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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야옹이 님의 서재입니다.

인간, 인간, 인간, 사람, 짐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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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야옹이
작품등록일 :
2022.08.06 20:55
최근연재일 :
2024.05.06 21:00
연재수 :
18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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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970,659

작성
23.03.05 2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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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72(2)

DUMMY

-자귀추적자-



“없어?”


그 누구도 내 말에 대답하지 않는다.


만족한 표정을 짓고 족장의 의자에 앉아 좌중을 둘러본다.


모두 겁을 먹어 손가락 하나 꼼짝하지 않은 채 나를 쳐다본다.


“족장 깨워.”


서로 눈치만 볼뿐 누구 하나 나서지 않는다.


“아무나 깨워봐.

내가 이런 시시콜콜한 것까지 정해줘야 해!?”


신경질적인 목소리로 말하자 알현실의 모든 사람이 경비대장을 쳐다봤다.


경비대장은 나를 한번 쳐다보고 족장에게 걸어가 조심스럽게 깨우기 시작한다.


“족장님, 족장님.”


“아, 거참 답답해 죽겠네.

기절한 사람이 네 목소리가 들리겠어?

흔들어서 깨워.”


경비대장이 족장의 양어깨를 잡고 거칠게 흔들었다.


“으, 으음···.”


“족장님, 정신이 드십니까?”


“자네는···.”


족장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주변을 둘러본다.


“경비대장! 아까 그년은!? 그년은 어디 갔지!?”


자신의 자리에 내가 앉아있다는 걸 꿈에도 생각 못 하는 듯 엉뚱한 곳을 계속해서 쳐다봤다.


“족장님, 저곳에···.”


“어디, 어디? 헙!? 딸꾹!”


경비대장이 조심스럽게 알려주었고 족장은 날 보자 기겁하며 딸꾹질을 했다.


한심하긴.


“족장님아.”


“네, 넷!”


“내가 너보다 어리니까 존댓말 하지 마.

내가 나이 들어 보이잖아.”


“아, 알겠습, 다···.”


“내가 부탁하는 거 하나만 제대로 처리하면 아무 말 없이 갈 거야.

알아들었어?”


“하나?”


족장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내가 말도 안 되는 것을 원하면 어쩌나하고 생각했나보다.


“그래 하나야.

어려운 거 아니니까 걱정하지 말고.”


“좋아, 말해···봐.”


“너희 마을의 기사와 일부 병력이 한 무리를 쫓고 있었어.

왜 쫓고 있었지?”


“그것이··· 내가 허가를 하긴 했는데.”


자세히 모르는 일인 듯 자신의 수하를 쳐다봤다.


눈길을 받은 수하가 내 눈치를 보며 족장에게 다가가 귓속말을 하기 시작했다.


“그러니까, 그놈들이랑 아는 사인가?”


좋지 않은 내용이라 그런지 족장이 불안해하는 모습이 보였다.


“탈옥해서 그런 거 알고 있으니까 쭈뼛대지 말고 말해.”


“어, 어? 그게 단데?”


“천이라는 남자의 오른팔이 잘렸잖아?”


족장은 모르는 눈치인지 또 자신의 수하를 쳐다봤다.


하지만 수하도 내막을 모르는지 머뭇거리며 족장에게 다가갈뿐 아무런 말도 하지 않는다.


“뭐해? 빨리 말해.”


“저, 그것이···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뭐라고!?”


족장이 당황하여 나를 한번 쳐다보고 수하를 부라렸다.


“네가 모르는 게 말이 돼!?”


“죄인이 신체를 훼손해 오는 일이 빈번한지라···.”


“야, 경비대장 너는 몰라?”


다급한 족장이 경비대장을 불러 물어봤으니 답은 똑같았다.


“기사님이 출동하셔서···.”


“석 말인가? 아직 안 돌아왔어?”


“아직 돌아오지 않았습니다.”


“하여간 그놈은 게을러서.

내 당장 양성소에 연락해서 기사를 바꿔 달라고···.”


“저 왔습니다.”


괴물도 제 말 하면 온다더니 족장이 흉을 보자마자 나타나 인사를 했다.


내가 오지 말라고 했는데도?


“어, 어? 그, 그래 어디 다친 데는 없고?”


“없습니다.”


족장이 민망한 듯 말을 더듬거리며 말했지만, 석은 아무렇지도 않은 듯 무심하게 대답했다.


차라리 잘됐어.


이놈들은 아무것도 모르는 것 같으니 기사를 붙잡아 들고 탈탈 털어봐야겠어.


“험험, 저분이 천이라는 자에 대해 궁금한 모양이니···.”


“야, 나 간다.

기사, 너는 따라오고.”


의자에서 일어나 밖으로 향했다.



///



기사의 집무실 안.


마주 앉아 침묵 속에 차를 마시고 있다.


“너는 무슨 괴물이지?”


기사가 침묵을 깨고 나에게 말을 걸었다.


“나 괴물 아니야.”


“괴물이 아니라면 뭐지?

외형은 완벽한 사람인데.”


“외형이 완벽한 사람이면 사람이란 뜻이 아니겠어?”


“짐승도 탈을 쓰면 외형만으론 사람이지.”


“내 얼굴 가죽이라도 벗겨보려고?”


“···다시 한번 묻겠다.”


“다시 한번 묻겠다고?”


“뭐라고?”


“기사 새끼가 건방지게 말하는 것 좀 봐라?

야 이 개새끼야, 너는 내가 자비를 베풀었으니까 살아있지 아니면 거기서 뒈졌어.

알고 있어?”


기사가 아무 말 없이 나를 노려봤다.


제법 강단이 있는 기사야.


“내가 너를 왜 살려둔 것 같은데?

네가 무서워서? 너를 좋아해서?

좆 까는 소리 하지 말고, 언니랑 관계가 있는 사람이니까 살려둔 거야.

너 하나쯤 죽여도 나한테 아무런 부담 없어.

그러니까 같잖게 굴지 말고 내가 묻는 말에 대답이나 해.

천의 오른팔.

누가 잘랐어?”


나의 폭언에 기사가 부들부들 떨며 화를 삭였다.


어느 정도 진정이 되는 모양인지 입을 열기 시작한다.


“말했지만, 모른다.

천이라는 자가 입을 열지 않았어.”


천···.


도대체 누가 널 그렇게 만든 거야.


속 시원하게 만나서 물어보고 싶어.


그리고 예전처럼 셋이서 아무런 근심걱정없이 여행하던 때로 돌아가고 싶어.


내가 이 세상 모든 짐승을 없애버린다면 돌아갈 수 있을까?


아니면 내가 사도의 직을 내려놓으면 돌아갈 수 있을까?


신이 싫다.


나에게 이런 무거운 짐을 짊어지게 한 신이 싫다.


“···그 용병들이 있는 곳을 안내해.”


“어쩌려는 거지?”


“물어봐야지.”



///



기사의 집무실 안.


또다시 기사와 마주 앉아 침묵 속에 차를 마시고 있다.


“꼭 그 용병들을 전부 죽였어야 했나?”


참다못한 기사가 입을 열었다.


“천의 팔을 자른 놈들이야.

생각 같아선 끝없는 고통을 주고 싶었지만···.

그놈들은 내가 죽여준 걸 고마워해야 해.

팔 하나 없는 병신인데 용병 노릇이나 제대로 할 수 있었겠어?”


모른다고 일관하는 그놈들을 갈가리 찢어 버리고 싶었지만 참은 거야.


“고마워해야 한다고?

정신이 나가도 단단히 나갔군.”


“내 가족에게 돌이킬 수 없는 상처를 입혔어.

더한 짓은 얼마든지 할 수 있어.”


빈말이 아니야.


그 누구라도 천을 괴롭히면 가만두지 않을 거야.


고통을 주진 못하더라도 반드시 이 세상 끝까지 쫓아가 죽여버리겠어.


“볼일이 끝났으면 이만 돌아가지그래?”


“내가 불편해?”


“말이라고 하는 건가?”


기사가 짜증이 가득한 표정으로 물었다.


순간, 병사 하나가 문을 두드리며 방문 의사를 내비쳤다.


“들어오세요.”


“추, 충성!”


병사가 들어와 나를 보고 잠시 멈칫하고는 기사에게 경례했다.


“무슨 일입니까?”


병사가 기사의 물음에 답하지 못하고 내 눈치를 봤다.


“알았어, 가면 되잖아.”


다 끝났으니 이곳에 볼일 없어.


천에게 가봐야겠어.



///



짐승을 불러내 천의 상태를 물어보았다.


“주인님은 아주 좋으세요.”


이 새끼가 미쳤나?


양팔이 없는데 상태가 좋다고?


“왜, 왜 그러세요?”


내가 이상한 눈으로 쳐다보자 짐승이 눈치를 보며 말했다.


“너 미쳤어?”


“네, 네?”


“천의 상태가 좋다고?”


“네, 주인님은 평소와 다름없이 아주 최적의 상태를 유지하고···.”


이게 진짜 미쳤나?


산어르신의 세뇌가 풀렸나?


짐승의 눈을 유심히 쳐다봤다.


“피하지 말고 내 눈 똑바로 봐.”


뚫어지게 쳐다봤지만 도통 알 수 없었다.


아무리 봐도 모르겠어.


산어르신한테 데려가야 하나?


지금쯤이면 이놈은 기억에서 사라졌을 텐데.


“천은 어딨어?”


“이, 이쪽으로 오세요.”


따라가니 과연 짐승의 말대로 멀쩡한 모습이었다.


천은 느긋하게 앉아 잔을 들어 무언가를 마시는 모습이었고 언니는 옆에서 손짓발짓으로 열심히 설명하고 있었다.


양팔은 물론, 다친 곳은 아무 데도 없다.


그리고 등 마저.


어, 어떻게 된 거지?


분명 며칠 전에 봤을 땐 팔이 없었어.


“뭐, 뭐야?”


“네, 네?”


인기척이 들린 것인지 천이 내 쪽을 쳐다보더니 천천히 다가온다.


일단 자리를 벗어나야겠어.


자리로 돌아가 짐승에게 물어봐도 속 시원한 답을 내놓지 못했다.


“어떻게 된 거야?”


“무슨 말씀이세요?”


“천의 팔하고 등 말이야!”


“네?”


이놈이 날 놀리나 싶었지만 그런 기색이 전혀 보이지 않아 도리어 내가 당황해버렸다.


“천의 양팔이 잘렸고 등이 굽었잖아?”


“천님이요?”


내, 내 기억이 잘못된 거야?


아니야.


분명히 천은 불가사리와 싸우면서 왼팔을 잃어버렸어.


오른팔이 잘렸다는 건 착각으로 쳐도 왼팔이 없는 건 사실이야.


그, 그리고 천은 노예기사잖아.


노예기사는 등이 굽어 있는 게 당연한 거야.


“아, 그거요?

그래서 랑님도 이상하게 생각하셨잖아요.

노예기산데 등이 굽어 있지 않다고요.”


“내가 그런 말을 했어?”


“네, 뭐가 잘 못 됐어요?”


아니야.


분명 내 기억이 맞아.


기뻐해야 할 일이지만 뭔가 이상해.


한번 알아봐야겠어.


“아, 아니야.

도깨비산에서 무슨 일 있었어?”


“네, 혹부리영감을 만났는데 아무 탈 없었어요.

선님이 혹을 주었고 그걸로 끝이었거든요.”


혹을 줬다고?


아무튼.


도깨비산에서 무슨 일이 있었어.


내가 알아봐야겠어.


“난 갈 테니까 천에게 내가 왔다는 말은 절대 하지 마.”


“여기까지 오셨는데 보고 가시는 건 어떠세요?

주인님이 랑님을 매우 그리워하시는데···.”


천은 나의 이런 모습을 보여줘도 변함없이 날 반갑게 맞아줄까?


짐승을 죽이고 다니는 괴물인 나를?


“···싫어.”


나중에.


모든 짐승을 죽이고 난 후에.


내가 괴물의 모습이 아닐 때.


“그나저나 지금 어디로 가고 있는 거야?

곰무덤으로 가는 거 맞지?”


“네, 네?

저기··· 그게···.”


짐승이 머뭇거리며 내 말에 대답하지 않았다.


“아니야?”


“주인님이 랑님을 찾아야 한다면서···.”


나를 찾는다고?


“내가 어디 있는지 알고?”


“랑님이 마지막에 계셨던 도깨비눈물에···.”


짐승이 기어들어 가는 목소리로 말했다.


천은 이렇게 날 생각하는데 나는 피할 생각만 하고···.


“천에게 말해.

도깨비눈물이 아니라 곰무덤이야.”


“그, 그러면 랑님이 오신 걸 말해야 하는데요···.”


“네가 잘 알아듣게 말해.

정 할 수 없으면 말해도 되고.

도깨비산 입구가 어디지?”


“저, 저기로 30분 동안 가시면 나올 거예요.”


나온 지 얼마 안됐나 보네.


잘됐어.


짐승이 알려준 곳으로 가니 얼마 지나지 않아 오두막 하나가 나타났다.


저쪽도 내가 오는걸 눈치챈 것인지 밖으로 나와 날 기다린다.


남자 사람이다.


“안녕하세요?

산으로 들어가시려고요?”


“네, 뭐.”


“목마르실 텐데 물 한잔하세요.”


남자가 내게 잔을 내밀며 말했다.


안 그래도 목이 탔던 참이라 거절하지 않고 한 번에 들이켜 마셔버렸다.


“고마워요.”


“별말씀을.”


“통행료가 얼마죠?

저번에도 이용했었는데 기억이 안 나네요.”


“아! 사도는 내실 필요 없습니다.”


“고맙···.”


말을 멈추고 황급히 남자를 쳐다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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