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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인연

신을 만난 작가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퓨전

완결

가연(假緣)
작품등록일 :
2018.09.01 01:09
최근연재일 :
2019.06.10 04:27
연재수 :
5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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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369
추천수 :
1,136
글자수 :
275,923

작성
18.10.02 1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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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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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글자
12쪽

공론화 [2]

DUMMY

“ 그래서 어떻게 하실 건데요? ”

“ 사과를 받아야죠. ”


김광식 대표에게 담담히 얘기를 한다. 나의 얘기를 듣더니 깍지를 끼며,


“ 아까 작가님은 사과를 받지 않겠다고 하셨습니다만? ”

“ 네, 그들의 출판사인 온리에게 받는다는 말은 안했습니다. 이 일의 주범인 그들에게 받아야죠. ”

“ 말이 많을 텐데요? 제가 그들의 조사를 살짝 했는데 전부 신인들이더군요. 만일 계속 진행하시면 기성작가가 신인작가 기죽이기라고 여론이 떠들 수도 있습니다. ”

“ 하하하... 신인작가 기죽이기라고요? ”


대표님의 말에 정말 웃겨서 눈물이 나올 정도로 웃자 대표님은 고개를 옆으로 기울이시며,


“ 뭐가 웃기시죠? ”

“ 아니, 신인작가 기죽이라니요? 말도 안 되잖아요? 그런 것을 무서워하는 신인들이 남의 험담을 사람들 앞에서 당당히 말해도 되나요? 그리고 은후에게는 부모님이 없다는 말까지 했다고 합니다. ”

“ 그 일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입니다. 물론 은후 작가나, 작가님은 피해자지만 그 말을 했다는 증거가 없잖습니까? 그럼 결국 일을 벌이면 피해를 입는 사람은 바로 작가님입니다. ”

“ 있다면요? ”

“ ... ”


갑작스러운 나의 말에 당혹한 표정을 지으며, 나의 말을 더 듣기위해 침묵을 지키는 대표님에게


“ 증거가 있습니다. 그것도 빼도 박도 못한 녹취가 담긴 음성파일이죠. ”

“ ...그것은 어디서 얻으셨습니까? ”

“ 은후 옆에서 같이 있던 선후 작가가 저에게 주더군요. ”


나는 주머니에서 USB를 대표님 앞에 놓자, 그것을 뚫어지게 보시던 대표님은 이윽고


“ 김연우 대리와 비슷하군요. ”

“ 그래서 저도 대리님 앞에서는 말도 함부로 하지 않아요. ”

“ 하하하! ”


대표님도 나와 똑같이 폭소를 터트리며, 한참을 웃으시다가


“ 그래서 원하시는 것이 뭐죠? ”


내가 앞에 둔 USB를 집으며 물어본다.


“ 이 일을 공론화 시키는 겁니다. ”

“ 증거가 있다고 해서 그들이 작은 출판사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그저 저희가 유리해진 입장일 뿐이죠. 리스크가 큰 판에... ”

“ 리스크가 큰 판이라고요? 으음... 현재 온리 출판사는 물론이고 나머지 메이저 출판사들에게 밀려서 누리 출판사에 계약한 작가들을 다른 플랫폼에 유통시켜도 밀어주지 못한다는 소리를 들었죠. ”


리스크가 크다는 말에 대표님의 말을 자르며, 얘기하자


“ 그 얘기는 어디서? ”

“ 계약할 때 대리님이 얘기를 해주셨습니다. ”

“ 연우... ”

“ 만일 이 일을 공론화 시키면 적어도 그들에게 돌아가는 혜택을 누리 출판사로 가지고 오실 수 있지 않나요? 그 틈새도 들어가지 못할 정도로 출판사가 약한 건가요? ”

“ ... ”


대표님이 눈을 감으시고 조용히 침묵을 지키자 조금씩 무서워진다. 아무리 잘나가는 작가인 나라고 해도 출판사 대표 앞에서는 아무것도 아니다. 그렇게 시간은 점점 흐르다가


“ 저희 출판사가 약해 보이시나요? ”


이윽고 눈을 뜬 대리님은 나에게 반문을 한다.


“ 아뇨, 그저 지금까지 위로 올라갈 기회가 없어 밑에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

“ 맞아요. 제가 작가로서 10년차지만 출판사를 운영은 뒤늦게 했죠. 부랴부랴 준비를 해서 출판사를 만들었지만 이미 이쪽 바닥은 먼저 대박을 쳤던 출판사 위주로 돌아갔죠. ”


대표님은 회상을 하듯이 나에게 천천히 얘기한다. 나는 최대한 경청을 하자 슬며시 웃으시면서


“ 제가 출판사를 만든 이유를 아십니까? ”

“ ...잘 모르겠습니다. ”

“ 메이저 출판사에 눈에 띄지는 않았지만 좋은 작가들을 많이 발굴해 도와주고 싶었습니다. 성적이 잘 나오지 않지만 그들의 소설까지 나쁜 것은 아니었거든요. 하지만 그 도와주는 것도 한계가 있었죠. ”

“ 이제 그게 아닐 거라고 믿습니다. ”

“ 으음... 그러죠. 작가님이 정확히 원하시는 것을 모르겠지만 그들에게 받을 것을 전부 받으려고 노력하겠습니다. ”

“ 감사합니다. ”


함께 해준다는 말에 나는 대표님에게 고개를 숙이자 나의 어깨를 잡으시고 힘을 주고 나의 상체를 다시 올리시며,


“ 아뇨, 사실 감사한 것은 저희 출판사죠. ”


대표님은 환하게 웃으시며, USB를 쥔 손을 주머니에 집어 넣는다.


* * *


[장르소설의 악습?]

[장르소설을 쓰는 작가들의 실태...]

[메이저 출판사에서도 대기업의 계열사인 ‘온리’출판사에서 계약한 작가들의 험담들...]

[신인작가들이 말하고자 하는 의미는?]

[장르소설을 연재하는 플랫폼에서 메이저 출판사가 아니면 밀어주기 힘들다?]

[힘 없는 출판사들의 고충을 알아보자.]

[이름 없는 출판사가 결국 망할 수밖에 없는 사정?]


USB받은 대표님은 음성파일을 복사한 뒤 언론사에 전부 뿌렸다. 그리고 현재 모든 포탈 검색어 순위 1위부터 10위 안에는 전부 온리 출판사와 그들에 관해서 올라와 있다.


사실 장르소설이란 것이 문학에서는 그리 쳐주지 않는 바닥이지만 아이러니하게 수익을 가장 많이 올리는 것도 장르소설이다. 옛날에는 장르소설을 쓴다고 하면 떳떳하지 않고 같은 문학인들이 천대하는 직업이었지만 지금은 그 의미는 퇴색되었다.


자신들이 그리 깔보던 장르소설에서 잘나가는 작가들은 연 매출 억대를 찍었고 종이책에서 핸드폰으로 보는 프로그램 때문에 문학책보다는 장르소설을 보는 독자들이 많이 늘어났다.


사실 우리 세대에서는 처음 장르소설을 쓰신 작가님들의 닦은 길을 편하게 걷는 것뿐이다. 설정, 스토리, 고증 등등 많은 선례를 남겼던 유산들을 그대로 답습했기 때문에 지금 우리 장르소설 작가들이 편한 이유다.


하지만 장르소설도 고인다. 그러기 때문에 보이지 않는 악습을 그대로 쭉 이어가던 메이저 출판사에선 난리가 났다. 지금까지 옳다고 행동했던 모든 것들이 현재 언론매체를 통해 장르소설을 읽는 독자들에게 전달되었기 때문이다.


-와... 믿고 보는 온리 출판사 이걸? 이제는 이 출판사의 소설은 안 읽음. (찬성3458/반대578)

ㄴ 갓선후님은 온리잖아?

ㄴ 그래도 지금까지 이들 때문에 다른 출판사에 계약 맺은 작가님들에게 기회가 주어지지 않았다는 것은 사실이지.

ㄴ 아니, 님들 머리가 없음? 어차피 메이저 출판사 소설 빼고는 읽을 것도 없잖아? 이거 인정해야 한다.

ㄴ 윗 댓글 쓴 사람은 도대체 무슨 의도로 쓴지 모르겠다. 솔직하게 은후작가 누리로 가고 온리에서 잘 쓰는 사람은 딱 한명밖에 없잖아? 오히려 이번 피해자인 영석작가가 있는 누리 출판사가 읽은 만한 것은 더 많음. 그리고 이 기사가 맞는 게 누리 출판사에 계약 맺은 작가들의 소설들은 유통되면 광고나 이벤트를 여는 꼴을 보지 못했음.

ㄴ 이 업계에서 일하는 사람입니다만, 플랫폼에서는 몇 개의 출판사를 거의 독점형식으로 밀어줬습니다. 최근에 급부상하던 김영석 작가 같은 경우도 첫 작품부터 현재 드라마까지 제작하고 있는 천죽회도 마찬가지로 큰 수익을 얻었지만 메인광고에는 들지도 못했고 서브광고에 딱 하루만 노출이 될 정도였죠. 작년 연말에 정산한 작가에서는 견줄만한 작가가 없었던 김영석 작가도 그 정도였는데 지금까지 다른 출판사 작가들은...


-그래서 이 기사를 뿌린 목적이 뭔데? 흑우가 되지 말라는 건 아니잖아? 나는 애초에 이런 것을 따지지 않고 그냥 소설만 잘 보는 독자일 뿐인데? 악습이건 뭐건 그냥 재미만 있는 소설을 홍보하는 것이 옳지 않나?

ㄴ 우익이 쓴 소설도 재미만 있으면 결제할 거야?

ㄴ ㅋㅋㅋㅋ 위에 비유 지렸네.


나의 인생도 덩달아 바빠졌다. 어느 신문사의 기자라면서 인터뷰를 요청한 곳이 한 군데가 아니었으며, 소설 커뮤니티에서는 나에 대한 찬반 여론이 뜨거웠다.


연중작가를 감싸주지 말라는 형식의 글과 메이저 출판사가 지금까지 누렸던 모든 혜택을 투명하게 공개하라는 성토의 글이 들끓었다.


“ 이렇게 했어야 했냐? ”


나 때문에 또 한명 은후도 언론에 노출되는 바람에 우리 집으로 피신해왔다.


“ 그럼 모른 척하자고? ”

“ 모른 척 하자는 것이 아니잖아. 그냥 개인적으로 그들에게 사과만 받으면 되었잖아? 이걸 출판사의 잘못으로 엮는 것 자체가 이상하잖아? 그들도 결국 질투만 했을 뿐이지 그들이 쓰는 소설에는 잘못이 없다는 것을 너는 잘 알 텐데? ”

“ 잘 알지. 알아서 이렇게 한 거야. ”


필시 그들은 지금 출판사에서 심한 압박을 가하고 있을 거다. 예를 들면 지금 연재하는 소설이 완결이 나면 다음 차기작을 계약하지 않고 블랙리스트에 올라간다거나 아니면 받던 혜택들을 전부 없애겠지.


그들이 한 번 내뱉은 말에 출판사까지 거론하는 것이 내가 생각해도 너무하다고 생각은 들지만 여기서 멈추면 안 된다.


“ 그래도 이건 심했다. ”


은후는 고개를 저으며, 나의 침대에 눕는다. 은후도 사실은 공범자나 마찬가지다. 온리 출판사에서 소설을 연재하고 남들보다 더 많은 혜택을 누렸을 테니까


“ 네가 다시 처음부터 소설을 쓴다고 하면 지금 위치까지 올라오는데 얼마나 걸릴 것 같냐? ”

“ 나? ”

“ 그래, 너 말이야. 출판사도 이름 없는 신생 출판사에서 글을 쓴다면 지금 필력으로 지금 위치까지 얼마나 걸릴 것 같아? ”

“ 잘 모르겠는데? ”

“ 그럼 반대로 묻자. 네 필명이 유명하지는 않지만 지금의 필력가지고 빵빵하게 광고해주고 주마다 선물함, 캐쉬 이벤트로 홍보하면 현재 위치 얼마나 걸릴 것 같아? ”


나의 말을 그제야 이해한 듯 은후는 성난 표정을 짓고 침대에서 벌떡 일어나


“ 그래서 지금 나보고 거품이라고 말하고 싶은 거야? 그들의 혜택으로 지금 위치에 올라왔다고? 지금 그렇게 생각하는 거지? ”


고함을 지른다. 나는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고 그저 은후를 바라만 보자


“ 지금 네가 잘나간다고 해도 할 말이 있고 하지 말아야 할 말이 있는데 넌 지금... ”


얼마나 화가 났는지 말도 제대로 잇지 못하고 씩씩거리기만 한다.


“ 내가 잘나가? ”

“ 항상 그딴 식으로 말하지 마라? 내가 말했지? 다른 작가들은 네가 버는 수익의 절반이라도 벌기 위해 피땀을 흘린다고! ”

“ 잘나가는 것이 뭔데? 돈 많이 버는 거? ”

“ 논점 흐리지 말고 제대로 대답해라. 내가 지금까지 이루었던 것이 거품이라고 생각 하냐고! ”


뭐라고 대답을 할까?

사실 은후와 나 그리고 선후작가는 물론이고 조금이라도 인기있는 작가들은 다른 작가들과 다르지 않다.


그저 색다른 방법으로 접근했을 뿐.


그게 신선하다고 좋아하는 독자들이 분명 있을 테지만 우린 그저 닦은 길을 살짝 비틀어서 걸어갔을 뿐이다.


은후 뿐만 아니고 나, 선후작가 전부 거품이다. 적어도 나는 그렇게 생각을 한다.


그리고 작가의 자존심이 세다는 것은 누구보다 잘 안다.


“ 은후야. ”

“ 대답하라고! 거품이라고 생각하냐? ”

“ ...그래. ”

“ 이 새끼가? ”


은후는 덤빌 것처럼 으르렁 거리면서 나에게 조금씩 다가온다.


“ 네가 어떻게 그런 말을 하냐? 적어도 너는 그러면 안 되는 거 아니야? ”

“ 너뿐만이 아니야. 나도 너와 똑같은 ‘거품’이라고 ”


나의 말은 들리지도 않는지 그저 묵묵히 나에게 다가오더니


“ 이 꽉 깨물어라. ”


그러더니 주먹을 나에게로 날린다.


작가의말

어제 약속했던 2연참입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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