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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인연

신을 만난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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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가연(假緣)
작품등록일 :
2018.09.01 01:09
최근연재일 :
2019.06.10 04:27
연재수 :
52 회
조회수 :
60,357
추천수 :
1,136
글자수 :
275,923

작성
18.09.19 17:37
조회
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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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글자
12쪽

독립

DUMMY

왕자병일 수도 있겠지만 밖에서 나를 알아본다면 큰일이 날 것 같아서 그 사건 이후로 밖에 나가는 것을 최소화 했다. 뭐, 나는 원래부터 집 밖에 잘 나가지 않는 성격이라 개의치 않았지만...


한 편을 더 쓰고 대리님에게 메일을 보낸 후 읽을 만한 작품을 찾는다. 그렇게 찾는 도중 쪽지가 왔다는 표시가 뜬다.


“ 응? ”


쪽지 올 곳이 없을 텐데? 이미 쓰고 있는 작품은 계약해서 유료화로 연재중인데 독자님이 보냈나?


쪽지함을 눌러보니 익숙한 아이디가 보낸 쪽지가 보인다.


‘ 죄송합니다? ’


쪽지 제목에 죄송합니다. 라고 쓰여 있자 의구심이 든다. 분명 이 아이디는 나에게 악플을 달던 작가 중 한명일 것이다. 쪽지 내용을 살펴보자 결과적으로는 자신이 잘못했으니까 그만 댓글을 쓰라는 내용이다.


“ 웃기고 있네. ”


그들은 나에게 양해를 구하고 악플을 남겼나? 왜 자기 멋대로 사과하고 그만하라고 하는 거지? 이미 나는 피해자다. 비약적일 수 있겠지. 그들 몇 명이 모여서 악플을 달아도 별 소용이 없다는 것도 잘 안다.


그래도 도의적으로 책임을 져야지. 같은 유료화를 진행하는 작가가 다른 작가를 왜 까? 그러면 뭔가 자신에게 이득이 있나?


정말로 어리석다. 그리고 그 무지함으로 더 화가 난다. 내가 얼마나 만만해 보였으면 그랬나? 강자인 은후나 선후작가에게는 찍소리도 못하면서 약자로 보이는 나를 헐뜯었다. 이제 내 위치는 백수가 아닌 어엿한 작가라는 것을 인식한다.


내가 쓰면 독자들에게 크지는 않지만 작은 인식이라도 전해 줄 수 있는 그러한 자리다. 그냥 쪽지를 아예 삭제해버리고 그 아이디를 차단 시켜서 두 번 다신 쪽지를 보낼 수 없도록 조치를 시킨다.


신경을 끄고 싶지만 그러기에는 내가 너무 많은 피해를 봤다.


“ 독립을 해야 하나? ”


특히 이 사건 이후로 가족들도 피해를 보았다. 단지 내 가족이라는 이유 하나로 가족들의 신상까지 인터넷에 잠깐 공개된 적도 있다. 김연우 대리님이 이미 고소장을 제출했다고 걱정하지 말라고 했다.


‘ 그러면 뭐해?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인데 ’


그래서 슬슬 집을 알아보고 다니는데 생각보다 너무 비싸다. 최근에 정산 받은 금액이 엄청 많았지만 그것으론 부족하다. 그래서 지방에 눈을 돌리긴 했지만 지방으로 내려가려면 차는 필수적으로 있어야 할 것 같아서 무리다.


‘ 반 지하에 보증금으로 월세를 낼까? ’


싼 곳은 보증금 오백에 월 20만원에서 25만원 안짝이라고 한다. 이렇게 쫓기듯이 나가려고 한 것은 아니지만 어쨌든 계기가 주어졌다. 내 나이도 28살 곧 29살이 되는데 언제까지 부모님에게 빌붙어서 살 수도 없다.


인터넷을 검색하며, 이 근처고 위치도 괜찮은 곳을 물색을 한다. 그렇게 몇 시간을 찾다가 이윽고 위치가 괜찮은 곳을 발견한다. 그 즉시 밑에 적힌 번호로 전화를 걸어 방문을 한다고 약속을 잡는다.


그렇게 나갈 준비를 마치고 집에서 나와 방문 장소로 향한다. 걸어서 가도 되지만 얼른 보고 싶은 마음으로 택시를 타자 5분 만에 도착했다.


건물 외향 상태는 깔끔해 보이고 거리도 조용하다. 집주인이 밖에 나와 있어 주인의 안내로 반 지하에 있는 집에 들어가 꼼꼼히 살핀다.


벽지는 깨끗하다. 주인이 얘기하기엔 여기서 살던 사람이 벽지를 하고 들어와서 6개월 살고 나가서 그렇다고 한다. 장판은 다시 깔아야 할 것 같고 일단 방부터 살펴본다.


원룸이지만 내가 있는 방의 3배정도 되는 면적인 것 같다. 창살이 붙어 있는 창문에는 햇빛이 잘 들어오고 있고 콘센트 위치도 괜찮다. 머릿속에서는 이미 어디에 침대를 두고 책상을 어디에 둬야할지 생각하고 있다.


“ 총각 이 정도에 22만원에면 굉장히 싼 편인거 알지? ”

“ 네, 깔끔하네요. ”


다시 방에서 나와 화장실에 들어가서 변기 물을 내려본다.


쿠쿵~쏴아아아아


힘이 좋네. 이정도면 막힐 위험은 없겠고 이번엔 물을 틀어보자 물줄기도 세다. 이정도면 정말 만족하다.


“ 어때? ”

“ 좋아요. 계약하죠. ”


* * *


내가 남자일 수도 있지만 원래 집은 여러 번 왔다 갔다 하면서 보는 거라고 했지만 나는 그 즉시 1년 계약을 했다. 사람이 안산다면서 당장 내일이라도 입주가 가능하다고 말씀하신 내용을 떠올린다.


‘ 집에서 뭐라고 얘기하지. ’


집 앞에 서서 뭐라고 얘기할지 고민을 한다. 아무래도 밖에 나가서 사는 것은 군대 이후로 처음이다. 요즘 말도 없이 나가는 것 만해도 어머니가 뭐라고 하셨는데 걱정이 이만저만 아니다.


“ 까짓것 칼을 뽑았으면 무라도 베어야지. ”


생각 끝에 결심이 서서 곧장 집으로 들어가서 거실에 있는 어머니 앞에 앉는다.


“ 뭐? ”


아무 말도 안했는데 나를 노려보시더니 ‘뭐?’ 라고 물어보신다.


“ 방금 집 보고 계약하고 오는 길이에요. 독립해도 되죠? ”

“ 그래. ”


그런데 어머니 반응이 시큰둥하다? 잔소리를 하실 줄 알았는데 내 착각이었나 보다.


“ 당장 내일이라도 입주할 수 있다고 했는데 그러기엔 시간이 촉박해서 이번 주 안으로 들어가려고요. ”

“ 가구는 샀어? ”

“ 알아봐야죠. ”


그러자 어머니가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안방으로 들어가신다. 잠시 후 다시 나오신 어머니의 복장이 달라지셨다.


“ 나가자. ”


밑도 끝도 없는 나가자의 말에 당황에서 어머니를 그냥 올려다보자 그런 내가 답답한지 가슴을 치면서


“ 이 화상아 그렇게 눈칫밥을 먹었으면 말귀를 알아들어야지. 언제까지 그러고 살래? 가구 사게 나가자고! ”


소리를 지르셔서 얼른 일어나자 어머니가 현관문을 열고 집 밖으로 나가신다. 나도 급하게 따라 나간다. 어머니를 따라 근처에 있는 대형 가구점에 도착한 우리는 1층부터 둘러보기 시작한다.


“ 방 크기는 어때? ”

“ 제 방의 3배정도 되요. ”

“ 그래? ”


어머니는 맨 처음에 침대가 있는 쪽으로 걸어가셔서 하나씩 손으로 눌러보시면서 고르신다.


“ 어머니? 방에 있는 침대 가지고 가서 쓰면 되요. ”

“ 그것을 왜 가지고 가? 너 가끔 집에 와서 잘 때 침대 있어야 할 것 아니냐? 생각 좀 해라. 토 달지 말고 너도 좀 골라. ”

“ 네. ”


그렇게 침대를 고르다가 검은색으로 심플하게 생긴 더블사이즈로 골랐다. 침대의 가격표를 보는 순간 까무러치는 줄 알았지만 어머니 앞에서 내색하지 않는다.


요새 많이 벌기는 했지만 전부 적금에 부었고 그나마 조금 있던 돈마저도 보증금에 월세 미리 지불해서 현재 카드에 남아있는 돈이 그리 많지가 않다.


‘ 작업용 PC하고 좋은 책상, 의자 사려고 했는데 일단은 책상이랑 의자 싼 것만 사야겠다. ’


그렇게 침대를 고르고 2층에 올라와 행거 3개를 고르고 3층에 올라가 책상과 의자를 둘러본다. 최대한 싼 것을 고르다가 하나를 선택하자 내 옆에 있던 어머니의 눈썹이 올라가시더니


“ 싼 게 비지떡이라는 거 몰라? 튼튼하고 좋은 거 사야지. ”


돈이 없다고는 자존심 때문에 말하지 못하고 끙끙 앓다가 결국 가장 눈길이 가던 책상과 의자를 고른다.


이번 달은 정말 허리띠를 졸라매야겠다. 그렇게 생각하면서 1층으로 내려와 계산을 하려고 안쪽 주머니에 있는 지갑을 꺼내려고 하는데 어머니가 핸드폰에서 카드 한 장을 종업원에 주더니


“ 일시불로 해주세요. ”

“ 어머니? 제가 낼게요. ”

“ 네가 첫 정산금이라고 거금을 줄 때 늦어도 올해 안에 독립할 것 같아서 네가 지금까지 주는 돈 전부 안 쓰고 모와서 가구 사주려고 했다. 그러니 조용히 해. ”

“ ...어, 엄마. ”


넋 놓고서 결제하는 어머니의 모습을 바라본다.


“ 노숙자처럼 그러고 있지 말고 빨리 가자. 너랑 장보다가 부끄러워서 죽을 것 같다. 좀 잘좀 입고 잘 먹고 그래야지 사내새끼가 구질구질하게 다니니 원... 쯧쯧 ”


나의 모습을 신랄하게 까시다가 먼저 가게에서 나가신다. 그 뒷모습을 말없이 지켜보다가 밖에서 어머니의 고함소리에 얼른 나가서 어머니를 따라간다.


* * *


집에 돌아오자 어머니가 짐 정리를 도와주시겠다면서 내 방에 들어가자


“ 어우!! 홀아비 냄새. 너 혼자 살 때 방향제 사. 알겠어? ”

“ 아무 냄새도 안 나는데요? ”


홀아비 냄새라고 하는 것을 맡아보려고 하지만 평상시 맡던 냄새 그대로다.


“ 니 몸에서 나니까 네가 모르는 거야. 내가 자주 들릴 테니까 집 정리도 잘 하고 알겠냐? ”

“ 요즘은 정리 잘하거든요. ”

“ 이 꼬라지가 정리를 잘 한 거라고? 후... ”


어머니가 슬슬 열이 받는 모습에 슬그머니 방에서 빠져나와 화장실로 대피한다. 그렇게 잠시 동안 어머니의 화가 가라앉을 때까지 기다리다가 다시 들어가는데 어머니가 우두커니 내 침대를 바라보신다.


“ 영석아. ”

“ 네. ”

“ 싫든 좋든 28년 동안 너를 껴안고 살기 참 힘들었어. ”

“ ... ”

“ 저것이 언제 철들까? 언제쯤 사람구실을 할 수 있을까? 밥은 빌어먹고 살수는 있을까? 항상 고민이었어. 속을 하도 썩여야지? 틈만 나면 거짓말로 위기를 모면하기나 하고 그놈의 소설로 대박난다는 소리는 4년 동안 지겹게 하면서 기껏 일하는 것이 PC방 아르바이트만 했지? 그것도 월급 전부를 그 PC방에 전부 쓰고... 정말 넌 내가 평생 데리고 살줄 알았다. ”

“ 이제 독립하잖아요. ”

“ 그래. 많이 늦었지만 이제야 사람답게 살려고 하는 모습이 너무 보기 좋다. 이제는 열심히 살면서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다. 그 이상은 바라는 게 없다. ”


얼굴을 보여주시지 않는 어머니의 어깨가 조금씩 들썩이는 게 보이지만 모른 척 한다. 그렇게 있다가 잠시 후 어머니가 몸을 돌리시더니 아무렇지 않은 듯 내 옷가지를 정리해주기 시작한다.


그렇게 정리가 다 끝나고 지쳐버려서 바닥에 주저 앉았다.


“ 사내새끼가 그거 하고서 힘들어? ”

“ 이러다가 근육통 생기면 글 못써요. ”

“ 내가 독립하라고 했냐? 네가 나간다고 한 거지? ”


찍소리 하지 않고 그냥 바닥에 벌러덩 눕자 어머니의 혀 차는 소리가 들린다. 한쪽 귀로 흘리면서 눈을 감는데 현관문 열리는 소리가 들리더니 아버지가 들어오신다. 힘들지만 억지로 일어나서


“ 아버지 다녀오셨어요? ”

“ 어디 가냐? ”


현관문 바로 앞이 내 방이라서 정리된 물품들이 비닐봉지나 박스에 포장 된 것을 본 아버지가 물어본다.


“ 독립하려고요. 집도 구했어요. ”

“ 독립? ”

“ 이 근처로 가니까 걱정하지마세요. ”

“ 네 걱정은 안했다. 잘 되었다. 요즘은 나이 먹고 부모 밑에 있으면 욕을 먹는 법이다. 그렇지 않아도 내가 독립하라고 말을 하려고 했었다. ”


무덤덤한 아버지의 표정을 보자 조금은 욱하는 마음이 든다.


‘ 조금도 걱정을 하지 않네. ’


“ 여보, 집에 소주 있어요? ”

“ 없어요. 집에서 먹지 말라고 했죠? 먹으려면 밖에 나가서 놈팽이들하고 마셔요. ”

“ 크흠... ”


그렇게 아버지는 헛기침을 하시다가 나를 보고서는


“ 아들 간만에 치맥? ”

“ 콜! ”


작가의말

3연참입니다.

솔직히 교통사고가 나서 9일간 연재를 하지 못했을 때 독자님들에게 정말 죄송했습니다.

정말 주인공처럼 노력해서 현재 9일간 연재분을 전부 채웁니다. 모두 좋은 밤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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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 결심 +3 18.09.21 1,047 30 12쪽
31 일상 [3] +10 18.09.21 1,074 23 12쪽
30 일상 [2] +4 18.09.21 1,061 25 12쪽
29 일상 [1] +5 18.09.20 1,092 22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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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 용서 [1] +3 18.09.19 1,219 21 13쪽
» 독립 +4 18.09.19 1,121 24 12쪽
24 가족 18.09.19 1,160 2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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