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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리내가 잦아드는 구름 위의 청공관

낭만포차

웹소설 > 작가연재 > 판타지, 현대판타지

완결

윤씨네가장
작품등록일 :
2020.12.21 17:51
최근연재일 :
2021.02.19 1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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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1.08 1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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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쪽

023 - 어느 겨울날(2)

DUMMY

“나는 말이지. 처음에 그것이 무엇인지 이해하지 못했네. 핏덩어리로밖에 보이지 않는 무언가가 계곡을 기어가고 있었으니 말이야.”


잊을 수 없는 광경이다.

네발로 겨가던 그것은, 마치 막 태어난 염소 새끼를 보는 것 같았다. 어미의 탯줄을 끊고 나온 새끼가 살기 위해 발버둥 치는 것 같은 느낌. 그러나 그건 염소 새끼 같은 게 아니었다.


베히모스의 새끼.

어미인 베히모스를 유도하기 위해서 동료들이 놈의 몸을 난도질해놓은 것이었다.


한쪽 발을 자르고.

한쪽 다리를 가르고.

한쪽 눈을 파버리고.

간신히 살아남은 몸으로 지면을 기어가게 했다.


피부가 찢겨 생살이 드러난 놈은, 공기에 닿을 때마다 아픔에 찬 비명을 질렀다.


지금도 귓속에서 울리는 것만 같다.

뱀사골이 찢어질 것처럼 울부짖던 새끼 베히모스의 절규가.


“어떻게 그런 짓을···.”


말꼬리를 흐리는 희연이의 모습에 그는 죄인이라도 된 것처럼 고개를 숙였다.


“분노에 찬 어미가 그곳에 도착한 건 그 직후였지. 완전히 얼어버린 날 제외하고, 동료들은 새끼를 맞이하러 온 놈의 배후를 습격했다. 그리고 우리는 당연한 것처럼 전멸했네.”


베히모스는 일반적인 레이드 몬스터가 아니었다.

당시 뱀사골에서 녀석이 보인 힘은 자연재해로밖에 표현할 수 없었다.


등을 찢고, 가시를 찢고, 꼬리를 잘라내도. 놈은 멈추지 않았다. 몸을 두른 두꺼운 갑각을 전부 뜯어내고. 뱀사골의 물이 전부 피로 변할 때까지 녀석은 저항을 계속했다.


그곳에 모인 인간들이 움직이지 않게 될 때까지.


진태규가 정신을 차린 것은 그쯤이었다.

완전히 조용해진 뱀사골에서는 할짝거리는 소리만이 나고 있었다. 피비린내로 차버린 계곡에는, 움직이지 않는 어미의 상처를 핥고 있는 새끼 베히모스가 있었다.


반사적으로 그의 발은 새끼 베히모스에게 향하고 있었다.


의식이 있는 헌터는 보이지 않는다. 보는 눈이 없는 지금이 기회다.

여기서 새끼 베히모스를 죽이고, 이 사단을 위에 보고하면 모든 공은 그의 것이 된다.


한국을 침공한 최초의 레이드 몬스터 베히모스를 잡은 영웅.


위대한 헌터 진태규.


그것만큼 감미로운 울림이 또 있을까?


“어떻게 하셨습니까?”

“어떻게 했을 것 같나?”


술을 들지 않고서는 버틸 수 없다.

소주를 입으로 가져간 진태규는 얼굴을 일그러뜨렸다.


“그 새끼 베히모스가 말이지. 지 어미를 지키겠다고 날 향해 으르렁대더군.”


그때야 그는 정신이 들었다.

인간이 몬스터라고 규정한 괴물마저도. 자신의 모친을 지키기 위해서 발버둥 쳤다.


베히모스 특유의 재생력으로 새끼의 상처는 아물어가고 있었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표면뿐이다. 속은 이미 중상이라고밖에 표현할 수 없는 상처가 가득했다.


그 자리에 서 있는 것도 한계인 주제에.

놈은 이미 죽은 어미를 지키고자 진태규를 향해 발톱을 드러냈다.


상처투성이인 자식이.

이미 죽어버린 어머니를 위해서.


놈에게 승산은 없다.

그도 나름대로 이름을 날렸던 헌터다.


너덜거리는 새끼 베히모스를 죽일 힘 정도는 충분히 갖고 있었다.


그러나 진태규는 그러지 못했다.

헌터인 그가. 몬스터를 향해 차마 손을 들 수 없었다.


“나는 녀석을 죽일 수가 없었어. 부끄러웠지. 한낱 미물이라고 규정한 몬스터마저도. 지 어미를 지키겠다고 내 앞에 선 것을 보고 말이지. 그래서 나는 놈을 보내줬다.”


투명한 소주가 붉은빛으로 물드는 것 같다.

눈이 침침해진 진태규는 손을 들었다. 눈물은 흐르지 않았다. 이미 그의 눈물샘은 메말라버렸다. 몬스터만도 못한 짓거리를 저지른 그에게, 눈물을 흘릴 자격은 없었다.


“몬스터라고는 하지만, 녀석들도 한 아이의 어머니이고, 자식이었던 거야.”


정말 사소한 건데.

잠시 발걸음을 멈추고, 뒤를 돌아보면 전부 알 수 있는 건데.


산에서 자라고 난 동물과 마찬가지다.

작은 미물도, 마물도. 모두 누군가의 가족이고, 친구였다.


왜 당시에는 그런 당연한 사실을 몰랐던 걸까.


“나는 그때야 우리가 무슨 짓을 저질렀는지 깨달았네. 어떤 금수도 남의 자식을 그런 식으로 만들고, 유도하는 짓거리는 하지 않아. 그런 천인공노할 짓은 저지르지 않네. 이건 현실이지. 게임 같은 게 아니니까!”

“어르신.”

“죽이면 죽였지. 남의 자식을 눈앞에서 죽여가면서, 발발 기어가는 모습을 보고 즐거워한다고? 그러고도 인간이라고 할 수 있는 건가? 몬스터조차 하지 않는 그런 짓을 태연히 저지르는데! 진짜 몬스터는···.”


그 광기를 웃으면서 저지를 수 있는 인간이다.


분을 이기지 못한 진태규는 주먹으로 테이블을 내리쳤다.


충격을 견디지 못한 테이블이 부르르 떨렸다.


베히모스 레이드는 공식적인 기록이 남지 않은 사건이 되었다.

극비리에 행해진 레이드다. 현장에 참가했던 관계자는 모두 목숨을 잃었고, 헌터 협회의 상위 인물들을 제외하고는 알지 못했다.


그 이후 뒷수습이 어떻게 되었는지, 진태규도 잘 알지 못했다.


사망자로 처리된 그는, 그 길로 헌터에서 은퇴했으니까.

이런 것이 인류를 지킨다는 헌터가 할 짓인가. 그런 자괴감이 들어 도저히 헌터로 지낼 자신이 없었다.


몬스터와 마주할 때면 베히모스의 눈이 떠올랐다.


자식의 고통을 보고 분노에 찬 어미의 눈이.

어미가 죽은 것조차 알지 못하고, 그와 마주 선 새끼 베히모스의 눈이.


그리고 베히모스의 피를 뒤집어쓴 그는 제때 치료를 받지 못한 탓에 저주에 걸렸다.


자신을 죽인 이들이 혹시 살아남더라도, 편하게 보내지 않겠다는 베히모스의 의지였던 걸까.


그는 노화의 저주에 걸렸다.

50대도 아닌 그가 지금, 이렇게 노인이 되어버린 것은 그런 까닭이었다.


“그날 이후 나는 검을 들 수가 없었네. 부끄러웠지. 나 자신에게 너무나도 부끄러웠어. 검을 들지 못하는 헌터의 말로를 알고 있는가? 아니, 이제는 알고 있겠지. 그 결과물이 바로 자네 앞에 있지 않나.”


젊은 시절의 진태규가 조금 요령 있는 남자였다면 다른 길을 택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는 그러지 못했고. 결국, 술의 힘에 기대어 하루하루를 보내는 길을 택했다.


조금이라도 그날의 아픔을 떠올리지 않기 위해서.


습관처럼 잔으로 손을 옮기던 진태규는 술이 비었다는 걸 알아차렸다.

좀 더 마시는 게 좋을까. 고개를 든 그는 자신을 바라보는 두 시선을 느끼고 손을 내렸다.


“늙은이가 말이 많았군. 미안하네. 돈은 여기 있네. 오늘 이야기를 들어줘서 고마웠네.”


그렇게 술을 마셨음에도, 술기운은 느껴지지 않는다.


쓸데없이 주량만 늘고 말았다.

자리에서 일어난 진태규는 포차 문으로 걸음을 옮겼다.


“어르신.”


전세진은 그 발길을 잡았다.


“다음번에 오실 때는 공짜 술을 준비해두겠습니다.”

“공짜 술?”

“맞아요. 그러니까 꼭 다시 찾아와주세요.”


돌아보니 두 사람이 웃음기 하나 없는 얼굴로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진태규는 대답하지 않았다. 포차를 방문했던 때와 마찬가지로 그는 조용히 문을 열었다.


*&*


포차에서 나온 진태규는 홀연히 역 앞 거리를 걷고 있었다.

간혹 몬스터가 출몰하는 전주역은 불길한 안개로 덮여 있었다. 얼마 걷지 않은 것 같은데, 역 근처에 있던 포차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주인장과 간판 아가씨는 다시 방문해달라고 요청했지만, 진태규가 다시 포차를 찾는 일은 없을 것이다.


이제 그는 지쳤다.

이 이상 악몽 속을 걷고 싶은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


안개 속에서 몬스터가 튀어나온다면 역으로 반기고 싶다.

고통 없이 죽는 건 힘들겠지만, 몬스터의 힘이라면 그 시간도 길지 않을 터다.


“······.”


진태규는 걸음을 멈췄다.

전 헌터였던 그의 감각에 무언가 걸렸다. 안개 너머에서 정체를 알 수 없는 것이 꿈틀거리고 있었다. 몬스터인가? 하지만 그런 것치고는 어딘지 모르게 익숙한 기운이다.


두 손이 축축하다. 싸늘한 식은땀이 그의 이마를 타고 흘러내렸다.


설마.

갑자기 떠오른 생각에 그는 군침을 삼켰다.


술기운이 단숨에 날아가는 기분이 들었다.


익숙한 게 당연했다.

그럴 것이 안개 속에서 피어나는 이 기운은, 그를 악몽 속으로 인도하는 도화선이었으니까.


그럴 리가 없다.

눈앞에서 펼쳐진 현실을 부정하듯이 진태규는 중얼거렸다.


어째서 놈이 이곳에 있단 말인가.

이곳은 힘들게 올라야 했던 지리산의 산맥도. 피로 물들었던 뱀사골도 아니다.


평화가 돌아오고 있는 도시에, 어떻게 녀석이 있을 수 있다는 건가.

그러나 그런 그의 의심을 부수듯이 그 존재는 모습을 드러냈다.


거북이를 연상시키는 갈라진 외피. 그 위에서 솟아난 뿔과 강철보다 단단한 다리. 움직이는 것만으로도 지면을 짓이기는 검은 발. 무엇보다 갑주와도 같은 비늘 사이에서 새어 나오는 열화(熱火)는 놈이 진짜 녀석이라는 것을 증명하고 있었다.


정말로 놈이었다.

꿈에서도 그를 괴롭히는 몬스터.


베히모스.

전주역 앞에 베히모스가 있었다.


환상인가? 아니, 환상 같은 게 아니다. 어느 누가 이런 번거로운 짓거리를 한다는 말인가?


애초에 진태규의 과거를 아는 사람은 이제 한 손가락에 꼽을 정도다.

이런 수고를 들이느니, 제거하는 쪽이 훨씬 편할 터다. 그런가. 그렇다면 이 녀석은 그때 살아남은 새끼 베히모스인가. 그 자리에서 베히모스의 새끼를 살려 보낸 것은 진태규다.


그게 자신이 할 수 있었던 최소한의 속죄였다.

이제는 성체가 된 베히모스다. 당당하기 짝이 없는 모습에 그는 허탈한 웃음을 지었다.


“하. 살아있었느냐. 그래. 살았구나. 거기에서 살아남았어. 다행이야. 정말로 다행이야.”


그때의 새끼 베히모스가 사형수라면, 그도 바라던 바다.

이보다 더한 축복이 있을까? 일평생 마음을 옥죄던 쇠사슬이, 지금 이 자리에서 끊어지려 하고 있었다. 진태규는 베히모스를 향해 두 손을 벌렸다.


“이 목숨을 지금까지 연명해온 의미가 있었어. 그래. 거두어가거라. 내 목숨을 가져가라. 그래야 어미의 복수를 갚지 않겠느냐!


어차피 오늘 버리려고 생각한 목숨이다.

하지만 베히모스는 진태규를 가만히 응시할 따름이다. 그가 어미의 원수라는 걸 모르는 걸까?


그렇지는 않겠지. 베히모스는 그 이후로 관측된 적이 없는 레이드 몬스터다.

그런 놈이. 전주역 한복판에 나타났다. 이유가 뭐겠는가? 당연히 자신을 찾아온 것이다.


녀석은 인지하고 있었다.

진태규가 바로 그날 있었던 레이드에서 유일하게 살아남은 생존자라는걸.


마지막 남은 원수.

복수를 달성하기 위해서 먼 길을 찾아온 친구다. 그만한 보상이 필요한 것은 당연지사다.


진태규를 바라보던 베히모스는 천천히 발을 들었다.

관찰은 끝난 모양이다. 남은 것은 집행뿐이다. 운명을 받아들인 진태규는 눈을 감았다.


그러나 그 발이 그를 향해 떨어지는 일은 없었다.


오히려 소리가 멀어지고 있었다.

눈을 뜬 진태규가 본 것은 등을 보이고 떠나가는 베히모스의 모습이었다.


그는 다급히 외쳤다.


“어째서냐!”


진태규는 베히모스를 향해 도발하듯이 소리를 질렀다.


“죽이지 않는 거냐! 네 어미의 원수다. 네 어미를 죽음으로 몰고 간 것이 우리란 말이다! 너는, 내가 원망스럽지도 않는 거냐!”


절규와도 같은 그 비명에 베히모스가 발을 멈췄다.

놈이 진태규를 돌아본다. 검은 두 눈에 적의가 어리는 것 같다.


그래. 그러면 된다. 나를 죽여라. 더는 살아갈 가치가 없는 인간이다.

열화와 같은 증기가 뿜어졌다. 연기가 짙어지는 찰나, 낑낑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고양이?

다르다. 베히모스의 발치에서 염소와 같은 몬스터가 얼굴을 비비고 있었다. 베히모스의 새끼다. 낑낑거리는 자식의 칭얼거림에 녀석의 등에서 나오던 열화가 약해졌다.


연기가 흩어진다. 새끼를 바라보는 베히모스의 눈에는 더는 적의가 보이지 않았다.


홀로 남은 진태규를 뒤로 한 채, 베히모스는 그곳을 떠났다.

안개 속으로 사라지는 베히모스를 진태규는 차마 잡지 못했다.


자신의 몸에서 일어나는 이변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시계를 거꾸로 되돌리듯이 무언가 몸이 가벼워지고 있었다.


설마. 그럴 리가 없다. 이해할 수 없는 현실에 진태규는 두 손을 바라보았다.


주름이 잡혀 있던 두 손이 놀랍게도 생기를 되찾고 있었다.

기분 탓일까? 처져있던 눈높이마저 약간 위로 올라간 느낌이 들었다.


그 이유가 무엇인지 진태규는 곧 알 수 있었다.


구부러졌던 척추가, 원상태로 회복되고 있었다.


몸에 돌아온 활력과는 반대로 그는 쓰러지듯이 지면을 두 손으로 짚었다.

시계에 뿌연 안개가 낀 것처럼 앞이 흐려졌다. 하얀 눈이 덮인 지면이 잘 보이지 않는다.


뚝뚝, 하고 무언가가 그 위로 떨어졌다.

이제는 흘릴 자격도 없다고 생각한 눈물이 그의 눈에서 솟아나고 있었다.


“너는, 이런 나를 용서한 거냐. 네 어미를 죽이고, 살아갈 자격조차 없는 나를?”


껄껄껄. 하고 진태규는 눈물을 흘리며 웃었다.

놀랍게도. 몇 년 동안 그를 괴롭히던 흉터가 더는 아프지 않았다.


겨울 하늘에서 쏟아지는 하얀 눈이 세상을 물들이고 있었다.


야심한 새벽임에도 빛은 필요하지 않았다. 눈이 인도하는 길.


베히모스가 지나간 자리는 물기만이 반짝이고 있었다.


자리에서 일어난 진태규는 눈가를 훔쳤다.

머릿속은 어느 때보다 맑았다. 무얼 해야 하는지, 그 방향성이 정해졌다.


누구의 발길도 닿지 않은 눈길을 진태규는 나아가기 시작했다.


베히모스가 향한 곳과는 반대의 길이다.

매듭은 지어졌다. 이제 그와 베히모스의 길이 겹치는 일은 없겠지.


하얀 눈이 내리던 어느 겨울날의 이야기였다.


*&*


흐느적 흐느적.

소파 위에서 뒹굴뒹굴 구르던 희연이는 갑자기 생각난 것처럼 입을 열었다.


“저기, 마스터. 저번에 포차를 방문한 어르신 말인데요. 정말로 괜찮을까요? 최소한 어디로 갔는지 확인하는 게 좋지 않았을까요?”


희연이의 물음에 전세진은 진태규를 떠올렸다.

반평생 마음속에 돌을 얹고 살아온 헌터. 죽을 자리를 찾아다니던 그 남자에게 베푼 호의는 전세진 혼자 한 게 아니다. 베히모스를 설득해 그 자리로 인도한 것은 바로 희연이었으니까.


“걱정할 필요 없다. 전주역 근처에서 변사체가 발견됐다는 이야기는 못 들었잖아. 그러면 그걸로 된 거야.”

“그렇지만···.”


영 마음이 탐탁지 않은지 희연이는 말꼬리를 흐렸다.

그녀의 불안이 눈에 보이는 것 같다. 머뭇거리는 희연이를 향해 전세진은 말을 이었다.


“사람이 산다는 건 말이지. 희연아. 마음속에 짐을 지고 살아간다는 거야. 짐은 무엇이든 될 수 있어. 누구는 자식이라는 짐을. 누구는 현실이라는 짐을. 그 사람에게 있어 짐이 어떤 의미를 갖냐에 따라서 말이지. 한데, 그 짐이 감당할 수 없을 만큼 커지게 되면 사람은 무너지게 되는 거야. 진태규라는 어르신이 그러했듯이 말이야.”


한동안이라면 짐의 무게를 무시하고 살아가는 것도 가능하다.


그렇지만 등을 누르는 짐은 사라진 것이 아니다.


“끝이 없는 늪을 향해 나아가는 것처럼. 자각하지 못한 사이 조금씩, 조금씩. 계속 빠져들게 되는 거야. 목 밑까지 그렇게 차오른 늪은 이윽고 그 사람의 목을 옥죄게 되지. 잘 생각해 봐. 어르신이 왜 술의 힘에 기대고 있었던 건지. 짐을 버리는 건 불가능하니까. 술을 마시는 그 순간만큼이라도 짐의 무게를 잊고 싶었던 거야.”

“마스터와 제가 한 일은, 그 짐이 가벼워지게 도와줬다는 것뿐인가요?”

“그래. 우리가 한 일은 단지 그것뿐이야. 짐을 대신 들어주는 건 누구도 불가능하니까.”


만약 짐을 양도하는 게 가능하다면, 그건 축복 같은 게 아니다.


비겁한 변명이고, 저주에 지나지 않는다.


“인간은 어렵네요.”

“다 그렇게 살아가는 거야.”


차임벨 소리가 울린다.

주문한 치킨이 도착한 모양이다. 지금 나가요, 하고 희연이는 문으로 뛰어갔다.


그녀가 있던 소파에는 떨어진 스마트폰이 있었다.

스마트폰에는 「갑자기 모습을 감춘 베히모스! 침묵하는 헌터 협회. 과연 진실은?」이라는 뉴스가 떠 있었다.


작가의말

망자 글 내렸습니다.


죄송합니다.

다음에는 좀 더 좋은 글로 찾아뵙겠습니다. (__)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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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9 049 - DOG FIGHT! +4 21.02.04 500 20 13쪽
48 048 - 우니엘(3) +3 21.02.03 533 18 14쪽
47 047 - 우니엘(2) +1 21.02.02 529 18 13쪽
46 046 - 우니엘(1) 21.02.01 531 17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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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 044 - 마이산의 산군(2) +3 21.01.29 554 19 14쪽
43 043 - 마이산의 산군(1) +1 21.01.28 552 20 13쪽
42 042 - 떡볶이를 싫어하는 여자는 없다(3) 21.01.27 590 18 13쪽
41 041 - 떡볶이를 싫어하는 여자는 없다(2) +1 21.01.26 569 20 13쪽
40 040 - 떡볶이를 싫어하는 여자는 없다(1) 21.01.25 597 18 14쪽
39 039 - 스위트 폐인(Sweet Pain) +3 21.01.24 607 21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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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 035 - 커튼 콜(1) +4 21.01.20 702 22 14쪽
34 034 - 문 라이트(2) +1 21.01.19 771 18 14쪽
33 033 - 문 라이트(1) +4 21.01.18 748 23 13쪽
32 032 - 돼지머리 실종사건(3) +3 21.01.17 770 22 15쪽
31 031 - 돼지머리 실종사건(2) +2 21.01.16 758 21 13쪽
30 030 - 돼지머리 실종사건(1) +2 21.01.15 815 25 17쪽
29 029 - 희연이의 휴일(3) +4 21.01.14 817 25 15쪽
28 028 - 희연이의 휴일(2) +3 21.01.13 896 21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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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020 - 핫도그와 꼬마 손님(1) +1 21.01.05 1,051 25 13쪽
19 019 - 접수과 안세희(3) +1 21.01.04 1,145 25 13쪽
18 018 - 접수과 안세희(2) +2 21.01.03 1,100 21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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