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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수건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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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일상] 연중 중간 공지 및 근황 (2)

0.

안 올 것 같던 휴일도, 결국 왔네요. 쉬는 일요일입니다.


네, 때수건입니다. 잘들 지내셨나요?


여전히 글을 거의 안 씁니다. 연중은 좀 더 길어질 전망이고요.


지난달에 중간공지를 쓴 이후로, 한 5페이지 정도 쓴 것 같네요.


“오늘은 꼭 쓰고 자야지.”라는 생각을 매일 합니다.


그리고 집에 와서 컴퓨터를 켜고,


“오늘은 게임을 조금만 해야지.”라는 생각도 매일 합니다.


그 결과, 5페이지. 아하하하하하.


일하는 근황에 대해서는, 블로그에 썼던 일기를 복사해서 붙여놓습니다.


편하게 살죠? 네, 그렇습니다. 그리고 더 편하게 살고 싶어요.


----------------------



1.

여전히 안 짤리고 불성실하게 일 다니는 중.


3월달에 일 다니면서 지각으로 떼인 돈이 11만원 가량 된다.


시급 계산이고, 가중으로 더 깎이는 건 아닌데, 얼추 20시간 정도 떼인 것.


1분 지각해도 30분이 까이지만, 20일 이상 지각한 건 아니거든?


남자라면 대범하게 살아야지. 고작 10분 20분 지각 따윈 안한다고.


늦을 것 같으면 쿨하게 1~2시간. 몸 안 좋으면 오후출근 후 사랑의 윙크 한번.


근데 여기선 신기하게 결근은 없었다. 보통은 결근이 지각보다 더 많았는데,


여기선 늦더라도 나가게 되더라.


기계 다룰 사람이 나밖에 없으니까. 내가 없으면


내 뒷공정들이 전부 놀게 되니까.


나 같은 놈은 절대 중간관리자가 되면 안 된다.


개인을 위해서도, 모두를 위해서도.




2.

이런 양아치 같은 놈을 밑에 두고도 늘 웃으시는, 우리 부장님도 참으로 부처님이시다.


같이 담배피면서 살아온 얘기를 들어보면, 지옥에서 탈출하신 삶을 지내오셨다.


문제는, 탈출해도 여전히 지옥이라는 것...


PCB공장은 긴 노동시간으로 악명이 높다.


노동강도는 포지션에 따라 달라지지만, 보통 휴일이 없다고 한다.


이 회사도, 작년인가까지만 해도 휴일 Zero인 풀근무였다고 하는데 바꿨다드라.


무엇 때문에? 대기업 납품 업체 등급기준에 따라 A등급을 받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쥐어짤 때까지 쥐어짜다가 못 따라오면 버리는 걸 꽤 노골적으로 보여주는 곳 중 하나가


바로 PCB생산직이라고 생각한다.


우리 부장님은 그런 PCB생산직을 20살부터 20년 넘게 버텨오신 분이다.


지옥을 버티는 방식에는 사람마다 차이가 있겠지만, 그분은 그저 웃는 것으로 버텨오신 것 같다.


자잘한 사건사고는, 일단 웃어버린다.


진지한 사람이 옆에서 보고 있으면, 왜 웃냐고 시비라도 걸 것처럼 실없이 웃어버린다.


근데 그게, 웃는 게 웃는 게 아니거든... 워낙 힘든 상황을 많이 겪다보면


웬만한 일은 "또 이 지경이구낰ㅋㅋ"하면서 웃음부터 나오는 것이다.


이걸 이해하는 이유가... 나도 그렇거든.


눈물로 하루하루를 보내고, 피토하는 심정으로 꾸역꾸역 살아남았던 시간이


머릿속에 깊이 박혀 있으면, 평화로운 시간 속에서 벌어지는 자잘한 일로는 그저 웃길 뿐이야.


안 좋은 소식을 들으면 일단, 현실도피처럼 머릿속에 내 자신이 사라진다.


그리고 그 사건이 일어나기까지 벌어졌을 난동과 해프닝이 머리를 스치면서


그 상황이 대단히 희극적으로 느껴지는 것이다.


그리고 나서 그 사건을 감당해야 하는 내 자신이 보이고, 꽤 웃기는 상황에 처한 것처럼 느껴진다.


마치 개인의 불행이 희극화되는 개그 프로그램의 주인공이라도 된 것처럼.




3.

보통 최종검사 팀은 품질팀에 있어야 하는 게 내 기존의 상식이었는데,


여기선 신기하게 생산팀에 소속되어 있다.


그래서... 늘 웃는 우리 부장님이 더더욱 메인탱커 역할에서 벗어나질 못하고 있다.


생산직 현장은 보통 3가지 축의 견제와 협동으로 일을 해나간다.


사장님과 임원들의 축복을 받는 영업팀.


현물을 쥐고 있는 생산팀.


평소엔 힘이 없지만, 비장의 카드를 품고 있는 품질팀.


그래서 최종검사가 생산에 있는 것이 좀 치명적인 게,


현물을 쥐고 있지만 힘이 없는 부서가 된다.


품질에 소속되어 있다면 최후의 죽창, "씨발, 라인 세워!!"를 외치며


영업과 생산을 다 자빠뜨릴 수 있다. 물론, 자신들도 철야로 전수검사를 하게 되지만.


그래도 그건 힘없이 이리저리 치이기만 하는 품질의 마지막 자존심이다.


근데 생산에 소속된 최종검사는 그 카드를 쓸 수가 없다.


생산 소속이니까 자폭 피해가 훨씬 더 크고, 그럴 권한도 없다.


그러니 이리저리 치이면서 참기만 하는 일상이 반복된다.


오히려 현물을 쥐는 후반대의 책임 막중한 부서이기 때문에,


모든 문제가 이곳에 쏠린다. 납품 시한, 생산 품질, 고객 클레임...


영업은 영업대로 와서 출하 시기 문제로 불평.


생산한테는 물건 ㅈ같이 나오는 걸 같은 팀이기에 제대로 말도 못하고.


품질은 그 문제를 걸고 넘어지면서 올 때마다 잔소리하고.


우리 부장님은, 그런 ㅈ같은 부서의 대장님이시다....




4.

그저 웃기만 하는 것도, 나쁘지 않은 생존방식이긴 하다.


자잘한 문제에 정신없이 시달려본 사람들은 이해할 것이다.


"이 또한 지나가리라."


가식적으로 만들어붙인 웃음이 아닌,


약간의 현실도피와 희극적인 사고회로가 도출하는 웃음이라면


그건 분명 버티고 살아남는데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


물론,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 본격적으로 돌입하면, 웃지 않고 진지하게 임해야겠지.


그러나 문제를 받아들일 때만은, 아직 해결 과정을 시작도 하지 않았는데


스트레스 받고 화부터 내면서 주변 사람들 감정 상하게 하지 말자.


그 안 좋은 소식을 전달해준 주변 사람들부터가, 자신의 우군이라는 것을 잊지 말고.


웃으며 일한다는 것은, 그런 치열함과 서글픔을 안고 있다.


그래서 우리 부장님이 더욱 짠하게 느껴지고, 안쓰럽게 느껴지...지만,




그렇다고 내 지각이 줄어들 것 같진 않아 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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