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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서재입니다.

삼국지 유융전 - 한의 재건

웹소설 > 일반연재 > 대체역사, 퓨전

완결

흐후루
그림/삽화
문피아 제공
작품등록일 :
2014.06.05 20:50
최근연재일 :
2016.04.21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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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06.03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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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38쪽

사예 - 낙양(천의(天意)-6)

재밌게 읽으셨으면 해요. 대체역사 소설이므로 역사적 사실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




DUMMY

사예 - 하내군 전선


비록 일시에 5만 대병의 세가 무너졌다하나 기주의 성과 청주의 물길이 여전히 조가(曹家)아래 흘렀기에 유융은 함부로 하내를 벗어날 수 없었다.

하여 유융은 조가(朝歌)로 향하던 왕평의 병력에게 일단 회성으로 귀환할 것을 명했으며 일면 학소에게 명해 동진, 텅 빈 여양 땅을 접수할 것을 명했다.

만일 업의 조비가 남하하고 복양의 조앙이 서진해 하내로 온다면 길목 딱 중앙에 버티고 선 학소를 무시할 수 없으리라는 생각이었다.

이후 유융이 세 개의 목성을 일시에 철거하자 회성을 지키던 허저는 비로소 큰 일이 생겼음을 알고 성안과 밖에서 무섭게 항전했으나 한 사람의 힘으로 기울어진 전세를 되돌리기는 부족해 강제로 성문을 열 수밖에 없었다.

유융은 스스로 포박하고 무릎 꿇은 거구의 허저를 마주하고,


“장군의 주인이 장군을 매우 걱정하니 그와 함께 낙양으로 가게나.”


자비를 베풀었으나 허저는 눈을 부릅뜨고서 이를 갈며,


“태위께서 승상의 목숨으로 이 호치를 겁박하여 이 자리를 만든 일이 고작 몇 시진 전이거늘 이 허저 무슨 용기로 그 청을 거절하리까.”


하였다.

이에 유융의 좌우에서 허저를 참하고 수급만 낙양으로 보내자는 의견이 빗발쳐 나왔지만 유융은 이를 거절하고 회성에서 피해를 입었을 군민들을 회복하는 일에 정신을 집중했다.

특히 회성을 지키던 마충이 조조의 손속에 다시는 걷지 못할 꼴이 된 것을 보고,


“그대의 발목을 보니 내 발목이 다 시큰거려 미안하기 그지없네.”

“어찌 상국께선 패장에게 이리 신경 쓰시나이까. 이제 승전해 공 있는 자가 수천이거늘 공도 세우지 못한 채 상국의 마음만 상하게 만든 이 마충은 어떤 벌도 달게 받겠나이다.”


하였으니 곧 마충에게 수레를 하사하며 성은 물론 궁궐 또한 수레에 의지해 드나들 수 있게 될 것을 약조했다.

이리 하내의 일로 바쁠 적, 장완이 유융을 찾아 보고했다.


“조비가 업에서 대군을 출병시킬 움직임을 보이는 반면 조앙은 복양의 위급을 막기에도 힘들어 보입니다. 만일 상국께서 명하신다면 여양의 학소 장군이 이끄는 1만 병력이 능히 방통 공을 도와 복양을 점하리다.”

“조비에게는 세 방향의 원한이 있네. 이제 내가 그 아비를 사로잡아 낙양으로 압송을 기다리고 있으며 복양을 무시하자니 제 형제를 사지로 몰아넣은 형세이고 병주의 왕신이 호관을 점한 이후 기어이 한단의 우금을 붙잡아 위군성까지 내려와 조씨 일가의 절반을 사로잡고 부장들에게 상으로 내렸으니 제 친족의 원수이지.”

“그 중 사군에게 가장 큰 원한이 있지 않겠나이까? 회성은 이제 남루해 당장 수비할 형국이 되지 않고 아군은 지쳤으니 여양의 학소 장군이 수고하지 않으면 조비는 당장 하내로 진군할 것입니다.”

“해서 나는 조조를 삭방으로 보낼 것이네.”


곁에서 함께 듣던 마량이 놀라 되물었다.


“병주 삭방말씀이십니까?”

“그 삭방.”

“병주의 왕신은 믿을 만한 인물이 아닙니다. 이제 그가 다시 마음을 바꾸어 아직 건재한 조군과 손을 잡는다면 그물의 물고기가 다시 바다에 나가 두 번 잡을 수 없을 것이 자명합니다.”

“지금 나는 오로지 업의 병력만 두려운데 이제 왕신의 남하하는 병세와 업의 병력을 한 군데 모아 한꺼번에 상하게 하는 묘수는 그만한 것이 없다 생각하네. 또한 이 일은 하늘에 계신 선제의 이름하에 진행될 일이니 그대와 내가 어찌할 수 있겠는가? 또한 아직 생이 남은 조조로 하여금 북방으로 향할 나의 발판으로 삼고자 하는 바이지.”


한때 삭주로 불렸던 삭방군은 영제 이후 병주에 속해있었으나 실은 북흉노와 선비가 사는 땅으로 그 대부분이 장성의 밖에 위치해 척박함이 천하제일인 곳이다.

독단(獨斷)하여 결정을 내린 유융이 단숨에 붓을 들어 황제에게 보고하길,


“지난날 선제께서 허도에 입성하시어 백관의 절을 받고 백성들의 칭송에 감격하며 좌우에 선 승상과 제게 약조하시길, ‘그대들의 충정이 있기에 오늘이 있고 내일이 있나니 진실로 충성하여 이후 변함없이 십년을 보필한다면 대대로 부귀와 천수(天壽)를 약조할 것이네. 이는 짐이 살아서하는 약조이나 이후 해가 진 다음에도 붉게 빛나 그대들과 함께 할 것일세.’- 하였나이다. 이제 병약한 조적의 모습이 곧 천수가 다 할듯하니 황상께선 부러 불효치 마시고 그저 그의 남은 생을 먼 곳으로 유배하소서. 이제 소신이 사람을 보내어 병주의 삭방을 둘러보니 흉노가 다시 강성하고 선비가 흉포하여 훗날 한실을 위협할 적이 그들인가 합니다. 만일 승상을 이곳에 보내어 음흉한 그들에게 충성치 못한 결과와 충성한 대가를 일찍이 보이면 국내가 혼란한 틈을 타 침범하려던 외적이 황상의 은혜가 무겁고 벌이 진실 된 것을 비로소 알아 두려워하며 손을 거둘 것입니다.”


낙양의 어린 황제는 조조가 사로잡힌 이후에도 상국부에 머물며 유휴의 보호를 받고 있었다.

이제 유융이 그리 말하니 그는 조조가 괘씸했으나 부황에게 그리운 마음이 일고 승리한 유융의 성세(聲勢)가 은근히 두려워,


“반역은 삼대를 멸할 대죄이나 짐이 어려 상국만큼 고사를 모르고 선황의 뜻을 헤아리지 못하니 상국이 잘 알아서 하실 것이라 기대하오. 다만 역사에 오점을 남길 수 없나니 그의 일가를 결코 남김 없이 주살(誅殺)할 것을 명심하라 다짐하는 바이오.”


하고 일찌감치 허도에서 압송되어 온 죄인들을 비로소 처리하기 시작했다.

유휴는 그들의 처벌이 미뤄진 틈을 타 많은 증좌들을 찾아 준비했는데 처벌이 시작되자 사소한 것과 모호한 것이 있어도 단죄를 멈추지 않았고 하루에 처리하는 많은 일들 중 사형이 제일 우선이니 형장에 핏물이 마를 날이 없었다.

하여 그를 돕던 화흠이 탄식하길,


“모든 것이 끝난 듯 죄를 조사해 벌을 내리는 모습이나 판결하는 일당이 합당해 보이면서도 결국 모질기 그지없다. 이제 천하가 한 발 아래 고개 숙이면 진실로 두려워해야 할 사람이 누굴까 하노라.”


하였다.

과연 죄인을 청하며 집에서 나오지 않던 조진과 진교 등 조조의 일당이 마지막으로 불려와 죄인의 자리에 앉자 유휴는 유융이 돌아오면 이전에도 대우받던 그들이 용서받을까 냉큼,


“황하를 건넌 조적의 병력이 성 밖에 있음에도 그대들이 나서서 내통하지 않은 일이 있는가?”


하고 묻자 조진이


“낙양의 성벽이 높고 출중한 인물이 가득하며 병력 또한 정예한데 어찌 황상을 버리고 반역을 따르겠습니까? 오히려 칼 한 자루와 말 한필을 항시 곁에 두고 황상이 부르길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또 진교가,


“이제 벌 받은 사람들 중 과한 이가 많고 적당한 이를 찾을 수 없으니 내통했고 하지 않고는 중한 사안이 아닐 것이 분명하오. 한때 나랏일을 보았던 이로 일이 이 지경에 이르게 만든 책임은 부끄럽기 그지없으나 내 죄에 대한 벌을 묻는다면 나는 그 기준을 도저히 알 수 없었기에 답할 수 없소.”


하였다.

참관하는 인물들이 그들의 마음이 진심임을 알고 스스로도 창피한 생각이 일어 고개를 숙이고 대꾸하지 못하자 유휴의 곁에 있던 위탄이 냉큼 조언했다.


“조진의 가택을 뒤져 검과 말을 찾아 그가 실언(失言)하였음을 밝히고 진교의 서책을 뒤져 형가의 노래를 찾아 그가 역심을 품었음을 따진다면 어찌 저들이 저리 당당할 수 있겠습니까?”


위탄의 말은 그저 꼬투리를 잡자는 것에 불과했으나 유휴는 이를 옳게 여겨 몰래 사람을 보내어 그들의 집을 샅샅이 뒤지니 기대와 달리 조진의 침실에서 검과 말채찍을 찾을 수 있었고 진교의 집에서는 오로지 사서오경뿐이 찾지 못했다.

하여 유휴는 그들을 풀어주고 적당한 트집을 잡아 집안에 감금하여 마무리 지었다.

이에 식겁한 위탄이 다시 찾아와 유휴를 충동했다.


“이제 그들이 온전히 풀려나면 필시 모든 죄과를 다시 조사하라는 사람들이 힘을 얻을 것이고 얼마 지나지 않아 황상의 귀에 들어가게 될 것입니다. 공이 온 힘을 기우려 반역의 도당을 처벌했으나 그 중 하나의 실수가 없을까, 저들이 그 하나의 실수를 부풀려 소문내고 공의 다리를 잡고 늘어져 외지의 상국께 누가될까 두렵습니다.”


유휴가 이틀 밤낮을 고심하자 호위, 장억이 물었다.


“공자께선 어찌 밤낮 앓으십니까? 혹 아직 성 밖에 있는 왕창의 수천병력 때문이라면 능히 소장이 앞장서리다.”

“어찌 좀도둑 때문에 잠을 설칠까? 다만 시기가 이 같은 때에 사소한 실수가 부풀려질까 두렵기 때문이니.”

“어찌 먼저 인정치 않으십니까? 실수를 인정하고 황상께 알리신다면 신임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니 혹여 음해하고자 하는 이들이 있어도 당당할 수 있으리다.”


유휴는 마침내 위탄의 말을 듣지 않고 황제에게 스스로 부당함을 고했다.

허나 유휴와 함께하던 상국부의 인재들이 황제를 수십 번 설득했기에 황제가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유휴를 용서한 후 백관 앞에서 약조한다.


“오늘 짐이 보고 받기로 수많은 공을 세운 이가 사소한 실수로 음해당할까 근심한다 들었소. 하여 오늘 이후, 짐이 이름을 걸고 맹세컨대 죄인을 안타까워하는 이가 있으면 그들과 함께 밥을 먹일 것이고 짐이 신임하는 이들을 두려워하지 않는 이가 있으면 삼대의 출사를 막을 것이오.”


낙양이 이와 같을 때 유융은 조조를 삭방으로 보내기 위해 상당 태수 장연에게 사람을 보내어 이르니,


“병주자사가 출타해 자사의 대리를 맡고 있는 이가 무능하다 들었다. 이제 자네의 영향력이 병주에서 제일이니 직접 군사를 이끌고 조조를 호송하여 삭방에 초가를 마련하고 그의 병세를 돌보라.”


당시 왕신이 대군을 이끌고 호관을 넘어 태원군의 진양을 지키는 이는 그의 동생인 왕릉이었다.

그는 유융이 자신의 지위를 무시했으며 장연이 태세를 바꿔 유융에게 고개를 숙인 후 조조를 호송한다는 소식을 듣자 대노했다.


“사냥이 끝나지도 않았거늘 유융이 자만하여 사냥개부터 삶으려는 모양이다!”


왕릉은 장연을 쳐 죽이고 조조를 빼앗기 위해 북흉노를 충동하여 그들과 협력, 적지 않은 병력을 움직였다.

소식을 접한 장연은 왕평이 자리를 비워 믿을 장수가 없고 병력이 적자 크게 근심했는데 때를 맞춰 서황이 당도해 상당을 수비하고 북흉노와 마주하며 공생하던 선비가 크게 난을 일으켜 북흉노를 내쫓자 상황이 바뀌었다.

병주의 상황이 이러할 적에 왕릉의 서신을 받은 왕신은 유융을 향해 침을 뱉고 사로잡았던 우금을 조비에게 돌려보내어 재빨리 우호를 맺어 군을 물리니 조비는 비로소 후방에 대한 염려를 덜고 여양을 향해 진격을 시작하기 시작했다.

유융이 소식을 접하고 크게 놀란 듯 꾸며 말하길,


“설마 했던 왕신이 기어이 조조와 손을 잡았구나! 이제 그를 병주자사로 믿을 수 없나니 그가 조조와 반역했다는 사실을 조정에 크게 알리고 장연을 임시로 자사에 임명한다. 왕평은 학소를 도와 여양을 방어하고 서황은 장연을 도와 상당을 방어하라.”


유융의 말에 따르면 동, 서로 당장 수세에 몰린 것 같았지만 말투에 여유로움이 잔뜩 묻어났고 조비와 왕신의 행보에는 다급함이 뚜렷했다.

과연 여양이 공격받기 시작하자 유융은 직접 병력을 움직여 조가성을 재점령하고 업으로 향하는 길목을 닦기 시작했으며 업이 공격받는다는 소문이 퍼지자 조비와 왕신은 군을 일순 물리며 경거망동할 수 없었다.

조가에서 업을 바라보던 유융이 다시 군을 일으킨 것은 마침내 복양에 유융의 깃발이 휘날리고 방통이 유융과 만나게 된 이후의 일이었다.


******


예주 - 영천군 허도


서주에서 진숙이 일으켰던 난은 역사에 한 줄 정도 남을 소란만 일으키고 가뿐히 진압되었다.

그나마 한 줄 이라고 한다면,


“서주자사가 죽었으니 삼황자가 신났겠군.”


서주를 잘 운영하던 서주자사와 그 일가, 측근들을 모조리 살해한 것이겠다.

소식을 접한 양의는 주방을 다시 찾아 삼황자를 거론하며 이를 논했다.

주방역시 활짝 웃으며 양의의 의견에 동의했다.


“조인이 자리를 비운 틈에 큰 공석이 생겼으니 서주자사를 임명하는 일에 직접적으로 힘을 쓸 수 없어도 발언권이 부쩍 늘어난 삼황자가 과한 언행을 보일 것입니다.”


과연 주방의 말처럼 비어버린 자사의 자리는 조인에 의해 팽성 태수 하후은에게 돌아갔다.

하후은은 전쟁이 길어질 낌새가 보이자 조인이 특별히 임명한 태수로 전임(前任) 태수 호질에 비해 능력이 떨어지고 실적이 모자랐으나 팽성을 관리하며 보급의 임무에 성실했기에 딱히 큰 문제가 없던 인물이었다.

주방과 양의에게 소식을 접한 제갈량이 기뻐했다.


“팽성 태수는 오로지 인척 관계로 크게 출세한 인물이라, 조인의 세를 꺾고 제 세를 만들고자하는 삼황자는 반드시 그와 충돌할 것이네. 우리가 그저 연주와 예주의 경계를 철저히 하며 기다리면 서주로 향하는 길이 휑하니 열릴 것이지.”


과연 얼마 지나지 않아서 삼황자는 만총에게 그러했듯, 서주자사의 임지인 하비로 하후은이 부임할 것을 엄명했고 현 상황에서 하비보다 중요한 팽성을 조인의 명 없이 비우기 싫었던 하후은은 그를 거절하고 측근을 파견해 하비와 팽성을 동시에 관리하기 시작했다.

명이 단칼에 거부당하자 삼황자는 크게 격노하며 하비 태수에 당시 의성(義成)의 현장을 맡고 있던 호질을 임명했다.

호질은 그 성품이 온화하고 공정하며 백성들에게 존경받는 인물이라 인사에 큰 문제가 없어보였으나 그를 밀어내고 팽성 태수에 오른 하후은의 성격은 그렇지 않았기에 그리 좋게 보지 않았으니,


“내게 유감이 있을 호질을 하비의 태수로 임명함은 또 무슨 행위란 말인가! 이는 자사인 나를 무시하는 꼴이지.”


그는 곧 팽성을 걸어 잠그고 길을 막아 설사 황제의 칙사라도 사수를 넘을 수 없도록 만들었으며 이 때문에 보급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가 들려와도 고집을 꺾지 않았다.

오히려 그를 설득하러 호질이 성문 앞에 당도하자 그를 잡으러 병사를 보내기도 했으며 어깨에 화살을 맞고 도망하는 호질에게 친히 악담을 퍼붓기도 했다.

당시 양주의 전선은 보급이 매우 여유로웠는데 조인이 단양군을 대부분 점령하며 장강의 항구를 모조리 관리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허나 문제가 일어난 것은 여강에서 전선이 일시에 크게 밀려나 보급의 중요한 기점인 유수호가 위협받기 시작하면서였다.

이 소식을 누구보다 빠르게 접한 삼황자는,


“팽성 태수 하후은은 그간 짐의 명을 족족 무시하고 짐이 직접 임명한 하비 태수에게 큰 상해를 입혔으니 반역에 버금한다. 다만 그간 공이 있어 죄를 무마하고도 남으니 자사의 인을 반납하고 연주로 돌아가 승상을 도우라.”


라는 명을 내렸으니 이후 보급줄 중 하나를 막고 서주자사의 직무를 다하지 않는 하후은에 대한 공격이 거세어지기 시작했고 뒤에서 이를 부채질 하던 삼황자가 다시금 명분을 휘두르고 칙사를 연이어 보내 질책하니 경험 적고 불같은 성격의 하후은이 어찌 오래 버틸까.


“해서, 하후은이 도주했다?”

“반역이란 소리까지 듣고 가만히 앉아있을 인물이 있겠습니까? 화를 참지 못하고 삼황자에게 무례한 언사를 한 것이 들켜 도망하였지요.”

“허면 지금은 어디 있는가?”


제갈량의 물음에 양의가 답했다.


“청주자사, 온회에게 의지하고 있는 듯합니다.”


하후은이 도망한 후, 삼황자는 직접 팽성으로 가서 그곳을 거점으로 병력을 접수해 운용하며 서주자사와 팽성 태수에 하안을, 하비 상(相)에 호질을 임명했다.

하안은 하후은보다 배는 젊고 자잘한 공도 없었으니 이름만 자사일뿐, 서주의 실권이 모조리 삼황자에게 있었다. 허나 하안이 자리에 앉은 후 보급이 원만히 재개되었으므로 심화될 분란을 저어한 수춘 태수, 이전에 의해 인사를 다시 살펴야 한다는 공론이 쉽게 무마될 수 있었다.


한편, 패국을 수비하던 곽준은 정밀의 끝없는 공세에도 지치지 않고 수비해 틈을 주지 않았다.

정밀은 젊어 혈기가 있고 그의 아버지는 명성이 크게 있었기에 공을 세우기 위해 필사적이었으니,


“어찌 대군이 지나가는 길에 고작 성 하나가 문제가 될까? 오늘 지형을 굽어 살피니 패국성은 고고히 외로워 적은 병력으로 방비할 수 있고 적은 병력으로 대치할 수 있음을 깨달았다. 지난날 만총 장군이 그러했듯, 나 또한 군을 갈라 하나로는 예주를 약탈해 혼란을 야기하고 하나로는 패국을 흔들어 지치게 만들리.”


하는 꾀를 내어 병력을 분산시켰다.

성에서 이를 살피던 곽준은 보고를 받고 크게 기뻐하며,


“이제 어중이떠중이 병력도 병사라 부르며 패국을 둘러싸더니 오늘 나를 우습게보아 병력을 갈라 숫자의 우세를 버렸다. 이 곽준에게 우군이 없어 쉬이 공을 못 세우니 영 섭섭했는데 하늘이 주는 기회를 버릴쏘냐!”


정밀의 병력이 갈라지고 멀리 자리를 비운 틈을 타 성에서 뛰쳐나와 일시에 공격하니 매서운 곽준의 정예 병력에 징집된 지 얼마 되지 않은 노병(老兵)들로 가득한 정밀의 진이 없었던 듯 무너지기 시작했다.

물론 정밀의 진영에도 만총이 남기고 간 정예 병력이 존재했으나 그들은 정밀에게 홀대받고 노병과 섞이며 정예로움을 잃은 지 오래되어 가장 먼저 흩어질 뿐, 나서지 아니했다.

그렇다면 정밀이 보낸 예주 노략 부대는 어떠했는가 하면,


“이것이 정녕 그 유명한 조인의 병력이란 말인가?”


옛적 농기나 들고 숫자를 믿어 우르르 몰려들었던 황건의 군세와 한 치 다름없는 부대의 엉성한 군율을 보고 두려움을 버린 예주의 장수들에 의해 군공을 쌓기 위한 제물이 되었다.


패국의 소식을 접한 제갈량이 부랴부랴 곽준에게 주방을 보내어,


“삼황자가 마침 팽성에 머물고 있으며 그 휘하의 병력은 수백만 정예로울 뿐, 나머지는 다 정밀의 그것과 같습니다. 이제 방통 공과 위연 장군이 멀어 공을 세울 기회가 없으니 오늘이야 말로 곽준 장군이 대공을 세워 사적에 이름을 빛낼 날이 아닐까 합니다.”


팽성을 공격할 것을 강력히 요구했다.

곽준은 패국을 수비할 병력도 빠듯함을 알아 머뭇거렸으나 곧,


“언제든 뒤돌아 패국을 방비할 자신이 있으니 적의 세력에 큰 혼잡을 주는 것도 나쁘지 않다.”


하고 출정했다.

과연 당당히 팽성을 접수하고 권력을 누리던 삼황자와 하안은 정밀 2만 병력의 패전소식에 크게 놀랐으나 하안이 머리를 굴려,


“황상께서 잘 생각해 보시면 이는 큰 기회가 아닐까 합니다. 이제 정밀의 병력이 크게 무너진 것은 황상이 겨우 수중에 넣으신 힘이 무너질 위기이나 위기는 곧 기회와 한 몸이라, 남쪽과 서쪽의 병력을 크게 불러들인다면 그 병력의 전권을 손에 넣을 수 있음은 물론 여세를 몰아 패국은 물론 여남까지 되찾을 수 있을 것입니다.”

“남쪽은 한창 전쟁이 일어 불가하고 짐이 지닌 권력은 서주의 절반에도 미치지 않거늘 가능할지?”

“황제가 위기에 빠져있음에도 움직이지 않는다는 것은 명분을 잃는 것이고 전장에 나선 장수가 명분을 잃는 것만큼 두려워하는 것은 없으니 염려하지 마소서. 또한 양주의 병력이 남쪽 깊이 있어 지금 당장 동원할 수 있는 군세가 없어 보이나 이는 황상께 조금의 권한도 이양하기 싫었던 조인의 비상한 계략이라, 저 동남의 광릉군에 2만에 달하는 병력이 존재합니다.”

“먼 곳의 물로 어찌 턱 밑 불을 끌까?”

“황상께서는 손 안에 마실 물로 우선 불을 끄고, 이후 차근차근 물을 길어 다시 손안에 물을 채우소서.”


삼황자는 하안의 조언에 따라 수춘성의 병력 8천을 강제로 불러오고 광릉의 병력으로 그 빈틈을 매우도록 했다.

또한 서주에서 다시 병력을 긁어모으니,


“이제 서주에 젊은 씨가 더 없으니 굽은 노인들과 생때같은 아이들까지 잡아가는구나!”

“여인네들이 징집(徵集)된 남정네들 대신 땅을 긁고 징세(徵稅)된 소 대신 여물을 먹누나! 나라 꼴 좋다!”

“배와 병장기를 그리 많이 만들어 대령해 더 이상 이 서주에서는 창끝을 만들 철도 없거늘 나라님은 무엇을 들고 싸우라 하실까?”

“그 많던 장정들이 다 강동에서 죽었단 말인가? 어찌 이리 많은 사람을 다시 끌고 갈까?”


텅 빈 서주에서는 비어버린 만큼 원망의 소리가 차올라 가득했다.

팽성으로 수춘 병력 8천, 서주 잡병 1만 6천이 몰려들자 고작 4천 병력을 나누고 나눠 팽성으로 진격하던 곽준은 헛웃음 치며 단박에 군을 물린 후, 패국 방비에 전념했다.

제갈량은 다시 주방을 보내어 곽준을 위로할 뿐, 그의 빠른 퇴병(退兵)에 대한 것은 묻지 않았다.

그런 주방에게 곽준이 물었다.


“지난번에 주방 공이 나를 찾아왔을 때는 정밀의 병력이 파한 후 몇 날이 흘러서였소. 이제 내가 퇴병하고 패국에 들자마자 공을 만났으니 태수께선 나의 퇴각을 예상하신 게 아닌지요?”

“물론 애초에 무리한 요구를 했던 허도 태수께선 이를 예상하셨지만 이 주방이 이전보다 빨리 걸음한 것은 다른 이유입니다.”

“호오?”


곽준이 화살하나 쏘지 않고 물러난 후 3만이 넘는 정병을 거느리게 된 삼황자는 자신감을 얻고 제 방식대로 군을 조련하길 보름 동안하고 스스로 진두에 서 패국을 향해 진격하기 시작했다.

그는 정밀이 그랬듯 패국성을 빙 둘러보고 성이 작고 초라함을 이유 들어 무시, 곧바로 예주성이 있는 초현으로 진군하기 시작했다.

삼황자와 정밀의 판단처럼 패국 이후 예주에는 큰 병력이 없어 삼황자의 행군을 막는 병력을 찾아볼 수 없었다.

초현까지만.

삼황자가 3만 대군을 이끌고 당당히 초현에 이르자 영천에 있어야 할 제갈량이 6천의 병력을 이끌고 일찌감치 당도해 그를 마중하며 전하니,


“산양왕(山陽王)께서 이제 하마(河馬)하고 백의(白衣)를 입어 투항하신다면 패배의 굴욕은 있을지언정 능지처참의 고통은 없을 것이고 패전 후 남편과 자식을 일시에 잃은 서주 백성들의 원망을 들을 일도 없을 것이오.”


삼황자가 격노해 친히 군을 이끌고 제갈량을 사로잡으려 하였다.

이에 제갈량이 열세에도 크게 분전했지만 결국 수의 격차를 줄이지 못하고 패퇴하기 시작했다.

이 꼴을 친히 목도한 삼황자는 승리에 크게 흥분해서,


“봐라! 유융의 병세가 크지 않아 예주를 공격하던 군세는 연주로 빠져나가고 늙고 약한 병력만 남았음이 분명하다. 이 기회를 놓치면 허도를 다시 볼 수 없으리!”


하고 도망하는 제갈량을 추격하고, 추격하고 또 추격했다.

과연 도망가던 제갈량도 시간이 흐를수록 흩어져 줄어버리는 자신의 병력과 끝까지 쫓아오는 삼황자의 집착이 버거웠는지 멈춰서 두 군세가 다시 마주했는데 도망치던 제갈량의 군중은 멀리서도 혼란스러워 보였지만 쫓던 삼황자의 병력도 어지럽긴 마찬가지였으나 기세가 올라 사납기 그지없어보였다.

제갈량이 이를 두려워하는 듯, 그 사이에 불을 놓았으나 미약하고 번지지 않아 연기만 무성해 의미가 없었다.


“이제 발악이 끝났느냐? 네 정밀의 병력을 물리친 것을 생각해 짐이 친히 양주, 서주의 정예 병력을 이끌고 왔느니, 이제 네 놈이 내게 투항하면 네 가족이 살고 네놈은 짐의 말 먹이는 일을 할 수 있으리. 어찌 할 것인가, 적장이여.”


제갈량이 인상을 쓰며 생각했다.


‘과연 적의 기세가 노병(老兵)의 그것과 다르다 했거늘 산양왕은 서주의 백성을 징집해 정예군의 자리를 채우고 정예병을 이곳에 끌고 온 모양이지.’


허나 투항치 아니하니 삼황자가 공격할 것을 명했다.

그가 움직임과 동시에 사방의 풀이 크게 일어나 움직이고 음산한 바람이 불어 소름을 돋게 만드니 바람에 사람의 곡소리가 섞인 듯, 사람과 말의 걸음이 일시에 모두 멈추고 사방을 돌아보게 만들었다.

삼황자와 그 병사들이 살피니 곡이 울리는 것이 점점 명확해지고 소리를 따라 풀이 흔들림에 조조군의 갑옷을 두른 피칠갑 시체들이 불쑥 솟아오르니 사방에 그와 같은 현상이 가득해 삼황자의 명령이 일순 통하지 않았다.

이때에 제갈량이 외쳤다.


“이곳은 지난날 만총의 정예가 크게 분전한 곳으로 이 제갈량의 술법(術法)에 의해 원혼이 제 몸을 되찾았고 신묘한 진법(陳法)에 의해 산 듯 움직인다. 이 귀병(鬼兵)이면 산양왕의 병세가 적지 않으나 능히 당백을 기대할 수 있으리.”


삼황자와 그 부장들이 제갈량의 진중을 살피자 과연 기이하게 분장한 수십 명의 병사들이 묘하게 울며 춤추고 있었다.

먼 길을 급히 쫓느라 여직 당도하지 않은 병력이 적지 않아 그 수가 모자라고 이미 수중의 병력이 혼란한 지경에 이르렀음을 깨달은 삼황자는 부장들을 모아 군을 셋으로 나눌 것을 명한 후 자신만 일군을 이끌고 빠져나가기 시작했다.

이후 필사적으로 자군을 버리고 도망가는 삼황자의 좌우에서 도망 중에 흩어졌던 것이 분명한 크고 작은 제갈량의 병력이 출몰해 삼황자의 돌아가는 길을 방해했으니 삼황자는 애초의 계획과 달리 자신의 후방 병력과 쉬이 만날 수 없었다.

쫓기고 달아나길 쫓았던 시간만큼 했을까, 지친 삼황자가 더 이상 쫓아오는 병력이 없음에 말을 쉬게 하자 분명 멀리 떨쳐 놓았던 제갈량이 홀연 나타나 다시 권했다.


“산양왕은 이 제갈량의 십면매복과 귀진(鬼陳)에 빠졌으니 이 이상 진 빼지 말고 포기하시오. 저 낙양성에는 못 누린 부귀가 그득하니.”


삼황자는 놀라 빼들었던 칼로 자신을 이끌어준 애마의 목을 베며 마지막으로 분노했다.


******


양주 - 여강군 전선


장합이 합비로, 조휴가 유수구로 크게 패하고 물러난 이후 여강군과 구강군으로 선을 그어낸 듯 나뉘어 대치하는 두 군세사이에 크고 작은 분쟁이 항시 있을 법 했으나 두 군 사이는 오히려 전쟁 이전보다 조용했다.


당시 삼황자가 차기 서주자사의 임명과 하비 태수 임명을 두고 하후은과 맹렬히 대치하고 있었으며 하후연, 하후돈 형제의 비보가 조조에게 차례로 전해진 후 하북의 전선이 요동치는 상황인데 비해 장강 이북, 회수 이남의 형태는 이러했다.


우선,

임시로 여강 태수를 자청한 유의가 강하 태수인 감녕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중립을 자처하며 석성에서 대치중인 조인과 손권 사이를 오가며 전선을 장강을 기준으로 나누어 구강군은 조인이, 단양군은 손권이 나누어 가지는 것을 끝으로 백성을 위해 여기서 전쟁을 멈추길 요청하고 있는 것.

그에 따라 유의는 합비를 포위했던 병력을 십리 뒤로 물렸으며 감녕 또한 유수구에서 길게 이어지는 보급선들을 대놓고 나포하지 않았다.

이런 호의(?)에도 불구하고 손권과 조인은 전쟁을 그만두자는 의견에 반발했으니,

일단 손권은-


“제들의 요구에 따라 예장을 익주병력에 할양한지 오래 이고 여강군 또한 양주의 땅이 아니게 되었다. 유의는 애초의 약조는 지키지도 않고 어찌 그리 뻔뻔스러운 말로 민심을 혼탁하게 하는가?”


조인은-


“석성 너머에 전쟁의 결과가 기다리고 있고 이 조인이 보급 물자를 온전히 받은 지 오래다. 어찌 수적같이 행동하며 하지 않았다하는가? 강하 태수의 출신이 그렇다더니 진실인가!”


했기 때문이었다.

유의의 의견에 찬성하는 세력은 단 하나 뿐이었다.


“전쟁을 해가 넘도록 하는데 어찌 결판이 나지 않아! 자식이 죽고 부모가 묻히면 어찌 살라는 것인가. 공자, 맹자 하더니 진실로 바른 소리를 하는 이는 유자뿐이다!”


바로 강동의 백성들이었다.

유의는 여강에서 설득한, 혹은 여강으로 피신해온 강동의 크고 작은 명사들을 동원해 강동의 민심을 크게 흔드니 분명 두 세력이 석성을 사이에 두고 싸우는데 백성들과 병사들이 보기에 세 세력이 싸우는 것 같은 모양세가 만들어졌다.


이같이 유의의 이름이 강을 따라 널리 퍼질 때 여범을 이용해 전쟁에 소극적으로 참여하던 법정이 크게 군을 일으켰다.

유의가 여강을 온전히 만든 이후 그도 예장의 구석구석까지 완전히 장악하는데 성공한 것이었다.


“익주의 병사들 중 절반이 넘는 인원이 강동의 물과 음식에 익숙해졌고 세작을 파견해 조사한 길이 수천갈래에 이르니 비로소 나아가 이길 수 있게 되었다! 조인이 크게 흔들어 불안한 민심을 수습하며 천천히 살펴 진군한다면 수백의 병력으로도 모자람이 없으리.”


물론 법정의 이 같은 행동에도 유의와 감녕의 모르쇠는 계속되었다.


“익주의 군세는 형주의 병력과 같이 천자의 군세라, 필시 강동의 소란을 잠재우란 명을 받은 것인데 이 유의는 평화적으로 그리할 생각이고 법정은 그렇지 않은 것이 분명하다. 허니 하루빨리 전쟁을 멈추고 백성들을 살펴 선정(善政)을 베풀자!”


허나 이는 진정 말뿐이니, 감녕은 일찍이 법정으로부터 지원받은 오반의 익주병 1만 3천을 물질이 익숙한 강하 병력과 바꿔치기 했다. 하여 익주의 병력으로 여강과 강하를 지키고 강하의 병력은 조인의 보급선을 나포하는 일을 하고 있었다.

유의는 감녕과 달리 조용한 듯 보였으나 실상은 더 나쁜 일을 꾸미고 있었으니 감녕이 나포한 보급 물자를 겉만 바꿔 유의의 이름을 달아 크고 작은 장사에 나선 것.

유의의 장사 규모가 급격히 불어남에 따라 여강과 육로로 닿는 구강군은 물론 전쟁을 헤치고 이익을 쫓아 달려온 강동의 장사꾼들 까지 황폐한 환성에서 만나 볼 수 있을 정도였다.

하여 환성은 전쟁으로 성민들이 크게 줄었으나 전쟁이 그치기 무섭게 인구가 불어난 모습이었다.


“어차피 아군의 물자는 형주와 익주에서 오는 것으로 충분하여 욕심 없고 중립을 말하며 군세가 쉬고 있으니 아쉬울 것도 없다. 하여 크게 장사하여 강동과 구강의 부(富)를 긁어 전쟁으로 황폐해진 그네 백성들의 살림을 더욱 황폐하게하고 그 부를 이곳에 베풀어 여강에서 크게 민심을 얻는다. 이는 큰 명성이라, 반드시 여강에서 끝나지 않을 것이니 이 유의가 다스리는 곳에서는 굶지 않고 비 맞지 않는다는 말이 퍼지면 천군만마가 부럽지 않으리.”


과연 훔친 곡식의 일부를 강동과 구강의 물산과 교환해 전쟁으로 지친 여강에 무상(無償)으로 베풀기 시작하자 유융과 유의의 이름이 태상노군에 버금하기 시작했다.

환성과 육안처럼 오랜 시간 침략을 견디며 구색을 잃어버린 성들은 지난날의 영광을 찾기 시작했고 그곳으로부터 시작된 되팔기 상인들의 행렬이 여강을 벗어나며 양주 전역으로 퍼지기 시작했다.


“되팔기 상인이 성행한다 합니다. 태수께서 백성들을 위해 베풀었거늘 백성들은 고마운 줄 모르고 물자를 되파니 참으로 괘씸치 않습니까?”


오반의 성에 유의가 환히 웃었다.

이풍이 오반에게 말했다.


“애초에 훔친 곡식을 그냥 풀지 않고 구강과 강동의 먹지 못하는 물건과 교환한 이유가 그것입니다. 처음에는 난민은 곡식뿐 아니라 물품도 필요하겠지만 물품이 계속 들어온다면 이는 필요 없는 물건. 싼 값에 상인에게 되팔아 곡식을 얻는 것이 나은 일이지요.”

“흠-.”

“또 그 상인들은 여강에 넘쳐나서 싸게 얻은 물건을 여강에 다시 팔 수 없어 군을 벗어나야하니 그야말로 소문을 확장하는 입을 널리 퍼트리는 좋은 방책이 아니겠습니까? 여강은 금방 전화가 그쳤지만 물자가 풍족하고 관리가, 특히 태수이신 유의님께서 은혜롭다는 소문이.”


조인군에서 훔쳐 인정을 베풀고 손권군에서 받은 후 꼬리를 끊고 입을 닦는 보기 좋지 않은 모습이었지만 백성들은 과정을 상관하지 않았다.

이에 오반이 다시 물었다.


“어리석은 백성들은 그렇다 쳐도 머리에 든 것이 있는 자들은 그 출처를 의심할 것입니다. 백성들은 주는 자를 따르니 더 큰 손이 나타나면 굶주린 민심은 어제와 오늘이 다른 것이니 사리를 분별할 줄 아는 토호들의 마음을 잡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민심을 얻는 것. 이 일로 토호들의 반감을 사지 않을 지요?”


이번에는 유의가 직접,


“이익을 쫓는 토호들은 일찌감치 장사에 참여시켜 적지 않은 이익을 안겨주었네. 또 푸르르기 그지없는 기상을 가진 토호들은 더 쉬운 법이니.”

“어찌 그 철심 같이 꼿꼿한 자들이 더 쉽다 하십니까?”

“드러난 부정이 없고 부정을 하는 자들은 가차 없이 처벌하며 피차 어찌할 수 없는 부정함은 명분으로 잘 감추어 번드르르하게 구색을 맞춰주니 그들이 어찌 불만을 제기할 수 있겠는가?”


과연 여강의 크고 작은 토호들은 조조나 손권과의 과거와 상관없이 유의나 그 측근들과 친하게 지내며 그를 무서워하고 공경할 뿐, 다른 마음을 품지 못했다.

심지어 예장에서 성질 더러운 법정에게 크고 작게 핍박받은 손권을 지지하던 토호들이 회계나 오군이 아닌 여강으로 도망 올 정도였다.


이처럼 여강은 전쟁을 그만두고 화평을 외치면서 내치로 집중하는 모양을 취했다.

조인의 세작과 손권의 세작이 모두 확인하니 그들이 생각하기로 어리고 경험 적은 유의는 이제 발을 빼 점령지를 다스리고 보급에 열중하며 노회하고 생생한 법정의 병력이 주축이 되어 강동 전선에 뛰어들 것이라 판단했다.


세월이 흘러 조조가 크게 패해 그의 생사를 알 수 없고 왕신이 다시 조비와 손을 잡았으며 삼황자가 예주 정벌을 위해 병력을 모은다는 '소문'이 양주에 흘러오기 시작했다.

그간 앞뒤로 적을 맞이해 애써 비등한 전력을 유지하던 조인은 삼황자가 병력을 빼간다는 소식을 듣고 크게 노했으며 그 노기를 동원해 손권이 지키던 석성을 빼앗는 전과를 올린다.

마침내 손권이 말릉으로 밀리자 느릿느릿 움직이며 조인과 숨바꼭질하던 법정은 위기를 돕는다는 명분을 들어 회계군과 단양군 사이에 위치한 신도를 치기 시작했다.

이로 인해 오히려 조인에게 큰 여유가 생겼으니 손권은 오군과 회계군의 여유병력을 모조리 투입하며 버티는데도 죽을 맛이었고 조인은 조인대로 빨리 해치우고 법정을 맞이할 준비하느라 막대한 병력과 물자를 일시에 소모하기 시작했다.

이를 기점으로 손권군에는 묘한 소문이 돌기 시작했다.


“법정이 예장군을 받을 당시 이미 조인군과 작당한 밀약(密約)이 있었으니 조인과 법정이 강동을 둘로 나눠 다스리는 것이 그것으로 여강과 예장, 노릉 삼군을 유융군이, 구강과 단양, 오, 회계 사군을 조조군이 다스리는 것이 그것이다. 여태까지 머뭇거리던 법정군이 손권이 위기에 몰리자 갑자기 크게 군을 내어 신도 정벌에 열을 올리는 이유도 단양이 욕심나서가 아니라 약속받은 세 구역을 지킬 방어선을 구축하기 위함이다. 아니면 어찌 조인의 항구를 욕심내지 않고 손권군의 땅을 우선으로 치겠는가?”


그리고 그 소문이 급박한 세태와 뒤섞여 대세가 되기 시작했다.

그리하여 손권군 내의 대세는 사실이 아니나 진실이 되었으니,


“그렇다면 굳이 말릉성으로 병력을 모아 조인을 상대하며 법정의 도움을 기다릴 필요가 없다. 이미 아군의 근본이 공격받고 있으니 전선을 더욱 넓혀 삼군(三軍)을 모조리 혼란으로 밀어 넣는다.”


주유의 생각에 손권의 허가가 떨어져 말릉으로 몰려들던 회계군의 병력이 하제와 손유를 중심으로 신도를 놓고 법정과 다투기 시작했고 오군의 병력은 여범과 손교를 중심으로 단양군의 경현으로 향하니 석성을 점령하고 후방에 대해 안심하던 조인군은 법정군보다 지독한 손권군을 측면에 두게 되었다.


한편 신도에서 방어전선을 만들어 손권군과 대치하기 시작한 법정은 법정대로 조인이 당황한 틈을 타 일군을 내어 조인이 점령해 보급로로 삼았던 항구들을 공격하기 시작하니 조인과 손권은 모두 법정의 행보와 그의 목표에 대해 재고하기 시작할 수밖에 없었고 따라서 보다 뚜렷하고 명확한 ‘적’에 대한 공세만 늘어갔다.

법정의 움직임 하나하나에 손권과 조인의 이목이 집중되었을 때, 비로소 유의가 움직였다.


“합비를 잡으면 구강을 잡을 수 있고 유수구를 잡으면 조인을 잡을 수 있습니다. 이제 편히 쉰 아군이 총력을 기울여도 둘 중 하나를 갖기 힘드나 지금이 아니면 그 이상의 병력을 들여도 난해해질 뿐, 오늘보다 못하리라 생각합니다.”


유의의 말을 심사숙고한 감녕 등에 의해 마침내 구강군을 점령하기 위한 3만 3천의 여강군이 출진했고 이 소식은 세작만큼 빠르게 되팔기 상인들의 입을 타고 널리 퍼졌다.

다만,


“유의가 이끄는 5만 병력이 세 갈래로 합비를 향해 진군하고 있다. 소문에 예주의 병력이 수춘을 함께 친다 하더라.”

“아니다. 감녕이 이끄는 4만 7천의 병력이 수륙으로 유수구를 향하여 무섭게 내달리고 있다! 손권이 오의 병력 3천을 내어 함께할 것을 약조했다.”


이처럼 불어나고 정확하지 않을 뿐이었다.

이는 세작들의 사정도 같았으니, 분명 이미 출정해 길을 내달리는 병력의 정확한 거취를 살피기가 결코 힘들지 않지만 관리들로 시작해 시장 고아에 이르기 까지 말이 다르니 확신하기 힘든 상황에 처해버린 것.

그냥 합비와 유수 모두의 방비를 단단히 하면 되는 일이었으나 상황은 삼황자가 정예병을 털어가며 빈자리에 급조한 백성‘병’들을 투입한 상황.

5만이나 그에 준하는 여강의 정예를 두 곳에서 함께 방어하기에 구강군의 정예병은 한계가 있었다.

하여 유수를 지키던 조휴가,


“지금 정황상 법정이 움직인 틈에 유의가 움직인 것이니 필시 강 너머 조인 장군을 노리고 있으리. 이곳으로 올 것이다.”


하고 예상했고 합비의 장합도 나름대로,


“성동격서라 했다. 황상(-삼황자)의 횡포를 저들이 모르지 않을 것이니 빈 수춘을 노리고 북상하는 것이 분명하다. 수춘으로 향하는 길목인 합비를 노리리.”


라 예상하고 있었다.

수춘의 이전은 정확하나 부정확해 보이는 첩보들에 치를 떨며,


“이 이상 패배는 없어야 한다. 적이 허장성세하면 우리도 못할 것 없다!”


합비와 유수에 모두 동등한 6천의 병력을 지원하기 시작했다.

말 그대로 이는 허장성세로 실제 수춘에 있던 6천 정예병이 향한 곳은 조조군 수뇌부뿐이 알 수 없었고 유의가 향하는 정확한 곳도 유의와 측근뿐이 알 수 없었으니-.


“합비가 점령되면 수춘이 위협당하고 결과적으로 유수로 향하는 보급선에도 차질이 생긴다. 이는 유수를 노리지 않고도 유수를 점하는 것과 같으니 합비를 지원하는 것이 옳으리.”


하는 이전의 생각과,


“강동이 지금보다 더 큰 혼전에 처해야 그 누구도 회남으로 눈을 돌리지 못한다. 어찌 손권을 위해 조인을 공격할까. 차라리 삼황자가 비워둔 수춘을 치는 것이 장기적으로 옳은 선택이리.”


하는 유의의 생각이 어느 정도 일치하고 있을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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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말

ㅇㅅㅇ 그간 쌓은 짧은 글을 들고 돌아와씁니닷!

ㅇㅅㅠ 어디까지 섰는지 헷갈리고 연재주기도 불투명해져 속상한 1인.....


+완결까지 쭉 자유연재입니다.;;(아마)

++약간 성급하게 진행되는 면이 있을 듯해요. 그렇지 않아도 못하는 묘사 따위 개나 줘버려;;;;

+++이전은 비중이 없었지만 다른 조조의 장수들 처럼 장수하고 있었습죠.

절대 작가가 까먹어서 죽지 않은 게 아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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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8 오랜만입니다! ㅇㅅㅇ;; +10 15.07.31 1,588 13 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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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5 사예 - 낙양(타(墮)-1) +6 15.06.16 1,979 27 45쪽
» 사예 - 낙양(천의(天意)-6) +4 15.06.03 2,114 27 38쪽
173 사예 - 낙양(천의(天意)-5) 이어서! +6 15.05.13 2,067 21 15쪽
172 사예 - 낙양(천의(天意)-5) 15.05.13 1,860 23 4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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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8 사예 - 낙양(추(錘)-2) +4 15.03.20 2,278 30 1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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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4 사예 - 낙양(천도(遷都)-2) +8 15.03.12 2,374 38 15쪽
153 사예 - 낙양(천도(遷都)-1) +2 15.03.11 2,770 34 16쪽
152 형주 - 남향(공명(孔明)) +7 15.02.26 2,815 40 20쪽
151 형주 - 남향(작위(爵位)-2) +4 15.02.25 2,907 35 18쪽
150 형주 - 남향(작위(爵位)-1) +10 15.02.13 2,863 41 18쪽
149 형주 - 남향(흐르는 세월) +4 15.02.12 3,050 43 19쪽
148 익주 - 백제(유비의 추락) +4 15.02.11 2,948 45 16쪽
147 익주 - 백제(한수 너머-3) +6 15.02.06 2,693 48 16쪽
146 익주 - 백제(한수 너머-2) +10 15.02.05 2,367 43 16쪽
145 익주 - 백제(한수 너머-1) +10 15.02.04 2,586 48 17쪽
144 익주 - 백제(형산 너머-4) +12 15.01.30 2,694 41 20쪽
143 익주 - 백제(형산 너머-3) +12 15.01.29 2,265 45 16쪽
142 익주 - 백제(형산 너머-2) +4 15.01.28 2,611 43 1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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