병들은 3골드라는 거금을 성공적으로 지급받았다. 모두가 정산이 끝났고, 이제 남은 건 헤어지는 것이었다. 카일도 다른 용병들처럼 돈 받으려는데, 다른 용병들과 달리 파멜라가 직접 돈을 건넸다.


“카일 씨. 많이 기다렸죠?”

“네? 괜찮아요. 다 순서라는 게 있는데요.”

“여기 의뢰금. 고마웠어요. 정말로요.”


파멜라가 직접 준 돈주머니. 그 돈주머니가 상당히 묵직했다. 카일은 안을 살펴보고 고개를 갸웃했다.


“부단주님. 이거 좀 이상한데요.”

“왜요?”

“돈이 더 들었어요.”


분명 금화가 3개 들어있어야 하는데, 금화가 10개였다. 그러니까 10골드.


“아, 그거 더 쳐 드린 거예요.”

“왜요?”

“그야, 카일 씨 덕분에 이렇게 무사히 상행을 끝마칠 수 있었으니까요?”


파멜라가 싱긋 웃었다. 카일은 그 미소가 예쁘다고 생각했다. 솔직히 카일은 여인에게 면역력이 많진 않은 편이었다. 허구한 날 지하에만 틀어박혀 살았지 않나.


크흠, 카일은 헛기침을 하면서 물었다.


“제가 뭘 했는데요?”

“뭘 했다뇨. 그걸 몰라서 물어요? 마법사 둘 잡아줬지, 워프 게이트 고쳐서 우리 시간 단축해 줬지. 그것만 해도 우리 상단은 카일 씨에게 엄청난 빚을 진 거예요.”

“그래요?”

“네. 빚을 졌으면 당연히 갚아야 하는 게 상인의 도리죠. 그래서 의뢰금을 더 쳐 드린 거예요.”

“그렇구나. 고맙습니다.”

카일이 꾸벅 고개를 숙였다. 고마움에서 비롯된 진심의 인사였다. 그냥 밥값 했다고 생각한 건데 저렇게 생각하다니! 자그마치 3배나 되는 돈을 더 쳐주면서!


‘좋은 분인 것 같아.’


어쩌면 하늘에서 내려온 천사 누나가 아닐까, 카일은 그런 생각도 해보았다.


카일의 그 인사를 보고 파멜라가 쿡쿡 웃었다. 그녀는 카일의 저런 모습이 꼭 어린애 같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녀는 잊지 않고 있었다. 마법사를 장난감처럼 상대하는 카일의 모습을. 검사로서의 진면목을.


그때의 모습은 정말······.


뭐랄까.


그래. 한 마리의 늑대 같았다.


아직은 다 자라지 않았지만, 언젠간 커서 한 마리의 맹수가 될 새끼 늑대.


‘게다가, 마법 지식도 풍부하지.’


마법사도 아닌데 워프 마법진을 고쳤다. 마법에 문외한인 그녀라도 그게 평범한 경우가 아니라는 건 알았다.


‘확실히 평범한 소년은 아니야.’


이래서 안목이 중요한 것이다.


그녀는 스스로의 안목을 믿었다. 지금까지 본 것만으로도 이 소년은 크게 될 가치가 있었다.


그리고 그녀는 상인이다.


상인은 판단이 설 때 확실하게 투자해야 하는 법이다.


그녀는 품에서 물건 하나를 더 꺼냈다. 웬 네모난 팻말같이 생겼는데, 마차 그림이 그려져 있었다.


“아참, 그리고 이것도 가져가세요.”

“이게 뭔데요?”

“저희 바리카 상단의 증명패예요.”

“증명패?”

“네. 그걸 가지고 있다는 건, 저희 상단의 특별 손님이라는 뜻이에요. 나중에 혹시라도 곤란해질 일이라도 생기면, 그걸 가지고 저희 상단에 찾아오세요. 어떻게든 저희가 도와줄 테니까.”


카일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그런 의미라면, 이거 엄청 귀한 거 아닌가?


“제가 받아도 돼요?”

“당연히 되죠. 저희에게 도움을 줬으니까, 저희도 카일 씨를 도와주고 싶다는 의미예요.”

“으음. 그런 거라면.”


카일은 증명패를 품에 집어넣었다. 준다니 안 받을 이유도 없었다.


“곤란한 일이 생기면 꼭 그렇게 할게요.”

“후훗. 이래 봬도 저희 상단, 꽤 알아주거든요. 나중에 꽤나 도움이 될 거라고 자부해요.”


카일은 재차 꾸벅 고개를 숙이고 몸을 돌렸다. 이미 다른 용병들은 다 해산한 뒤였다. 남은 건 카일 혼자.


“다음에 또 인연이 닿았으면 좋겠네요.”

“저도요. 다음에 봐요, 부단주 누나.”


파멜라는 그리 말하며 멀어지는 카일의 뒷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누나라······.’


그 모습을 보고 있자니, 문득 본가에 있을 남동생이 생각났다.


그녀의 남동생이 딱 저만한 나이였다. 그런데 그 녀석, 하는 행동은······.


‘어휴. 웬수지. 웬수야. 밥만 축내는 밥벌레.’


그녀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남동생만 생각하니 절로 주먹이 떨렸다. 확 쥐어패고 싶다고나 할까.


하지만 그에 비해 카일은? 듬직하면서 귀여운 모습도 있었다. 남동생 놈에 비하면 백 배는 나았다.


‘아무리 생각해도 카일 씨는 용병으로 남을 인재는 아니란 말이야.’


그녀의 진심이었다. 그리고 그녀는 평소부터 사람 보는 눈이 있다고 자부했다.



*




카일은 널찍한 대로를 걸으며 돈주머니를 흔들었다. 짤랑거리는 소리가 났다. 졸지에 카일은 30골드나 가진 거부가 됐다.


금화 3개도 아닌, 20개도 아닌 30개! 이걸로는 정말 모든 걸 다 할 수 있다!


음식? 뭐든 먹을 수 있다. 옷? 실컷 살 수 있다. 말도 여러 필이나 살 수 있으며 심지어는 집까지도 한 채 장만할 수 있다. 아니, 사고도 남는다!


그런 거금을 어떻게 쓸까. 카일은 걸으며 고민했다.


‘아무래도 옷부터 사야겠지.’


그다음은 갑옷을 사고, 무기도 좀 살 생각이다. 단검 같은 거.


다른 용병 아저씨들은 보조 무기를 몇 개씩 가지고 다니던데, 카일도 그렇게 하고 싶었다.


‘그다음엔 검집도 좀 맞추자.’


지금은 검을 헝겊으로 감싸고 있었다. 검집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건 너무 모양 빠지는 일이었다. 불편하기도 하고.


‘대장간에 가면 맞춰준다고 했었지.’


카일은 두리번거렸다. 상점가가 어디에 있을까.


‘아, 저깄······.’


카일의 생각이 끊겼다.


갑자기 대기 중의 마나가 흔들리기 시작했다. 마치 고요한 호수에 퍼지는 파문처럼 요동쳐댔다. 그 요동치는 마나 사이에 인공적인 마나가 조금 끼어들었다.


그것이 뜻하는 건 하나다. 누군가가 접근하고 있다. 그것도, 의도적으로 다분히. 카일은 본능적으로 몸을 숙였다.


“헉!”


누군가의 숨소리가 들린다. 카일은 즉시 손을 뻗었다. 뭔가를 움켜잡았다. 누군가의 목이었다.


카일은 움켜진 손을 위로 올렸다. 잡힌 누군가가 하늘로 대롱대롱 매달려 마구 신음했다.


“캐, 캑!”

“너 뭐야.”

“가, 갑자기 왜 그러세요!”


그 정체는 후드를 깊게 눌러쓴 소년이었다. 카일보다도 어려 보이는 게, 소년이라기보다는 그냥 애였다.


“너, 왜 날 노리려고 한 거야? 나한테 뭐 하려고?”

“그, 그게 무슨 소리세요? 저, 전 그냥 지나가고 있었을 뿐인데······.”


카일은 집중했다. 집중하면 상대방의 마나를 볼 수 있다. 몸 바깥이든, 몸 안이든 예외는 없다. 카스톨은 물론, 스칼조차도 몰랐던 카일의 비밀 두 번째였다.


“어? 정말 아니네?”


그런데 이 소년의 마나는 아까 끼어들었던 마나가 아니었다.


“뭐지? 분명 누가 나 노렸는······.”


카일의 낯이 굳어졌다.


돈주머니가 사라졌다. 자그마치 30골드의 거금이.


카일은 멱살을 쥔 꼬마를 내팽개쳐 버리고 즉시 집중했다. 대기를 떠다니는 마나 틈바구니에 숨은 실오라기 같은 마나 한 줄기가 보였다.


‘저놈이다!’


카일은 즉시 뛰었다. 그러자 그 마나의 움직임이 빨라졌다. 자신을 의식하고 있는 게 분명했다.


‘개 같은 새끼. 잡히면 죽었어. 절대 안 놓친다.’


카일의 눈에서 불이 뿜어지는 듯했다. 그는 질주를 멈추지 않으며 오른손으론 허리춤의 검 손잡이를 만지작거렸다.


동시에 눈으로는 한 곳만 바라보았다. 길게 꼬리를 남기는 마나의 흔적. 그것만 쫓아가면 세상 어디로 도망가든 쫓을 수 있다. 마나는 거짓말을 하지 않기에.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마법천재가 검술을 잘함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제목을 변경했습니다. (6/27일 갱신) 24.06.24 191 0 -
14 14화. 그림자 손 길드 (2) NEW 2시간 전 43 3 15쪽
13 13화. 그림자 손 길드 (1) 24.07.01 177 10 13쪽
» 12화. 아레스 24.06.30 228 11 17쪽
11 11화. 워프 게이트 (2) +1 24.06.29 249 11 14쪽
10 10화. 워프 게이트 (1) 24.06.28 263 8 17쪽
9 9화. 심문 24.06.27 266 13 13쪽
8 8화. 마법사 사냥 24.06.26 266 14 14쪽
7 7화. 도적 떼 24.06.25 281 13 14쪽
6 6화. 동패 용병 24.06.24 297 14 12쪽
5 5화. 세상으로 24.06.23 313 10 15쪽
4 4화. 탈출 (2) 24.06.22 330 9 12쪽
3 3화. 탈출 (1) 24.06.21 337 10 14쪽
2 2화. 불의의 습격 24.06.21 351 9 16쪽
1 1화. 마탑 노예 +1 24.06.21 421 7 14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