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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익은 글장이

세상을 파는 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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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그머니나
작품등록일 :
2015.03.20 13:48
최근연재일 :
2018.05.20 14:26
연재수 :
165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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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302
추천수 :
935
글자수 :
1,193,004

작성
15.03.21 0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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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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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
글자
19쪽

세상을 파는 자 Chapter 1: 검을 파는 남자 (1)

DUMMY

루프는 오늘 굉장히 기분이 좋았다. 뜻하지 않게 슈스터 후작으로부터 휴가를 받은 것이었다. 아무런 이유 없이 갑자기 하늘에서 뚝 떨어진 떡같이, 오늘 루프는 예정에 없던 휴일을 즐기게 되었다. 왠지 얼떨떨한 기분도 없잖아 있었다. 슈스터가에서 일하기 시작한 이래 오늘같은 서프라이즈 유급휴가를 받아본 경험이 없기 때문이었다. 국법으로 지정된 연중 몇 일 정도의 휴가야 당연히 있었지만서도, 오늘도 힘겹게 가사일을 하면서 하루를 보낼 생각을 하던 루프에게 주어진 자유는 상상외로 그의 기분을 붕 뜨게 만들었다.


그래서 그가 바람이나 쐬려고 나간 마을 광장에서 돗자리를 펴놓고 무기를 잔뜩 늘어놓은채로 장사를 하고있는 한 청년을 보았을 때 그는 타오르는 열정을 주체할 수가 없었다. 그 경솔한 행동 하나가 그의 인생 전체를 뒤집어 놓을 것이라고는 상상조차도 못한 채 말이다.


루프는 뚜벅뚜벅 낯선 남자에게로 걸어가서 그의 앞에 섰다. 조잡하게 펼쳐져있는 무기 보따리를 앞에두고 서로 마주한 두 사람. 한 명은 싱글벙글, 또 한명은 영 뚱한 표정으로 서로를 마주본다. 그 소년은 적어도 자기보다 열 살 가량은 많아 보이는 어른에게 꽤나 시큰둥한 표정을 짓고 있었는데, 제법 당돌하다고 할수도 있는 그림이었다. 정작 그 시선을 받는 당사자는 전혀 신경쓰지 않는 모양이었지만 말이다.


"관심 있으신가?"


"이보쇼."


관심 있는지를 물어보는데 대뜸 반말을 툭 던진다. 오호~? 상인 청년의 입가에 미소가 한층 짙어진다. 그의 깊은 장사속 만큼이나 농후한 미소였다. 직설적으로 말하자면, 한 마리 낚였다, 이런 정도의 의미가 담겼다고도 할 수 있었다. 입안의 낚시바늘을 아는지 모르는지, 아직 순진해 보이는 험악한 표정의 소년은 대뜸 한마디 쏘아붙였다.


"지금 한창 전시인데 이런것들은 다 어디서 난겁니까? 아니, 그보다 어째서 이것들 국가에 상납하지 않은거죠? 지금 황제폐하의 명으로 전 국내에서 무기라는 무기는 다 싸그리 몽땅 상납하지 않으면 안된다는걸 잊어버린건 아닙니까? 정착 무기상이든 떠돌이 무기상이든, 최상급 보구이든 싸구려 도마칼이든 무기라는 무기는 지금 싸그리 몽땅 국가에 상납해야 할 판에 이런 대낮에 이런 큰길에서 장사를 하고 앉아있다니... 아무리 행상이라지만 너무 막나가는거 아닙니까? 저도 국가를 위해서 일하는 몸인지라 묵인할 수가 없군요. 상부에 보고 해야겠습니다."


제법 평상시에 받는 스트레스가 많은지 소년은 한번 쏟아낸 말을 일사천리로 줄줄줄 이어나갔다. 물론 그는 국가를 위해 일하는 슈스터 후작을 위해서 일하고 있으니 엄밀히 말하면 국가를 위해서 일한다고 볼 수도 있었고, 그가 상부에 보고한답시고 후작에게 꼰지르면 저 무기행상도 제법 곤란한 지경에 처하게 생겼으니 말에 정당성도 있는 편이었다.


행상 청년은 그런 소년의 모습을 흥미롭다는 듯이 쳐다보고 있었다.


"알았으면 얼른 이거 다 싸들고 숨던가 하시죠. 정말 신고 들어가면 당신 큰일날지도 모른다구요."


사실 소년은 저 산골 출신으로 보이는 행상을 배려해주는 중이었다. 그는 이런식으로 자신의 스트레스도 풀고 남도 챙기는 것을 좋아했다. 태어나면서부터 넓은 오지랖을 지니고 있었기에 남 잘되는 꼴 잘보고, 남 못되는 꼴 못보는 천성 순둥인지라 소년의 그런 행위는 오늘도 주변의 사람들의 입가에 가느다란 미소를 짓게 했다. 사실, 루프는 동네에서 오지랖 넓고 쓸데없는 참견하는데에 일가견이 있기로 유명한 사람이었다. 제법 일도 능글맞게 잘 처리하곤 해서 술집에서 회자되는 마을 소일거리에 단단히 한몫을 하고 있기도 할 정도이니 마을에서는 제법 유명인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그러던가 말던가, 행상 청년은 보따리 위에 널브러져 있던 무기들 중에 하나를 덥썩 집어들더니 루프의 면전에다가 무작정 내밀었다. 루프의 얼굴에 당황한 빛이 어렸다.


"이것은 주문 한 마디면 세상에서 제일가는 무시무시한 불계열 마법이 발동되는 공포의 마법검이라우. 그 어떤 상대가 맞선다 하더라도 이 검에서 나오는 불꽃을 상대한다면 그는 잿더미도 건지기 힘들지! 어때? 이런 공포의 마법검이 오늘은 단돈 30 셀링!"


슈스터 후작의 아침 빵값(그 아침 빵값이 더럽게 비싸긴 했지만... 이는 자칭 미식가인 슈스터 후작이 빵집에 프리미엄을 붙여준 탓이 컸다) 보다도 떠 싼 가격을 부르면서 세상에서 제일가는 무시무시한 마법검을 팔고있는 눈앞의 청년에 모습에 역시나 루프라도 황당한 표정을 감출 수는 없었다. 그의 면전에 들이밀어진 세상에서 제일가는 무시무시한 마법검은 그냥 평범한 모양의 브로드소드였는데, 검 손잡이 부분에 조잡하기 그지없는 붉은 보석이 박혀있


다는 것 빼고는 그저 특징이랄것도 없는 그런 검이었다. 뭐 검신은 힘껏 내려치면 종이정도는 벨(찢을) 수 있게 생겼었지만 그다지 살상용으로는 도저히 보이지 않는다.


루프는 문든 이런 검이라면 국가에서도 상납받으려고 하지 않을지도 모르겠다는 그런 생각을 했다.


"30셀링이면 너무 비싼가...? 그럼 25 셀링!"


루프가 당황해서 아무말도 못하고 있자 무려 5 셀링이나 가격이 떨어졌다.


"이것보세요, 제가 한 말 듣기나 한거에요?"


"그럼요 그럼요. 24 셀링까지는 해드릴 수 있습니다."


"이봐요!"


"그 이상은 절대 안됩니다! 저도 땅파서 장사하는게 아니라구요. 24! 여기서 끝입니다."


"아 글쎄 검같은거 살 필요도 없고 살 생각도 없어요! 그것보다 당신..."


"그럴리가 없어요."


그가 너무 당당하게 이야기해서, 루프는 순간 말문이 막혀버렸다.


"누구나가 저마다 마음에 검을 품고 살아가고 있죠. 저는 그런 사람들한테 그들이 필요한 것을 파는 사람이랍니다."


여전히 미소띈 눈과 입으로 던지는 그의 한마디에 루프의 몸이 움찔했다. 아직 청년 행상의 말을 이해하기에 루프는 너무 어렸지만, 그래도 그의 말을 통해 전해지는 진심에 루프의 몸이 동한 것이었다.


"예를들면... 돈이라던가, 명예라던가, 사랑이라던가..."


사랑 이야기를 듣는 순간 루프의 몸이 반사적으로 움찔했다. 번뜩! 노련한 청년 행상의 눈이 이것을 포착해내지 못할리 없었다. 약점을 잡았다고 생각한 순간, 청년 행상의 머리는 재빠르게 돌아가기 시작했다.


"사랑하는 여인을 빼앗겼나요?"


정통이었다. 사실 루프에게는 조이스라고 어려서부터 같이 슈스터가의 사용인으로 일하면서 오손도손 친하게 지내온 여자친구가 한 명 있었다. 이 아가씨가 자신은 죽어도 나중에 루프와 결혼하겠다고 방방 뜨던 사람인데 얼마전에 리틀 슈스터의 눈에 띄어가지고 성은을 입는 사건이 발생하고 말았다. 그 길로 조이스는 루프의 얼굴을 볼 수 없게 되었고, 몸종시녀의 신데렐라 신드롬은 그렇게 시작되어 버린 것이었다.


덕분에 굴러들어오는 떡 마다할 생각없던 루프는 한 순간에 닭 쫓던 개 지붕 쳐다보는 격이 되어버렸다. 제법 반반한 얼굴의 조이스였기에 루프도 전~혀 마다할 생각이 없었던 것이다. 마다하긴 개뿔 속으로 쾌재를 부르고 있었던게 사실이지. 어려서부터 걸어온 작업이 효과가 있었다고 혼자서 결혼할 그날만 간절히 바라고 있었거늘 아닌 하늘에 날벼락이라고 리를 슈스터 이노무 원수새끼가 잘 키워서 잡아먹자고 공들인 닭을 홱 채가버리고 만 것이다.


그렇다고 몸종 주제에 뭐라 할말이라도 있는가? 덕분에 최근 스트레스가 하늘높은줄 모르고 치솟고 있던 것이 루프였다. 그렇기에 청년 행상의 떡밥은 루프의 관심을 낚기에는 그야말로 최상의 미끼였다.


"그, 그렇다기 보다는...."


"그런건가요?"


휙~! 청년 행상이 얼굴을 확 들이댄다.


"빼, 빼앗긴게 아니지요. 원래부터가 그녀석은 주인님 가문에 속한 자였으니...


소유물이 주인한테 뭐라 하겠습니까?"


"빼앗긴거군요."


"빼앗긴거 아니라니까!"


"빼앗긴거군요."


"... 빼앗겼습니다."


이때다 싶어 행상 청년은 다시금 그 세상에서 제일가는 무시무시한 마법검을 이번엔 루프의 코앞에다가까지 들이밀었다. 거의 넘어왔다 싶을때가 고비였다. 그 사실을 잘 아는 행상 청년은 마지막 작업에 몰두하기 시작했다.


"이런! 그렇게 서글픈 일이! 어려서부터 사랑하던 그녀를 주인집 놈팽이에게 빼앗기고 눈물로 베개를 적셔야하는 몸이라니! 어찌 마음에 칼을 품지 않을수 있으리오!"


청년의 말에 루프가 심하게 발끈했다.


"당신 어떻게 그렇게 잘 아는거야! 베개 젖은건 심지어 내가 직접 빨래까지 했는데!"


지레짐작이었던지 약간 뚱한 표정을 지어보인 청년은 잠시 입을 닫았다가 조용히 속삭였다.


"걱정 말아요. 어디 가서 말 안할게요."


"......."


아, 이건 아니야. 이 사람하고 이야기를 하면 할수록 자꾸 자신이 말려드는 느낌을 지울수가 없다. 루프는 이를 악물고 머릿속에서 조이스의 일을 밀어내려고 애썼다. 그냥 뺐겼다고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속이 터지는데 상술에까지 이용당해서야 쓰겠냐는 일념이 마음 속에서 무럭무럭 솟아올랐다.


"그런 당신에게 안성맞춤! 이 복수의 마법검만 있으면 당신이 미워하는 그 사람에게 뜨거운 사랑의 불길을 확! 이걸로 당신의 배알도 풀리고 사랑도 되찾을 수 있습니다. 단돈 30... 아니 24 셀링!"


"자꾸 사람 헷갈리게 하지마요! 검같은거 필요 없다고 했잖습니까? 그보다 당신 자꾸 말돌리지 말고 이 무기들 어떻게 좀..."


기껏 정신을 가다듬고 다시금 반격을 날리려는 루프의 말을 누군가가 잘랐다. 그것은 지금까지 살면서 한 번도 들어보지 못했던 부드러운 성향의 남성 목소리였다. 마치 신전에서 기도문을 읽을때 들리는 듯한 나긋한 목소리의 소유자였는데 그 내용은 참으로 걸박하기 그지없었다.


"아~ 그거 참. 좋은거 팔겠다는데 생떼쓰고 앉아있네 쥐새끼같은게... 야, 안산다쟎냐? 그냥 냅둬."


갑작스런 공격성 발언에 루프가 멀뚱멀뚱한 표정으로 청년을 마주보았다. 순간 청년도 깜짝 놀라서는 자신이 아니라고 표시하는 듯 양손을 절래절래 마구마구 흔들어보였다. 정말 혼신을 다해서 흔들고 있는 모습을 보니 정말 청년은 아닌 모양이었다. 그렇지만 기껏 유지한 고객이 싸늘한 시선으로 자신을 흘겨보는것은 피할 수 없었던 청년은 안쓰러운 한숨을 지어 보이면서 고개를 돌렸다. 그의 시선이 향한 곳에는 아직도 똬리를 틀고 앉아서 털 고르기에 열중인 하얀 고양이의 모습이 존재하고 있었다.


"이것봐, 와이트랑. 손님한테 그게 무슨 말버릇이냐?"


"손님은 개뿔, 그런 놈은 깐깐해서 절대로 네놈이 파는 싸구려 무기같은건 안사. 깨끗하게 보내버리고 딴동네로 가자."


'방금 자기입으로 싸구려라고 했어 저 일행!'


놀랍게도 그 일행이라는 존재는 고양이였다. 혀로 열심히 털을 고르다 말고 싸늘한 눈으로 루프를 올려다보면서 한글자 한글자 또박또박도 말하는 그 존재는 참으로 놀랍게도 고양이였다! 고양이가 말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뭘봐, 말하는 고양이 처음보냐?"


루프는 진심을 담아 열심히 고개를 끄덕였다.


"젠장, 저것봐. 지독하게 솔직한 녀석이군. 저 놈은 절대 안 사."


내가 아니라도 누구라도 이 상황에선 솔직해질 거야, 라고 루프는 받아치려는 말을 목구멍까지 올렸다가 가까스로 눌러내렸다. 세상천지에 말하는 고양이라니! 그것도 저런 험담을...! 루프는 정말로 기가 막힐 지경이었다. 자꾸 자신을 말리게 만드는 저 요상한 청년 무기 행상도 정신없는 판이었는데 말하는 고양이라니! 모처럼만의 휴가가 어딘가 어긋나버렸다고, 저주받았다고, 이상하다고, 스스로를 다잡고 다잡고 또 다잡는 루프였다.


청년은 그런 루프와 하얀 고양이를 번갈아 보다가 조심스럽게 고양이를 타일렀다.


"그래도 나 일할땐 입 다물고 있으라고 그랬지? 그랬어 안그랬어?"


"네놈 하는게 하도 꼴불견이여서 그런다, 이 놈아."


"그래도 블래냐는 잘 참고 있잖아. 너도 좀 보고 배워라. 이제 같이 다닌지도 6년인데 지금까지 네 녀석이 날려먹은 거래만 몇 개나 되는지나 알아?"


흥! 하고 고개를 휙 돌려버린다. 이마를 탁 하고 짚는 청년 행상.


루프는 그들의 이야기를 듣다가, 설마하는 심정으로 하얀 고양이 옆의 검은 고양이에게도 시선을 돌려보았다.


"뭐, 할말있어?"


"아닙니다. 죄송합니다."


그리고는 검은 고양이는 다시 아무일도 없었다는 듯이 털고르기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이번에 들려온 것은 아름다운 여성의 목소리였는데 색기와 청순함이 동시에 베어나오는 아주 감미로운 목소리였다. 이번에도, 역시 문제는 그 목소리가 고양이한테서 흘러나왔다는것이었지만서도.


루프의 얼빠진 표정을 보고 옆에 서있던 행상인이 입을 열었다.


"뭐 문제라도?"


산더미같아! 다시금 목구멍까지 차고올라온 그 한마디를 꾸역꾸역 다시 삼켰다. 수상하다, 수상하기 짝이 없다! 문제가 많아도 보통 많은게 아니다! 절대왕정 체제 밑의 전시에 떳떳하게 무기행상을 하고 다니는 묘한 분위기의 사내와 말하는 고양이 두마리라니 이것은 뭔가가 수상해도 보통 수상한게 아니다. 루프는 얼떨떨한 기분을 떨쳐버릴 수가 없었다. 하지만 그는 그렇게 당황하고 있기만 할정도로 어리석은 소년은 아니었다. 몸종일로 빠릿빠릿한 자세가 몸에 베어있는 그였기에 재빨리 정신을 수습하고 말을 꺼냈다.


"고양이가 말을 하네요."


그 정신을 수습하려는 노력이 무상하다고 느껴질 정도로 행상인의 대답은 명쾌했다.


"그럼요. 제 사업 파트너랍니다."


파트너라기 보단 콘택트 브레이커 정도로밖에 느껴지지 않았지만(혹은 고객님 서프라이즈 라던가) 행상인의 자신이 가득한 떡 펴진 가슴팍을 보면서 루프는 그 말도 입 밖으로 꺼내지 않았다.


"하지만 동물이 이야기를 하는건..."


"신기한가요?"


뭔가 자각은 있었는지, 루프의 말을 끊은 행상인이 되물었다. 루프는 조심스레 고개를 끄덕였다.


"뭐, 마법이니 드래곤이니 하는 것들도 살아 숨쉬는 세상에 말하는 고양이 쯤 있어도 이상할거 없잖아요?"


당연한 이야기를 무슨 동화책에게 나올듯한 이야기로 치부해버리는 그의 이야기에 순간 루프는 어이를 상실해버리고 말았다.


"이봐요, 지금 무슨 소리를 하는 겁니까? 마법은 인류가 가진 가장 고귀한 지식으로 여겨지고있고 드래곤은 감히 우리 인간들이 관여해서는 안된 존재로서 숭상되고 있는게 사실인데 말하는 고양이같은 기괴한 존재랑 비교가 됩니까?"


"본인 앞에서 기괴하다니 실례 아닌가?"


차갑게 쏘아붙이는 검은 고양이의 한마디레 루프의 온몸이 얼어붙었다. 정말 그정도로 싸늘한 말투였다. 뻐득거리는 목뼈를 돌려 겨우 쳐다보니 대낮 특유의 날카로운 고양이눈을 하고는 그를 빤히 올려다보는 검은 고양이가 있었다. 잠시후 녀석은 뭔가 흥! 하더니 다시 고개를 떨구고 털고르기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루프의 두뇌가 사과를 해야하나 말아야하나를 놓고 빠르게 회전하기 시작했다.


"너무 당황하지 말아요. 블래냐는 원래 저런 성격이니까."


그 검은 고양이는 블래냐라고 불리는 모양이었다. 행상인의 설명에 루프의 두뇌가 회전을 멈췄다.


"어, 어디까지 이야기했죠?"


"마법이나 드래곤이 기괴하지 않다는 것이요."


블래냐가 행상인을 힐끔 쳐다본것 같았는데 아마 기탓이리라.


"그, 그래 마법이나 드래곤은 당연한거에요. 말하는 고양이는 기괴... 아니 특별하다구요!"


"그럼 당신은 극도로 발달한 기계 문명이 있다면 믿겠습니까?"


행상인의 너무나도 뜬금없는 반문에 루프의 말문이 막혔다. 그야말로 어처구니 없는 딴소리였다. 루프가 아는한 기계문명은 그저 이론으로만 가능한 것이지 그것을 실제로 구현한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며, 또한 그것을 강제했을 경우 세상이 멸망할 정도로 무서운 일이일어날 것이라는 게 정설이었다. 그렇기에 세간에서도 기계문명에 대한 연구나 발명을 터부시해온것이 아니겠는자? 루프의 그런 상식을 너무나도 잘 알고있는 행상인이 그의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그들의 세계에는 마법이나 드래곤같은, 우리가 너무나 당연시하는 존재들이 없습니다. 다만 극도로 발달된 기계 문명과 첨단 과학이 있을 뿐이죠. 그곳엔 드래곤이 설 자리도 없고, 마법이 필요로 되지도 않습니다. 그런 사회에서는 오히려 드래곤이나 마법의 존재가 상상속의 이야기가 될 수밖에 없지요."


'이, 이게 무슨 얼토당토않은 괴변이냐...'


고작 물건 하나 팔려고 저런 궤변을 늘어놓나? 당황한 루프가 여전히 뚱한 표정을 짓고 있자니 행상인이 좀 더 설명을 늘어놓았다.


"그럼 당신은 어떻게 드래곤이 말하는지에 대해서 생각해 보았습니까?"


루프는 고개를 가로로 휙휙 저었다. 당연히 모른다.


"가만 생각해보면 드래곤이라고 해봤자 결국은 도마뱀과. 도마뱀이 좀 덩치만 커져가지고 말을 하는건데 고양이가 말하는거나 그거나 별 다를바 없잖아요. 안 그래요?"


지금 이 말은 함부로 했다가는 어디서 귀 좋은 드래곤이 날아와서 그를 잿더미로 만들어 버릴 수 있을 정도로 위험한 수준이었지만 그는 거칠것이 없었다. 만일 정말로 드래곤이 자신이 말하는 고양이 따위와 비교되었다는 것을 알게 된다면 그 비교한 사람을 찢어발기려고 할 것은 자명한 사실이었다. 루프는 그 사실을 너무나도 잘 알기에 넋을 놓고 그를 바라보고 있을 수 밖에 없었다.


그런 위험한 발언을 한 그는 오히려 너무나도 태평했다.


"뭐 세상이 다 그런거에요. 시각에 따라 너무나도 다르게 변하죠."


그러면서 다시금 검을 들어올린다.


"그렇기 때문에라도 이 검이 필요하죠! 이 험한 세상 무슨일이 생길지 모르지 않습니까?"


"그래, 예를 들자면 말하는 개새끼가 널 잡아먹겠다고 찾아올지 누가알아?"


'좀 닥치고 있어.' 라면서 행상인은 방금 말을 꺼낸 하얀 고양이의 이마를 쥐어박았다. 불시의 일격을 당한 고양이의 표정이 사납게 변했다.


"때려? 이 겁없는 천것이.. 웁웁!!"


이제는 아예 주댕이를 손으로 부여잡아 버렸다. 그리고는 여전히 방실방실 웃는 얼굴로 루프에게 검을 내미는 것이었다.


"살거죠?"


루프는 더 이상 아무 대답도 할 수 없었다.


작가의말

 안녕하세요!

 

 예전엔는 3000자 꼬박꼬박 맞춰가며 올리곤 했었는데 재연재하는 부분이니 그냥 내용 위주로 재편집해서 보시는 분들이 감질나지 않을 분량으로 한 편씩 올리는게 좋을것 같아서 그 방향으로 수정하고 있습니다.

 

 부족하지만 재밌게 봐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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