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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인연

신을 만난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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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가연(假緣)
작품등록일 :
2018.09.01 01:09
최근연재일 :
2019.06.10 04:27
연재수 :
52 회
조회수 :
60,368
추천수 :
1,136
글자수 :
275,923

작성
18.09.21 19:25
조회
1,048
추천
30
글자
12쪽

결심

DUMMY

상견례를 진행하는 동안 나는 가만히 자리를 지켰다.


‘ 너를 위해서 돈을 준 것이 아니야. ’


여동생의 행복을 위해서 부모님 대신에 돈을 준 것이 절대로 아니다. 만약 진짜로 그렇게 주려고 했으면 더 많이 줬겠지. 전부 부모님을 위해서다. 아직까지도 막내아들의 대학비를 위해서 등골이 빠져라 일하는데 나라도 도와줘야 하지 않겠나?


혼자만 살 수 있는 세상이 아니다. 부모님이 지금까지 나를 지탱해줬고 이제는 내가 지탱해줄 차례다. 원래 나는 이러지 않았고 그것을 인지하고 있다.


하지만 감성적인 사고방식을 품고 글을 쓰다 보니 나의 성격과 가치관이 조금씩 달라지는 것 같다.


묵묵히 주위를 둘러보자 나의 시선에 미래의 남편 옆에서 환하게 웃고 있는 여동생이 빛나 보인다.


28년 동안 같은 지붕 아래에서 많은 것을 공유하고 살았던 여동생.

많은 일이 있었지.

울고 웃고 하는 때가 있었다. 그것이 나이를 먹어가며, 점차 무덤덤해졌지만 그래도 지금만큼은 빛나보인다.


‘ 부모님을 위해서라도 행복해라. ’


같은 부모님 밑에서 먼저 태어난 오빠이자 가족의 장남으로써 그렇게 여동생의 행복을 빌어준다.


* * *


“ 아쉽지 않아요? ”


상견례가 끝나고 아버지와 단 둘이서 근처에 있는 포장마차에 왔다. 아버지에게 술잔을 따라주면서 물어보자


“ 후련하기도 하고 뭔가 뺏기는 느낌이 들기도 하네. ”

“ ... ”


따라드린 소주를 한 번에 꺾으시며, 나에게 술잔을 들이민다.


“ 많이 드시면 어머니가 뭐라고 하실 거예요. ”

“ 내가 아들이랑 먹는다는데 누가 뭐라고 해! ”


하는 수 없이 빈 잔에 다시 술을 따라드리자, 다시 잔을 꺾어 드시며,


“ 영석아 정말 고맙다. ”

“ ... ”

“ 이제야 빛을 발하는 장남 덕분에 마음이 한 결 가벼워졌다. ”


세월의 풍파를 이기지 못한 아버지의 모습이 내 눈에 들어온다. 자녀들을 위해 정말 열심히 사시던 아버지. 부족한 삶이지만 그래도 해주시기 위해서 노력을 하시던 아버지. 그런 아버지의 약한 모습이 보이자 마음이 아파진다.


하지만 그것을 내색하면 아버지는 도망갈 곳이 없다는 것을 안다. 아버지는 우리에게 기둥이 되기 위해 저 모습을 항상 고수했을 것이다. 힘들어서 지쳐 쓰러질 것 같아도 우리들의 앞에서는 항상 강한 모습을 보여줬다.


“ 언제나 저는 아버지의 편이에요. 아버지가 훌륭하게 키운 덕분에 제가 이렇게 여동생의 혼수도 해줄 수 있게 되어서 얼마나 기쁜지 모릅니다. 그러니 고마우실 필요는 없어요. ”


당연하다고 하면 당연할 수 있지만 세상은 그렇지 않고, 돈 때문에 부모와 자녀가 싸우는 세상이 되어버렸다.


그들은 과연 당연한 것을 몰랐을까?

아니다.

그들도 충분히 알고 있는 사실들이다.


나도 이제야 깨달았다. 항상 자기만 생각하고 항상 혼자만 힘들다고 느꼈던 세월이 야속하게만 느껴진다. 이제는 내가 아버지의 기둥이 되고 싶다. 아버지의 무거운 짐을 같이 들고 싶다.


‘ 늦었다고 생각하는 순간이 가장 빠르다고 했나? ’


제발 선조의 말이 맞기를 바라며, 그렇게 아버지와 같이 술잔을 기울인다.


* * *


- 상견례는 잘 하셨나요?

“ 덕분에 멋진 장남의 모습을 보여줬습니다. ”

- 아무튼 여동생분의 결혼 축하드립니다. 결혼식 때 불러주시는 거 잊지 마세요. 축의금 넉넉하게 넣겠습니다.

“ 말만으로도 감사합니다. ”


김연우 대리님을 만난 것이 내 인생 중에서 손에 꼽는 행운인 것 같다. 이런 사람을 만나기는 정말 힘들다.


그렇게 감사의 인사를 하자


- 이제 작가님이 행복하실 차례인 것은 알죠? 현재 완결된 2개의 작품이 다른 플랫폼에서 유료베스트에 1위, 4위에 들었으며 진행되고 있는 웹툰의 퀄리티도 매우 훌륭합니다. 이제 꽃길만 걸으시면 될 것 같네요.

“ ... 아직 멀었습니다. ”


대리님이 꽃길만 걸을 때라고 하지만 아직 부족하다. 아직까지 두루뭉술했던 목표가 확실히 세워졌다. 1위? 물론 중요하다. 하지만 나와 가족이 행복할 수 있도록 더욱 노력을 해야 한다는 것을 알아버렸다.


“ 대리님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

- 어떤 건가요?


이제는 밝히고 떳떳해지고 싶다. 나의 4년의 아픔들을 생각하며,


“ M웹 소설 사이트에서 계약을 맺었던 첫 작품 사실 저의 첫 작품이 아니었습니다. ”

- 그게 무슨 소리에요?

“ 한때 J웹 소설 사이트에서 4년 동안 연재를 한 적이 있습니다. 그리고 정말 인기도 없었고 연중을 밥 먹듯이 했었죠. ”

- ...


나의 고백에 대리님은 아무 말씀도 하지 않으시다가


- 무슨 말인지는 잘 알겠습니다만, 그게 무슨 상관이죠?


평온한 어조로 나에게 말을 한다. 맞다. 지금 나와는 아무 상관도 없는 일이다. 현재 J웹 소설 사이트에서 유통이 된 내 작품들도 결국 작가아이디인 ‘노력형작가’로 연재가 되었을 뿐이다. 정작 4년 동안 써왔던 라이트 계정은 아직 그대로다.


“ 독자님들의 신뢰를 받지 못한 흔한 작가지망생이었습니다. 그렇게 방황을 하다가 M소설에서 연재를 시작한 거고요. 어제 우연히 J사이트에 저의 계정에 들어가니 쪽지 한통이 왔더라고요. ”


어제 아버지와 술을 먹고서는 곧장 집으로 돌아와 과거를 기억하다가 문득 J사이트가 생각나서 접속을 해봤다.


“ 기다린다고 하더라고요. 아무리 4만 명의 독자를 거느린 작가가 되었지만 그 독자 한분도 저에게는 매우 소중합니다. 그래서 말인데요. ”

- 그 연중했던 작품들을 연재하시겠다고요? 그러시면 작가님의 이미지가 많이 깎이시는 것을 감수하셔야합니다.


대리님이 무슨 얘기를 하는지 이해를 했다.


첫 작품에 대박이 난 작가

글 쓰는 재능이 충만한 작가

괴물작가

믿고 보는 작가


이게 전부 현재 내가 이루어낸 수식어다. 하지만 ‘라이트’ 계정으로 밝히면 문제가 생길 것이다. 그래도 그 쪽지를 보았던 나는 결심이 섰다.


“ 네, 기존에 연중을 했던 작품들은 하나씩 뜯어 고치면서 연재를 하고 싶습니다. 물론, 지금 제가 판단하기엔 그 작품들은 상업화가 될 가치는 없습니다. 그래도 어떻게든지 전부 완결을 치고 싶습니다. 물론, 지금 이북을 준비하는 작품 연재가 차질이 없도록 병행할 것입니다. ”

- 한 번에 여러 개의 작품을 쓰시면 작가님 정말 힘들어 질 겁니다. 그저 많이 쓴다는 개념이 아니고 세계관이 나눠진 작품들을 쓰다보면 설정들이 충돌하고 사전조사도 배 이상으로 하셔야 해요.

“ 그래도 하고 싶습니다. ”


단호하게 얘기를 드리자 잠시 후 한숨소리가 크게 들리며,


- 작가님이 하고 싶다는데 제가 막을 권리는 없지요. 그 대신 약속을 해주세요. 지금 연재하시는 것에 정말 지장이 없이 해주셨으면 합니다. 그리고 그 연중한 작품들도 가능한 우리 출판사와 계약을 생각해주시고요. 작가님이 다시 쓰신다는 그 작품들이 왠지 잘 될 것 같거든요.

“ 이해해주셔서 감사합니다. ”


그렇게 조금 더 앞으로 대한 일정에 대해서 얘기를 하고서는 통화를 끊는다. 이미 다음 달까지 연재할 수 있는 분량을 쌓아 놓았지만 대리님에게 말을 하지 않았다.


그렇게 J웹 소설 사이트에 접속을 한 다음 내가 썼었던 작품을 읽기 시작한다. 프롤로그에 들어가자마자 손발이 오그라들며, 문장마다 보이는 비문과 오타들이 내 눈을 아프게 한다.


‘ 고치는 수준이 아니라 완전히 리메이크를 해야겠는데? ’


이 상태로는 절대 연재 불가능하다. 일단 참으며, 연재를 했었던 편까지 정독을 하자


“ 하아... 조금 힘들겠는데? ”


앞이 보이지 않는다. 새로 쓰는 것과 쓰던 것을 수정하는 작업 중 뭐가 어렵냐고 작가들에게 물어보면 백이면 백 전부 수정하는 작업이 어렵다고 한다. 이 두 개는 아예 재능이 다른 분야다. 그리고 나는 내 작품을 리메이크를 한 적이 단 한 번도 없다.


내가 해낼 수 있을까?


포기하고 싶다. 그냥 눈 감고 모른 척 하면 되지 않을까? 사서 고생을 하는지 모르겠지만 내 가슴에서는 ‘독자’님을 위해서 쓰라고 재촉을 한다. 결국 마음에 꺾인 채 망설이던 손가락을 빠르게 움직이며, 뼈대를 다시 잡기 위해 노력을 한다.


* * *


“ 어라? ”


1년 전에 연중되었던 작품에 N으로 빛난다. 혹시나 해서 작가님을 기다렸지만 오지 않았다. 그래도 완결까지 꼭 보고 싶은 마음에 쪽지를 보냈다. 그렇게 돌아오길 기다렸는데 돌아오자 곧장 작품을 누른다.


“ 필명이 바뀌었...? ”


라이트라는 필명에서 노력형작가로 바뀐 것을 보자 어안이 벙벙해진다. 자신은 다른 플랫폼에서도 재미있는 소설을 읽는 편이라 저 필명이 누구 것인지 잘 안다.


만일 사칭이면 기다렸던 시간들을 후회를 할 것 같다. 일단은 읽으려고 하는데 편수가 많이 줄어들었다. 57화까지 연재되었던 편차가 줄어들어 현재 7화만 보인다.


‘ 리메이크를 했으려나? ’


그렇게 생각을 하며, 프롤로그를 누른다. 남들은 항마력을 뚫어버리는 작품이라면서 엄청난 악평을 받던 프롤로그가 완전히 달라졌다는 것을 30초 만에 깨닫는다.


‘ 문체가 비슷하다. ’


아니, 완전히 판박이다. 그래도 바로 확답을 내리지 않고서 다음 편을 누른다. 만일 표절을 하고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게 일고 다음 편을 누르고 그 상태를 반복을 하다가 결국 연재된 화까지 전부 정독을 했다.


“ 미쳤네... ”


연중작가가 노력형작가였다고? 멍하니 핸드폰을 보던 청년은 뒤늦게 정신을 차리고 새롭게 올라온 공지를 클릭한다.


[ 안녕하세요. 라이트라는 필명을 쓰던 작가입니다. 여러분께 이렇게 불쑥 찾아와서 정말로 죄송합니다. 지난 4년 동안 16개의 작품을 연재중단을 한 채 잠적을 탔었습니다. 그 점을 깊이 사죄드립니다. 솔직히 J웹 소설 사이트에 이 계정으로 로그인을 할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었습니다. 아니, 무의식중으로 피했습니다. 이 아이디는 저의 4년의 흔적이자 포기하고 도망치던 과거입니다. 하지만 최근에 독자님이 보내신 쪽지를 보았습니다. 그리고 결심을 했습니다. 욕을 먹더라도 내 소설을 보는 독자님이 계시면 완결까지 쓰겠다고요. 이렇게 돌아와서 염치가 없지만 그래도 노력하겠습니다. 그리고 노력형작가로 필명을 바꾸었습니다. 사칭이 아니란 점 말씀드립니다. -노력형작가- ]


“ 맞구나. ”


달라진 필력, 그리고 필명 전부 그를 가리킨다. 그는 곧장 흥분한 상태로 유명한 소설 커뮤니티에 접속을 한 다음 하나의 글을 작성을 한다.


[ 연중작가의 화려한 귀환 ]


* * *


소설 커뮤니티는 어느 한 게시글을 보고서는 난리가 났다. 괴물 같은 필력으로 많은 이에게 사랑을 받던 ‘노력형작가’ 라는 사람의 과거가 밝혀졌기 때문이다. 그리고 곧장 좌표가 찍히고 그 작품을 읽었다. 물론, 리메이크를 하는 작품을 제외하고도 15개의 연중된 작품도 읽었다.


그로 인해서 영석에 대한 서로 다른 의견이 나눠진다. 신분을 바꿔서 쓴 것 자체가 독자를 기만했던 행위다. 라는 독자들과 지금이라도 밝히고 전부 완결을 내겠다는 포부가 마음에 든다는 독자들이 서로 싸우기 시작한다. 그리고 커뮤니티에는 누리 출판사에서 올린 글 하나로 잠시 싸움을 멈추게 된다.


작가의말

댓글... 너무 많아서 살짝 감동 받았습니다.

저에겐 댓글과 추천이 정말 큰 힘이 되거든요.

홀로 글을 쓰는 것이 아닌 독자님들과 같이 작품을 만든다고 생각합니다.

앞으로 완결까지 쭉쭉 달리겠습니다. 그러니 독자님들도 항상 같이 함께 가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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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 3

  • 작성자
    Lv.60 토요일밤
    작성일
    18.09.21 20:07
    No. 1

    대단하다고 느꼈습니다.
    자칫 잘못하면 지금 이룩한걸 잃을수도 있는데...

    찬성: 2 | 반대: 0

  • 작성자
    Lv.65 흙먹어봐
    작성일
    18.09.21 20:15
    No. 2

    말은 쉽지만 행동으로 옮기는건 쉽지 않죠 지금 내가 있는 곳이 예전으로 돌아갈까봐..재미있게 잘 읽었습니다

    찬성: 1 | 반대: 0

  • 작성자
    Lv.93 RAREREX
    작성일
    18.09.22 01:16
    No. 3

    과거를 외면하지않고 바라보는 모습이 저를 부끄럽게하네요. 멋집니다.

    찬성: 1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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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 언덕 +9 18.09.24 988 20 12쪽
36 방황 [3] +4 18.09.23 927 18 13쪽
35 방황 [2] +5 18.09.23 920 18 13쪽
34 방황 [1] +1 18.09.23 979 17 13쪽
33 추락과 절망 +2 18.09.22 1,058 16 12쪽
» 결심 +3 18.09.21 1,049 30 12쪽
31 일상 [3] +10 18.09.21 1,074 23 12쪽
30 일상 [2] +4 18.09.21 1,061 25 12쪽
29 일상 [1] +5 18.09.20 1,093 22 11쪽
28 이북 +2 18.09.20 1,102 22 12쪽
27 용서 [2] +3 18.09.20 1,121 24 13쪽
26 용서 [1] +3 18.09.19 1,219 21 13쪽
25 독립 +4 18.09.19 1,122 24 12쪽
24 가족 18.09.19 1,160 2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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