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뚜근남 님의 서재입니다.

반지성주의 마왕의 세계침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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뚜근남
작품등록일 :
2024.07.01 15: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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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7.07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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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3쪽

13화. 하차 구간- 첫 번째-

DUMMY

저 사막을 두고 어떤 생태계를 만들지 고민하고 있는데, 갑자기 시간이 멈췄다.


농담이 아니다. 진짜로 시간이 멈췄다. 모든 생명체의 움직임이 그대로 정지했다. 공기도, 마력도, 꿈틀대던 촉수도 물도 어떤 것도 움직이지 않았다.


뭐지. 버그인가.


“버그가 아닙니다.”

“혹시 문명 건설 안 했다고 패널티 주는 거냐?”


천사는 당황하며 부정했다.


“설마요. 말씀했듯이 비인 님의 빌드는 지금 저희도 유심히 지켜보고 있습니다. 지금 시간이 멈춘 건 본래 예정된 일입니다.”

“?”

“첫 번째와 두 번째 충돌은 말하자면 쭉정이들을 걸러내는 튜토리얼. 튜토리얼을 통과했으니 커뮤니티 기능을 해방합니다. 그리고 세 번째 충돌에서 살아남은 플레이어들의 경우는 선택권이 주어집니다.”


선택권······?


“더 나아가느냐, 아니면 물러나느냐.”

“나아갈래.”

“아니 그럴 것 같긴 했는데 설명을 일단 들어주십시오.”

“······뭐 그래.”


천사의 설명은 내가 예상했던 것과는 조금 달랐다.

왜냐면 하차가 ‘포기’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매 세 번째 충돌 직후가 ‘하차 구간’입니다. 모든 플레이어에게는 ‘하차’의 기회가 주어집니다.

전진하기로 하면, 이후 게임에 계속 참여합니다.

하차하면, 여태까지 얻은 점수 및 획득한 포인트를 ‘신성력’으로 환산할 기회가 주어집니다.”

“신성력?”

“주최 측에서 시간을 멈춘 것만 봐도 알겠지만, 저희는 시간의 흐름을 원하는 대로 조정할 수 있습니다.

게임에 참가한 시간대로 돌아가, 본래 육체에서 일어나고 대신 지금 행하실 수 있는 것처럼 세상 모든 것을 자유롭게 조작하는 신성력을 가지게 되는 것이죠.”


뭐?


“물론, 세 번째 게임 정도로 빌 수 있는 소원은 제한적입니다. 예로 들면, 1만 포인트로는 한 ‘100만 달러’ 정도의 현물 자산, 혹은 그에 준하는 서비스일까요.”

“인류 멸종에는 턱없이 부족하군.”

“예. 그렇습니다. 물론 포인트를 많이 모으면 진짜로 지구의 신처럼 군림할 수도 있겠지요. 목표가 진정한 신이 아니라면 말이에요.”

“그럼 만약 내가 최종전을 승리하면.”

“당연히, 여태까지 벌어둔 세계 점수, 그리고 이후로 운영하시는 세계의 점수가 모조리 신성력으로 환산됩니다. 우주의 다른 별로 뻗어나가셔도 되고, 저희 주최측의 일원이 되셔도 됩니다. 다른 세계 여럿을 경영하고 싶다면 그 역시 허락합니다.”

“그렇게 중요한 요소를 지금 설명하나?”

“사실 처음 만났을 때도 물어보셨으면 대답해 드릴 수 있었는데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승낙부터 하셨잖아요.”


뭐. 그렇군. 내 잘못이군. 그건.

생각해보면 그렇다. 10억 분의 1로 ‘신’ 그 외에 영혼 소멸이면 누가 참가하나? 전 차원에서 모은다고 해서 그냥 어렴풋이 가능할 거라고 생각했는데, 중도 하차 시스템이 있었던 거다.


“그럼 지금 질문하지. 만약 ‘하차자’가 나온다면, 그들의 세계는 어떻게 되지?”

“신이 없어진 세계는 독립적인 발전을 이어갑니다. 그렇다 할지라도 세계 충돌의 대상은 될 수 있습니다.”

“그 세계와 충돌하는 플레이어는 상대 플레이어가 없는 셈이니 공짜로 세계를 먹는 셈인데······. 아닌가?”

“맞습니다! 그래서 ‘하차’는 지정된 보호 기간의 절반까지만 신청 가능합니다.”


그것만으론 문제가 전혀 해결되지 않는 것 같은데?


“설명이 다 안 끝났습니다. 잔류한 사람들은 남은 세계들을 두고 ‘경매’를 시작합니다! 각 세계당 [포인트]를 가장 높게 지불한 사람이, 다음번에 해당 세계와 충돌하게 됩니다.”

“그러니까 원하는 세계를 살 수 있다는 건가?”

“그렇습니다! 만약 하차자의 세계 중 매력적인 세계를 발견했다면 아낌없이 [포인트]를 써서 다음번 충돌의 대상으로 고르시면 됩니다. 신이 없는 세계니 그 세계의 모든 것이 비인 님 마음대로! 그곳의 창조물들은 비인 님을 대신 숭배할 것입니다. 신이 사라진 문명에 당신이 새로운 신이 되어주세요.”

“원래 세계 주인이 가지고 있던 ‘특성’ 같은 건 어떻게 되지?”

“이어받을 수 없습니다. 특성은 각 플레이어의 고유한 영역입니다.”

“그러면 내가 지불한 포인트는 누가 갖게 되는 건가?”

“당연히 세계의 본래 주인이 갖게 됩니다. 다시 말해 매력적인 세계를 만들고 하차할수록 하차 시 획득하는 포인트가 많겠지요. 적절한 시점에 하차하는 것도 전략입니다.”


흐음······. 그러면 한 천만 포인트 쯤 모아서 지구로 돌아가 모든 인간을 멸종시키고 지구상의 문명이 건축한 모든 구조물을 파괴하고 자연을 복구시키며 내가 원하는 대로 생태계를 조작하면서 현실 지구에서 [더 리얼 월드 크리에이터]를 즐길 수도 있는 건가?


“글쎄요. 천만으로는 좀 부족할 것 같은데. 3억 정도면 충분히 가능하지요. 불로불사의 생명을 얻는 게 생각보다 포인트가 싸다는 사실을 알려드릴 수 있겠군요.”


잠시만. 근데 설명을 듣다 보니 게임이 이상해졌어.


“그러니까 ‘하차 구간’외에는 하차가 불가능한 거지?”

“네. 거기에 더해서 추가로 설명하면, 하차 후 누가 비인 님의 세계를 사지 않아도 하차는 성공적으로 이뤄집니다. 대신 추가 포인트를 받지 못할 뿐입니다.

그리고 하차 세계들은 ‘우선적으로’ 다른 하차 세계와 충돌하게 됩니다.

이후 그 세계도 경매의 대상이 되죠. 그리고 당연하지만 남은 하차 세계가 홀수일 경우 필연적으로 다른 주인이 있는 세계와 충돌하는데, 이건 그냥 운입니다.”

“흐음······.”

“그리고······. 하차 세계와 충돌해서 자기 세계의 주민이 ‘패배’하는 어처구니없는 상황이 있을 수도 있습니다.

안심하세요. 어차피 하차 세계와 충돌한 이상, 둘 다 비인 님의 세계입니다. 그저 주력으로 키우던 종족이 바뀌었을 뿐이다. 그렇게 여기시면 되겠습니다.”

“그게 흔한 일인가?”

“흠······. 해당 세계의 <정치> 점수가 높다면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상황입니다. 본래 신이 책임감 없다고도 할 수 있겠군요. 해당 세계를 완벽히 통제하고는 버린 셈이니까.”


이미 여기까지만 설명을 들었을 뿐인데도 나는 오만가지 생각이 다 들었다.


“잠시만. 그럼 항복한 플레이어는 어떻게 되지?”

“상위 신이 하차할 경우, 하위 신 전원 동시 하차입니다. 원한다고 할지라도 세계를 물려받을 수 없습니다. 포인트는 세계에 기여한 만큼 받습니다.”

“그럼 만약, 하차 구간 때 한 세계에 두 명 이상의 플레이어가 있는 경우는? 전쟁이 길게 끌리면 가능하잖아.”

“그 경우 하차가 가능한 시점 직전에 평화협상을 맺어야 합니다. 그때는 하차할 수 있습니다. 세계의 모든 신이 하차한 게 아니라면, 세계 경매는 이뤄지지 않습니다. 당연히 세계에 다른 플레이어가 남은 하차자는 자신이 가진 포인트만 받고 하차하며, 세계 경매에 의한 포인트는 받을 수 없습니다.”


어라?


이른바 ‘하차자’라는 요소 때문에 갑자기 게임의 본질이 바뀌었다.


이 게임은 최후의 신이라는 한 자리를 놓고 다투는 게임이 아니었다.


자신이 가능한 데까지 최대한 버티다가, 도중에 적정선에서 ‘털고’ 나가는 게임이었다.


“아. 그래서 다들 항복을 받아달라고 애원했던 건가?”

“그런 거죠.”

“그럼 영혼을 소멸시킨 건 잘한 거군. 만약 내가 불가피하게 하차하게 됐을 때 하위 신들이 있다면 그놈들이 내 점수를 뺏어먹었을 테니.”

“아뇨? 하위 신들은 그냥 기여도만큼 받아가고, 상위 신은 총점으로 받아가는 구조라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항복을 받으라고 만든 메커니즘이에요.”

“흠.”


시간이 멈춘 세계. 난 진짜로 생각이 많아졌다.


첫째로 든 생각은, 생각보다 이기기 쉽다는 것이었다.


실제로 진지하게 신 자리를 두고 벌이는 경쟁자는 10억이 아니라 한 1만 정도에 불과할 것이다. 10억 대 1이라면 말도 안 되는 싸움이지만, 1만 대 1이면 뭐······. 올림픽 인기 종목에서 금메달 따는 정도이려나?


둘째는, 그런 진지한 경쟁자들은 필연적으로 나중에 만날 것이라는 점이다. 그야 점수에 여유가 많은 이들이니, 다들 마음에 드는 세계를 골라서 낼름 집어삼키고 천천히 확장할 테니까. 아마도 직접 만나는 시점은 10라운드 정도일까.

하차 구간이 세 번 나오고, 남은 세계가 1,048,576개, 다시 말해 백만 개 정도로 줄었을 때.


그때 남은 세계의 신들이 내가 지금까지 세 번 만난 ‘이기면 좋고 져도 항복하면 그만’이라는 어중이떠중이들이 아닌 ‘진짜배기’들.


그리고, 천사가 지나가듯이 언급한, 요거-토소스를 자력으로 잡을 가능성이 있는 1만, 그리고 잡고 난 후에도 공멸하지 않아 나를 상대로 승리를 노려볼 수 있는 10%.


실질적으로, 그 1천 명 정도가 이 10억 명의 플레이어 중 진짜 상대.


“재밌는 관점이네요. 하긴 비인 님은 객관적으로 최상위권의 역량을 지니셨으니 그 정도가 아니면 경쟁자로 보이지 않을 수도 있겠군요.”


거기까지 생각한 다음이었다.


“아?”

“뭐죠. 또 흉참한 생각을 한 것 같은데.”


잠시만, 잠시만······.


아냐! 그냥 ‘게임이 이기기 쉬워졌다.’로 끝나는 얘기가 아니다!


“천사. 네가 말한 게임의 룰을 모든 플레이어가 인지하고 있었다고 봐도 되나?”

“거의 절대다수가 인지하고 있었을 것이고, 인지하지 않았더라도 지금은 인지했겠죠.”

“그렇군······! 그러면, 모든 플레이어가 이 게임의 ‘환경’을 이해하고 있었던 거로군?”

“어, 뭐. 그렇죠.”


맙소사.


난 이 게임이 10억 명 중 딱 한 명을 가리는 토너먼트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1:1에서 무조건 이기는 방법만 연구했고 말이다.


그런데 아니었다. 두 번 이기니 커뮤니티 기능이 열렸다.


세 번째 이기니 하차 구간의 존재가 있다. 이후로도 있다고 한다.


심지어 이 게임은 항복한 사람이 승자의 세력에 편입되고, 이후 승자의 세력에서 열심히 일하면 하차했을 때, 혹은 우승했을 때 동등하게 포인트를 얻어 퇴장하는 구조다.


아니다! 토너먼트가 아니다! 이 게임의 모든 룰이 토너먼트 서바이벌이 아니라 다른 게임임을 제시하고 있다.


여러 주체가 모여서 합리적인 의사결정을 하여, 최선의 이득을 거두려는 환경.


학술적 용어로 이걸 게임 상황(Game situation)이라고 부른다.


그 순간 내 눈이 번쩍 뜨였다!


‘왜’ 하필 정치가도 기업가도 학자도 아니고 굳이 ‘게이머’가 신을 결정하는 대회의 참가권을 얻었는가?


‘왜’ 굳이 10억 명이나 되는 참가자가 있는가?


‘왜’ 항복했을 때 사실상 아무 패널티도 없고 항복을 받아주지 않을 때 아무 이득도 없는가?


왜냐면, 그래야 다수의 표본과 반복적이고 지속적인 대결 환경이 펼쳐져, ‘게임 이론’이 적용되는 환경이 형성되니까!


그러자, 천사가 웃었다.


“오. 아무 힌트도 없이 자력으로 여기까지 도달하시다니. 비인 님께서는 정말 유능한 플레이어시군요. 거기까지 도달한 것만으로도 상위 1%에는 듭니다.”


그리고 게임 이론, 게임 상황이 벌어지는 가장 대표적인 환경이 있다.


생태계!


각기 다르게 진화한 생명체들이 각자 다른 전략으로 승부에 나서, 가장 성공적인 전략만 살아남고 나머지가 도태되는 환경!


내가 게임을 시작했을 때부터 문명을 포기하고 구축해 왔던 환경!


“사실 게임 상황이라는 건 생태계 말고도 문명과 국가 간의 전략, 외교 등도 포함되는 건데 말이죠······. 저희 의도도 그거고요.”


10억 개의 생명체(세계)가 서로 경쟁해서 가장 많은 이득을 얻으려 노력하는 전략 대 전략의 경쟁이 바로 이 게임의 본질이었다!


그러면 나도 전략을 다르게 잡아야 한다. 토너먼트에서 상대를 꺾지 않으면 살아남지 못하는 상황이 아니라, 오히려 ‘좋은 패배 후 퇴장’이 게임의 최고 전략인 이상.


나는 이제부터 상대 세계와의 1:1 승부에서 이기는 걸 목표로 삼지 않는다.


“오. 그러면 이제부터 비인 님도 잘 지는 것을 목표로 삼나요?”


아. 니.


게임에서 ‘승리’가 아니라 ‘좋은 패배’ 전략을 세운 플레이어들을 등쳐먹는 가장 악랄하고 지독한 포식자가 되어, 대적하는 모든 자들의 영혼을 분쇄하고 그들의 세계를 파멸시키며 내 디저트 군단이 온누리를 제패하게끔 만들겠다.


“솔직히 그럴 줄 알았어요.”


작가의말

화이트라떼님 후원 감사합니다!


17시에도 정상적으로 올라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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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 34화. 시럽 +39 24.07.23 5,802 335 2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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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 32화. 영계 2 +33 24.07.21 6,719 347 14쪽
31 31화. 영계 +24 24.07.20 6,769 358 12쪽
30 30화. 세계 충돌 -다섯 번째- 4 +33 24.07.19 6,805 354 13쪽
29 29화. 세계 충돌 -다섯 번째- 3 +39 24.07.18 6,855 355 15쪽
28 28화. 세계 충돌 -다섯 번째- 2 +35 24.07.17 6,753 367 14쪽
27 27화. 세계 충돌 -다섯 번째- +25 24.07.16 6,923 366 14쪽
26 26화. 신계일체 +33 24.07.15 6,982 381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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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22화. 감치 +23 24.07.11 7,311 364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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