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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족 하르파스의 던전입니다

로스트 네임 (아론1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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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달푸
작품등록일 :
2016.08.20 06:18
최근연재일 :
2016.09.08 07:03
연재수 :
13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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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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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66,186

작성
16.08.20 0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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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0002. 늪지대 유적 (대화들)

DUMMY

일어나는 대부분의 이들은 이른 시간부터 식사준비와, 학자들의 세면에 필요한 물을 가까운 개울에서 길어오기에 여념이 없었다. 그것은 맨탈리온도 마찬가지였기에, 밤 동안 차가운 바람결에 얼어버린 물결 표면을 걷어내고는 물통 가득, 물을 채우고 돌아가는 길이었고, 그 모습을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그레이스의 눈길을 받아야만 했다. 그렇게 간단하게나마 세면을 마무리 하고 있으려니, 다가온 불만 가득한 그녀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3서클 마스터란 알려진 사실은 둘째치고, 4서클유저란 진실을 숨기고 있는 이유를 모르겠단 말이에요. 힘들게 물을 길어오는 것을 보니··· 사부가 아쿠아 계열에 특화되어있다는 건 진작부터 알고 있는 사실이니, 수다쟁이 숙녀의 입을 막을 설명이 필요하지 않을까요?”


그러면서 양동이에 사용하고 남아있는 물로, 자신의 수건을 가볍게 적시며 얼굴을 다듬는 것이었다. 아침부터 불을 피우는 조리가 귀찮기도 하였고 간단하게나마 입가심을 하기 위해 챙겨온 육포를 건네주면서 궁색한 변명을 하기 위해 입을 열었다.


“후배님이 생각하기에, 지금 본인의 입장이 어떻다고 보이는가?”


육포의 수분이 빠져있기에, 입안에 넣고 한동안 우물거리던 그레이스가, 다소 정확한 지적을 해 주었다.


“능력은 있지만, 평민이란 이유로 아직까지 수련마법사를 벗어나지 못한 비운의 천재마법사가 아닐까요? 역시나 하마얀 왕국은 귀족주의 사상을 버리지 않는 한 희망이 없어요. 가까운 포플란의 예를 보아도 능력위주의···”


“후배님. 주제에서 갑자기 벗어나려는 경향이 있구려. 누가 듣는다면 타국의 첩자란 오해를 받을 수도 있는 발언이니 주의하게나.”


생각하지 못했다는 듯이 주변을 돌아보던 그녀는, 자신들의 이야기를 들을만한 이들이 없었기에 안심을 하며 사과의 말을 잊지 않았지만 이어지는 대답에는 불만이 내제되어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사부의 능력이라면 지금쯤이면 작위를 받아도 늦었다고 할 정도란 건 알고 계시겠지요. 저 같은 무리들을 수련마법사로 칭하는 것이지, 사부의 경우는 이건 아니올시다 잖아요. 혹여, 제가 모르는 큰 죄라도 저지르신 건 아니겠지요?”


아침부터 이야기를 너무 길게 끄는 것은 좋지 않았기에, 다소 보편적인 짧은 답변으로 상황을 마무리 지으며, 얼마 되지 않는 짐을 챙기기 시작했다.


“준비되지 않은 이에게, 주변의 지나친 관심은 때로, 죽음에 이르는 독이 되기도 한다네.”


말들에게 먹이와 함께 주기적인 휴식을 마련하는 것이 필연적인 귀찮음이라면, 단시간의 빠른 이동은 부수적인 이로움이 된다는 진리가 있지만, 그런 이로움은 대지의 종류에 따라 전혀 다른 결과를 만들어 버리기도 한다는 문제점이 있었다. 늪지대에 들어서면서 마차를 더 이상 운용하지 못한다는 점과 말들의 이동을 위해서는, 다량의 먹이를 함께 운반해야 한다는 전재조건이 붙어있었기에 얼마간의 의견조율이 필요하였다.


눈들이 쌓여있는 숲과의 추위와는, 동 떨어진 늪지대에서 뿜어내는 열기가, 앞길을 분간하지 못하게 하는 안개의 가림 막을 생성하고 있었다. 회의시간이 길어짐에 따라 불안감이 커진 것일까? 그레이스의 걱정에 담긴 목소리가 들려왔다.


“식용으로 만들어진 거머리가, 피부미용에 좋다는 이야기를 듣기는 했지만, 늪지대에 서식하는 놈들은 뭔가 다르겠지요? 어떤 이야기책에서는 거머리에게 너무 많이 피를 빨려서인지, 미라가 되는 것을 지켜볼 수 밖에 없었다고 하더라고요. 그것이 얼마나 무책임한 처사인지 아시겠어요?”


거머리가 무책임하단 말인가? 잠시 그녀의 이야기를 이해하지 못하고 있었더니, 이어지는 답변을 들을 수 있었다.


“그 지켜보는 사람들 말이에요. 미라가 될 만큼 고통 받는 이를, 구해주지는 못하더라도, 그것을 가만히 두고 보고 있다는 것은 서로에게 책임감을 미루는 것과 같은 것이 아닐까요? 저 같으면 고통을 덜어주기 위해서라도 깔끔하게 숨통을 끊어 주었을 거에요. 뭐, 그럴 정신이 있었다면, 거머리를 우선적으로 처리했겠지만, 사람 일이란 게 모르는 거잖아요. 만약에 돌이킬 수 없는 상황이라면 고통은 짧았으면 좋겠어요. 알아들었지요, 사부!”


마법사란 관점을 떠나, 입 밖으로 나오게 되는 말에도 무서운 힘을 지니게 된다는 진리를 가르쳐 주어야겠다는 생각은, 빌만이 끼어들면서 무산되어버렸다.


“아무리 늪지대라고 해도 길은 존재하고 있다는 사실이지. 고로 거머리와의 만남은 가질 필요가 없다는 것이네. 그러니 친구가, 건방진 신입에게 알려주도록 하라고, 어쩐지 미라 신입이란 어구는 어울리지 않는단 말이야.”


“거머리가 몸매관리에도 탁월한 효과가 있다고 하더라고요. 누가 알겠어요. 뚱보선배가 홀쭉이 선배가 될지. 목적지에 도착하기 전까지 뒤를 조심하시길 바랄게요.”


협의가 끝난 것인지, 지휘관의 집합을 알리는 음성이 들려왔기에, 서로간의 말싸움은 더 이상 이어지지 않았다. 모든 마차와 말들은 일부의 용병들과 수비대의 인원이 맡아놓기로 하였으므로, 개인별로 필요한 식량과 짐들을 둘러매고도, 학자들과 일부의 선발대에 편성된 인원들의 짐까지 분담하여야 했고, 맨탈리온도 분배된 짐 더미에서 벗어나지 못하였다. 그에게 있어, 기록으로만 남겨져 아직까지 구현되지 못한, 마법주머니의 필요성이 절실했던 적은 아마, 이날이 처음일 것이다.


밝은 한낮의 시간대를 무색하게 만드는 안개 속을, 앞사람이 들고 있는 램프의 불빛에 의지하며 발걸음을 옮기고 있으려니, 이끼로 이루어진 지면의 탄력성이 느껴질 정도였다. 간간이 형상을 들어내는,이름 모를 나무들은 그 깊이를 짐작하지 못하게 하는 늪지대에서, 유일한 이정표를 자처하고 있는 것 같았다. 사람들을 먹이 감으로 인식하고 접근하려던 악어들을 확인한 순간, 마법사들이 만들어낸 화염구들이 늪지대 주변에 휘몰아치기 시작했다. 그것이 경고의 의미로 충분하였던 것인지, 악어들은 경계를 하면서 주변을 맴돌고 있을 뿐이었다.


얼마를 더 들어가자 인원이 쉬어갈 만한 평지가 들어나기 시작했다. 죽어있는 물결표면의 피어 오르는 아지랑이와 함께 잠시지만, 안개의 커튼이 걷어지면서 수십 갈래의 빛 줄기가 물결에 도달하자, 마치 빛의 향연을 보여주는 몽환적인 분위기를 만들어 주었다. 일부의 학자들이 감탄 성을 지르면서 그 모습을 담기에 여념이 없었다. 처음부터 휴식을 취할 지점으로 공유가 되었는지, 별다른 지시가 없는 상태에서도 저마다 짐을 내려놓고 짧은 고생담과 함께 간단한 요기를 하기 시작했다.


“사부. 이곳에서도 전투가 있었겠지요?얼마나 죽었을까요?”


포플란왕국과의 동맹이 이루어진 5년 전까지만 하여도, 무수한 전쟁의 기록을 확인할 수 있었고 대부분이 국경을 마주하고 있는 늪지대와 연관되어 있을 정도였다. 잔잔한 물의 표면을 주시하던 그레이스가 손아귀에 쥐어진 돌을 고요한 물결 속에 던져 넣었다. 이어서 만들어지는 작은 파문을 바라보며 질문하였다.


“그거 아세요. 특정직업에 오랫동안 머무르다 보면, 일상적인 습관들이 생각과 감각을 죽인다는 것을요. 그런 이유일지도 모르지만, 지배자들은 전쟁을 그저, 체스판의 놀이로 생각하는지도 몰라요.”


불현듯 말을 잊다 말고, 웃음을 터트리던 그레이스였다. 눈물이 날 만큼 기분 좋았던지, 눈가를 훔치며 맨탈리온을 바라보았고 뒤이어 그 이유를 들을 수 있었다.


“죄송해요. 갑자기 철없던 공주이야기가 생각나서요. 북부에는 사계절의 반 이상이 눈에 덮여있어서 농사보다는 목축이 발달되어 있다고 하지요. 그러던 중에, 대규모의 폭설과 산사태로 목축업의 반수이상이 매몰되어 버렸으니, 그들에게는 재앙이 따로 없었을 거에요.”


그 사건은 맨탈리온도 기억하고 있는 일이었다. 어떻게 모를 수가 있겠는가. 그 당시 마법학과 졸업반이기도 하였고, 포플란과의 전쟁이 발생할 수도 있다는 전반적인 분위기에 편승하여, 마법병단에 지원하는 계기가 되었으니. 하지만, 다행스럽게도 동맹이란 결과에 따른, 대규모의 지원이 이루어지며 마무리된 사항이었다.


“북부가 기사의 왕국이란 이유가 육류위주의 습관에 있다는 건 모르실 거에요. 그렇다 보니, 보유한 고기가 떨어졌다고 마치 큰일이라도 날듯이 날 리가 아니었답니다. 전쟁을 해야 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을 정도였으니, 말해서 뭐하겠어요. 그것을 지켜보던 철없던 공주의 발언이 지금 생각하면 전쟁을 막았는지도 모르겠단 생각이 들었어요. 한번 들어보시겠어요?”


그녀는 마치 재미있는 농담이라도 말할듯한 표정을 지어 보이더니, 그 작은 입을 열었다.


“고기가 없으면 빵을 먹으면 되잖아요.”


어린 공주에게서 나온 발언은 한동안 이슈가 되었다고 한다. 빵을 만드는 밀은, 남부의 하마얀 왕국이 알아주고 있었기에, 그곳과의 전쟁이 필연적이란 의견과 그냥 밀을 수입하면 된다는 의견이 나누어져 대립하다 보니, 밀을 가지고 논란이 벌어졌다는 소식이 해당왕국의 귀에까지 들어갔다고 한다. 그 당시 주변 도시국가연합과 분쟁이 있던 하마얀 왕국으로써는 전쟁이란 불안요소를 피하고 싶었기에, 그 동안의 국내사정을 감안하여, 밀을 원조해주는 조건으로 동맹을 체결하는 계기가 되었던 것이다.


“당사자들이 어떻게 받아들이냐에 따라 폭동이 발생될 소지가 있는 말이었지만, 모든 이들이 원한 것은 대외적으로 선전할, 현명한 공주의 이미지였지요. 이야기의 요점은 그만큼 지배자의 단순한 생각이나 발언에 따라, 많은 이들의 운명이 결정되는 것이 과연 옳은 일이냐는 것이에요. 물론 자유를 포기하는 대가로 안전을 보장한다는 계약설이 보편적이지만···”


잠자코 이야기를 경청하던 맨탈리온이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자신에게조차 정리되지 않은 물음을 타인에게 강요하는 것 만큼, 어리석은 짓은 없는 것이라네. 그리고 후배님은 지금, 견습생일 뿐이지 않은가? 그런 동떨어진 고민들은 현재의 배고픔에 아무런 도움이 안 된다는 사실이고, 지금의 내가 해줄 수 있는 조언의 전부라네.”


그러면서 그레이스의 배낭에 매달려있는 조리도구를 가리켰고, 투덜거리며 음식을 준비하는 그녀를 보면서 작게나마 미소를 지어 보이는 맨탈리온이었다.


잠시의 휴식을 포함하여, 이동한지 하루가 지나고 있는 상태에서 램프의 불빛만으론 짙어지는 어둠을 몰아낼 방법이 없었기에, 초보적인 라이트마법까지 등장하게 되었다. 어느 순간 부터, 외부인사들의 불만 섞인 목소리가 들려왔지만, 자신들의 목적을 잃어버리진 않았는지, 발걸음을 재촉하였다. 그리고 맨탈이온의 주변에도 그 분위기에 편승하여 의견을 피력하는 여인이 있었으니.


“진작에 길이라도 만들어 두었으면 편하잖아요. 왜 있잖아요, 항구 선착장처럼 기둥을 박아서 만들어놓은 나무판자길 처럼 말이에요. 생각만큼 공사인력도 많이 필요하지는 않을 거고, 늪지대 환경에도 영향이 없을 거에요. 사부.어떻게 생각하세요?”


질문을 던져놓고는 또 어떤 생각이 난 것인지 주변을 돌아보는 그레이스였지만, 너무나 단순한 문제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었다.


“분쟁지역만 아니라면 후배님 생각처럼 되었겠지 않겠나.”


“그걸 누가 모르겠어요. 이럴 때는 그냥 호응해주는 것도 예의라고요.”


무슨이유에서인지 한동안 대화가 중단되었지만, 선두에서 기다리던 환호성이 들려왔기에 맨탈리온도 복잡한 생각을 접을 수 있었다. 온천지대를 연상하게 하는 수증기가 늪지대를 뒤덮어버린 풍경 속에, 주변을 밝히는 임의적인 불빛들에 감싸인 바위언덕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다.


작가의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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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0006. 각자의 길.(노예상인) 16.08.25 222 2 15쪽
6 0005. 각자의 길. 16.08.23 205 2 14쪽
5 0004. 멸망을 말하다 16.08.22 218 2 11쪽
4 0003. 늪지대 유적 (소녀를 보았다) 16.08.21 348 2 19쪽
» 0002. 늪지대 유적 (대화들) 16.08.20 352 2 12쪽
2 0001. 늪지대 유적 +1 16.08.20 427 5 24쪽
1 0000. 프롤로그 +3 16.08.20 596 7 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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