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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수박 님의 서재입니다.

마법천재가 검술을 잘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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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수박
작품등록일 :
2024.06.18 1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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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6.28 1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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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쪽

10화. 워프 게이트 (1)

DUMMY

마탑 노예로 마법사들에게 착취당하며 자그마치 인생의 절반을 살았어도, 카일은 딱히 마법사들을 증오하는 마음이 생기진 않았다.


인생을 고통스럽게 한 건 분명 마법사들이지만, 그렇다고 세상의 모든 마법사가 전부 나한테 몹쓸 짓을 한 나쁜놈은 아니지 않나.


어디까지나 일부에 불과한 것이다.


구태여 열을 올리면서까지 마법사들에게 복수를 하니 마니 하는 쓸데없는 짓을 하고 싶지는 않았다.


세상에 재밌는 게 얼마나 많고 하고 싶은 게 얼마나 많은데, 굳이 그런 짓을 왜 해야 한단 말인가.


쓸데없이.


하지만.


복수를 아예 안 하겠다는 건 아니다.


현자처럼 복수심에 아예 초연하다?


그건 정말 말도 안 되는 말이다.


어찌 사람이 그럴 수 있겠나.


수도자도 아닌데.


16세. 치기 어린 소년의 마음은 아직 성숙하지 못했다. 소년의 억울하고 분한 마음은 여전히 가슴 속에 그대로 남아 있었다.


그동안 꼭꼭 감춰져 있었던 그 억울하고 분한 마음이, ‘흑색 마탑’이라는 단어를 듣는 순간 가슴 속에서 튀어나왔다.


끼어들지 않을 수 없었다.


“흑색 마탑을 모른단 말입니까? 어찌 그럴 수가······.”

“제가 좀 외딴곳에서 살다가 와서요. 아무도 모르는 시골 출신이에요.”

“아하. 뭐 그러시다면 그럴 수 있겠죠. 그러니까 흑색 마탑이 뭐냐면, 세계에서 가장 큰 마법사 세력 중 한 곳입니다. 극악무도하기로 소문이 났죠.”

“왜 극악무도한데요?”

“그야 흑마법사들의 단체니까요. 흑마법사들이 원래 좀 극악무도하지 않습니까. 어휴, 말만 해도 심장이 콩닥거리네.”

“카일 씨는 못 들어봤겠지만, 소문이 아주 괴팍합니다.”

“소문에 의하면 패악질이 장난이 아니랍니다. 자기들의 행사를 방해한 놈은 끝까지 쫓아가서 죽여버린다는데, 어후. 미친 거 아닙니까?”

“그것만인가? 뭐, 인체 실험을 한다는 말도 있었지 아마?”

“아, 그거! 나도 들어본 것 같아. 막 사람을 납치해서 마법 실험을 한다나 뭐 어쩐다나.”


그러니까 일꾼들의 말을 종합해 보자면.


-극악무도한 흑마법사들의 단체인데, 패악질을 부리고 다니는 것으로 소문이 났다.

-자기들의 행사를 방해하면 끝까지 쫓아가서 죽여버리는 미친놈들이다.

-사람을 납치해서 잔인한 마법 실험을 일삼는다.


대충 그렇게 요약할 수 있다. 그 소문대로라면 정말 극악무도한 미친놈들이라는 말인데.


카일도 대강 아는 사실이었다.


그런데 왜 물었느냐?


세상 사람들도 자신처럼 똑같이 생각하는지, 그게 궁금해서였다.


내가 아는 상식이 상식이 아닐 수도 있지 않은가.


8살때까지는 촌구석에서 무지렁이로 살았고, 8살 이후부터는 마탑에 콕 박혀 매일 같이 착취당하는 인생을 살았기에.


그런데 다행이었다. 내가 아는 흑색 마탑에 대한 상식과 사람들이 생각하는 흑색 마탑에 대한 상식이 비슷한 것 같았다.


‘역시 그놈들은 나쁜놈인 거였어.’


카일은 미소지었다.


나쁜놈이 정말 나쁜놈이라서 참 다행이었다.


나중에 제대로 마주쳤을 때, 속 시원하게 패버릴 수 있지 않겠는가.


‘아, 그 두놈들이 흑탑의 마법사들인 걸 알았으면 좀 더 괴롭혀 주는 거였는데.’


그런 후회를 해보지만, 이미 죽은 마법사 둘은 살아 돌아오지 않는다.


“하여튼, 무시무시한 놈들입니다. 우리 잘못하면 진짜 된통 당할 수도 있다고요.”

“자기들의 행사를 방해했으니 복수하러 올 수도 있다, 뭐 그런 말인가요?”

“그렇죠! 그렇게 당한 사람이 많답니다! 그런데 놈들과 마주쳐 버렸으니······. 으으, 생각만 해도 싫습니다. 흐으으.”

“에이, 설마 그럴까요? 자기들이 잘못한 거잖아요. 아저씨들은 정당하게 상행을 하는 것뿐인데.”

“그런 상식으로 될 자들이었으면 저희가 이렇게 걱정을 했겠습니까?”

“그건 그래요.”


대화는 무르익고 밤은 깊어지고 있었다. 일꾼들의 걱정은 이내 감정 섞인 뒷담화로 변했다. 망할 새끼들이 왜 도적으로 변장까지 하면서 물건을 탈취하려 하냐며 마구 욕하고 있었다.


카일은 그들의 말을 잠자코 들으며 생각했다.


‘흑탑 놈들이 보복하러 올 것 같진 않아.’


고작 상인과 용병 따위에게 무슨 억하심정이 있어서 복수나 하러 오겠는가. 마법사들이 한가한 자들도 아닌데.


떳떳하지 않기에 변장을 한 것 아니겠나. 그걸 생각해 보면, 보복은 합당한 선택지가 아니다.


‘굳이 또 나타난다면, 그건 보복이 아니라 물건 탈취 목적이겠지.’


어디까지나 놈들의 목적은 물건일 테니까.


‘놈들이 나타난다면, 그럼 그때는······.’


카일은 생각을 이어가려다 말고 고개를 저었다. 너무 복잡하게 생각하고 싶지 않았다.


하고 싶은 것만 생각하고 싶다. 돈을 벌고, 검을 수련하고, 번 돈으로 맛있는 것도 먹고 좋은 옷도 사고. 그것만 생각하기에도 시간이 모자라다.


카일은 일어났다.


“아저씨들. 저 자러 갈게요.”

“아, 예. 푹 자요. 아까는 참 고마웠어요. 우리 구해줘서.”

“뭘요. 다 돈 받고 하는 건데. 저 용병이잖아요.”

“그래도 고마운 건 고마운 거잖습니까. 아깐 진짜 멋있었습니다. 마법사들한테 달려가는데 어찌나 감탄이 나오는지······ 크!”


천막으로 향하는 카일의 뒤로, 고마워하는 일꾼들의 목소리가 들렸다.




*




바리카 상단은 불안에 떨었지만, 다행히 그 이후로 습격은 없었다. 간간이 몬스터만 나타났을 뿐이었다. 숲속에서 삐져나온 고블린 몇 마리.


덕분에 바리카 상단은 이틀을 더 달려 아무 탈 없이 도시에 도착할 수 있었다.


카일은 도시에 도착하기도 전부터 입을 다물지 못했다.


멀리서도 보이는 높은 성벽과 그 도시로 가기 위해 가도를 걷는 수많은 행인까지. 그것만 해도 카일의 호기심을 자극하기엔 충분했다.


하물며 도시에 도착했을 땐?


장난이 아니었다.


“우와! 도시가 엄청 커요!”

“카일 씨는 발테라에 처음 와보셨나 보네요?”

“네. 맞아요. 어떻게 아셨어요?”

“그야 반응이 너무 뻔하잖아요. 도시 처음 본 시골뜨기 모습이요.”

“저 시골뜨기 맞아요. 촌에서만 살았거든요.”


도시 발테라는 수도와 더불어 에일리시아 왕국을 대표하는 두 대도시 중 하나.


그 인구만 해도 족히 십만 명은 넘는다고 하니, 카일의 입은 연신 다물어질 줄을 몰랐다.


도시 하엠에 처음 갔을 때도 이랬다. 근데 하엠은 이 정도로 안 컸었는데.


‘시, 십만 명? 그게 대체 얼마나 큰 숫자야?’


일, 십 백 천 만······. 손가락으로 숫자를 꼼지락거리며 세던 카일이 이내 셈을 포기했다. 이건 많아도 너무 많잖은가.


그야말로 굉장하다!


카일은 정말 넋을 놓고 구경했다.


집들이 정말 많았다. 완전 다닥다닥 붙어 있었다. 저렇게 집이 많으니 십만 명이 넘게 사는 거겠지?


어디 그것만인가? 그냥 눈에 보이는 사람조차도 많다.


거리가 오가는 사람들로 바글바글했다. 저 멀리 상점가에서는 물건을 홍보하는 상인들의 목소리가 들렸고, 반대편에선 왁자지껄 떠드는 사람들의 소리가 들렸다.


물건 사러 온 사람, 파는 사람, 엄마의 손을 잡고 나온 꼬마, 그냥 멍하니 서 있는 할아버지, 순찰하는 경비대, 검을 착용하고 갑옷을 입은 여행자, 마법사처럼 로브를 입은 자 등······.


정말 가지각색 수많은 사람이 이 안에 있었다.


‘만약에 집을 산다면 이런 곳의 집을 사고 싶어.’


이렇게 근사한 곳에서 살면 얼마나 좋을까. 카일의 마음은 두근거렸다. 이렇게 굉장한 것들을 보니 더욱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자, 모여봐요.”


그때 파멜라의 목소리가 들렸다. 일행을 부르고 있었다. 카일은 한참 구경하다가 말고 파멜라에게 집중했다.


“계획을 수정해야 할 것 같아서, 여러분들께 통보를 해드리려고 합니다.”

“계획을 수정한다고요?”

“아무래도 워프 게이트를 타야 할 것 같아서요.”

“예에? 워프 게이트요?”


카일의 눈이 휘둥그레 떠졌다. 뭐? 워프 게이트?


“잠깐만요. 부단주님. 워프 게이트는 이용료가 있잖습니까. 우리가 그걸 다 타면 수지타산이 맞지 않을 겁니다.”

“저도 알아요. 그 생각을 안 한 건 아니에요. 하지만, 물건이 털려서 빚더미에 앉는 것보다는 낫겠죠.”

“······.”


뒤이은 정적.


상단 인원들은 반박하지 못했다. 그들 모두는 도적 떼의 급습을 받은 일을 떠올렸다.


도적인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흑색 마탑이었지 않나. 그들이 또 올까 봐 두려운 것이다. 워낙 악명 높은 자들이니까.


목적지까지 도보로 가려면 앞으로 빨리 걸어도 최소 일주일은 더 걸리니, 그동안에 습격을 당하지 않으리라는 법은 없었다.


하지만, 워프 게이트를 타면?


돈은 좀 지불하겠지만, 안전할 것이다.


“저, 부단주님. 궁금한 게 있는데 말입니다.”

“뭐죠?”

“그렇게 되면 호위 거리가 짧아질 텐데, 그럼 우리 의뢰금은 어떻게 되는 겁니까?”

“그건 걱정하지 마세요. 의뢰금은 깎지 않을 테니까요.”

“오오! 부단주 아가씨, 꽤나 화끈하시네!”

“마음에 들어!”


용병들이 주먹을 불끈 쥐고 쾌재를 불렀다. 잠깐 죽상이었던 용병들의 낯이 도로 회복되었다. 일반적으로 호위 거리가 줄어들면 의뢰금도 줄어들기 마련인데, 그걸 안 깎는다니? 이것이야말로 횡재가 아니겠는가?


한편, 그러거나 말거나 싱글벙글인 사람도 한 명 있었다.


바로 카일이었다.


‘워프 게이트? 그걸 타본다고? 정말로?’


워프 게이트를 타보게 되다니! 정말 생각지도 못했다.


‘워프 게이트 한 번 타려면 돈을 엄청 줘야 한다는데. 나는 공짜로 타는 거잖아?’


게다가 이번 임무가 끝나면 3골드까지 벌 테고. 이거 완전 횡재다.


카일은 인생의 절반을 마탑에서 살았지만, 워프 게이트를 본 적은 없었다. 그도 그럴 게, 흑색 마탑 갈리아 지부엔 워프 게이트가 없었기 때문이다.


워프 게이트. 그건 과연 어떻게 생겼을까? 어떤 모습일까? 소문에 의하면 정말 굉장히 멋있다는데. 카일은 그런 생각으로 가슴이 두근거렸다.


“자자, 그럼 그런 줄 알겠습니다. 지체할 것 없이 곧바로 마탑으로 이동할게요.”


워프 게이트를 타려면 마탑에 가야 한다. 마탑을 찾는 건 그리 어렵지 않았다. 유독 높이 솟은 첨탑을 찾는 건 빽빽한 집들로 가득 찬 도시라 할지라도 그렇게 어렵지 않으니까.


그렇게 도착한 장소. 하늘로 치솟을 듯 우뚝 선 새하얀 첨탑이 인상적인 곳. 바로 백색 마탑 발테라 지부였다.


“저희 백색 마탑에 찾아와 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손님들께선 무슨 일로 저희 마탑에 방문해 주셨는지요?”

“워프 게이트를 이용하려고 합니다.”

“아, 그러시군요. 그럼 이쪽으로 오십시오.”


안내 마법사를 따라 이동하는데, 카일의 눈엔 높이 솟은 새하얀 마탑만이 보였다.


‘와. 진짜 새하얗다. 높기도 엄청 높아. 역시 백색 마탑인가?’


흑색 마탑 갈리아 지부는 저 마탑과 비교하면 정말 아기 수준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근데 나 안 잡아가겠지?’


백색 마탑의 마법사를 죽였던 일이 떠올랐다. 배리어를 뚫어보라며 으스댔던 그 마법사. 단칼에 죽였었지.


설마 그걸 알고 있는 건 아닐까? 그래서 날 보자마자 잡아가진 않을까?


잠시 불안한 마음이 들었다. 카일은 고개를 저어 괜한 생각을 떨쳐냈다.


‘고작 그런 걸로 피한다면, 난 평생 백색 마탑과 가까이 가지도 말아야 해. 그건 말도 안 되는 일이지.’


남자답게, 떳떳하게 행동하자. 내가 뭘 잘못했나? 잘못한 거 하나도 없다. 그러게 왜 살인멸구를 하겠다며 겁을 줬단 말인가.


“자, 여깁니다. 잠시만 기다려 주십시오.”


그렇게 안내 마법사를 따라 들어간 곳은 마탑 뒤에 지어진 커다란 건물이었다. 그 건물 안 중앙에 커다란 마법진이 그려져 있었고, 그 마법진 중앙에 동그란 무언가가 둥둥 뜬 채 신비로운 빛을 발하고 있었다.


“저게 워프 게이트······.”

“명불허전이군요. 정말 굉장하게 생겼습니다.”

“굳이 이용하진 않아도 저거 보려고 일부러 찾아오는 사람도 있다잖습니까.”


소문에 의하면, 워프 게이트는 그 자체로 마탑의 관광 상품 역할을 한다고 한다는데, 왜 그런지 알 것 같았다.


저렇게나 예쁜데 어찌 안 홀리겠나.


워프 게이트에서 흘러나오는 신비로운 빛은 사람을 홀리는 매력이 있었다.


어째서인지는 몰라도 카일의 표정만은 다른 것 같았지만.


“저거 타면, 단번에 다른 왕국으로 이동된다는 겁니까?”

“그렇답니다.”

“거참 신기하군. 어쩜 그럴 수 있지?”


그렇게 일행이 넋을 놓고 구경하고 있는데, 안쪽에서 허겁지겁 마법사 한 명이 뛰어와 헉헉댔다.


“죄, 죄송합니다. 미리 고지를 했었어야 했는데, 지금은 워프 게이트 운영이 안 됩니다.”

“네? 왜죠? 무슨 일이라도 있나요?”

“워프 게이트에 문제가 생겼습니다. 지금 수리 중인지라······.”

“예에? 수, 수리라고요? 얼마나 걸리는 거죠?”

“최소로 잡으면 닷새, 최대로 잡으면 열흘 정도는 걸립니다.”

“······.”


파멜라는 할 말을 잃었다. 난감해도 이렇게 난감할 수가 있을까.


‘그렇게 오래 걸리는 거면, 워프 게이트를 이용할 이유가 없잖아.’


하지만 그렇다고 도보로 이동하자니 흑색 마탑이 걸린다.


그들이 또 습격을 감행할 것 같아서.


원래 상행이라는 게 리스크를 짊어져야 하는 일이지만, 이번 물품은 리스크가 커도 너무 크지 않은가.


물건 잃으면? 큰일 난다.


파산할 수도 있다.


그러니, 좀 이득을 덜 보더라도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워프 게이트를 이용하려고 한 건데······.


이러면 곤란하게 됐다.


“정말 닷새나 걸린단 말이에요? 더 줄일 순 없나요?”

“예. 죄송합니다.”


안내 마법사가 꾸벅 고개를 숙였다. 파멜라는 곤란한 표정으로 입술을 깨물었다.


“아니, 저렇게 영롱하게 빛나는데 저게 고장이 난 거라니······.”


그러고 보니까 아까부터 워프 게이트에 마법사 서너 명이 붙어서 뭔가를 열심히 만지작거리고 있었다.


방금까지는 워프 게이트의 영롱한 빛에 온통 정신이 쏠려서 못 봤는데, 아마 저들이 지금 마법진을 고치는 인원들인 게 틀림없었다.


“여러분. 아무래도 원래 계획으로 돌려야 할 것 같네요. 워프 게이트를 이용하지 못하게 되었으니까요.”


일행의 표정이 안 좋다. 이 영롱한 기적의 장치를 눈앞에 두고도 떠나야 한다니. 어찌 기분이 좋을 수 있을까.


게다가 흑색 마탑의 습격까지도 생각해야 하니 더더욱.


“여러분. 철수합시다. 먼저 여관부터 잡죠. 하루 묵고 가야 할 테니까요.”

“저거 워프 게이트, 고장 난 거 아닌데요?”


뜬금없이 튀어나온 소년의 목소리에 모두가 고개를 돌렸다. 언제 대열을 이탈했는지, 카일이 워프 게이트 앞에 딱 붙어서 손가락으로 가리키고 있었다.


“뭐라고요, 카일 씨?”

“저거 고장 안 난 거라고요.”


구석에 쭈그리고 앉아 마법진을 손보던 마법사들이 카일에게 홱 고개를 돌렸다. 그 말을 들은 것 같았다.


“카일 씨가 그걸 어떻게 알죠?”

“그야 당연히 제가 마법······ 음.”


카일은 말하려다가 말고 입을 다물었다.


마나가 눈에 보이니 어쩌니 하는 소리를 과연 쉽게 떠들어도 될까?


‘아무래도 그건 숨겨야겠지?’


감이 그러지 말라고 말하고 있었다. 카일은 말을 바꿨다.


“제가 마법을 공부한 적이 있어서, 조금 알고 있거든요. 그래서 하는 말이에요.”

“그, 그렇군요.”


파멜라가 고개를 끄덕였다. 말도 안 되는 말 같지만, 그녀는 이미 본 게 있었다.


칼로 마법을 가르면서 돌격해 마법사 둘은 죽이는 신묘한 기술을 봤지 않은가.


처음이라면 몰라도 지금은 신뢰가 쌓인 상태였다.


“그럼, 저게 고장이 안 난 거라는 건 또 무슨······.”

“아, 그게 뭐냐면요. 그냥 마나 역류 현상이 일어났을 뿐이에요. 역류해 역으로 흐르는 마나를 반대로 돌려주기만 하면 되는 거죠. 그럼 워프 게이트를 고칠 수 있어요. 완전 쉬워요. 그 정돈 고장도 아니죠.”

“지금 뭐라고 했습니까?”


낯선 목소리. 카일은 고개를 돌렸다. 아까 그 쭈그려 앉아 마법진을 고치던 마법사 중 한 명이었다.


“다시 말해 보십시오. 뭐라고 했습니까?”

“완전 쉽다고 했는데요.”

“하, 어이가 없어서.”


마법사가 피식 웃었다. 명백한 비웃음이었다.


“뭘 안다고 그렇게 함부로 지껄이는 겁니까? 마나를 원래대로 돌려주기만 하면 된다?”

“네. 맞잖아요.”

“예. 맞습니다. 진짜 마법을 공부하긴 했나 봅니다?”

“그것도 맞아요.”


정확히 말하면 마법을 공부한 게 아니다.


공부 ‘당한’ 거지.


누구라고 공부하고 싶어서 했나?


흑탑 마법사, 그 개새끼들이 강제로 배우게 했는데.


“하지만 말입니다. 당신이 정말 마법을 조금이라도 공부했다면, 그런 말이 나와선 안 됩니다. 마나 역류 현상이 얼마나 해결하기 어려운 현상인지 알기나 합니까?”

“쉬운데요.”

“뭐, 뭐라고요?”

“쉽다고요.”

“지, 지금 뚫린 입이라고 말을 그렇게 하는 겁니까? 그래선 안 되는 겁니다. 지금 저희 장로님도 해결을 못하고 있는 건데······.”


마법사가 계속 쏘아붙였다. 제대로 욱한 듯했다.


카일은 코를 문질렀다. 왜 화를 내냐고. 쉬운 걸 쉽다고 한 건데. 그럼 뭐라고 하나?


욱한 마음에 카일도 쏘아붙였다.


“제가 해서 고쳐지면 어쩔래요?”

“네? 지금 뭐라고 했습······.”

“제가 해서 고쳐지면 어쩔 거냐고요. 뭐, 돈이라도 줄 거예요?”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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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6화. 동패 용병 24.06.24 295 14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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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4화. 탈출 (2) 24.06.22 329 9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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