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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리내가 잦아드는 구름 위의 청공관

낭만포차

웹소설 > 작가연재 > 판타지, 현대판타지

완결

윤씨네가장
작품등록일 :
2020.12.21 17:51
최근연재일 :
2021.02.19 18:10
연재수 :
64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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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8,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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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2.09 1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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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7쪽

054 - 밤에 피는 꽃

DUMMY

「···누나가 뭘 한다고 여기를 와. 솔직히 말해보자. 영어도 할 줄 모르잖아. 먼 이국까지 와서 말도 못 하면 얼마나 무시당하는데. 안 그래? 거기에···. 나도 누나가 오면 뭐라고 설명해야 할지 모르겠어.」

“너는 내가 부끄러운가 보구나. 그래. 술집 여자라니. 어디 가서 자랑스럽게 말할 수 있는 직업은 아니지.”

「그, 그럴 리가 없잖아. 그게 아니라 여기 오려면 준비할 게 많다는 거야. 일단 영어부터 시작해. 최소한 리스닝은 되어야···.」

“됐어. 나는 그냥 돈만 보내주는 사람이니까. 걱정하지 마. 이번 달도 제대로 붙여줄 테니까.”

「아니. 그런 게 아니라니까. 아, 진짜. 공연 있으니까. 좀 있다가 다시 전화해.」

“나도 일할 시간이야. 전화 못 받아.”


통화를 끊은 나는 창밖으로 보이는 광경을 보았다.

노을빛으로 물들던 전주역에는 어둠이 내려앉고 있었다. 어느덧 계절은 봄이 되었는데, 나는 여전히 겨울을 살고 있었다. 자리를 너무 비워두면 안 됐다. 쉬는 시간은 여기까지다. 화장대로 돌아온 나는 거울을 확인했다.


완전히 표정이 죽어있다.

정말 다행스럽게도 눈이 충혈되어 있지는 않았다. 입꼬리를 양손으로 잡았다. 억지로 웃음을 만들어본다. 자연스럽지가 않다. 점수를 준다면 100점 중에서 70점. 누구 앞에 보일 만한 미소가 아니다.


머릿속에서는 아직도 조금 전의 통화 내용이 맴돌고 있었다.


나쁜 자식.

내가 지 뒷바라지한다고 얼마나 고생했는데. 꼭 그딴 식으로 말해야 해?


거울에 비친 얼굴이 다시 일그러졌다.

안 된다. 이래서는 손님 앞에 나갈 수 없다. 애꿎은 화장대를 주먹으로 내리쳤다. 화가 풀리지 않는다. 하나뿐인 피붙이로부터 이런 취급을 당할 줄은 몰랐다. 엄마와 아빠의 얼굴은 이제 기억도 나지 않는다. 두 사람은 게이트가 열렸던 그 날.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넜으니까.


그 이후 나는 동생과 함께 친척 집을 전전했다.

남의 집에서 눈칫밥을 먹어가며 학교에 다닌 것도 몇 년. 기를 펴지 못하는 동생의 모습을 보다 못한 나는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무작정 독립했다.



「누나. 이래도 돼? 우리 둘이 잘 해낼 수 있을까?」

「사내새끼가 왜 우는 소리를 내? 어깨 펴. 누나만 믿어. 너는 하고 싶은 거 전부 하고 살아. 내가 그렇게 해줄 테니까.」




이런 세상이다.

사연 없는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눈시울이 시큰해지는 느낌에 나는 두 눈을 감았다.


“세아 언니!”

“···알았어. 지금 갈게.”


초롱이의 목소리가 들렸다.


눈물을 흘릴 시간은 없다.

마음을 다잡는다. 작게 한숨을 쉰 나는 눈가를 손가락으로 닦아냈다.


가자, 웃음을 팔러 갈 시간이다.


“안녕하세요, 한세아입니다!”

“오, 우리 세아 왔구나! 자, 여기야, 여기. 자리 비워뒀다.”

“어머, 헌터 오빠. 또 오셨네요?”


이건 밤에 피는 꽃인 나, 한세아의 이야기다.


*&*


포차는 소란스러웠다.

꽉 찬 테이블과 즐거운 듯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사람들. 술과 목소리가 오가는 장소는 평소에 듣던 라디오 소리조차 잘 들리지 않았다. 주문대 앞에서 잔을 기울이던 나는 한숨을 쉬었다. 술을 마시는데도 기분이 좋아지질 않는다.


혀가 즐거운 세진 오빠의 요리도, 오늘만큼은 힘이 되지 않았다.


정말. 왜 이렇게 기분이 꿀꿀한 걸까.

다 먹은 꼬치를 그릇에 찔러 본다. 곁에는 이야기를 들어줄 언니나 동생도 없다. 오늘 포차를 찾아온 건 나 혼자였다. 평소에는 예지나 초롱이가 어울려주지만, 오늘은 같이 빠질 수가 없었다. 이럴 때 의지할 수 있는 다미 언니라도 있으면 하는데, 최근에는 영 어울려주지 못하고 있었다.


뭔가 일이 바쁘다고 들었는데. 괜찮은지 모르겠다.


“저기···. 오늘은 혼자시네요?”

“응?”


옆자리에 앉은 손님이 아는 척을 해온다.

아직 앳된 티가 남아있는 남자다. 누군가 했더니, 오디션을 통과했다는 대학생 손승환이다.


“다들 바쁘신가 봐요. 평소에는 이러고 있으면 반갑게 맞이해주는데. 오늘은 그럴 여유도 없는 것 같고.”

“잘 되면 좋지, 뭐. 예전에는 아는 사람만 아는 맛집이었으니까.”

“희연아, 여기 주문!”

“네, 지금 갑니다! 마스터. 오늘의 메뉴 3개 더 추가요.”

“여기 맥주 좀 갖다 주세요.”

“제 몸은 하나니까, 조금만 기다려주세요!”


보고 있는 내가 다 눈이 돌아갈 정도다.

가게가 이리 바쁘니, 장난칠 만한 시간도 없다. 꿩 대신 닭이지. 나는 옆에서 라면을 들고 있는 승환이에게 물었다.


“이 시간이면 알바라고 하지 않았어?”

“편돌이라도 쉬는 날 정도는 있어요. 월급도 쥐꼬리만큼 주는데. 챙길 건 챙겨야죠. 누나도 그렇잖아요?”

“뭐, 그렇긴 하지.”


정확하게는 도망쳐 나온 게 맞다.

안 그래도 기분이 안 좋은데, 가게에는 블랙리스트 중 한 명으로 꼽히는 손님이 와 있었다. 마담이 없는 틈만 노려서 몸을 만지작거리는 양반이다. 그런 짓이 하고 싶으면 업소를 찾아가면 되지. 왜 우리 가게에 와서 집적대는지 이해할 수가 없다.


“오늘은 기타가 안 보이네.”

“이 시간 때는 안 들고 와요. 손님이 많다 보니까 둘 자리도 없고. 혹 흠집이라도 생기면 어떡해요? 제 소중한 파트너인데.”


김이 올라오는 라면 면발에 승환이는 후우, 후우. 숨을 불었다.

후르릅, 하고 입안으로 라면이 빨려 들어갔다. 달아오른 입을 달래는 데는 단무지가 최고지. 시원한 단무지와 라면을 함께 먹는 승환이의 얼굴은 보는 이쪽이 다 즐거웠다.


“세진 오빠. 나도 라면 하나만.”

“주문이 밀려서 조금 걸리는데, 괜찮겠어?”

“상관없어.”


응. 딱 나올 때쯤이면 뱃속도 꺼질 것 같고.


나는 스마트 폰을 꺼냈다.

메뉴의 갤러리로 들어가 추억이 깃든 사진을 하나하나 둘러본다.


처음 갤러리 화면을 장식하고 있는 건 동생들이다. 문 라이트에서 일하는 귀여운 아이들. 그중에는 아직 어린 티가 남아있는 아가씨들도 많았다. 모두 하나 같이 의지할 곳 없이 이곳으로 들어온 아이들이다.


마담의 힘이 아니었다면 어디 못된 곳으로 흘러 들어갔을지도 모른다.

실제로 조금만 눈을 돌려보면 그런 업소가 쉽게 눈에 들어왔다. 표면적으로야 그런 가게가 어쨌느니, 빨리 조치를 해야 하느니 말이 많지만. 수요와 공급이 있는 이상 뿌리가 뽑히는 일은 없을 것이다. 유명한 옛 성현도 그런 말을 하지 않았는가. 인류가 멸망하지 않는 한, 사라지지 않을 거라고.


사진을 넘겨보니 이번에는 희연이와 세진 오빠가 나왔다.

포차에서 찍은 사진이다. 웃고 있는 홍장미파 4인방과 달리 희연이는 조금 멀리 떨어져 있었다. 마지못한 표정. 찍고 싶지 않은데 억지로 어울리고 있다는 느낌이 강하다. 최근에 찍은 사진은 아니다. 이 포차를 알게 된 지 얼마 안 됐을 때 찍은 것 같다. 당시의 희연이는 지금처럼 세진 오빠를 좋아하지 않았으니까.


그 뒤로는 소연이와 다미 언니. 예지와 초롱이의 사진이 줄줄이 나왔다. 포샵 효과가 들어간 사진도 많고, 우스꽝스러운 사진도 많다. 실실 웃으면서 사진들을 얼마나 둘러보았을까. 마지막을 장식한 건 고등학생 교복을 입은 나와 그 손을 꼭 잡고 있는 한 남자아이의 사진이었다.


“······.”


정말.

예전에는 이렇게나 귀여웠는데. 누나, 누나. 하고 내가 없으면 아무것도 못 하던 아이가. 지금은 내 말에 빽빽 소리나 지르고 있고. 이래서 머리 검은 짐승은 키우는 게 아니라고 한 건가 보다. 아니, 딱히 내가 엄마인 건 아니지만. 그래도 하나뿐인 누나지 않은가?


노래가 하고 싶다고 해서 그렇게 지원해줬는데.

조금 성공하고 나니까, 이제는 뭐? 누나가 부끄러워? 내가 무슨 개고생을 했는지 뻔히 알면서. 하나밖에 없는 가족한테 그게 할 말이야?


생각하니까 또 화가 난다.

나는 거칠게 술잔을 입안에 털어 넣었다.


“그건 누구예요?”


매혹적인 향이 났다.

고개를 들어보니, 흑요석처럼 빛나는 눈이 폰을 들여다보고 있었다.


낭만포차의 종업원인 송희연이다.

언제나 생각하는 거지만, 정말 예쁜 아이다. 모르긴 몰라도 학창 시절에는 남학생들 여럿을 울리지 않았을까. 나는 보고 있던 사진을 닫았다.


“그냥 아는 사람. 왜? 갈아타게? 그런 거라면 소개해 줄 수도 있어.”

“갈아타기는 뭘 갈아타요.”


이번에는 내가 나빴다.

얼굴을 찌푸리는 희연이의 모습에 난 살래살래 손을 저었다.


“농담이야. 농담. ”


내 웃음을 본 희연이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뭐 고민 있어요?”

“고민은 무슨.”


생각보다 눈썰미가 좋은 아이라니까.

난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잔을 들었다. 하지만 차가운 소주는 입술에 닿지 않았다. 눈치채지 못했을 뿐이지. 잔은 벌써 비어 있었다. 병으로 시선을 옮겨보니, 이쪽도 마찬가지다.


“빼지 말고 이야기해봐요. 마스터도 걱정하고 있어요.”

“정말 아무것도 아니야. 그냥 이런 쪽에서 일하다 보면 하루에 한 번쯤은 생기는 트러블이야. 우리 가게는 터치가 금지인데. 그런 쪽을 원하는 사람이 가끔 찾아오거든.”

“그쪽 문제로는 안 보이는데요.”

“넌 속고만 살았니?”


그 대답에도 불구하고 희연이는 물끄러미 날 바라보았다.

손님이 직접 말하지 않는 한 참견하지 않는 세진 오빠랑은 정반대다. 이 아이는 허락 같은 건 받지 않고 성큼성큼 방 안쪽으로 들어와 버린다.


“언니.”

“왜?”

“그런 놈들을 상대로는 좋은 방법이 있어요. 들어보실래요?”

“좋은 방법?”


희연이는 고개를 끄덕였다.


“자, 봐요. 만약 그런 놈들이 또 와서 언니에게 손을 대면 손으로 말이죠. 이렇게 다리 안쪽으로 집어넣는 거예요.”

“터뜨려버리라는 거지? 그건 느낌이 영 싫던데.”

“아뇨. 그거로 끝내면 안 되죠. 정신을 수습하기 전에 끝을 봐야죠. 이렇게 해서. 이렇게 마무리까지. 어때요? 기억하시겠어요?”

“하려면야 할 수 있겠네. 근데 그 정도로 될련지 모르겠다.”


앞에서 시범을 보이는 희연이의 모습에 난 살짝 웃음을 머금었다.


“응. 그래요. 언니는 그런 웃음이 어울려요. 포차에서는 억지로 웃지 마요. 걱정되니까.”

“······.”


그럼, 하고 희연이는 자신을 부르는 다른 테이블로 발을 옮겼다.

아무래도 신경 쓰이게 한 모양이다. 언니가 돼서 동생에게 걱정을 끼치다니. 나도 참 바보다.


“라면 나왔다.”

“고마워, 세진 오빠.”


바쁜 희연이를 대신해 세진 오빠가 라면을 갖고 나왔다.

뭔가 말하고 싶은 듯 시선이 나한테 머무른다. 하지만 나는 고개를 저었다.


괜찮다.

굳이 세진 오빠에게 이야기할 것까지 없는 내용이다.


“마스터. 오늘의 메뉴 두 개 더 추가요!”

“알았다.”


주방으로 돌아가는 그 등을 가만히 바라보고 있던 나는 나무젓가락을 떼어냈다.


막 나온 라면은 먹음직스러운 냄새가 올라오고 있었다.

조금 전 승환이가 먹고 있던 라면과 똑같다. 면발을 후우, 후우 하고 분 나는 입으로 가져갔다. 하나도 퍼지지 않은 라면은 맛있기 짝이 없었다.


*&*


“어머, 어딜 만지시는 거예요.”


한쪽에서 들려오는 초롱이의 목소리에 나는 고개를 돌렸다.

화려하게 차려입은 그녀의 옆에 있는 것은 블랙리스트인 손님이다. 헌터 소재현. 단골손님인 김만득 씨에게서 들은 말에 의하면, 7등급 헌터로. 성격이 거칠어 헌터들 사이에서도 말이 많은 사람이라고 했다.


소재현은 초롱이가 뭐라고 하는데도 불구하고 노골적으로 엉덩이를 더듬고 있었다.

그만하라는 듯 초롱이는 진심으로 소재현을 때렸지만, 녀석은 눈 하나 깜짝하지 않았다.


일반인과 각성자.

그사이에는 넘을 수 없는 벽이 자리 잡고 있었다.


“으하핫. 내 손이 어디 갔나 했더니, 거기에 있었구먼!”


손을 치울 생각이 없어 보인다.

오늘은 평소보다 정도가 지나치다. 초롱이도 더는 안 되겠는지 조금 강하게 목소리를 냈다.


“저기. 진짜 죄송한데. 저희는 그런 가게 아니에요.”

“뭐? 그런 가게라는 게 뭘 말하는 건데? 내가 뭘 했다고 이러는 거야?”


소재현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고함을 들은 초롱이가 움찔, 하고 몸을 움츠렸다.


“또 시작이네요.”

“저기. 마담은 어디 있어요?


주변 아이들도 눈치만 보고 있을 뿐, 쉽사리 나서지 못한다.

다른 때 같으면 문 앞을 보고 있을 오빠들을 부르겠지만, 오늘은 달랐다.


“어, 세아야?”


날 부르는 손님의 목소리를 외면한다.

테이블 한쪽에 있던 양주를 든 나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손님.”

“넌 또 뭐야?”

“어, 언니?”


소재현이 이쪽을 돌아보았다.

완전히 술에 취한 듯 녀석의 얼굴은 붉게 물들어 있었다.


쓰레기 같은 새끼.

이곳으로 떨어진 우리보다 더 못한 개새끼다.


양주를 딴 나는 그 머리 위로 술을 부었다.


“······.”

“······.”


순식간에 주변이 조용해졌다.


“무, 무슨 짓이야!?”


자리에서 벌떡 일어난 소재현이 날 노려보았다.

지지 않고 그 시선을 받아친다. 나는 차가운 미소를 머금은 채 말했다.


“손님. 저희는 웃음은 팔지언정, 몸은 팔지 않습니다.”

“술집 년이 무슨 개소리야!”

“그런 걸 바라면 시청 뒤쪽으로 꺼지시든가!”

“뭐가 어째?!”


목소리가 높아진다.

나는 녀석의 다리 사이로 손을 집어넣었다. 그 얼굴이 구겨지는 걸 보기 무섭게 나는 녀석의 멱살을 잡았다. 안쪽으로 파고드는 다리. 정확하게 디딘 발. 나는 녀석의 몸을 뒤로 넘겼다.


“메치기···.”


바닥에 떨어진 소재현이 두 눈을 깜박였다.

멍하니 있던 녀석은 곧 술이 깼는지. 퍼뜩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 미친년이! 신사답게 굴어줬더니···!”


분노에 찬 주먹이 다가왔다.

저항은 무의미하다. 불의의 일격을 찌른 것과는 별개다. 이런 개 같은 녀석이라도 각성자다. 일반인이 내가 대처할 방법은 없었다.


하지만 고통은 다가오지 않았다.

날 향해 뻗어졌던 주먹은 커다란 손에 막혀있었다.


익숙한 냄새.

등 전체를 덮는 것 같은 든든한 느낌.


주먹이 잡힌 녀석은 내 뒤에 있는 누군가를 보고 입을 벌렸다.


“어머, 이게 무슨 일인 걸까요, 손님.”

“스, 스위트 맘···.”


잠시 외출을 나갔던 마담이 내 뒤에 서 있었다.


“우리 가게에서 깽판이라니. 제법 자신이 있나 봐요, 손님?”


어머, 어머 하고 메마른 웃음소리가 났다.


“저랑 잠시 이야기 좀 하실까요?”

“아, 아니. 그게 아니라 나는···.”


마담의 손에 잡힌 그는 으아아, 하고 방 안쪽으로 사라졌다.


그날 밤을 기점으로 소재현은 문 라이트의 출입이 금지되었다.


*&*


“세아 언니. 택배 왔어요.”

“택배?”


다음 날. 가게에 나온 나는 내 앞으로 온 택배를 보고 있었다.

정성스럽게 포장된 택배는 해외에서 온 물건이었다.


「보낸 사람. 한일호.」

「받는 사람. 사랑하는 우리 누나, 한세아.」


“······.”


택배를 받은 나를 동생들이 이상한 눈으로 보고 있었다.


“뭐예요, 세아 언니. 동생도 있었어요?”

“말이라도 좀 해주지.”

“그런데 한일호라면···. 그 유명한 아티스트 분 아니에요?”

“어머. 동일인물?”

“명품백 아니에요? 한번 열어봐요, 언니!”

“없는 살림에 무슨 명품백이야.”


붙인 날짜를 보아하니, 나와 싸우기 전에 보낸 선물이다.

정말. 이런 걸 준비하고 있었다면 그냥 솔직하게 말하지. 다음에 전화해서 꼭 사과해야겠다.


소란스러운 외야를 뒤로 한 채 나는 택배를 열었다.


그 안쪽에는 검은 레이스로 장식된 속옷이 들어 있었다.


속옷 위에는 가지런히 꽂힌 메모가 있다.


「누나는 내가 지킬게!」


“······.”

“······.”


택배를 닫는다.

나는 다시 택배 바깥을 확인했다. 「보낸 사람. 한일호」. 응. 내가 잘못 본 게 아니다.


“잠시만, 애들아.”

“······.”


스마트 폰을 꺼낸 나는 동생의 번호를 눌렀다.


「어. 누나? 아, 맞다. 택배 받았어?」

“응. 잘 받았다.”

「다행이다. 연락이 오질 않아서 혹시 아직도 안 도착했는가 싶었어. 어때? 마음에 들어? 영국에서도 유명한···.」

“주소 불러.”

「뭐?」

“주소 부르라고, 망할 새끼야! 누나한테 이런 걸 보내고 싶니!?”

「어, 아니···. 내. 내가 물어보니까 어른이 된 누나한테는 이런 선물이 좋다고···.」


머뭇거리는 동생의 목소리에 나는 결정했다.

그래. 이번 달 월급은 모아서 해외로 나가야겠다.


누가 내 동생 아니랄까 봐. 어릴 때 해 먹던 철부지 없는 짓거리를 아직도 버리지 못했다.


“걸핏하면 이불에다 오줌 쌀 때부터 알아봤어!”

「언제 이야기를 하는 거야! 그런 누나도 맨날 소금만 잔뜩 넣은 김치찌개만 끓였잖아! 그거 치우냐고 얼마나 힘들었는지 알아? 말만 하면 삐져 가지고는!」

“삐져? 삐이이이져? 야, 이 새끼야. 내가 너 키운다고 손에 물 묻힌 것만 해도 말이야!”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_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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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6 056 - 팀 오소리(2) 21.02.11 373 15 14쪽
55 055 - 팀 오소리(1) +2 21.02.10 414 18 13쪽
» 054 - 밤에 피는 꽃 +1 21.02.09 497 19 17쪽
53 053 - 불온한 소문(2) +2 21.02.08 445 14 13쪽
52 052 - 불온한 소문(1) 21.02.07 454 19 14쪽
51 051 - 애완용품 매장 +1 21.02.06 465 16 15쪽
50 050 - 쇼핑 +5 21.02.05 476 17 13쪽
49 049 - DOG FIGHT! +4 21.02.04 500 20 13쪽
48 048 - 우니엘(3) +3 21.02.03 533 18 14쪽
47 047 - 우니엘(2) +1 21.02.02 529 18 13쪽
46 046 - 우니엘(1) 21.02.01 531 17 13쪽
45 045 - 작은 폭군 21.01.30 555 23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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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 043 - 마이산의 산군(1) +1 21.01.28 552 20 13쪽
42 042 - 떡볶이를 싫어하는 여자는 없다(3) 21.01.27 590 18 13쪽
41 041 - 떡볶이를 싫어하는 여자는 없다(2) +1 21.01.26 569 20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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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 035 - 커튼 콜(1) +4 21.01.20 702 22 14쪽
34 034 - 문 라이트(2) +1 21.01.19 771 18 14쪽
33 033 - 문 라이트(1) +4 21.01.18 749 23 13쪽
32 032 - 돼지머리 실종사건(3) +3 21.01.17 770 22 15쪽
31 031 - 돼지머리 실종사건(2) +2 21.01.16 758 21 13쪽
30 030 - 돼지머리 실종사건(1) +2 21.01.15 816 25 17쪽
29 029 - 희연이의 휴일(3) +4 21.01.14 817 25 15쪽
28 028 - 희연이의 휴일(2) +3 21.01.13 896 21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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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024 - 녹두파 짝검(1) +1 21.01.09 990 24 14쪽
23 023 - 어느 겨울날(2) +4 21.01.08 1,019 25 16쪽
22 022 - 어느 겨울날(1) +1 21.01.07 1,099 25 13쪽
21 021 - 핫도그와 꼬마 손님(2) +2 21.01.06 1,069 26 14쪽
20 020 - 핫도그와 꼬마 손님(1) +1 21.01.05 1,052 25 13쪽
19 019 - 접수과 안세희(3) +1 21.01.04 1,145 25 13쪽
18 018 - 접수과 안세희(2) +2 21.01.03 1,100 21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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