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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빤 함무라비 스타일

웹소설 > 일반연재 > 퓨전

검성고길동
작품등록일 :
2019.08.29 20:16
최근연재일 :
2019.10.16 23:11
연재수 :
40 회
조회수 :
2,196,229
추천수 :
59,739
글자수 :
216,488

작성
19.09.04 00:49
조회
67,131
추천
1,481
글자
13쪽

6화

DUMMY

눈만 데굴데굴 굴리는 주인 앞에서, 기민이 씨익 웃었다.


“이제 내가 고민할 차례네. 음... 죽일까, 말까?”


기민을 쳐다보던 주인의 눈이 공포에 질렸다. 주인이 눈을 필사적으로 굴렸다. 계속해서 한쪽 방향을 흘기는 걸 보니 무언가를 말하고 싶어하는 것 같았다.


“아, CCTV? 걱정 마. 난.. 뭐랄까. 흠. 저주술사거든.”


어떤 능력으로 둘러댈까 고민하던 기민이, 저주술사를 꺼내들었다.


“굳이 이 장소에서 널 죽일 필요도 없지. 너가 퇴근하다가 심장마비로 죽는 게 나에겐 더 안전하잖아?”


‘저주술사???!’


기민의 웃음 섞인 대답에 주인은 까무러치기 일보 직전에 이르렀다.


“마비 저주는 좀 어때?”


주인이 눈을 미친 듯이 깜박인다. 기민이 피식 웃었다.


“저주술사에게 총을 겨누었으면 대가를 치러야지.”


주인이 다시 눈을 깜박인다.

기민이 주인의 뒤쪽으로 걸어 매대로 향했다. 그리고는 매대에 비치된 명함을 한 장 뽑아들었다. 기민은 명함을 찬찬히 읽었다.


“서형두. 오, 스카이클로 이거 프랜차이즈 아니네. 니가 차린 거야? 근데 너 존나 어려 보이는데.. 가게 차려 준 거 니 빽이구나? 일단 이름 외워야지. 서형두. 서형두. 서. 형. 두. 서! 형! 두!”


서형두는 미칠 것 같았다. 그의 이름을 부르는 저 저주술사가 마치 저승사자 같았다.

저주술사는 희귀하고, 강력하고, 그만큼 비싼 존재다.

저주술사에게 이름을 계속 불리우니 진짜 죽는 게 아닐까 싶어, 이름을 불리울 때마다 심장이 멈추는 느낌이었다.


‘진짜 능력자일 줄이야... 게다가 그 희귀하다던 저주술사라니..’


촉매나 매개물도 없이, 게다가 시동어나 구동동작도 없이 마비를 거는 정도의 능력자라니. 그 정도라면 당연히 괴수 사냥팀에서 디버프의 중역을 맡고 있을 것이다. 그 정도 되는 사람이라면 당연히 저 정도 웅담은 가지고 있을 만 하다.


‘내가 미쳤지.. 미쳤어.. 그래도 쏘지 않아서 그나마 다행이야..’


힘 있는 저주술사들은 대부분 스스로에게 ‘최후의 한 마디’라는 능력을 걸어 놓는다고 전해진다.

저주술사를 죽이면 ‘최후의 한 마디’가 발현되고, 저주술사를 죽인 자에게 죽은 저주술사가 생전에 걸어 오던 모든 저주들을 다 합한 것보다 강력한 저주가 걸린다.

그래서 저주술사는 독개구리 같은 존재다.

어떤 의미로든 건드려서 멀쩡한 꼴 보는 경우가 별로 없기 때문이다.


‘다행이라면 다행인데 이제 어쩌지.. 저주술사에게 밉보이다니.. 제길... 제길!!’


서형두의 굳어 버린 입에서 침이 질질 흘렀다.

아무리 법률이 있고 판관이 있다 하더라도, 주먹은 법보다 가까운 것이다. 능력자에게 법적으로 무언가를 해 보기 전에 서형두가 뒈져 버리면, 주먹은 서형두가 맞았는데 법은 남 좋은 일만 하게 될 것이다.


오늘따라 유독 서러워진 서형두, 그의 눈에서 눈물이 흘러내렸다.


“어, 이 새끼 우냐? 우네?”


매대에서 좀 좋다 싶은 물건을 제법 챙긴 기민이, 눈물을 줄줄 흘리는 서형두를 보면서 껄껄 웃었다.


“위자료로 좀 챙겼으니까 알아 두고. 오늘은 너 하는 거 봐서 살려 줄 수도 있긴 한데.. 신고하면.. 알지? 이름 외웠다?”


서형두의 어깨를 툭 친 기민이 문을 열고 나가려다 다시 돌아온다.


“아 참. 이거 깜빡했네.”


기민이 서형두의 머리를 한 움큼 뽑아 주머니에 쑤셔박은 후, 그 중 한 가닥을 들고 서형두의 눈 앞에서 흔들었다.


“앞으로 사람 봐 가면서 깝치자. 인형에 못 박히기 싫으면. 알았지?”


마지막까지 완벽한 연기였다.


서형두의 눈에서 흘러나오는 눈물줄기가 굵어지고, 기민이 경쾌하게 문을 열고 나간다.


딸랑딸랑!!


문에 달린 종이 상큼하게 울리는 가운데, 서형두는 계속 엉거주춤하니 굳어 있었다.


*

*


“웅담이군요. 보존이 아주 잘 됐어요. 보존 능력자가 누구인지는 모르겠지만, 굉장한 실력자로군요.”


세현 몬스터 샵의 주인인 늙은 할아버지는 물건을 보자마자, 기민에게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할아버지는 기민의 옷차림과 냄새 따위는 전혀 아랑곳하지도 않았다. 한쪽 눈에 낀 확대경을 통해 웅담만을 주시할 뿐이었다.


“이 정도 물건이면 저희 가게에서는 보통 1억 정도에 매입합니다.”


비록 1년 전이긴 하나, 기민이 유튜브와 여러 매체를 통해서 학습한 가격대와 일치한다.

그러나 기민은 생각했다.


‘웅담 계열의 재료는 약간만 손을 보면 완벽한 최고급 각성제의 재료로 거듭난다. 어떤 부작용도 없이 일시적으로나마 상당 능력을 부스팅해 주는...’


‘수요가 늘면 늘었지, 줄진 않았을 거야. 특히, 아직 수능이나 각종 고시가 존재한다면 더욱 더! 우리나라 학부모들이 눈에 불을 켜고 구할 거라고.’


‘게다가 곰 잡는 건 절대 쉬운 일이 아니야. 공급이 그렇게 늘었을 리는 없어.’


곰은 정글에 살지 않는다.

놈들을 마주친 것은 밀림 외곽의 산기슭.

거의 저층 상가건물 수준에 가깝던 놈들을 추억하면서, 기민이 생각을 마무리 지었다.


‘좋아. 베팅한다.’


“사장님. 근데 말씀하신 그 가격은 제가 알기로는 1년 전 가격인데요.”


기민이 웃으며 말하자, 할아버지의 입가가 움찔했다.

그가 웃으며 말을 이었다.


“사장님, 네고하지 마시고 그냥 저 좀 챙겨 주세요. 솔직히 이 정도 되는 물건 어디 가서 보시기 쉽나요? 아까 말씀하셨잖아요. 보존이 아트라고. 그 친구 몸값도 엄청 비싸요.”


‘비싸지. 나 그렇게 싼 사람 아니니까.’


할아버지는 망설이다가 한숨을 푹 내쉬었다.


“좋습니다. 생각하고 있는 가격이 있으신가요?”


“2억에 해 주시면 다음 웅담도 여기서 거래하죠. 다음 웅담 품질은 더 좋을 겁니다.”


기민은 자신감 있게 말했다. 실제로 그가 말한 뒷부분은 사실이다. 가진 웅담 중 제일 사이즈 작고 광채도 볼품없는 것을 파는 거니까.

다만 문제는 기민의 말 중 앞부분이다. 좀만 챙겨 달라고 하면서 가격을 두 배로 튀겨 버렸다.


기민의 말을 들은 늙은 사장이 매대를 손가락으로 톡톡 두들기며 잠시 생각에 빠졌다.


사실 사장 입장에서 2억에 이 웅담을 사들이면 손해는 아니라도 이득을 거의 보지 못한다. 유통비용과 이것저것까지 다 따지면 사실상 손해나 마찬가지다.


게다가 이 손님 완전히 노숙자처럼 생겼다. 이 웅담은 진짜 장물일지도 모른다. 장물이라면 몹시 피곤해질 수도 있다.


그러나 지금까지 사장이 살아 온 연륜이, 짬밥이, 이상할 정도로 사장에게 외치고 있었다.

‘겉모습에 속지 말아라. 이 손님은 잡아야 한다’라고.


“흐음...”


매대를 두들기던 주인이 뭔가 각오라도 한 듯 입술을 꽉 깨문다.

그의 눈이 순간 기민을 위아래로 한 번 훑었다.


‘뭐지? 방금 눈동자가 잠깐 빛났는데?’


“......”


주인의 동공이 격하게 흔들린다,

놀람을 감추지 못하던 할아버지가 표정을 황급히 관리했다.


“손님. 먼저 말씀드릴 것이 있습니다.”


“네, 말씀하시죠.”


“제가 사업자로서 판단할 때, 이 웅담의 적정가격은 1억 5천입니다. 그래야 제가 약간이나마 남기면서 다른 곳에 넘길 수 있거든요. 하지만..”


할아버지의 입꼬리가 올라가더니, 슬그머니 웃으면서 입을 연다.


“..이번 거래에서 저는 사업자이기를 포기해야 할 것 같네요.”


“..계속 말씀하시죠. 듣고 있습니다.”


“이 웅담을 2억에 사겠습니다. 그냥.. 그 사실을 기억해 주십시오.”


“네?”


기민은 생각지도 못한 노인의 대답에 조금 놀라고 말았다.


“다음 물건을 굳이 저희 가게에서 거래해 달라는 부탁 같은 건 드리지 않겠습니다. 이번 물건을 저희 가게에서 거래해 주신 것만으로 감사합니다.”


기민이 할아버지를 멍하니 바라보았다.


“이상하지요?”


“상식적이진 않군요,”


“장사꾼의 흔한 수작이라고 생각하셔도 할 수 없지만. 허허허.. 제가 나이는 먹었지만 감이 좀 정확합니다.”


“...”


“손님은 보통 사람이 아니라고 제 감이 말하고 있군요. 손님에게 투자해 보고 싶습니다.”


사장이 주름진 얼굴로 미소지었다.

그의 눈에만 보이는, 기민의 머리 뒤에 빛나는 찬란한 광륜을 보면서.


사장이 미소를 갈무리하고는 조용히 다시 입을 열었다.


“돈은 어떻게 받으시겠습니까? 캐쉬? 계좌?”


“흠...”


김기민은 고민에 빠졌다. 그가 쓰던 기존 계좌가 있기는 있다.


하지만, 쓰지 않을 생각이다.

혹시나 추적당할지도 모르니까.


“...일단은 현금으로 받죠. 그리고..”


머리를 굴리던 기민이 다시 말을 이었다.


“아공간주머니도 하나 살게요.”


‘비싸지만 필요하니까... 여차하면 웅담 하나 더 팔지 뭐.’


아공간주머니는 특수처리된 가죽 주머니를 심해의 아귀 괴수의 위장과 합성해서 만들어진다고 한다.

가죽 주머니를 합성을 버텨낼 정도로 튼튼하게 처리해 내는 데도 돈이 들지만, 일단 아귀 괴수를 잡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될 정도의 난이도다. 게다가 주머니와 위장을 제대로 합성해낼 정도의 합성능력 보유자도 흔하지가 않은 상황이다.

즉 아공간주머니는 부르는 게 가격이란 소리다.


사장이 전혀 표정 변화 없이 담담하게 물어 온다.


“원하시는 가격이나 부피를 말씀해 주시면 도와 드리겠습니다.”


“흠.. 2억에 맞추어 볼까 하는데요.”


사장이 머릿속을 뒤지는 듯 눈을 잠시 감더니, 감은 상태에서 기민에게 답했다.


“마침 괜찮은 물건이 있습니다. 공간은 좀 작은 편이긴 해요. 공간은 한 2평 정도의 방 한 칸 크기입니다만, 각인, 보안, 복귀, 자동수리 능력까지 모두 갖춘 야무진 놈이죠. 만약 공간 위주로 보신다면 4평까지 맞추어 드릴 수 있습니다.”


즉 요약하자면,

기민만을 주인으로 인식하여 아공간을 기민에게만 열어 주는 각인 능력,

주인 말고 주머니에 손대는 놈을 전기구이로 만들어 버리는 보안 능력,

몸에서 일정 거리 이상 떨어지면 자동으로 품으로 복귀하는 복귀능력,

약간의 흠집은 스스로 치유하는 자동수리 능력까지 갖춘 놈이 공간 약간 떨어내는 대신 2억 원이라는 거다.

말도 안 되는 혜자 거래로, 이건 당연히 기민 전용 가격이었다.


‘이런 매물이 고작 2억 원이라고..?’


기민도 최소한의 눈치는 있었다.

2억 원이라는 가격이 자신만을 위한 가격임을 모를 정도로 머저리는 아니었다.


“그걸로 하겠습니다. 호의는 고맙게 받지요. 아, 그리고...”


고개를 끄덕이는 주인에게 기민이 답하고는 고간을 뒤적이기 시작했다.


“이것도 좀 봐 주시겠어요?”


기민이 내놓은 손에는, 앞선 웅담은 비교도 안 될 정도의 붉은 광채가 놓여 있었다.


늙은 사장은 광채를 보자마자 한숨을 쉬었다.


“현금을 조달해 와야겠군요.”


*

*


기민은 만족스럽게 거래를 마친 후, 세현 샵 사장의 명함을 받아서 나왔다.


‘제세현 씨라...’

왜 자신에게 이런 호의를 베푸는 것일까?

기민은 거래하면서도 그 이유를 계속 고민해야 했다.

지금껏 이런 호의를 받아 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지금 자신은...


그는 손을 옮겨, 정글에서 대충 자른 더벅머리와 말도 못하게 자라난 수염을 만졌다. 얼굴도 진짜 노숙자처럼 새까맣게 타서 꼬질꼬질하니 때가 끼어 있을 것이다.


‘대체 나로부터 뭘 본 걸까?’


능력을 보지는 못했을 것이다.

지금 기민의 능력은 전부 간파로부터 면역이니까.


하아.


‘모르겠다.’


기민이 한숨을 푹 쉬었다.


‘이 할아버지를 몇 번 더 보면 답이 나오려나? 아니면 그냥 대놓고 물어 보던가 해야겠다.’


그가 아공간 주머니를 만져 보고는 허리를 편다.


‘이제 돈이 생겼으니 내 존엄성을 좀 챙겨야겠다. 목표도 좋지만 그 이전에 최소한 사람답게는 살아야지.’


지금 기민은 객관적으로 볼 때 본인이 냄새나는 노숙자처럼 보인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그러한 자신이 옷가게에 오래 있으면 그 자체로 민폐다.

기민은 길거리 로드샵 몇 군데를 돌면서 디피된 상하의를 세트로 빠르게 구매한 후 가게를 얼른 나왔다.


그리고는 시설이 괜찮아 보이는 모텔에 들어갔다.

돈도 많은데 호텔이 아니라 모텔에 들어간 이유는, 호텔은 체크인시 신분증을 요구하기 때문이다.


‘새로운 신분을 구하긴 해야 되겠는데.’


입맛을 다신 기민이 콧노래를 부르며 화장실로 들어간다.

그리고 1시간쯤 지난 뒤, 깔끔한데 텁수룩한 모순적 히피 하나가 모텔에서 느긋하게 걸어나왔다.


히피의 발걸음은 미용실로 향했다.


“어서오세요.”


미용실 안에는 이미 의자에 앉아 있는 손님들이 있었지만 다행히 대기손님은 없었다. 손이 비어 있던 여자 미용사가 기민을 맞이했다.


“면도 우선 해 주시고, 머리 투블럭으로 다듬어 주세요.”


“면도비용 따로 나오시는데 괜찮으세요?”


“네, 해 주세요.”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31

  • 작성자
    Lv.28 처르
    작성일
    19.10.13 22:39
    No. 31

    케릭 케리라고 써도 상관없는디? 어차피 영어를 밸음으로 쓴거라 정답은 없음

    찬성: 0 | 반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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