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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족 하르파스의 던전입니다

로스트 네임 (아론1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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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달푸
작품등록일 :
2016.08.20 06:18
최근연재일 :
2016.09.08 07:03
연재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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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8.20 0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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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쪽

0001. 늪지대 유적

DUMMY

일찍이 이족보행을 하며 채집과 사냥으로 생활을 영위하는 인간들만이, 이성을 가진 종족의 전부라고 할 수 있었다. 그들은 소규모의 가족단위 공동체 생활을 하였으며 식량의 수급을 위하여 먹거리가 풍부한 바닷가나 내륙 주변을 수시로 이동하였다. 그러는 과정에서 타 부족과의 접촉이 이루어지는 것은 당연한 결과였고, 자연스럽게도 외부의 인원과 결합하고 혼인하는 풍토가 관습으로 굳어지게 되었다. 한곳에 고이는 물이 썩어가는 것처럼 자연스러운 현상인지도 몰랐다.


그러던 중 최초의 기록이 남겨졌다. 바로, 고대 마법의 근원이 되는 이방인, 드래곤과의 만남이었다. 석기시대의 인간들에게는 혁명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배움의 시대가 되었고, 소수에게 가르쳐진 언어와 문자는 전달을 위해 전파된 단순한 도구에 불과할 정도로, 그 막대한 지식은, 반세기가 지나기도 전에 놀라운 변화를 만들어주어 지금의 행성을 야누스라고 칭해지기까지 이르렀다.


그리고 몇 세기가 지나면서 또 다른 기록이 남겨졌다. 갑작스럽게 출현한 수많은 무리의 드래곤들이 온 대륙을 뒤덮었다고 한다. 얼마 되지 않는 인간들은 동굴 속에 몸을 숨기며, 그 두려움의 시간이 지나기를 기다렸고 잠을 이루지 못하며, 벽면에 벽화와 기록을 남겼다.


그들은 여러 지역에 용도를 알 수 없는 거대한 도형들과 구조물을 만들었고, 또 다시 뭔가에 실망을 한 것같이 돌연히 흔적도 없이 모습을 감추었다고 고대의 기록들이 전하고 있었다. 세월이 흐르면서, 발굴작업을 통해, 최근에야 남겨진 도형들의 실체를 확인할 수 있었다. 바로 다른 차원으로의 이동을 위한 용도였다는 사실이었고 그것을 바탕으로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거리의 단축이 가능한, 이동 마법진의 초석이 되었던 것이다.


드래곤들에게 지식을 전해 받은 인간후예들에 의해, 만들어진 5개의 부족은 소멸과 탄생을 거치면서 왕국으로 발전하였다. 그 과정에서 수많은 전쟁들이 있었지만, 기존 왕국의 틀은 변하지 않은 상태에서, 또 다른 백여 개의 도시국가들이 생성되었다. 세월은 기사의 비중과 권위를 견고하게 만들었지만, 그것을 웃도는 마법사란 직종은 비교의 기준을 달리하였고 대륙전반의 발전도를 향상시키는 역할을 하였다.


하지만 선호도가 많은 만큼 무수한 하급 서클의 마법사를 양성하는 결과가 되었고, 마법사단으로 이루어진 부대가 만들어질 정도로 포화현상이 발생하였던 것이다.


“맨탈리온!”


마법학과 동기생인 빌만의 음성이 들려왔기에 뒤를 돌아보았다. 다소 떨어진 거리에서 육중한 몸매의 영향으로 뒤뚱거리며 뛰어오는 남자의 모습에, 이제 막, 이십 대 중반을 넘어서는 수련마법사의 얼굴에 피어나는 웃음을 막을 수는 없었다. 뒤이어 넘어가는 숨을 참으면서 고개를 든 동기생의 구겨진 표정을 마주하고는 입가를 가렸다는 것이 시비거리가 되어버린 지도 몰랐다.


“뭘 그렇게 실없이 웃는 거야! 아무리 네놈이 친구라도···”


“참으라고 친구! 식사하러 가는 길이니, 사과의 의미로 한끼 정도는 대접하도록 하겠네”


주먹을 휘두르려는 빌만을 말리면서 그의 마음에 드는 제안을 한 것이 용이하였던지, 겸연쩍다는 듯이 잠시 헛기침을 하면서, 두툼한 배로 인하여 밖으로 빠져 나온 옷 맵시를 바로 하는 것이었다. 그 모습에 더 이상 참을 수 없다는 듯이 웃음을 터트린 맨탈리온은, 그 동안 아끼고 있던 식비의 대부분을 날려버리는 결과를 만들어 버렸다.


이른 시간이었지만 식당용 막사의 한편에서, 앉은 높이의 반수를 차지하는 접시를 바라보며 한숨을 들이키던 맨탈리온이 입을 열었다.


“빌만. 먹는 건 그만두고 조금 전 이야기하던 거나 마무리 하게나”


그 말을 들으며 만족했다는 표정으로, 입가에 묻어있던 양념을 훔치던 작은 덩치의 대답이 이어졌다.


“맨탈리온. 언제나 생각하는 거지만, 그 노인장 같은 말투는 아니라고 봐. 뭐, 네놈이 지금까지 여자친구하나 없다는 걸 탓하려는 건 아니지만, 친우의 걱정을 한 귀로 흘리지 말라는 충고랄까... 이봐! 설마 그걸 지금 여기에서 날리려는 건 아니겠지?”


맨탈리온의 손바닥에 만들어진 화염구가, 빌만의 완곡한 만류로 인해 사라졌지만, 긴장으로 흐르던 땀을 막을 수는 없었다. 쌓여있는 접시들을 수거하는 주인과 할 수 있는 만큼 가격을 깎겠다는 신념으로 흥정을 하고 있는 그는 천재의 수식어가 붙어 다닐 정도의 실력을 가지고 있었지만, 받혀주는 배경이 없었기에 지금까지 수련마법사의 딱지를 때지 못하고 있었던 것이다. 어느 정도 만족한 결과를 얻은 것인지 종업원이 가져다 준 과일을 집어 드는 그를 향해 손가락 3개를 펴 보이며 입을 열었다.


“아직 발표되지 않은 따끈한 정보가 무려 3가지나 있다는 사실이다. 우선은 북부 기사의 왕국이라고 불리는 포플란왕가에서 유일한 혈족인 어린 황녀를 후계로 지정했다는 것이지. 내부의 분란을 막는다지만, 우리왕국의 원로귀족님들의 의견을 종합하면 어리석은 선택이 될 수도 있다는 견해가 지배적이란 말이야. 뭐, 아침 회의에 다녀온 아버지의 말이지만, 얼마 있지 않아 내부에서 문제가 터져 나온다는 가정하에 벌써부터 전쟁을 위해 징집을 해야 한다고 난리가 아니라고 하더라고. 남이 먹기 전에 우리가 먹는다는 생각들이니, 지금에 와서는 동맹의 의미가 무의미할 정도라니까.”


과거부터, 야누스대륙에는 5개의 왕국이 중심축을 차지하고 있었다. 세기가 지나면서 수백 개의 도시국가들과 왕국의 멸망과 생성을 반복하였지만, 어떤 이유에서인지 5개의 영역으로 나누어진 왕국의 큰 테두리는 지속되었던 것이다. 일부의 학자들의 견해에 의하면 고대시대, 드래곤들이 만들어둔 영역의 결계가 지금까지 제약을 가져오는 것이 아니냐는 소수의 의견도 있었지만 자연적으로 만들어진 국경선의 영향이 아니냐는 견해가 다수의 입장이었다.


“작위를 높이는 방법이 네가 싫어하는 전쟁에 국한되어있지만, 이번이 기회일지도 모른단 말이야. 그렇게 관심 없다는 표정으로 일관하는 네놈의 상판에 주먹을 날리고 싶은 당사자의심정이 어떨지 생각도 좀 해 주라고”


어느 순간부터 사색에 빠져있던 맨탈리온이, 빌만의 붉어진 얼굴을 바라보며, 오해를 풀려는 듯 다급하게 입을 열었다.


“오늘 아침에 소집된 추밀원의 내용은 나도 궁금하였다네. 자네가 아니면 어떻게 이런 내용을 들을 방도가 있겠냔 말이지, 잠시 연관되는 사항이 있어 고민한 것이니 다른 이야기도 풀어보게나”


“뭐, 그렇다면야 용서해 주도록 하지. 이어서 논의된 사항은 너의 관심종목이기도 한 마법진에 관한 거야. 몇 년 전 고대의 신전에서 발견된, 아직까지 그 용도가 밝혀지지 않은 원형의 진은 너도 알고 있을 거야.”


마법사란 명칭이 붙어있는 이들이라면 모르는 이가 없을 정도였지만, 구체적인 용도가 아직까지 불확실한 상태였다. 차원이동에 관한 마법진의경우도 한 세기 전에야 그 해석이 가능하였고 한번도 시도된 적이 없다는 것이 최근에야 밝혀진 사실이었다. 그것을 기반으로 이동마법진이 활성화된 것이지만 지금까지, 드래곤들의 의도를 알 수 없는 유적이기도 하였다. 그러던 중 새롭게 발굴된 전혀 다른 거대한 마법진은 학계전반에 반항을 일으키기에 충분한 이슈가 되었던 것이다. 그런 공론화된 이야기를 주제로 삼는 저의가 궁금하였기에 맨탈리온의 물음이 이어졌다.


“친구. 말하고 싶은 요점이 뭔가?”


“저도 궁금하네요. 뚱보선배가 저의 사부의 식비를 뜯어먹고 도대체 뭘 말하고 싶은 걸까요?”


언제부터 이야기를 듣고 있었던 것인지 알 수 없는 여인이 자리에 동석하였다. 자연적인 금발이 희귀하였기에, 유행에 민감한 여인들이 시중에 판매되는 시약과 함께 마법처리를 하였다면, 지금 맨탈리온의 옆자리를 차지하고 앉아있는 마법병단의 꽃이라 할 수 있는 그레이스의 머릿결은 감탄이 나올 정도의 천연의 황금색체를 뛰고 있었던 것이다. 그녀의 돌발적인 발언에 당사자가 당황할 법도 했지만, 마치 무시로 일관하겠다는 듯이 이야기를 이어가기 시작했다.


“옆에 있는 말버릇 고약한 신입은 알 수 없는 놀라 자빠질 정보이지. 얼마 전에 그 마법진이 구동되고 있다는 보고가 올라왔다는 거야.”


테이블 맞은편에 앉아있는 남녀 한 쌍의 놀랍다는 반응을 감상이라도 하려는 듯이, 다음이야기를 잊지 않고 뜸을 들이고 있었다. 그러다가 그들의 재촉하는 눈빛들로 인해 어쩔 수 없다는 표정으로 빌만이 입을 열었다.


“바로 그 조사대의 일원으로 우리부대도 포함된다는 사실을 알아왔다는 것 아니겠냐.”


“뚱보선배 정말이에요? 국경의 늪지대에 있다는 그 사원을 말하는 것이지요? 사부, 견습생인 저도 따라갈 수 있을까요?”


처음 빌만에게 궁금증을 피력하던 여인이 맨탈리온의 한쪽 팔에 엉겨 붙으면서 질문의 당사자를 바꾸어버렸다. 그레이스는 마법학과의 까마득한 후배였지만, 졸업반이란 특성으로 왕국 제 3지구 국경수비대에 포함된 마법병단의 견습생 자격으로 실습을 나온 상태였고 반년 전부터 맨탈리온을 사부라고 호칭하며 따라다니고 있었던 것이다.


아직까지 젖 살이 빠지지 않은 얼굴은 조만간 주변에서도 부러워할 미인이 될 것이 자명하였지만, 그런 것에 관심이 없던 맨탈리온이 조심스럽게 그녀의 금발머리를 밀어내려고 애를 쓰면서 입을 열었다.


“후배님. 그건 알 수 없는 부분이라오.그리고 나에게 이런다고 해결될 일이 아니지 않소?”


두 자리를 차지하는 나이차이는 끈기란 녀석을 당해내지 못하는 격차와도 같았다. 결국에는 새로운 마법공식을 알려준다는 약속을 하면서 그녀를 떨쳐낼 수 있었다.


그 후로 일주일의 시간이 경과되면서 암암리에 고대 신전에 관련된 소문이 퍼져나갔으며, 제3지구 국경수비대의 5분대 250명의 인원과 마법병단 1분대 전 인원인 78명과 예외적으로 견습 마법생인 그레이스가 포함되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었는지도 몰랐다. 외부학술회의 인원들인 마법사와 학자들이 대열의 후미에 들어서는 것을 보면서 따분하다는 듯한 여인의 음성이 맨탈리온의 귓가를 간질이고 있었다.


“며칠 동안 조른다고 얼마나 힘들었는지 모를 거에요. 결국에는 허락해줄걸 왜 그렇게 극성인지··· 사부! 저희 학과 교수님이세요. 역사과목만 20년을 가르쳤다고 하니, 사부도 아시겠지요? 얼마나 사소한 것도 따지길 좋아하시는지, 지금도 마주치기가 겁난다니까요. 헉!”


출발 전 조사단의 격려를 위한 시간이 마련되어있었고 귀족회의 추밀원을 대표하여 라이런가의 후작이 단상으로 올라서고 있었다. 그러면서 맨탈리온의 뒤편에 자리하고 있는 여인을 노려보는 것을 잊지 않았다.


기다림의 지루함을 날려버리려는 듯이, 마법으로 증폭된 확성기에서 가라앉았지만 위엄 있는 울림이 들려오기 시작했다.


“대륙에 존재하는 왕국들간의 평화기가 지속되지 않는다는 건 모두들 공감하고 있을 것이다. 오늘의 동지가 내일의 적이 되는 것이 역사의 순리이고 발전의 원동력이 되는 것일지도 모르지만, 우리 중부대륙의 하마얀 왕국의 미래는 과거에도 그렇고 앞으로도 우리의 손으로 지켜가야만 한다. 고대의 유산에서 습득할 수 있는 것은 모두 가져오라! 그것이 그대들의 업적이 될 것이다.”


자신의 소개도 생략해버린 심플한 연설이었지만 기다림에 지친 조사대의 반응은 이보다 좋을 수가 없었다.


“하마얀 왕국에 영광을!”


얼마간의 구호가 이어지면서, 용병과 학술원인원 540명이, 수비대의 호위를 받으며 국경도시의 성벽을 벗어나는 행진이 시작되었다. 도시의 대부분이 부대에 관련되어 있었고, 해당 가족들을 제외하고는 거리는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그런 취약점을 만회라도 하려는 듯이 후작을 위시한 일부의 귀족들이 지나가는 길목에서 일일이 그들을 배웅하고 있었다.


마법병단이란 관계로 후미인원에 포함된 맨탈리온도 그들을 지나칠 수밖에 없었다.


“후작님. 이쪽은 지난번에 말씀 드렸던, 수련마법사이지만 3서클 마스터인 맨탈리온이라고 합니다.”


마법병단 단장의 소개가 이어졌기에, 자신을 노려보고 있는 후작의 눈빛을 애써 무시하며 인사를 하였다. 반응이 없는 그로 인하여 앞에서 이어지던 열의 흐름이 끊어지게 되었지만, 그런 것에는 관심이 없다는 듯이, 다소 무거운 음성이 들려왔다.


“소개는 생략하도록 하겠네. 평민치고는 대단하다고 하겠지만, 서로간에 지켜야 할 영역이 존재한다는 것을 알만큼의 머리는 있을 것이라 판단해도 되겠나?. 마침, 이번에 자네에게 배정된 견습생이 있다고 하니, 그 하나도 온전하게 챙기지 못한다면 보나마나 한, 잔재주에 불과한 실력이겠지. 그렇지 않은가 단장?”


갑작스러운 후작의 물음에 당황하던 단장의 대답이 이어졌다.


“견습생의 용기는 이번 조사대의 자랑으로 남을 것입니다. 물론 여기 있는 맨탈리온이 안전한 복귀를 약속할 것으로 믿어 의심치 않고 있답니다.”


예상치도 못한 보모의 역할이 확정되는 순간이었다. 성문을 나서면서 어지러운 머리를 불어오는 바람결에 맡기고 있으려니, 외부에 대기하던 마차의 뒷자리에서, 두통의 원인을 제공한 당사자가 손을 흔들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사부. 이쪽이에요!”


마법병단 1분대 79명과 수비대 250명은 개인별 지급된 말만으로도 이동이 용이하였지만, 대부분의 인원들은 말들의 먹이가 실려있는 마차의 짚단들에 몸을 맡기는 것을 선호하였다. 그것은 어린 견습생과 몇 년 째 수련마법사의 딱지를 벗어나지 못한 3서클 마스터의 입장도 동일하였다. 완충기의 작용으로 마차의 흔들림이 완연하게 줄어들었다지만, 짐마차의 특성상 다소간의 울렁임은 어쩔 수가 없었기에, 조용하던 여인의 입에서 쏟아지는 불평을 들을 수 밖에 없었다.


“학자님들이 타고 가시는 마차는 아주, 마법으로 도배를 하였네요.”


“후배님, 그 덕분에 우리가 다소나마 편안한 여정을 가는 것이 아니겠는가?”


처음에는 외부인사를 위하여 마차를 추가로 준비하였지만, 후원하는 단체에서 마련된 탈것을 이용하고 있었기에 추가적으로 소모되는 물자들을 실어 나를 수 있었고, 남는 공간이 충분하여, 야외 잠자리도 피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되었던 것이다. 북부의 국경선을 마주하는 곳의 도착지는 평소에도 눈으로 덮여있는 곳이라, 겨울이 다가오는 상태에서, 살을 얼리는 영하의 칼 바람과 기온 속에 야외취침이란 과제는 무리가 있었기 때문이다. 자신의 잘못을 깨달은 것인지 아님, 흥미의 요소가 바뀌어 버린 것인지, 그레이스의 주제가 전환되었다.


“사부. 이번에 발견되었다는 원형진은 기존의 것과 무엇이 다른가요?”


북부 포플란 왕가와의 분쟁지역이라고 해도 무리가 없는, 자연스러운 국경선을 나타내고 있던 그 늪지대의 한 복판에서, 고대의 신전이 발견되었던 것이다. 처음에는 서로간의 무력충돌을 예상하였지만, 생소한 원형의 마법진 이외에는 돌 벽으로 만들어진 신전에 불과한 장소란 걸 확인하고는, 양 왕국의 공동조사단이 얼마 동안의 활동을 하였고 원형진은 탁본과 카피를 통하여 각자의 왕국에서 연구의 대상이 되고 있을 뿐이었다. 당연하게도 수식 계산에 천부적인 재능을 가지고 있던 맨탈리온도 유출 탁본을 접할 기회가 있었고 개인적인 결론도 도달한 상태였다. 하지만 주관적인 견해이기도 하였기에 저녁노을을 등진, 마차의 규칙적인 소음에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이건 혼자만의 생각일수도 있지만, 마나를 집약하는 장치의 일환이 아닌가 예상하고 있다네. 물론 개인적인 견해이니 신빙성은 결여되어 있다는 점이랄까···”


“그 생성학설을 말씀하시는 거지요. 저도 그 책을 읽어보았지만, 일부분은 이해하기가 어려웠어요. 결론은 세상을 이루는 마나에 염원을 담을 수만 있다면, 창조하지 못할 것이 없다는 것이었지요. 그럼 사부는 지금 발동되고 있다는 원형진이 그런 종류의 장치라고 생각하고 계시는 것이네요?”


자신을 두고 천재라고 말하는 이들이 있었지만, 짚단 속에 들어가 고개만을 내밀고 있는 십대후반의 어린 소녀의 발언이 범상치 않다는 것은, 일찍부터 알고 있었다. 그렇기에 자신이 학과시절 제출한 리포트와 개인적으로 발간했던 책자들에 의문을 가지고는, 이 변방의 부대로 학과 교수의 소개란 명목으로, 견습생이란 타이틀을 달고 찾아온 첫날, 맨탈리온 자신에게 쏟아 붙던 질문들을 무시하지 못하였고 어느 순간, 그녀에게 사부란 호칭으로 불려지게 되었던 것이다. 귀족가문의 여식으로 추정되지만, 반년이 넘어가는 동안 돌아갈 생각도 하지 않는 후배의 머리를 대견하다는 듯이 쓰다듬으며, 보충되는 설명을 이어갔다.


“후배님도, 고대시기 드래곤들의 방문으로 우리의 문명이 급속한 발전을 이루었다는 것을 알고 있을 거네. 그렇지만, 많은 것이 명확하지 않다는 것이 사실이고 지금도 새롭게 밝혀지고 이론이 수정되고 있다는 것이 현실이지. 그 중의 하나가 그들의 방문이 드래곤만이 사용한다는 10서클의 차원이동 마법 이외에도 또 다른 방법이 존재한다는 것이었지.”


머리를 만지는 것이 기분 좋았던지, 한동안 말이 없던 그레이스가 뭔가를 알았다는 듯이 대답하였다.


“사부가 말하려는 것이, 그들의 두 번째 방문시기를 가리키는 것이지요.”


“역시 우리후배님은 핵심을 벗어나지 않는구려. 명확하게 말하면 그들이 사라지고 몇 세기가 흐르기 전에, 무수한 드래곤들이 이 대륙을 뒤덮었다고 기록에서 전하고 있다오. 그 증거로 수많은 차원간 이동마법진의 잔재와, 그 원형이 발견되었기에 지금의 대륙간 이동마법진의 활성화가 가능하였겠지만, 지금까지 우리들은 중요한 사항을 놓치고 있었던 것도 사실이라네.”


“사부! 잠시만요.”


그레이스가 바둥거리면서 짚단 속을 빠져 나오려고 노력하였기에, 다소나마 도움의 손길을 줄 수밖에 없었다. 그녀는 고맙다는 눈인사와 함께 몸에 묻어있는 잔해들을 날리기 위해, 임의적인 바람을 일으켰다. 기초적인 1서클의 마법이지만, 그 나이에 대단한 성과이기도 하였다. 옷맵시를 살피던 그레이스가 잠시 생각에 잠겨있다가 맨탈리온의 팔장을 끼면서 입을 열었다.


“문은 있지만 사용한 흔적은 없다는 밀실이론을 말씀하시려는 거지요. 그거 아세요? 선배의 그 책자에 소개된 이론 때문에, 한동안, 수도에서 밀실 살인사건과 같은 공포물이 돌아다녔단 것을요. 뭐, 어떻게 되었든 결론은 최초의 문을 열고 드나든 시점에 주안점을 두셨더군요. 그것이 차원간 이동을 설명하신 거라면 그 후에 이루어진 문을 사용하지 않은 방문은, 정말 소름 돋는 결론일수 밖에 없어요. 사부가 주장하는 마나의 생성이론과 접목하면, 방안에는 아직까지 만들어진 그 무엇인가가 존재한다는 것이잖아요. 그리고 모든 가정이 사실이라고 한다면, 그런 거추장스러운 방법을 사용할 이유가 뭘까요?”


불어오는 싸늘한 바람결에, 추위를 호소하는 그녀였다. 더군다나 그런 이유로 팔에서 때어놓을 방법을 생각하지 못하고 있던, 맨탈리온의 시야에, 지평선을 넘어가는 붉은 태양의 물결이 밤하늘로 교차되는 것은, 너무나 짧은 한 순간이었다. 눈이 덮인 숲으로 들어서기 전, 선두의 정차신호와 함께 조사단의 지휘관의 음성이 들려왔다.


“여기서 쉬어가겠습니다! 저녁준비는 개별적으로 하시겠지만, 지정된 자리를 이탈하지는 마시기 바랍니다.”


지휘를 담당하고 있던, 제3지구 수비대장인 막달론은 마법병단 단장과 협의하면서, 일부의 부대원들과 짝을 이루어 알람마법을 설치하였다. 견습생을 담당하게 된 맨탈리온은 당분간 모든 업무에서 열외 된 상태였기에, 감사함을 전해야 하는 것은 아닌지 음식을 준비하는 잠시의 시간 동안, 고민하지 않을 수 없었다. 아니나 다를까, 주변을 돌아보며 복귀하는 빌만의 투정을 들어야만 했다.


“편안하게 여행 중이신, 우리커플들이 준비한 음식은 어떤 맛이 날지, 기대하고 있다고.”


자리에 앉으려는 빌만을 아니꼬운 눈빛으로 노려보는 그레이스의 반응은 누구나가 예상한, 당연한 결과였을지도 모른다.


“그런 생각이 처음부터 있다면, 사부와 함께하는 시간을 방해 하지 마시고 뚱보선배는 사라져 주시면 감사하겠어요.”


맨탈리온은 어차피 3인분을 예상하고 만들어둔 수프였기에, 한 그릇 챙겨주고는 투덜거리며 자리를 벗어나는 동기의 뒷모습을 안쓰럽다는 듯이 쳐다볼 수밖에 없었다.


모닥불의 열기 속에 다소나마 추위를 막을 수 있었고 순번이 정해진 보초와 여행의 흥분에 취해있는 몇몇을 제외하고는 숙소로 지정된 마차로 들어서, 잠을 청하고 있는 상태였다. 하루 동안의 피로는 어린 여인을 잠으로 이끌기에는 부족했던지, 무수한 밤하늘의 별자리를 들여다 보면서, 맨탈리온에게 물음을 던지고 있었다.


“지난번 사부가 이야기했던 신들에게 버림받은 행성 말이에요. 혹시, 이 야누스를 지칭하는 것이 아닌 가란 생각이 들더라고요. 따지고 보면 우리들이 믿는 신들도, 모든 것이 드래곤들에 의해 만들어진 허구의 이야기가 아닐까요?”


맨탈리온은 다소 죽어가는 장작더미에 작은 나뭇가지를 던져 넣으면서 입을 열었다.


“후배님. 보는 것을 믿는 것과, 믿는 것을 보는 것은 어떤 차이가 있겠나?”


한동안 타오르는 불빛을 들여다보던 여인의 다소 자신감 없는 대답이 들려왔다.


“솔직히 모르겠어요. 아는 만큼 보인다는 단순한 대답이 있겠지만, 따지고 보면 그것 또한 개인적인 주관이 포함된 개념이기에, 객관성이 결여되어 있다는 것이지요. 지식이란 자체가 한쪽으로 편향된 사상을 만드는 계기가 된다고 하셨잖아요. 그렇게 따지다 보면 인간이 처음부터 선하냐, 악하냐를 구분 지어야만 하는 영원히 풀지 못하는 숙제를 가지게 될 뿐이에요”


“후배님께 내가 배워간다는 것이 정답이겠구려. 지식의 향유란 때로는 무거운 책임을 요하게 된다는 점을 간과하게 만드는 경우가 있다네. 그 중에서 가장 경계하여야 할 점은 누군가를 가르치려고 드는 지식의 위험성이랄까? 결국에는 그 방향성을 조장한다는 것에서, 누군가에 의해 만들어진 삶이 기다리고 있다는 것일지도 모르겠지만, 이런 말 또한 개인적으로 편향된 하나의 방향성만을 가질 뿐이지, 모든 것은 후배님의 생각에 따라 좌우될 뿐이지 않을까 싶다네”


맨탈리온의 말에 의문을 풀지 못하였던 것인지, 장작더미를 휘졌던 여인이 웃음을 머금고는, 옆자리에 놓아둔 레이피어를 챙기며 자리에서 일어나는 것이었다. 마검사가 목표라는 그레이스는 검술학부를 겸하고 있었지만, 어릴 때부터 단련하던 것이라는 이유로 실지적으로는 마법수업에 대부분의 시간을 할애하였다고 했다.


“사부. 이왕 늦어버린 시간이니, 연습하는 거나 지켜보시겠어요?”


숙소로 지정된 마차의 한편이, 숲과 마주보고 있었기에 주변의 시선에서 자유로운 공간이 되었다. 램프의 불빛아래, 그녀의 동작을 감상하고 있으려니, 기본적인 결투용 찌르기가 주류를 이루고 있었지만, 왼손에 들려진 단검으로 방어하는 손놀림과 함께, 상당한 테크닉을 요하는 공격방식에는 검술에 문외한인 맨탈리온이 보기에도 혀를 내두를 정도였다. 그리고 단검이 마법을 증폭하는 완드의 대용이었기에 2서클 유저인 그녀를, 정식기사들이 막아서기엔 무리가 있어 보였다.


모든 동작을 마치고 후련하다는 심정으로 돌아보는 여인의 눈빛이, 어떤 이유에서인지 공허해 보인 것은 착각이었을까?


작가의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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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0011. 광기의 알디니 (중편) 16.09.08 137 1 9쪽
12 0010. 광기의 알디니 (상편) 16.09.06 194 2 8쪽
11 0009. 서대륙 +1 16.09.05 139 2 6쪽
10 부록:부유범선(1) 16.09.01 97 1 1쪽
9 0008. 각자의 길.(휴먼 멸망의 시작) 16.08.30 137 1 14쪽
8 0007. 각자의 길.(움직이는 인형) 16.08.27 149 1 12쪽
7 0006. 각자의 길.(노예상인) 16.08.25 221 2 15쪽
6 0005. 각자의 길. 16.08.23 205 2 14쪽
5 0004. 멸망을 말하다 16.08.22 217 2 11쪽
4 0003. 늪지대 유적 (소녀를 보았다) 16.08.21 348 2 19쪽
3 0002. 늪지대 유적 (대화들) 16.08.20 351 2 12쪽
» 0001. 늪지대 유적 +1 16.08.20 427 5 24쪽
1 0000. 프롤로그 +3 16.08.20 596 7 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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