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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야옹이 님의 서재입니다.

인간, 인간, 인간, 사람, 짐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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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야옹이
작품등록일 :
2022.08.06 20:55
최근연재일 :
2024.05.06 21:00
연재수 :
18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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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70,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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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3.18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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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76

DUMMY

인간, 인간, 인간, 사람, 짐승 76


-짐승-



눈을 떠보니 갇혀있었던 감옥이다.


여길 내가 왜 여기에 있지?


분명히 회의장에서 기둥에 묶인 채 회의에 참석 아닌 참석을 했어.


그다음엔 마지못한 척하며 탈을 씌워주고 풀어주면 도망가려고 했는데.


그 뒤에는···.


기억이 나질 않는다.


도대체 어떻게 된 거야?


왜 기억이 끊어진 거지?


아, 내 가방.


황급히 옆구리로 손을 뻗어 내 가방을 찾았고 다행히도 있었다.


안을 뒤져봤지만 없어진 물건은 하나도 없다.


탈이 몇 개 없어진 걸 봐선 쓰기는 했나 본데.


주위를 둘러봤지만 말소리 하나 들리지 않는다.


이리저리 돌아다녀야 할 짐승은 눈을 씻고 찾아봐도 보이지 않는다.


다들 어디 간 거지?


습격하러 간 건가?


습격하러 가서 아무도 없는 거야?


아닌데, 그래도 남아있는 짐승이라도 있어야 하는데.


전부 간다고 안 했잖아?


기이하도록 적막에 휩싸인 촌락에 나 혼자 있어서 그런지 을씨년스런 기분이 든다.


여기서 나가야겠어.


문이 잠겨있나?


문을 덜컹하고 밀었는데 내 예상과는 다르게 열려버렸다.


뭐야?


잠그지도 않고 날 여기에 둔 거야?


밖으로나가 혹시나 싶어 주변을 둘러봤지만 아무도 없다.


“저, 저기요!”


소리치지 말았어야 했지만, 왠지 모르게 소리쳤고, 다행인지 아닌지 아무 대답도 들려오지 않았다.


들려오는 건 바람이 이리저리 불어 생기는 나뭇잎 소리뿐이다.


“아무도 없어요!?”


무작정 눈앞에 보이는 집의 문을 두드려 보지만 아무런 대답이 없다.


날 반겨주는 건 내 목소리가 메아리쳐 돌아오는 소리뿐이다.


주인님한테 가야 해.


시간이 얼마나 지났는지 모르지만 날 기다리실···.


“빨리 가야겠어.”


부디 기한까지 시간이 흐르지 않았길.


황급히 주인님이 계신 곳 쪽으로 향하는데 어디선가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났다.


무시하고 갈까 했지만 어쩐지 한번 확인해보고 싶었다.


이런 상황에선 하지 말아야 할 위험천만한 행동이지만 그 생각과는 다르게 소리가 난 쪽으로 이미 발걸음을 옮겼다.


강 옆의 모래사장에 항아리가 몇 개 보인다.


저 큰 항아리에서 나는 것 같은데.


무언가가 튀어나와 날 공격해도 이상할 것 없는 상황이지만 겁도 없이 고개를 들이밀어 항아리 속을 확인했다.


어린 짐승 한 마리가 눈을 크게 뜬 채 날 쳐다봤고, 나 또한 깜짝 놀라 자리에서 펄쩍 뛰어버렸다.


“오, 오빠···?”


오빠?


아, 세 자매 중 막내구나.


안도감에 다시 항아리 안을 들여다보니 역시나 내 생각이 맞았다.


“너, 여기서 뭐 하니?”


“빠, 빨리 숨으세요.

미친놈이 올 거라고요!”


“뭐, 뭐라는···.”


막내는 내 말을 듣지 않고 내 어깨를 잡아 항아리 안으로 잡아당겼다.


“어, 어···.”


갑작스러운 막내의 행동에 난 아무런 저항도 하지 못하고 항아리 안으로 빨려 들어가 버렸다.


“쉿.”


막내가 자신의 검지를 펴 입술에 대어 내게 조용히 하라는 손짓을 했다.


“오고 있어요.”


“도대체 뭐가···.”


내가 입을 떼자 막내가 다급히 내 입을 손으로 막았다.


그 순간.


터벅터벅하는 소리가 나더니 항아리 근처에서 멈췄다.


막내의 눈동자가 심히 떨리기 시작하고 호흡도 가빠져 온다.


상황을 파악하기전에 우선 막내를 진정시켜야겠다는 마음에 내 품에 끌어안았고 내 행동이 퍽 도움이 된 모양인지 안정된 기색을 보여주었다.


발걸음 소리는 항아리 근처에서 끊어졌고 아무런 소리가 나지 않는다.


차라리 저벅저벅 하고 온갖 곳을 돌아다녔으면 하는 생각이 든다.


항아리 밖으로 고개를 빼꼼 내밀어 상황을 확인하고 싶었지만, 정체불명의 인물이 그런 내 행동을 노리고 항아리 입구를 빤히 쳐다보고 있을까 싶어 그러지 못했다.


5분이나 지났을까?


다시 발걸음 소리가 들렸다.


소리를 들어보니 정황상 하나다.


이리저리 왔다 가는것 같은데 이상하게도 항아리 안은 확인해보지 않는다.


그리고 그것이 나를, 나와 막내를 더욱 불안하게 만들었다.


가까스로 진정시켜놓은 막내가 다시 동요하기 시작했다.


등을 두드려주며 안심시키고 싶었지만 두드리는 소리가 들릴까 봐 그러지 못했다.


막내의 숨소리가 점점 거칠어진다.


입으로 손을 막았지만 소용없다.


막내의 거친 숨소리가 항아리 안을 이리저리 강타해 공명을 일으켜 내 고막을 찢어버릴 것만 같았다.


다시 발걸음 소리가 멈췄고, 들켰다는 생각에 눈을 질끈 감았다.


항아리 안을 비춘 햇살이 끊어져 서늘한 그늘의 느낌이 났다.


다시 햇살이 항아리를 비춘다.


찰파닥거리는 소리가 나더니 이내 멀어진다.


무슨 상황인가 싶어 실눈을 뜨고 위를 올려다봤는데 구름 한 점 없는 새파란 하늘만이 날 맞이한다.


부, 분명 그늘이 졌었어.


누가 안을 들여다봐서 그늘이 생긴 거라고.


막내를 쳐다보니 눈을 꼭 감고 여전히 가쁜 숨을 쉬고 있다.


밖을 확인해볼까?


날 쳐다보고 있으면 어떡하지?


결심 끝에 머리를 조심조심 항아리 밖으로 내밀어봤다.


아무도 없다.


왜, 왜 아무도 없지?


분명히 그늘이 졌단 말이야.


그늘이 진 건 누군가가 안을 들여봐서 그런거잖아?


혹시나 싶어 하늘을 봤지만 구름 한 점 없다.


구름이 빛을 가린게 아니야.


이, 일단 막내부터 진정시켜야겠어.


“아무도 없어. 걱정하지 마.”


다시 항아리 안으로 고개를 집어넣어 막내에게 말했고 효과가 있었던 건지 안정된 모습을 보였다.


“어떻게 된 거야?”


막내가 내 말에 대답하지 않았다.


막내를 조금 흔들어봤지만, 여전히 반응이 없다.


막내가 진정했다는 건 내 착각이었고, 극심한 공포로 인해 기절한 상태였다.


어떡하지?


일단 빈집으로 들어가야겠어.


항아리 밖으로 살금살금 나와 아무도 없는 걸 재차 확인한 후 막내를 끌어내 내 등에 업었다.


왜 모래밭에 항아리를 두는 거···.


황급히 모랫바닥을 살피니 아니나 다를까 내 발자국이 나 있었고 정확히 항아리앞에서 끊어졌다.


또한 막내로 추정되는 발자국도 보였다.


“그, 그것도 내 발자국을 봤겠지?”


내 생각을 확인시켜주듯 모래사장에 정체 모를 것의 발자국이 있었다.


그 발자국은 내 생각과는 다르게 이리저리 나 있지 않았고 정확히 내가 있는 항아리 주변에만 있었다.


더 경악할만할 사실은 발자국이 한군데에서 제자리 발걸음을 한 듯 뭉쳐져 있다는 것이다.


식은땀이 이마에서 한 방울 떨어져 메마른 모래를 적셨다.


처, 처음부터 내가 여기 있다는 걸 알고 있었어.


그런데도 처음엔 안을 보지 않았어.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처음 밖을 보고싶었을때 내다봤다면 난 분명히 죽었을거야.


그리고 그늘.


확실히 구름 때문에 생긴 게 아니라 그놈이 안을 확인해서 난 거야.


근데 왜?


왜 안을 봤는데 그냥 간거지?


도대체 뭐가 어떻게 돌아가고··· 아, 아니야.


이건 나중에 생각하지.


발자국을 눈으로 좇으니 물가에서 끊어져 버렸다.


갔어.


확실히 갔어.


일단 여기서 벗어나자.


아무도 살지 않을 것 같은 허름한 집···이라고도 부를 수 없는 곳, 차라리 창고라고 불릴만한 곳을 가까스로 찾아 안으로 들어갔다.


막내를 안에 눕혀놓고, 밖으로 나가 항아리부터 나 있던 내 발자국을 지웠고 입구는 일부러 잡동사니를 배치해 오랫동안 쓰지 않았던 곳인 양 위장했다.


다행히도 막내는 새근새근 자고 있다.


들어야 할 말이 많았기에 초조한 마음으로 막내를 깨웠지만, 극심한 긴장 때문이었는지 깨어나지 않았다.


“시간이 많이 지났는데.

마지막 기억으로부터 얼마나 지났는지도 모르겠어.”


그로부터 이틀 이상 지났으면?


아니야.


그런 생각은 하지 말자.


다음날이라고 생각하자.


나는 다음날에 깨어난거야.


내가 마지막 기억이 있던 날 습격이 예정되었고, 취소됐어.


그리고 다음 날 습격한다고 했으니 아직 하루 남았어.


나는 애써 위로하며 긍정적으로 생각했다.


“얘가 달이 뜰 때까지 깨어나지 않으면··· 미안하지만 두고 갈 수밖에.

내일이면 주인님이 말씀하신 날이야.

13시까지 돌아가야 해.”


“으음···.”


내 말을 들은 걸까? 막내가 앓는 소리를 내며 눈을 떴다.


눈을 뜨자마자 깜짝 놀라 주위를 급히 둘러봐 자신이 어디 있는지 살폈다.


“여, 여기는···?”


“걱정하지 마. 항아리에서 무사히 도망쳤으니까.”


“다행이다···.”


내 말에 막내가 긴장을 풀며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어떻게 된 거야? 내가 너한테 물어볼 말이 너무 많아.”


“오빠는··· 모르시겠구나.

어제 일은 기억나세요?”


그렇지!


역시 어제였어!


내일 13시까지 돌아가면 주인님을 만날 수 있어!


“내가 기둥에 묶인 채 회의장에 있었던 거 말하는 거지?”


“네. 맞아요.”


근데 어제 세 자매는 안 보였는데?


“근데 그걸 어떻게 안 거야?”


“참석은 못 해도 이야기는 들을 수 있으니까요.”


“그래서, 난 어떻게 된 거야?

내 마지막 기억은 촌장에 내 얼굴에 탈을 씌우려고 하는 거였는데.”


“오빠가 얼굴에 탈이 닿자마자 발작해버렸어요.”


뭐라고?


“그, 그게 무슨 말이야? 탈을 쓰자마자 내가 발작했다고?”


“네.”


“아, 아니 도대체 왜···?”


“어··· 저한테 왜라고 물어보시면···.”


“그, 그렇지, 그다음엔?”


“촌장님이 이상하게 생각하셔서 탈을 뜯어냈고, 그제야 발작이 멈췄어요.

정신은 잃었지만요.”


탈을 썼는데 발작하는 짐승은···.


“괜찮아요?”


“어, 어. 괜찮아.

그래서, 그래서 어떻게 됐는데?”


“짐승들이 웅성댔어요.

탈을 못 쓰는 짐승은 믿을 수가 없다면서요.

그래서 오빠의 말은 급격히 신빙성을 잃었어요.

공격하는 방향으로 급물살을 탔어요.

그리고 촌장님과 두목님이 동의했고요.”


“그래서 공격한 거야?”


“네. 날이 밝기 전 가야 한다면서···.”


이상해.


내가 알기론 여기서 마을까진 한나절 거리야.


아무리 빨리 출발하고 움직여도 도착하면 아침이 될 시간일 텐데.


그리고 그걸 모르진 않았을 테고.


아무튼.


“나머지 짐승들은?

내가 알기론 모든 짐승이 공격하는 게 아니라고 알고 있는데.

내가 감옥에서 정신 차렸을 때 짐승 한 마리 안 보였어.

그리고 결정적으로.

넌 왜 숨어있는 거야?

아까 항아리에 숨었을 때 왔던 놈은 뭐고?”


그놈 이야기를 꺼내자 막내가 심히 동요하는 모습을 보였다.


내가 기절했던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그 12시간도 안 되는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던 거냐고?


막내를 다그쳐 묻고 싶었지만 그럴 수 없었다.


제정신을 추스를 수 있게 인내심을 기다리니 막내가 입술을 달싹였다.


“뭔지는 몰라요.

다만, 체형으로 미뤄보아 사람으로 의심되긴 해요.”


미룬다고?


의심?


“그 말은 확실치 않다는 거네.”


“네. 온몸을 검은색 천으로 가렸어요.

얼굴까지도.”


“그래서, 그놈이 뭘 했는데?”


“그놈이, 그놈이···.”


막내가 슬픔이 복받쳐오는 듯 제대로 말도 하지 못한 채 눈물을 흘렸다.


“그놈이 마을에 남아있는 짐승들을 죽였어요.”


뭐라고!?


“저, 정말이야!?”


“네, 마을엔 나이든 짐승과 저 같은 어린 짐승밖에 없었어요.

한 놈이지만 우리는 그놈을 막을 수 없었어요.

그나마 남은 어르신들이 그놈을 막으면서 우리에게 도망가라고 했어요.

그, 그 어르신은···.”


뭔가 이상해.


감옥에서 항아리까지 그리고 항아리에서 여기까지, 싸움의 흔적은커녕 핏자국 하나 보지 못했어.


“어르신은 돌아가···.”


쾅, 쾅, 쾅!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나 막내가 급히 입을 다물었다.


어, 어떻게 안 거지?


발자국도 지우고 위장도 완벽하게 했어.


도대체 어떻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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