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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수건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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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일상] (간단하게 쓰고 싶은) 요즘 근황

누구도 궁금해하지 않을 것 같지만,


근황을 올립니다. 그냥 대나무숲에서 외친다고 생각해주세요.




즐겁게 살고 있습니다.


공모전 상금 천만원을 글쓰고 빈둥거리며 행복하게 다 쓰고,


근데 책은 팔리지 않고,


그래서 다시 생활비를 마련하러 공장을 다닙니다.


워어어, 여긴 좀 빡세네요.


글 쓰며 공장을 떠돈지 근 4년 째. 사무직 포함 8년째.


일주일에 77시간 근무시키는 곳은 여기가 처음입니다. ㅋㅋㅋㅋ


보통 PCB 생산직이 주야12시간 근무 2교대라서


한달에 2번 쉰다고 들었거든요.


그래서 그동안은 기피해왔어요. 핸드폰 공장이랑.


이번엔 별로 감이 나쁘지 않아서 와봤더니... 그것은 실화였습니다.


월~일까지 풀잔업 풀특근. 오늘도 12시간 근무 후 퇴근. 예쓰!


특히 오늘 잔업할 거냐고, 주말에 출근할 수 있냐고


물어보지도 않는 것이 가장 큰 문화충격이네요.


다른 곳은 그것 때문에 근로자랑 중간관리자의 신경전이 왕왕 있어요.


과로사로서의 사인 충족에 해당하는 근무 시간이 주 60시간이라던가요?


..............풉...


어느 분 말씀처럼, 저도 눈물로 웃겠습니다.


쓰러지면 죽는다, 라는 농반진반의 각오로 꾸역꾸역 다니고 있습니다.


한달 평균 300시간 근무. 1년에 거의 3600시간 근무.


어젠 좀 실적이 널널해서, 근무시간에 핸드폰으로 찾아봤습니다.


무엇을? 세계 연 평균 근로시간을.


2015년 기준 OECD 평균이 1700시간이더군요.


와아아아! 일을 2배 더 하고 월급은 비슷하다아아앜ㅋㅋㅋ!!!!




다행히 일은 쉬워서 그럭저럭 그냥저냥 꾸역꾸역 하고 있습니다.


기계 다루는 일인데, 1대만 관리하면 되서 편하게 합니다.


얼마나 다닐지는 알 수 없네요. 늘 그랬듯이.


그렇죠. 늘 그랬듯이, 나가는 건 항상 들어올 때의 의지와는


전혀 관계가 없달까요.


웹툰작가 주호민 씨에게 붙은 ‘파괴신’이라는 별명이 왠지 친근합니다.


저도 가는 곳마다 박살나요.


그동안 제가 다녔던 회사들의 퇴직 사유를 각각 간단하게 알아볼까요?


프로젝트 취소 / 월급 3개월 밀림 / 고객들한테 뒤통수 맞고 멘탈 폭파 /

원인 모를 건강 악화 / 허리 삐끗 / 불량률 90% 달성 기념 대량 해고 /

갑작스런 공장의 지방 이전 / 배불러진 사장의 양아치화 / 계약직 정리 /

지점 해산 / 허리 또 삐끗...


회사가 파괴된 곳도 있지만, 저 자신이 파괴된 곳도 적지 않지요.




근데, 어느 별세계에서 그러는데, 긍정적인 사고방식이 중요하다네요.


어느 행성인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제가 발 딛고 있는


이 동네는 그따위꺼 별로 중요하지 않은 것 같아요.


하루하루를 마지막이라고 생각하며 살고 있습니다.


별로 좋은 뜻은 아니죠. 내일이라도 집어치울/짤릴 수 있다는 마인드.


희망도 절망도 없이, 일하고 글 쓰며 삽니다.


아, 글을 안 쓰네요. 요 열흘 정도, 너무 피곤해서


집에 오면 씻자마자 거의 바로 잡니다.


새벽에 일어나서 놀다가 출근하자!!...라고 매일 생각하지만, Fail.


그래도, 여긴 최저 시급 맞춰주는 상태에서 근무시간이 워낙 많다보니


돈은 금방 모일 것 같습니다. 1년 일하면 2년을 놀 수 있는 놀라운 마술!!




그런데, 이번엔 일이 워낙 편하다보니 좀 진득하게 눌러있을 생각도 듭니다.


지금 쓰는 글을 위해서, 꼭 가보고 싶은 곳이 있거든요.


볼리비아 우유니 소금사막. 2주 소요에 여행경비 대략 600만원.


600만원을 써서 6개월을 덜 놀더라도, 꼭 가보려 합니다.


또 이렇게 몹쓸 희망이 한줌 생겼으니, 한트럭의 절망을 견뎌내야겠지요.


글 써서 운 좋게 돈 천만원 잡아봤지만, 장기적인 판매는 절대무리.


그나마 지금 쓰는 것도, 대중성 Zero.


그래도, 지금은 몸이라도 내 마음대로 움직이니까


돈 될만한 것만 억지로 모아놓는 글을 쓰고 싶진 않아요.


몸으로 돈 벌 수 있을 때, 쓰고 싶은 것을 마음껏 쓰렵니다.


다치거나, 공장에도 못 갈 나이가 되면 그 때 다시 생각해보려고요.


물론 그 땐 이미 늦었을 확률이 매우 크겠지만,


아마 후회는 없을 것 같네요. 제가 결정한 일이고, 제가 노력할 거니까요.




여러분도 ‘지금 할 수 있는 것’을 하고 계시리라 믿습니다.


전 지금 제가 할 수 있는 것이, 이것이라고 생각해요.


미래는 생각하지 마세요. 생각한 대로 되는 게 있었던가요?


연금저축 들지 말고, 그 돈으로 고양이 키우면서 사료 사고 간식 사주면서


지금 당장 마음의 평안을 얻으세요. (←前 재무설계사)


진짜 악마의 속삭임은, 금융업계의 ‘미래를 대비하라’는 협박입니다.

(아, ‘쉽고 빠른 대출’도 추가.)


지금 다니는 일도, 내일 그만둘지, 10년 후에 그만둘지는 알 수 없습니다.


손가락 어딘가에 떨어내지 못한 코딱지처럼 묻은 희망 한톨을 달고,


내일의 출근을 위해 이제 그만 자야겠습니다.


다들 수고 많으셨고, 수고하십시오.



P.S: ‘너에게로 99%’는, 아마 8장이 끝나는 즉시

연중에 돌입할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자세한 사항은 상기 내용을 참조하여 주십시오. 에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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