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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빤 함무라비 스타일

웹소설 > 일반연재 > 퓨전

검성고길동
작품등록일 :
2019.08.29 20:16
최근연재일 :
2019.10.16 23:11
연재수 :
4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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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96,2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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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216,488

작성
19.09.05 0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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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6,4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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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09
글자
14쪽

7화

DUMMY

사악사악..


수염 뿌리까지 파고들도록 면도거품을 낸 후.

미용사는 조심스럽지만 정교하게 기민의 턱과 볼을 면도칼로 긁어나갔다.


“와....”


면도가 끝나 갈수록, 기민을 힐끔거리는 시선이 점점 늘어 간다. 가끔 탄성을 참지 못하는 사람도 있었고. 기민의 수염을 면도하던 미용사도 속도가 약간 느려지는 게 느껴질 정도다.


물수건을 가져온 미용사가 면도를 마친 기민의 얼굴을 경건한 느낌으로 닦는다. 옆옆자리 미용사가 기민의 미용사를 질투어린 눈빛으로 쳐다본다.


‘저 년이.. 저 분 얼굴을 닦는 게 나였어야 하는데.’


거울을 들여다보니, 외모로 누구에게도 꿀리지 않을 것 같은 꽃미남이 의자에 앉아 있었다.

기민은 자신의 멀쩡한 외모를 이렇게 제대로 보는 것이 처음이었다.


방출을 배우기 전까지는 화상흉터로 본연의 외모를 알 기회가 없었다. 방출을 배운 후 밀림에서는 거울이 없었고.

그렇기에 물가에 비치는 자신의 얼굴을 보면서 외모를 대충 파악했었을 뿐이다.


기민은 생각했다.


‘기생오래비 같네.’


그 때 미용사가 살짝 빨개진 얼굴로 말을 걸어 왔다.


“머...머리 자르실 거죠?”


“네. 투블럭 말씀드렸잖아요.”


“그... 손님 투블럭 말인데요..”


“네.”


미용사가 우물쭈물하다가, 얼굴이 새빨개져서는 입을 열었다.


“머리 요즘 잘 나가는 스타일 있는데요. 그걸로 해 드리면 안 될까요? 돈은 일반 요금만 받을게요. 그.. 손님에게 너무 잘 어울릴 것 같아서.. 꼭 해 드리고 싶어요.”


미용사를 바라보던 기민이 피식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미용사는 귀까지 새빨개져서는 미용 도구를 가지러 갔고, 그 틈새에 다른 여자 미용사들이 잽싸게 기민을 둘러싸고 온갖 이야기를 떠들어 댄다.


“혹시 소속사 연습생이세요?”


“아니요.”


“어머어머, 목소리까지 완전 멋있다.”


“그럼 길거리 캐스팅 당하신 적은 없어요?”


“아직..”


“말도 안돼!!”


“혹시 여자친구 있어요?”


“그것도 아직..”


“어머어머!!”


“혹시 이상형이 어떻게 되세요?”


“...”


“이년아, 너는 아니야!”


“니가 뭘 알아!”


하하호호 웃음이 터지는 가운데 자신의 담당 미용사로부터 소외받은 남자손님들의 얼굴이 죽상으로 변해 갔다. 그 와중에 기민의 담당 미용사가 돌아왔다.


“비켜, 이것들아!!”


이것저것 잔뜩 싸들고 온 미용사가 날카로운 눈으로 주위를 둘러보자, 다른 여자들이 꼬리를 말고는 다시 자기의 손님에게로 돌아간다.


미용사의 눈은 정확했다.


요즘 잘 나가는 스타일이라던 머리는 기민과 너무 잘 어울렸고.

동일한 스타일로 머리를 자르던 주변 남자들을 죄다 쭈꾸미로 만들어 버렸다.


기민은 미용실 모델 제의를 거절하고는 가벼운 발걸음으로 미용실을 나왔다.

그의 바지 주머니에는 여자 미용사들이 슬그머니 건네 준, 미용사들의 개인 폰 번호가 적힌 명함들이 들어 있었다.

명함을 어찌할지 고민하던 그는 길거리에서 명함지갑 하나를 적당히 사고는, 명함들을 거기에 집어넣은 후 아공간주머니에 넣어 버렸다.


‘아직은.. 아니야.’


다시 모텔로 돌아온 기민은 모텔방 안의 컴퓨터를 켜고는 천천히 계획을 세우기 시작했다.

‘오성 일가’


‘최동수’


‘최하영’


‘지배자들’


밀림에서의 1년간.

김기민의 삶의 버팀목이 되어 줬던 사람들의 이름들이 워드프로세서의 화면에 크게 깜박이고 있었다.

김기민은 이빨을 드러내며 웃었다.


*

*

*


“형. 여기야.”


어두운 분위기의 술집. 하늘발톱 몬스터 샵 사장 서형두가 손을 들어 누군가를 불렀다.


“어. 일찍 왔네?”


누군가가 서형두의 앞에 와서 앉았다. 그는 서형두를 쏙 빼닮아 그 둘이 혈연관계임을 누구라도 짐작할 수 있을 정도였다.


“뭐 그냥.. 적당히 왔지.”


“장사는 잘 되고?”


“어... 그... 괜찮지.”


“그럼 괜찮아야지. 누가 대 주는 물건인데.”


서형두의 형 서형기는 제법 잘 나가는 능력자로, 괴수사냥팀 ‘하늘파람’에서 활동하고 있었다.

서형두의 하늘발톱 몬스터 샵도 서형기가 돈과 물건을 대 주어 차린 것이다.


“뭐냐 이건?”


서형기가, 서형두가 보던 태블릿 PC 화면으로 눈을 돌렸다.


“아, 요즘 내가 보는 방송인데. 대박이랑 미녜라고 있어.”


“컨셉이 뭔데? 겜방이야? 아니면 벗방?”


“그런 건 아니고, 병맛?”


서형기가 어이없다는 듯 웃었다.


“지 같은 거만 보네. 머리에 간장 들이붓는 그런 거야?”


“아니 형. 형은 대체 언제적 컨텐츠를 얘기하는 거야. 그런 말 남들 앞에서 함부로 했다가는 틀딱 소리 들을걸? 대박이 얘네들 생각보다 똑똑해. 법을 이용한 합법적 자해공갈? 이런 것도 가끔 하고.. 상대를 들었다 놨다 하는 게 컨텐츠야. 다음에는 기운석 미신 믿는 새끼들 조지러 간대.”


서형두가 억울하다는 듯, 숨도 쉬지 않고 열변을 토한다.


“아, 그 돌 만지면 뭐 기운이 회복되고 그런 거 믿는 사람들?”


“어. 세상에서 제일 한심한 새끼들이야. 차라리 그 시간에 운동을 하겠다.”


서형기가 한숨을 푹 쉬었다.


“알았다, 알았어. 그런 똑똑한 애들만 보지 말고, 그런 방송 보는 너도 좀 똑똑해졌으면 좋겠네.”


“나야 뭐 완전 똑똑하지. 어.. 근데 형, 있잖아.”


뭔가 망설이며 얘기를 꺼내는 서형두를 보면서, 그의 형 서형기는 생각했다.


‘이 새끼 또 사고 쳤구나.’


“또 뭐냐?”


“그게...”


입술을 달싹이던 서형두가 입을 열었다.


일주일쯤 전에 저주술사 하나를 잘못 건드렸는데, 어찌해야 할지를 모르겠다는 내용. 기민에 관한 이야기였다.


“난 진짜 노숙자 새끼인 줄 알았어. 진짜라니까? 그런 새끼가 웅담을, 그것도 보존 쩔게 돼서 번쩍번쩍한 걸로 들고 오는데 눈이 어떻게 안 돌아가냐고.”


묵묵히 이야기를 듣던 서형기가, 샷건을 겨누고 노숙자라고 욕하면서 웅담을 내놓으라고 했다는 부분에서 기함을 토했다.


“미친 새끼야. 넌 진짜 여기 살아서 나랑 술 먹을 수 있다는 거 자체에 감사해야 돼. 저주술사 새끼들 성격 얼마나 꼬였는지나 아냐? 그 새끼들은 진짜 싸이코패스야. 인성파탄 그 자체라고.”


“나도 알기야 알지..”


서형두가 풀이 죽은 채 말했다.


“하 시발... 다크 옥션에 다시 가봐야 되나...”


‘건드려도 하필 저주술사를.. 제대로 된 저주방어 아이템은 길드 재산을 다 털어도 구하기 어려울 텐데..’


서형기가 머리를 벅벅 긁었다. 가게고 자시고 동생 목숨이 간당간당할 판이다. 둘 모두 한참 동안 말이 없었다.

그러다, 서형기가 침묵을 깨었다.


“일단 그 저주술사가 누군지는 아냐?”


“아니...”


“야 이 등신아. 누군지도 안 알아봤다고?”


“아 좀! 말을 끝까지 들으라고. 리스트 죄다 후벼서 얼굴 비교해 봤는데 미등록이었다고. 어쩌라는 거야.”


서형두가 짜증을 확 냈다. 이 철없는 새끼를 어떻게 할지 고민할 정신도 없을 정도로 서형기는 눈앞이 아찔했다.

촉매도 없이 마비 저주를 구사할 정도의 능력자가 정식 능력자가 아니라고?


‘빌런이라면..’


그 저주술사가 빌런이라면, 차라리 서형두를 지금 이 자리에서 ‘인간으로서’ 죽게 해 주는 게 나을 수도 있다.

저주술사란 그런 놈들이니까.

그들의 손길은 눈에 보이지 않으나 독하기는 사갈보다 더하니까.


그들은 보이지 않는 곳에서 누군가를 해할 수 있다.

그러나 가해자인 저주술사를 법적으로 처벌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왜냐?

증거가 없으니까.


이 저주는 해당 저주술사가 건 것이 확실한가?

증거확보를 위해 인형에 못 박는 장면을 촬영할 기회가 있을까?

만약 촬영했다고 해도, 그 인형이 피해자와 관련이 있다는 ‘인과관계’를 증명할 수 있겠는가?


여러 가지 문제들이 겹치고 겹쳐, 저주술사와 분쟁이 생길 때는 법보다는 폭력에 의존하는 시대가 되고 말았다.


그래서 저주술사에게는 ‘사전예방’이라는 표어 아래에 사회의 무거운 통제가 따르고, 등록된 저주술사들이 그 점에 대해 항상 불만을 표현해 왔지만, 지금껏 씨알도 먹히지 않았다.


하지만 미등록 저주술사라면?

들키지 않는 이상은 통제를 할 수가 없다.


서형기가 서형두를 무거운 눈으로 바라보았다. 서형기의 입이 다시 열렸다.


“...CCTV 영상 줘 봐.”


서형두가 아무 말 없이 태블릿을 건넸다. 서형기는 영상을 몇 번이고 돌려 보았다.

그러던 중.


“어..?”


서형기의 눈이 번뜩였다.

이 저주술사, CCTV를 쳐다본다.


일반적으로 저주술사들은 CCTV 같은 건 전혀 신경쓰지 않는다.

그들의 마인드에는 ‘CCTV로 쳐다 봤자 니가 어쩔 건데?’라는 생각이 기저에 깔려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저주술사는 CCTV를 신경쓰고 있다.


혹시 일부러 엿 먹으라는 식으로 쳐다보는 건가 해서 그 부분을 몇 번 더 돌려 보았다.

표정이나 자세한 얼굴은 수염 때문에 확인할 수 없었지만, 제일 중요한 ‘눈매와 눈빛’의 변화가 없다.


게다가 죽인 후 자신의 세력을 불러 시체를 치우는 게 아니라, 단순히 ‘신고하지 말라’정도의 가벼운 협박으로 끝냈다는 사실까지 고려해야 한다.


즉 저주술사가 사회의 통제를 신경 쓴단 이야기. 적어도 빌런이 아닐 가능성이 높다는 뜻이다.


“...야. 형두야.”


“응.”


“매대에서 이 분이 가져가신 거 다시 읊어봐.”


“갈퀴뿌리랑.. 유니콘 뿔이랑.. 그 두 개가 좀 가격 나가는 거고. 나머지는 그냥저냥? 다 재료들이야.”


“가격 나가 봤자 다 합해서 2천도 안 되잖아.”


“그거야 그렇지.”


가져간 물건들도 비싼 것만 가져간 것이 아니다. 오히려 목숨에 대한 위자료치고는 싸게 가져갔다.


게다가 결정적으로, 머리카락을 가져간 지 일주일이나 지났는데 아직 형두가 멀쩡하다. 마비 저주도 어떠한 후유증 없이 몇 시간 뒤에 해소되었다고 한다.


‘빌런이 아니야. 어쩌면 각성한 지 얼마 안 된 저주술사일 수도 있다.’


빌런이 아닌 미등록 저주술사라면 이건 로또각을 잴 수도 있다. 그 자를 포섭 가능하다는 전제 하에 말이다.


그는 과연 어느 쪽일까?


고심하던 서형기가 입술을 깨물었다.


“형두야. 너 옆집 사장님이랑 친하냐?”


“인사 정도야 하지. 형 왜? 그 새끼가 거따 팔았을까 봐?”


“확인했어?”


“...아니.”


빡, 빡!


“아, 아!!! 왜!!!”


“진짜 씨팔 븅신새끼. 뒤져라. 아오, 뒤져, 이 개새끼야.”


서형기가 살기를 뿜으면서 서형두의 뒤통수를 후렸다. 형이 진짜 화났다는 걸 안 서형두는 반항도 못 하고 얌전히 두들겨 맞아야 했다.


*

*

*

*


기민은 며칠간 모텔방에 틀어박혀 밥 먹을 때를 제외하고는 밖에 나오지 않았다.


밥 먹을 때도 아침은 혼자 먹고 점심과 저녁은 제세현 사장과 같이 먹었다.


기민이 제세현 사장에게 들었던 말을 잠시 떠올렸다.


‘자신의 능력은 사람의 오오라를 보는 능력인데, 아끼던 사람과 같은 오오라를 가졌다고 했었지.’


“아무튼, 아침도 먹었으니 다시 고민해 볼까.”


여러 가지 문제가 산적해 있었고, 그는 지금 그 해결 방법을 찾는 중이었다.


‘먼저, 가장 큰 문제.’


“내가.. 너무 잘생겼어.”


엄청난 문제다.


돌아다니면 저절로 눈길이 쏠린다. 사람 많은 곳을 조금 오래 걸으면 번호를 20번쯤 따인다. ‘혹시 여자친구 있으세요?’ ‘있어도 상관없으니까 번호 좀 주세요.’

번호가 적힌 포스트잇을 건네 주고 도망치듯 사라지는 여자들도 많았다. 심지어 몰래 기민을 따라오는 여자들도 있을 정도다.

이 정도라면 어떤 SNS에는 몰카로 찍힌 기민의 얼굴이 올라 있을 가능성도 분명 있을 것이다.


처음엔 너무 좋았다.

김기민이 태어나서 이런 호감어린 시선을 받아본 적이라고는 없었으니까.


하지만.. 눈에 너무 띄면 곤란한 이 상황에서 이런 시선집중적 얼굴은 다소 문제가 된다.

지금 김기민은 그야말로 시선을 빨아들이는 블랙홀이다. CCTV나 블랙박스를 피하더라도 인간의 시선을 피하지 못하면 의미가 없다.


‘변장 도구나 능력이 필요하다. 좀 눈에 띄지 않을 정도로 평범한 사람으로 변하고 싶어.’


고민하던 김기민이 키보드를 두들겼다.


‘마스크 계열 아티팩트’


‘변신 환약’


모니터에 뜬 글자를 보고 잠시 생각하던 김기민이, ‘변신 환약’을 지웠다. 변신 환약은 1회성에 불과한 데다 변신과정이 상당히 귀찮기 때문이다.

이내 모니터에는 ‘마스크 계열 아티팩트’만이 남아서 깜박였다.


‘근데 마스크 계열 아티팩트.. 속칭 [인피면구]들은 전부 불법 아이템인데. 하... 어쩌지.’


왜 불법이냐.

함부로 남 얼굴로 변신해서 사회질서를 어지럽힐 수 있다는 명목이다.

수긍할 수 있다.

인피면구를 끼고 저지를 수 있는 범죄에 대해 당장 생각나는 것만 10여가지는 되니까.


암시장에서라면 구매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해서 암시장도 나름 열심히 찾아봤지만 인터넷으로는 도저히 찾을 수 없었다.


‘하긴, 인터넷으로 검색되는 암시장이면 그게 암시장이냐?’


거의 앓는 소리를 내면서 고뇌하던 김기민. 그는 결정을 내렸다.


“그냥 다음 안건부터 처리하자.”



워드프로세서의 [새 문서] 버튼을 누르자, 새로운 창이 떠오른다.

김기민이 다시 키보드를 두들겼다.


‘어떻게 강해질 것인가.’


‘약점을 어떻게 메꿀 것인가.’


잠시 생각하던 김기민이 문구를 추가했다.


‘1. 괴수 사냥 후 변이석 흡수 -> 정석적이지만 느림.’


‘2. 아이템 구매해서 약점 메꾸기’


김기민이 망설이다가, 힘차게 손가락을 놀린다.


‘3. 잔존 변이석 먹튀!’


작가의말

부족한 글 항상 읽어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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