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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족 하르파스의 던전입니다

로스트 네임 (아론1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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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달푸
작품등록일 :
2016.08.20 06:18
최근연재일 :
2016.09.08 07:03
연재수 :
13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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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20
추천수 :
30
글자수 :
66,186

작성
16.08.22 0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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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0004. 멸망을 말하다

DUMMY

자신을 거짓된 이방인이라고 밝힌 금발 머리결의 소녀는, 소용돌이치는 마력의 중심에서 두려움 가득한 수백의 눈동자들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그리고 예언과도 같은 인간들의 멸망을 전하기 시작한 것이다.


“머지않아 하늘을 뒤덮을 망령들이, 대지에 뿌리를 내린 이성을 가진 모든 존재들을 지워버리니. 그들은 너희들에게 노예의 삶도 바라지 않기에 희망이란 이름 또한 신기루와 같을 것이다.”


어린 소녀의 입에서 나온, 믿을 수 없는 경고였다. 하지만 주변을 감싸는 위압감의 영향으로, 훈련된 수비병조차도 서있는 이들이 없을 정도였으니, 단순하게 흘려 들을 내용이 아니었다. 그 순간 또다시 밝은 광채가 터져나오며 동공전체를 감싸는 듯 하였고 얼마 후 그 빛과 함께 모든 강제적인 기운들이 거짓말과 같이 사라져 버렸다. 물론 소녀의 흔적도 찾을 수가 없었으니, 현재의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갈피를 못 잡고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바닥에 주저앉은 채로 일어날줄 모르고 있었던 것이다.


반나절이 지나면서 어느 정도 정신을 수습할 수 있었고 특히 학자들을 중심으로 의견들이 나열되고 있었다.


“신의 사자가 신탁을 전하는 것이 아니겠소?”


“말이 된다고 생각하시오? 과거에 전해졌다는 신들의 이름으로 신전과 사제들이 있다고 하지만, 지금까지 어떠한 권능도 발휘된 적이 없고 전해지지도 않았단 것을 말이요.”


“그렇다고 신을 부정하는 교수의 발언에는 동의할 수 없구려. 더군다나 숨쉬는 공기가 보이지 않는다고 그 존재를 부정하는 것과 같다는 걸 모르시오?”


흘러가는 분위기가 신의 존재여부에 관한 혈전으로 논점이 변질되려는 순간, 제논교수의 호통소리에 모두들 이야기의 주제를 인식하게 되었다.


“멍청한 놈들! 그런 건 논문이나 쓰고 나서 학회에서 토론하라고. 중요한 건, 그 존재와 발언의 중요도를 판단하는 거란 말이지. 그래야 돌아가서 알리던지, 앞으로의 행동을 결정할거 아닌가.”


잠시의 정적이 있었지만, 포플란측의 마법사로 보이는 이의 발언이 뒤를 이었다.


“그에게 느껴지는 힘은 사제들이 사용하는 백마법과 같은 것이 아닌, 우리마법사들이 지향하는 마나의 모습과 같았소. 더군다나 그 크기를 가늠할 수 조차 없어 고개를 들지 못했을 정도였으니··· 결코 가볍게 넘어갈 사안이 아닌 것만은 확실하오.”


“하지만, 지금 저희들이 판단할 수 있는 근거가 너무 부족하지 않습니까? 기껏해야, 망령과 소멸이란 단어뿐···. 그전에 혈족이 남겼다는 피조물은 무슨 말이었을까요?”


제논교수의 조교로 일하던 젊은 마법사의 발언으로 모두들 주변을 돌아보았지만, 대답을 구할 대상이 누구인지 알 수가 없었다. 결국에는 각자의 왕국으로 복귀해, 상황을 보고하기로 하였다.


혼잡하던 동공에서 가장먼저 빠져 나왔던 맨탈리온은 반나절 동안 자신의 곁에서 떨어질 줄 모르는 그레이스를 돌아보며 말을 아낄 수 밖에 없었다. 머릿속에 울리던 소녀의 목소리를 자신도 들었기 때문이었다.


『”일족이 남겨둔 피조물에게 전해줄 말은 하나 뿐인 것 같구나. 그들의 손이 미치지 않는 곳으로 달아나라, 결국은 얼마간의 삶의 연장일 뿐이겠지만, 그것이 저주의 굴레에서 도망갔던 골드 드래곤의 일족이었던, 나 아드리안이 너희들에게 주는 작은 충고이다.”』


그레이스는 자신의 금발을 만지며 생각에 빠져들었다가, 정오를 가리키는 태양이, 남겨진 그늘을 집어삼켜 버리자 고개를 들어올리며 입을 열었다.


“사부. 저는 복귀하는 데로 집으로 돌아가야 할거 같아요.”


그러면서 잠시 뜸을 들이다가 다음 말을 이었다.


“혹시 마음이 계시면 저희 집으로 한번 오시지 않겠어요? 아버지가 실력 있는 마법사를 좋아하셔서 대우도 섭섭하지 않게 해 주실 거에요.”


물음에 대한 대답은 보류할 수밖에 없었다. 유적의 입구에서 나온 수비대의 막달론 대장이 철수를 알렸기 때문이었다.


“해가지기 전에 돌아갈 것이다! 신속하게 움직여라!”


그렇게 짐을 챙기고 있으려니, 포플란측에서 일부의 인원들이 바위언덕을 벗어나기 시작했다. 갈라진 석벽을 빠져나가는 한 병사의 손에 들려진 깃발이 맨탈리온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황금색으로 수놓아진 드래곤의 문양이, 마치 태양의 열기에 타오르는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지나왔던 길이었다는 이유도 있었지만, 늪지대를 하루바삐 빠져나가고 싶은 모두의 심정을 반영했다는 듯이 어둠이 깔리는 시간에 맞추어 지겨웠던 늪지대를 벗어나 마차들이 대기하는 장소에 도착할 수 있었다. 긴장이 풀려왔지만, 지휘관은 휴식보다는 또다시 출발을 선택하였다. 어차피 마차로 이동하는 것이기에, 대기하던 마부들만 불편을 감수하면 되는 것이었다.


육포를 뜯으며 잠을 청하는 이들은 숙소용으로 사용되는 마차내부에 몸을 실었고, 일부는 말 먹이용 짚단이 실려있는 마차에 피곤함을 달래었다. 그것은 맨탈리온도 같은 생각이었기에, 마침 짚단이 가득 실려있는 마차가 출발하는 순간, 그 곳에 뛰어오를 수 있었다. 포근한 풀 내음을 맡으며 짚단 속에 몸을 맡기고 별들의 수효를 헤아려 보고 있으려니, 불현듯 유적을 떠나기 전, 수비대의 막달론 대장과 이야기를 나누던 그레이스의 주변으로, 포플란왕국의 인사들이 심각한 분위기를 만들고 있던 모습이 떠올랐지만, 잡생각을 지우려는 듯 고개를 흔들고는 배낭에서 먹거리가 될만한 것을 찾아보았다.


그때서야 이동하면서 그녀의 배낭에 옮겨 담았던 자신의 육포와 빵 조각을 기억해 내었던 것이다. 물론 그대신 다소 무게가 나가는 장비들을 받았지만, 그 이유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지금까지 일어나서 마셨던 카파 한잔이, 먹은 것의 전부라는 것이다. 이럴 줄 알았으면 단장과 의논할 것이 있다며 사라지던, 배낭이 매여있는 그녀의 등을 생각 없이 보내버린 자신을, 원망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램프의 불빛을 밝히고 마차의 한편에 매어 두고는, 한동안 허기진 뱃속의 고동소리를 듣고 있으려니, 불현듯 말들은 무슨 맛으로 풀들을 먹나 싶은 생각에, 들려진 볏짚 한 가닥을 입안에 넣고 씹어보았다.


“사부. 개인적인 식성은 존중해야 하지만, 그건 아니라고 봐요.”


어느 순간 말을 몰고 다가온 그레이스가, 입에 볏짚가닥을 물고 있는 자신을 보며, 한심하다는 듯이 고개를 흔들었다. 그때서야 한 가닥이라고 인식했던 부분이, 다소 많은 수량을 입안에 넣고 있었단 것을 깨달을 수 있었다.


그녀는 마차의 속도와 같이, 말의 보폭을 맞추더니, 안장의 한편으로 이동하여, 한쪽 발 고리에만 무게를 지탱하였다. 그리고는 너무도 간단하게 마차로 이동하는 것이다. 주인을 잃어버린 말의 고삐를 램프가 매달린 곳에 묶어두는 것을 보고 있으려니, 맨탈리온의 시선이 자연스럽게 그녀의 등으로 옮겨지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한동안 그레이스를 무시하고, 주린 배를 채우고 나자 그때서야, 마차에 실려있는 볏단을 먹으며 걸음을 옮기고 있는 백마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그런 시선을 느낀 것인지, 그녀의 설명을 들을 수 있었다.


“전투말로 유명한 루시타노품종으로 알고 있지만, 백색의 순 혈은 흔하지가 않아서 집에서도 아끼는 암말이에요. 뭐, 몰래 가져왔을 정도이니 알만하겠지요.”


이후의 대화들은 무엇인가를 피하려는 듯이 일상적인 내용이 주류를 이루었지만, 차가운 밤공기를 모포의 기운을 빌려, 잠을 청할 때까지, 그것에 대해 서로가 지적하는 일은 없었다.


맨탈리온은 아침을 알리는 따사로운 햇살에 눈을 뜨고 주변을 돌아보았지만, 마차의 소음과 실려있는 짚단의 존재가 전부일 뿐이었다. 얼마 후 국경도시의 열려진 성문을 지나, 부대에 도착할 수 있었다. 그리고 떠나버린 그녀의 소식을 단장에게 들었지만, 별다른 감흥이 들지는 않았다. 다만, 하루의 휴식도 마다하고 수도로 출발하려는 제논교수의 당부의 말을 듣고 있으려니 조금 귀찮다는 마음이 들뿐이었다.


“경험은 지금까지 한 걸로 충분하니, 말일까지는 정리하고 수도로 올라오도록 해라.”


마침,다가오는 가닉스를 보고는 조교들에게 출발을 독촉하며 발걸음을 옮기는 제논교수였다. 그 모습이 못 마땅할 만도 했지만, 사소한 것마냥 웃어 보이며 맨탈리온에게 악수를 청하였다.


“이번에는 기회가 좋지 않아, 어울릴 시간도 없었지만, 수도에 들리면 단골집에서 한잔 대접하도록 하겠네.”


배웅을 마무리하고 별다른 임무가 없었기에 이른 시간이지만 숙소로 들어올 수 있었다. 왜냐하면, 개별 임무도 아니었기에 보고서도 조장들의 선에서 작성되었고 사용한 장비도 많지 않아서, 돌아오는 점검날짜에 정리하기로 하였기 때문이다.


2층짜리 간이 침대와 책상이 놓여있는 이인용 방이었지만, 함께 지내던 빌만이 부대식당의 음식이 질린다는 이유로, 숙소에 이름만 올려두고 외부에서 자취를 시작하였다. 그렇게 의도치 않은 독방을 사용하는 행운을 가졌던 것이다. 하지만 그레이스가 찾아오면서 그런 자유도 사라져 버렸다. 당연하게도 남자 숙소란 이유로 여성의 출입이 금지되어 있었지만, 2층에 위치한 창문을 타넘어 들어오는 그녀의 탐구정신을 막을 수는 없었던 것이다.


잡생각을 떨쳐버리려고 메모용 수첩을 꺼내어, 그 동안 미루었던 기록을 하기 시작했다. 한동안 동공의 모습과 마법진의 형태를 묘사하다 보니, 금발의 소녀가 말했던 이름을 되뇌어 보았다.


‘골드 드래곤의 아드리안’


『”망령들은 뭘 의미하는 걸까요?”』


“후배님. 그건···”


순간, 간이침대의 2층을 올려다 보았다. 암암리에 주인으로 정해져 있었던, 지금은 비어있지만 그레이스의 자리였다. 밤이 깊어질 때까지, 맨탈리온의 머리 위에서 질문과 반박을 하며, 늦었다는 이유로 그대로 잠이 들기 일수였다. 처음에는 좋은 말로 타이르고 싫은 소리도 해 보았지만, 돌아오는 대답에 더 이상 간섭 할 수가 없었던 것이다.


『“사부. 이미 한번 자고 난 다음부터는 공범이란 사실을 잊으시면 안 된다고요. 설마 숙녀를 남자숙소에 끌어들였다는 오명을 어떻게 피하시려고 그러세요? 혹시··· 저한테 흑심이라도 품고 계신 건 아니시죠?”』


그러면서 무섭다는 듯이 몸을 가리는 것이었다. 국경도시에 마침 친척집이 있었다는 이유로 그곳에서 지내지만, 아침 전에만 몰래 들어가면 문제없다며, 일어날 때면 그녀는 돌아가고 없었던 것이다. 비어있는 자리를 한동안 올려보던 맨탈리온은 수첩을 접어버리고 오지 않는 잠을 청하기로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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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0006. 각자의 길.(노예상인) 16.08.25 222 2 15쪽
6 0005. 각자의 길. 16.08.23 205 2 14쪽
» 0004. 멸망을 말하다 16.08.22 218 2 11쪽
4 0003. 늪지대 유적 (소녀를 보았다) 16.08.21 348 2 19쪽
3 0002. 늪지대 유적 (대화들) 16.08.20 351 2 12쪽
2 0001. 늪지대 유적 +1 16.08.20 427 5 24쪽
1 0000. 프롤로그 +3 16.08.20 596 7 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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