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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인연

신을 만난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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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가연(假緣)
작품등록일 :
2018.09.01 01:09
최근연재일 :
2019.06.10 04:27
연재수 :
52 회
조회수 :
60,355
추천수 :
1,136
글자수 :
275,923

작성
18.09.20 11:29
조회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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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글자
12쪽

이북

DUMMY

2번째의 장편 소설을 완결 시키고 며칠간은 부모님과 여행을 다니면서 맛 집 탐방도 하고 알찬 휴가를 보냈다. 그렇지만 문득 ‘이 주제로 쓰면 어떨까?’ 고민이 생기기도 했다.


많은 고민과 그리고 독자님들이 가볍고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소재를 생각하기 시작한다. 물론, 2번째 작품 같은 무겁고, 암울한 스토리를 다시 쓸 자신은 있다. 하지만 그러기에는 감정소비가 너무 커서 힘들다.


자신의 소설에 이입된다는 것은 어찌 보면 재능일 수도 있지만 다르게 보면 저주다. 그것을 인지하고 있는 나는 이번엔 행복한 주인공을 모티브를 삼으려고 한다.


“ 그래도 초반에는 굴려야겠지? ”


처음부터 먼치킨으로 잡아버리면 후반부에 쓸 소재가 고갈되거나 다르게 써도 독자님들의 눈에는 똑같이 보여 지루해질 수 있다.


[고구마 좀 잡숴봐]


주인공은 웹 소설 사이트에서 작품을 본지 10년차 독자다. 그런데 주인공은 항상 자신이 바랬던 스토리가 조금이라도 맞지 않으면 댓글로 ‘발암 걸리겠네.’ ‘이딴 고구마 같은 소설 때려 쳐라.’ 등등 악플을 달았다.


그리고 그 주인공을 탐탁치 않는 문학을 담당하는 신이 주인공에게 형벌을 내린다. 바로 강제적으로 고구마를 재배해서 제한 시간 내에 사람들에게 일정한 수량을 먹이지 않으면 죽는 거다. 특히 고구마를 먹일 때는 사이다를 먹으면 먹여야 하는 수량이 더욱 증가한다.


그 대신 전부 먹이면 보상도 있다. 원하는 재능 한 가지를 개화시킬 수 있다. 주인공은 이를 악물고 고구마를 계속 재배하지만 항상 아슬아슬하게 먹여 재능 자체를 식물을 키울 수 있는 쪽으로 선택을 하는 내용이다.


결국 후반부에는 자신이 악플을 썼던 작품에 일일이 찾아가서 사죄를 하는 내용이다. 언뜻 보면 권선징악이라고 할 수 있지만 스토리 자체를 유쾌하고 코믹스러움으로 쓸 거다. 죽음이라는 시련이 기다리지만 그것을 무겁게 풀지 않고 읽는 동안 입에 웃음이 가득해 질 수 있도록 써야하는 것도 나의 역량이 달린 일이다.


‘ 그 전에 내가 먼저 겪어 봐야지. ’


근처에 있는 마트에서 대량의 고구마와 사이다를 사서 집에 돌아와 찌기 시작한다. 물이나, 김치 등등 준비하지 않고 오로지 고구마만 찌고 껍질을 까서 먹기 시작한다.


‘ 달다. ’


첫 입맛은 달다. 이게 왜 답답하다는 거지? 항상 고구마와 같이 곁들여 먹는 것들이 있어서 잘 몰랐다. 그렇게 한 개를 전부 먹으니 약간 입안이 텁텁해 진다. 고구마를 또 다시 집고서 입에 넣고 씹기 시작한다.


한 개 먹었을 때는 달던 고구마가 내 입안에 있는 수분을 몽땅 빨아들이더니 급기야 목이 메여온다. 급하게 부엌에 있는 냉장고에 달려가서 음료수 하나를 꺼내 마신다.


“ 이래서 독자님들이 대량의 고구마를 싫어하는 구나. ”


하나 정도는 먹을 만하다. 아니, 달콤해서 맛이 좋다. 그런데 두 개부터는 답답해서 먹기가 곤란하다. 이것을 비유 했을 때 한편 정도는 독자님들이 그냥 지나칠 수 있지만 그게 두 편이 되고 세편이 되어버리면 독자님들이 답답함을 참지 못하고 하차를 하는 구나?


세상의 진리를 깨달은 것 같은 얼굴을 한 채 고구마를 뚫어지게 바라보다가 이번엔 사이다 한 병을 든다. 사이다 뚜껑을 까서 마시기 시작한다.


푸확!


그렇게 마시다가 탄산이 목구멍을 자꾸 찔러 결국 코와 입에서 사이다가 분출된다. 몸으로 실천해서 결국 하나의 깨달음을 얻었다.


고구마와 사이다는 적절히 섞어야지 소설이 재미가 있다는 사실을 말이다. 사이다만 첨가하면 결국 과한 탄산으로 인해서 쏟을 수밖에 없지만 고구마와 같이 섭취를 하면 훌륭한 음료수가 된다.


“ 좋았어. ”


스토리의 뼈대를 잡자 머릿속에서 주인공이 움직일 행동들이 자세하게 그려진다. 자신이 모은 전 재산을 오지의 땅을 사서 싹이 돋은 고구마를 심는 과정, 거기서 정확한 사전지식이 없던 주인공은 고구마가 대량으로 죽어버리자 어쩔 수 없이 주변에서 고구마를 재배하는 사람들에게 사서 서울에 올라와 고구마 장사를 한다.


그리고 난관에 빠진다. 자신의 앞에서 고구마만 먹어야 하는데 그렇게 먹이려면 군고구마를 팔아야 한다. 그런데 겨울철이 아니라 생고구마를 사는 사람들은 대부분 요리에 넣기 위해서 사는 거라 죽기 싫었던 주인공은 다단계에 사기당한 사람처럼 가족, 친척, 아는 지인들의 집에 찾아가 직접 고구마를 쪄서 먹인다.


“ 재미있네. ”


내가 생각해도 창의적인 소재다. 물론, 과정을 완수하는 동안 신에게 재능을 받을 수 있다는 설정 자체는 현재 독자들이 가장 즐겨보는 작품들에 많이 있다. 하지만 이것을 다르게 풀면 그들의 소설과는 다른 작품이 되어버린다.


강해지기 위해? 많은 돈을 벌기위해? 유명해지기 위해? 꿈을 위해? 아니다. 주인공은 그저 살고 싶은 욕망으로 재능을 탐하고 살기 위해서 고구마를 팔려고 발버둥을 치는 거다.


머릿속에서 완전히 그림이 그려지자 일단 내가 뿜은 사이다를 닦아내고 의자에 앉아 고구마를 심는 방법부터 파는 루트 그리고 아무것도 곁들지 않고 먹는 요리의 방법에 대해서 조사를 한다.


‘ 쪄서 먹는 방법 말고도 말려서 먹는 방법도 있구나? ’


뜻밖의 사실을 알았다. 안 먹었던 것은 아니지만 말릴 때 조미료를 칠 줄 알았지만 그건 아니었다. 그렇게 조사를 끝낸 후 대리님에게 톡을 보낸다.


[나 : 대리님 차기작의 구성이 끝나서 이제부터 집필에 들어가겠습니다.]

[잔소리꾼 : 벌써요? 아직 완결 친지 별로 안 되었잖아요?]

[나 : 쉬면 뭐해요. 이러다가 백수가 되면 꼼짝없이 대리님 밑에서 일해야 할 것 같은데 대리님의 잔소리를 버티기가 무섭네요.]


요즘 잔소리가 너무 심하다. 무슨 내가 자식처럼 보이는지 항상 끼니마다 톡을 날려서 꼭 챙겨먹으라고 하고 늦은 새벽에 메일을 보내면 얼른 자지 않냐고 타박을 한다. 그리고 최근에는 톡에서는 안 그러지만 만나서 식사나 커피를 마실 땐 반말을 한다.


어머니보다 더 잔소리가 심하다. 그래서 나도 그에 맞서서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린다.


[잔소리꾼 : 그럼 일단 연재하시면 곧장 계약서를 작성하겠습니다. 그리고 대표님이 언제 한번 식사가 가능한지 여쭤보는데 어떠신가요?]

[나 : 당연히 되죠. 대표님이 저에게 해주신 것도 많은데요.]

[잔소리꾼 : 이번 작품도 대박나길 기원합니다. 그리고 작가님 점심 굶지 말고 꼭 챙겨 드세요. 요즘 과로로 쓰러지는 작가님들이 많습니다. 특히나 작가님은 저의 특별 관리 대상이니까 수시로 집에 찾아가서 확인을 해볼 겁니다.]


아니, 내가 무슨 관심병사도 아니고 특별 관리 대상이라고? 그리고 집은 왜 찾아와?


[나 : 집에 찾아온다고요? 대리님 일 하시는데 방해되는 거 아닌가요?]

[잔소리꾼 : 이건 대표님이 말씀하신 겁니다. 아니면 저희 출판사 안에 작가님 작업실을 만들어 드릴까요?]


Oh No!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나 : 사양하겠습니다. 제가 죽더라도 그것은 허용하지 않겠습니다.]

[잔소리꾼 : 다 싫다고 말해도 결국은 수긍하실 겁니다.]


몸에 소름이 쫙 퍼진다. 설마 그런 취향은 아니겠지?


[나 : 집필에 들어가니 이번 작품도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그럼 전 20000]


톡을 끝낸 뒤 키보드 위에 손을 올려두고 머릿속으로 프롤로그를 그린다. 끝까지 전부 연출되는 그림이 그려지자 어떤 방식으로 쓸까 고민을 한다. 전 작품은 화려체를 주로 사용했다. 감정적인 면이 많았고 세세한 묘사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그런 소재는 오히려 간결체를 쓰는 경우 감정전달이 제대로 되지 않아 글이 밋밋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고민 끝에 만연체로 한다. 물론, 이 만연체에는 큰 단점이 존재한다. 자칫하다가 구절이 길어서 독자들이 보는 편들이 전부 똑같이 느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도 지금까지 2개의 유료작품을 완결시키면서 배운 경험을 바탕으로 쓰면 어떻게든지 살릴 수 있다고 판단해서 손가락을 움직이기 시작한다.


처음 구절은 진지하지 않고 주인공이 느끼는 감정에 코믹을 섞는다. 악플을 다는 것에 대한 장면에서는 미화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적고서는 신에게 죄를 받을 때는 자신의 악플로 인해서 멘탈이 깨지는 작가의 모습을 보여준다.


약 강 강


이 패턴으로 프롤로그를 순식간에 완성 시켰다. 확실히 감정소모가 덜 하니까 한 편 쓰고 방전되던 것과 다르게 다음 한편을 빠르게 이어서 쓰기 시작한다. 그런데 쓰다보니까 문제가 생긴다.


“ 어디서 끊지? ”


확실히 개그코드를 섞으니 어디서 절단마공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 신을 만난 것을 제외하면 완전히 농부의 일상이나 다름이 없는 주인공의 스토리를 쓰다보니까 개그로 소화해야하는데 문젠 그 개그가 너무 섞이다보니 끊는 곳이 애매해진다.


그렇게 끊을 곳을 찾지 못한 채 계속 쓰다보니까 프롤로그는 5500자를 썼지만 1회는 7000자가 넘어가기 시작한다.


“ 난감하네. ”


차라리 이 소설이 종이책으로 출간이 되는 것이라면 상관이 없겠지만 웹 소설은 편당 결제를 해서 보기 때문에 한 편마다 흥미를 끌 요소를 확실히 넣어야 한다.


“ 아, 몰라. ”


그냥 7200자에서 한 편으로 끊어버린다. 그리고 뻑뻑해진 눈을 좌우로 움직여서 푼 뒤 바로 2회를 쓰기 시작한다. 한번 삘을 받으니 내 손가락은 모터가 달린 듯 빠르게 키보드를 누른다.


‘ 또 이러네? ’


확실하게 내 그림대로 쓴 것은 좋은데 또 다시 글자 수가 많이 초과된다. 물론 5500자라는 규정 자체는 없다. 7000자를 넘기는 소설도 많다. 하지만 독자들이 한 편 읽을 때의 가독성이 가장 좋은 글자 수가 평균 5500자다. 글을 읽는 것도 하나의 노동인데 긴 글을 읽다보면 독자들도 결국 지쳐버린다.


이렇게 계속 쓰면 문제가 된다는 사실을 인지를 한 나는 결국 대리님에게 전화를 건다.


- 무슨 일 있으신가요?

“ 3번째 작품은 종이책이나 이북으로 내면 어떨까요? ”


나의 결론은 결국 권당 묶어서 파는 것이다.


- 작가님 그건 편당결제보다 돈이 안 되는 것을 알고 있죠? 특히 장르소설로 출판하는 종이책은 문학소설에 완전히 밀립니다.

“ 알아요. 그래서 종이책은 소장용 개념으로 출판하고 정확히는 이북으로 수익을 내고 싶습니다. ”

- 왜죠? 뭔가 안풀리나요?


지금 상황을 대리님에게 자세하게 설명을 하자


- 흠... 확실히 문제가 있네요. 그래서 작가님이 결정 한 방식은 글자수로 권수로 묶는 건가요?

“ 네, 평균 12만자에서 14만자 사이가 1권 분량입니다. 오히려 독자님들은 책을 보는 것처럼 볼 수 있으니 좋은 방법일 것 같기도 하고요. ”

- 작가님 이북의 수익을 아시겠지만 권당 이북의 가격은 1000원대입니다. 하지만 편당 결제로 따지면 권당 2500원의 수익을 낼 수 있고요. 그래도 이북으로 선택하실 거예요?


내가 생각했던 목표의 금액을 벌려면 아직 멀었다. 하지만 돈을 생각하기 이전에 독자님들도 생각을 해야 한다. 그들이 존재하기 때문에 내가 있는 것이다. 많은 돈을 벌 수 없다고 생각하니 속은 쓰리지만 결심을 하고서는


“ 네, 이북으로 내는 방향으로 해주세요. ”


작가의말

비가 주륵주륵 내리네요. 

우여곡절 끝에 담배피러 내려가서 피려고 하다가 빗물에 넘어졌습니다.

집에서 피고 싶지만 옆집에서 뭐라고 하니 어쩔 수 없네요.

ㅠㅠ 슬픕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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