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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빤 함무라비 스타일

웹소설 > 일반연재 > 퓨전

검성고길동
작품등록일 :
2019.08.29 20:16
최근연재일 :
2019.10.16 23:11
연재수 :
4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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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9,739
글자수 :
216,4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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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9.02 00:23
조회
71,448
추천
1,692
글자
13쪽

4화

DUMMY

머리가 멍해진다.

김기민의 입꼬리가 자기도 모르게 비죽비죽 올라갔다.


“그...그래.”


눈 앞의 돌멩이가 빛무리로 화하더니 그대로 사라진다.


[ C급 변이석을 흡수했습니다. ]


[ 변이 여부 결정 중... 결정 완료. 능력이 향상됩니다. ]


경천동지할 일이다.

지금까지 인류의 석학과 세계구급 능력자가 수없이 달려들었지만 그 실마리의 끄트머리조차 잡지 못해서 쓰레기 취급 받는 이 돌멩이가 ‘변이석’이라고?


‘내가 이걸 흡수할 수 있다고? 나만?’


녹아내리는 듯한 행복감이 그의 몸을 감돈다.


‘어떤 능력을 업그레이드할까..?’


기민은 잠시 행복한 고민에 빠졌지만, 시스템은 너에게 주어진 선택권은 여기까지라는 듯 다음 메시지를 띄웠다.


[ 향상될 능력이 자동으로 결정됩니다 : 상태이상흡수(S)(Lv. 0) -> 상태이상흡수(S)(Lv. 1) ]


[ 상태이상흡수(S)의 특성 중 하나가 향상됩니다. 향상될 특성 : 방출 거리 ]


[ 상태이상흡수(S)(Lv. 1)의 방출 거리가 10cm -> 30cm로 늘어납니다. ]


변이석을 흡수해서 능력을 향상시킬 수는 있지만, 어떤 능력을 어떻게 향상시킬 것인지는 그에게 선택권이 없는 듯했다.


하지만 김기민은 만족했다.

그냥 만족 수준이 아니라 대만족이었다.


‘선택권이 없다고? 랜덤? 상관없어. 어차피 저 변이석이라는 건 지금 전세계에서 나밖에 흡수할 수 없다. 계속 흡수하다 보면 원하던 능력도 같이 성장하겠지.’


‘나는 여기서 살아남는다. 그리고 강해질 것이다. 계속.’


-키에에에에에!!


짙푸르다 못해 검게 보이는 숲 저 안쪽에서 희미한 괴성이 울려퍼진다. 저 안에는 대체 어떤 것들이 살고 있는 것일까?


김기민이 우묵한 눈으로 검녹색 장막을 바라보았다.


“후우.”


심호흡을 한 번 한 김기민이, 송곳을 꽉 쥔 채밀림으로 천천히 발을 들여놓았다.


*

*

*


15개월 뒤.


눈이 셋 달린, 아름드리 나무 굵기의 꽤나 큰 뱀이 남자 하나를 칭칭 감고 있었다.


쉿, 쉿


뱀은 공포심을 전혀 드러내지 않는 남자를 흥미롭게 쳐다보며 혀를 낼름거렸다.

머리 가운데에 박힌 세 번째 눈이 남자의 눈을 바라보며 묘한 빛을 뿜어낸다.



어느 날 갑자기 뱀에게 생겨난 세 번째 눈.

이 눈으로 사냥감과 눈을 마주치면, 사냥감은 얼어붙고 아무 행동을 하지 못하게 된다.

이 능력으로 세눈뱀은 정글에서 ‘강자’까지는 아니라도 ‘건들면 안 되는 녀석’ 정도의 지위에는 오를 수 있었다.


‘특이하게 생긴 하얀 원숭이로군’


‘왜 이런 먹음직스러운 먹이를 아무도 거들떠보지 않는 거지?’


떠오르는 의문에 잠시 눈을 데굴데굴 굴리던 세눈뱀은 이내 생각을 멈추고, 다시 혀를 날름거렸다.

이미 원숭이는 많이 먹어 봤다.

비슷한 먹이겠거니 하고, 대수롭지 않게 생각한 뱀이 몸을 조여나간다.


우드득, 우지직


뼈 부서지는 소리가 났다.

먹이의 입에서 붉은 체액이 새어나온다.


조금 더 다질까? 아냐. 이제 먹자.

뱀이 입을 쫙 벌리는 순간. 먹이가 입을 달싹인다.

그리고 믿을 수 없는 격통이 몰려왔다.


‘뭐지??! 이건 뭐지?!?!!’


온 몸이 바스러진 느낌이다. 바위에라도 깔린 걸까?

남자를 둘둘 감아 압력을 가하던 몸체는 어느새 흐늘흐늘하게 풀려 있다. 뱀생에 처음 겪는 고통이다. 몸체가 소금 맞은 지렁이처럼 멋대로 움직인다.


쉬아아!! 슈으아아!!


뱀은 지금 자기가 입으로 피를 줄줄 흘리는 것조차 눈치채지 못한 상태로, 그저 격통에 괴로워하고 있었다.


남자는 아무 일 없었다는 것처럼 몸을 툭툭 털더니, 고통스러워하는 뱀 앞으로 다가왔다.


샤..아?


‘어떻게? 몸통으로 다져 놨는데?’


각성괴수는 어느 정도의 이성을 갖게 된다.


‘보통 원숭이가 아니었구나...!!!’


그래서, 김기민에게 한 방 먹고 난 뒤의 괴수들은 대부분 ‘일단 삼심육계 줄행랑’이라는 결론을 내놓곤 했다.

세눈뱀도 예외는 아니었다.


‘도망가야겠다’


시이이..


잘 움직이지도 않는 몸뚱이를 애써 물결치며 사라지려는 뱀의 뒤에서, 남자가 가슴팍에 뭔가를 꽂아넣었다 뺀다.


‘!!!’


그리고 세눈뱀의 기억은 거기서 끊겼다.


*

*


“또 D등급이야?”


입맛이 썼다.

고래괴수 이후에 B등급 이상 변이석을 먹어 본 게 딱 1번뿐.


그 이외에는 죄다 C, D등급이다.


능력 향상 메시지도 본 지 오래 되었다.


‘이거 아무래도 경험치 방식은 아닌 것 같아. 변이석을 그렇게 쳐먹었는데 메시지가 안 뜨는 건 좀 이상해.’


김기민이 진지하게 고민했다.


‘메시지의 표현도 그렇고, 아마... 가챠 방식이 아닐까?’


그의 예측은 정확했다.


변이석은 그 개개마다 김기민의 능력을 향상시켜 줄 ‘확률’을 가지며, 김기민의 능력이 향상될 수록 그 ‘확률’은 점점 낮아진다.


지금 김기민이 D등급 변이석으로 능력을 향상시키기 위해서는 꽤 많은 변이석으로 시도해도 성공할까 말까 하리라.


“에휴.”


이 개같은 곳에서 스스로를 발전시키는 재미라도 있었는데 이제 그것도 사라진 지 오래다.

김기민은 생각했다.


‘집에 가고 싶다.’


“에휴.”


다시 한숨을 푹 내쉰 김기민이, 그 자리에 퍼질러 앉아 그의 친구 ‘송곳이’를 다듬기 시작했다.

다듬는다고 해봐야 날에 붙은 이물질 등을 제거해 주는 것이었지만 말이다.


“어휴.. 얘도 막대기 부분이 다 삭았네..”


특수처리가 된 나무라고 해도 1년 이상 혹사당했으니 배겨날 리가 없다. 김기민이 조심스레 나무막대 부분을 쓰다듬었다.


“엇!”


쩌저적, 툭.


나무막대의 수명이 마침내 다했는지, 손잡이 막대 부분이 갈라지며 내용물이 튕겨나온다.


“아이고!!”


김기민이 떨어진 내용물들을 죄다 주워 황급히 그러모았다.

먼저 송곳 부분. 이 친구는 버릴 수 없다.


‘새로운 손잡이를 만들어 줘야겠다.’


후레쉬?


‘배터리도 없는데, 이젠 필요 없어.’


후레쉬 부분을 휙 던져 버린 김기민.


‘음.. 나머지.. 음? 더 있다고?’


묘한 문양이 적혀 있는 돌. 후레쉬 끝부분에 함께 담겨 있던 걸까?

손잡이 안에 이런 돌이 들어 있으리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


‘어.... 이 문양.. 돌.. 기억에 있는데.’


김기민은 TV에서 이 돌을 본 적이 있다.

애써 기억을 살려낸 김기민이 크게 외쳤다.


“귀환석!!”


‘이게 정말 귀환석이라면..’


김기민은 ‘송곳이’를 얻게 될 때의 정황을 떠올렸다. 그 때 최동수가 했던 말이 어렴풋이나마 생각난다.


‘비상용으로..라고 했었지.’


‘최동수 본인의 생존용으로 구비해 놓은 거라면, 본인의 은신처로 연결해 놓았을 수도 있다.’


‘물건 감정 능력이 있었다면 이럴 때 정말 편할 텐데.. 아쉽네.’


김기민이 혀를 차고는 다시 고민에 잠겼다.

그리고는 이내 결정을 내렸다.


‘귀환석을 사용한다. 만약 은신처로 가게 되더라도 상관없어. 은신처인 이상 최동수 본인만이 아는 장소일 가능성이 높고, 그렇다면 은신처엔 높은 확률로 아무도 없을 거다. 있더라도...’


주먹을 꽉 쥐며 눈빛에 살기를 싣던 김기민이, 집으로 돌아갈 준비를 하기 시작했다.


*

*


김기민은 현재 자신이 살고 있는 정글의 가장 훤히 트인 공터에 나와 있었다.


괴수들 기준으로는 ‘제법 큰 원숭이’에 불과할 것이나, 그 원숭이가 놀라울 정도로 몸을 훤히 드러내고 있음에도 공터에 접근하는 괴수는 아무도 없었다.


이제 다들 학습할 만큼 학습한 것이다 - 저 천둥벌거숭이를 잘못 건드렸다가는 몇백 배로, 심지어는 목숨으로까지 배상해야 한다는 사실을 말이다.


‘휴, 거의 다 됐네. 한 번만 더 점검해 보고 출발해야겠어.’


기민은 자신의 능력들을 점검했다.


[ 상태이상흡수(S)(Lv. 89)(면역) ]


"내가 네 짐을 대신 지겠다.“

“그렇다면 이제는 네 짐이 아니라 내 짐이니, 이걸 내 마음대로 써도 불만은 없겠지?”


- 당신은 생명체의 어떠한 상태이상도 흡수할 수 있습니다.

- ★S등급 특전 : 당신은 당신의 상태이상을 다른 생명체에게 방출할 수 있습니다.

- ★★혼돈 진화 특전 : 이 능력은 이제 다른 능력의 대상이 되지 않습니다.(Ex. 간파, 복제, 감지 등)

- ★★개방된 잠재 특성 ‘얕은 무덤’ : 당신이 죽음에 이르는 피해를 입어 죽음이 임박했을 때, 당신은 5초간 불사 상태가 됩니다. (1일 한도 10회)

- ★★개방된 잠재 특성 ‘갈취자의 보존’ : 당신은 당신이 상태이상을 흡수하거나 방출한 대상을 보존할 수 있습니다.



[ 능력 : 카를레토의 정신방벽(U)(Lv. 62)(은폐) ]


카를레토의 정신세계는 여러 의미로 독특했습니다. 태생부터 배배 꼬인 카를레토의 심령에 침입해 보려는 헛된 시도 중 성공한 것은 하나도 없었습니다.

- 당신은 거의 모든 정신공격에 저항할 수 있습니다.

- ★은폐 : 이 능력은 당신이 직접 드러내지 않는 이상 각종 간파 능력에 들키지 않습니다.

- ★★개방된 잠재 특성 ‘굳건이’ : 당신은 당신이 원하지 않는 한, 타의에 의한 수면이나 기절 등 인사불성에 면역이 됩니다.

- ★★개방된 잠재 특성 ‘무지개’ : 당신에 대한 정신공격이 일정 확률로 시전자에게 반사됩니다.

- ★★개방된 잠재 특성 ‘마음의 벽’ : 당신은 당신이 원하지 않는 한, 당신에 대한 정보를 엿보는 능력에 면역이 됩니다.


변이석을 흡수하면서 ‘방출 거리’, ‘흡수 거리’ 같은 것만 향상되는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다.


변이석 흡수의 진짜 대박은 ‘잠재 특성 개방’에 있었다.


재능충들 같은 예외를 빼고 말해 보면, 잠재 특성은 능력자들이 수십 년간 고된 훈련과 숙달을 거쳐도 겨우 한두 개 개방할까 말까 하는 능력자의 꽃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김기민은 그런 과정 따위 전혀 필요 없이 변이석 흡수 가챠로 잠재 특성을 다섯 개나 얻어 버렸다. 온 힘을 다해 수련해서 잠재 특성을 개방한 능력자들이 김기민을 보았다면 거품을 물 일이다.



물론 그런 특별한 변이석이 자주 나오지는 않았다. 그리고 나와 준다고 해서 반드시 잠재 특성이 개방되는 것도 아니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잠재 특성의 ‘개방 가능성 그 자체’다. 변이석 흡수로 특성을 개방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반칙인 것이다.



‘말로만 듣던 건데 막상 얻고 나니 정말 대박이긴 하네. 사실상 능력이 다섯 개 더 생긴 거나 마찬가지잖아.’


김기민은 뿌듯한 표정으로 능력창을 닫고는, 이내 가져갈 물건들을 다시 체크했다. 그의 앞에는 입구가 꽉 묶인 가죽 주머니들이 여러 개 놓여 있었다.


‘귀환석의 용량을 모르니 최대한 심플하게 챙기자. 멧돼지 오줌보에는 마비 가루. 뱀 가죽 주머니에는 맹독 가루. 곰 가죽 주머니에는 웅담들. 오케이, 체크 완료!’


기민은 신체 일부롤 놓고 간다던가 하는 불상사를 겪고 싶지 않았기에, 짐의 양을 최대한 적게 조절했다.


가죽 주머니를 쭉 둘러본 김기민이, 주머니를 전부 끈으로 연결하여 벨트처럼 허리에 꽉 둘러맨다.



‘좋았어.’


허리춤을 툭툭 쳐 본 그가 뒷목을 한 번 주물렀다.

귀환석을 사용한 후 전투가 벌어질 가능성이 있으니, 마지막으로 자신의 ‘강점과 약점’을 점검해야 한다.


김기민의 강점이야 두말할 필요도 없다.

일정 조건 하에서는 무적에 가깝다는 것.

하지만 그 ‘일정 조건’이 바로 약점이 된다.


‘일단 주위에 총알받이가 되어 줄 생명체가 있어야 한다는 것은 제법 큰 페널티야. 하지만 이건 꼼수를 써서라도 극복할 수 있어.’


‘고민해야 할 가장 큰 문제는, 물리적으로 덤벼들면 대응이 쉽지 않다는 거지. 예를 들어 나를 묶어 둔 채로 목을 쳐 버린다면? 나를 밧줄로 묶는다던지 하는 건 상태이상이 아니니까 내 능력으로 대응이 어려워.’


'그리고 그런 약점은 1 대 1보다는 1 대 다수의 싸움에서 더욱 드러날 거야. 1 대 다수라.. '


김기민의 눈이 깊어졌다.


‘결국에는, 상대가 나의 능력을 모르는 상태에서 1 대 1로 전투하는 것이 최선이라는 거지. 나의 약점을 극복할 만한 무언가를 꾸준히 찾아봐야겠군.’


고개를 끄덕인 김기민이 귀환석을 꺼내 들었다. 돌 뒷면의 오목하게 패인 부분에 손가락을 갖다 대고는 서서히 돌린다.


‘일단은 오성부터다. 갚아 준다. 반드시!’


키릭키릭..


한 바퀴, 두 바퀴, 세 바퀴.


달칵, 철컥.


귀환석 앞 뒤로 미묘하게 어긋나 있던 문양이 완벽하게 맞물렸다. 문양에서 이내 빛이 새어 나오다가, 폭사되는 빛이 김기민을 삼킨다.


빛이 사라지고 난 자리에는 아무 것도 남지 않았다. 다만 김기민이 밟고 있어 눌렸던 수풀자국만이 ‘이 자리에 인간이 서 있었다’는 것을 보여 줄 뿐이었다.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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