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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야옹이 님의 서재입니다.

인간, 인간, 인간, 사람, 짐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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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야옹이
작품등록일 :
2022.08.06 20:55
최근연재일 :
2024.05.06 21:00
연재수 :
181 회
조회수 :
5,066
추천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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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970,659

작성
23.03.05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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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72(1)

DUMMY

-랑-



석 아저씨가 계신 덕분에 족장을 손쉽게 만날 수 있었다.


“사도라고 하셨소?”


“네, 맞아요.”


“미안한 말이지만, 혹시···.”


족장이 내 눈치를 살피며 기사를 쳐다봤다.


내가 사도드리니라고 생각하는 거야?


“족장님. 제가 본 바로는 그런 게 아닙니다.

이 두 눈으로 똑똑히 확인했습니다.”


“어허, 내가 무슨 말을 했는지 알고?

내가 말한 건 그 뜻이 아니었소.”


당황하는 걸 보니 맞구나.


이해해.


이해는 하지만 불쾌한 건 변함없어.


“허허, 신이 날 도우셨구나!”


내 표정이 어두워지는 걸 확인한 것인지 족장이 갑작스레 내 손을 꼭 잡았다.


“잘 왔네! 정말 잘 왔어!

안 그래도 짐승 놈들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던 참이었네.”


“···기사님에게 들었어요.”


“내 당장 아랫것에게 일러 연회를···.”


“아뇨, 그럴 필요 없어요.”


내가 단호하게 말하자 족장의 얼굴이 살짝 굳어졌다.


“연회를 좋아하는 편이 아니라 다른 족장에게도 하지 말라고 이르는 편이에요.

별다른 뜻은 없습니다.”


“그러면 식사라도···.”


“식사는 짐승을 처리하고 나서 먹겠습니다.”


“자네가 그렇게 말한다면 어쩔 수 없지.

필요한 건 없는가?”


“없습니다.

기사님과 공조를 통해 처리할 테니 족장님은 편히 쉬고 계세요.”



///



아저씨의 집무실 안.


아저씨와 마주 앉아 차를 마시며 담소를 나누고 있다.


“족장님이 무례하게 행동했는데 참아줘서 고마워.”


“아니에요.

그 정도는 무례한 것도 아니에요.”


별별 족장이 다 있었지.


“저를 며느리 삼으려는 족장까지 있었는걸요?”


“뭐!? 그런 못 배워 처먹은 놈이 족장이라니!”


아저씨는 정말로 화가 난 듯 얼굴이 붉으락푸르락 달아올랐다.


“더 웃긴 건 뭔지 아세요?

그 족장이 제 띠동갑이었어요. 하하.”


“어디 마을이야?

내가 양성소에 돌아가면 반드시 보고해야겠어!”


“괜찮아요, 그러실 필요 없어요.”


“괜찮다니? 그놈들은 가만히 있으면 더 기고만장해져서 천지 분간 못 하고 설쳐댈 거야.”


“다른 족장들이 매장을 시켜버렸으니까 정말 괜찮아요.”


“저, 정말?”


“네, 그러니까 걱정하지 마세요.”


“뭐, 네가 그렇다면 그런 거겠지.

그나저나 정말 고마워.

내가 이 은혜를 어떻게 갚아야 할지···.”


“별말씀을요.

짐승으로부터 고통에 빠진 사람을 구하는 건 사도의 사명이에요.”


아저씨는 내가 사도라는 걸 알자 말을 높였다.


하지만 내가 불편하여 다시 낮추라고 했고 지금의 말투를 하게 되었다.


“그래도···.”


“당연한 일을 한 것뿐이에요.

아저씨도 기사의 책무를 감사의 인사를 받기 위해 하는 건 아니잖아요?

제 일이기 때문에 하는 거지.

아, 그렇다고 형식적으로 행동한다는 건 아니에요.”


“하하, 절대 그렇게 생각 안 해.

그리고 네 말도 일리가 있어.

하지만 누군가가 고맙다는 인사를 하면 기분이 좋잖아?

그걸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것보다는 말이야, 안 그래?”


좋으신 분이야.


아직 많은 시간을 보낸 건 아니지만 그 정도는 알 수 있어.


“그렇긴 하죠.

솔직하게 말하면··· 가끔 저에게 무례하게 행동하시는 분들이 있긴 해요.

그럴 때마다 참기는 하지만 기분이 좋지 않은 건 사실이에요.”


“맞아.

그리고 우리가 오늘만 보고 말 인연이 아니라 다음에 또 보게 된다면?

반드시 당사자끼리가 아니라도 지인을 통해서 알게 된다면?

좋게 남긴 인상을 이어갈 수 있고 그게 우리의 운명을 바꿀 수도 있겠지.”


아저씨의 말에 고개를 작게 끄덕이고 차를 한 모금 마셨다.


말 한마디 한마디가 우리의 운명을 바꿀 수 있지.


은은하게 풍겨오는 차의 향이 아저씨의 선한 인품과 섞여 나를 더욱 편안하게 만들어 주었다.


“그럼 너는 이제 어떡할 거야?”


“족장과 식사도 했겠다.

이젠 여기서 더 볼 용무가 없어요.

돌아가려고 해요.”


“여기 다른 볼일이 있어서 온 거 아니야?”


“네? 제가 다른 볼일이 있다고 말했어요?”


“아니, 그런 건 아닌데···.”


아저씨가 날 흘끔 보고 차를 한 모금 마셨다.


“왠지 다른 용무가 있었던 거 같아서 말이야.”


“하하, 제가 무슨 용무가 있어서 여길 오겠어요?

저랑 아무런 연관이 없는 마을인데.”


“하긴, 그렇겠지.

지금 바로 떠나려고?”


“네, 족장에게 말하면 절 붙잡을 것 같아서요.”


순간.


방문을 두드리는 소리와 함께 병사가 뵙기를 요청했다.


“실례 좀 할게.

들어오세요.”


“충성! 기사님이 말씀하셨던 사건의 최종 보고서입니다.”


병사가 들어와 기사에게 경례를 외치고 종이뭉치를 건네주었다.


“알겠습니다.

돌아가 보세요.”


“정말 미안.

내가 개인적으로 관심을 가지던 사건이라.”


“심각한 건가 보죠?”


“어··· 뭐, 심각하다고 할 정도는 아닌데.

정황이 이상해서 말이야.

너도 한번 볼래?”


“아뇨, 괜찮아요.

외부인이 그런걸 볼 수 없죠.”


한번 볼까 싶었지만, 아저씨가 예의상 권했는가 싶어 거절했다.


“심각한 건 아니니까 괜찮아.

아, 사람이 죽었으니까 너한테는 조금 그러려나?

이런, 내가 사도한테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모르겠네.

사실 사도의 시각에선 어떻게 보고 있는지 알고 싶어서 너에게 보여주려고 한 거야.”


“그럼 잠깐만 볼까요?”


내가 수락하자 아저씨가 종이 뭉치를 나에게 전해줬다.


종이를 한 장 넘기기 사건에 연루된 사람과 짐승이 신상에 적혀있었는데 아주 익숙한 이름이었다.


천하고 언니잖아?


나는 놀란 표정을 숨기지 못하고 아저씨를 쳐다봤다.


“왜 그래?”


“아, 아니에요.”


황급히 표정을 숨기고 급히 훑어보았다.


내용인즉슨, 천이 많은 수의 사람을 살해하고 자신도 오른팔을 잃어버렸다고 적혀있었다.

또한, 언니가 암살자를 고용하여 누군가를 살해하려는 정황이 있었다고도 쓰여있었다.


“이, 이게 사실인가요?”


너무나 당황하여 말을 더듬으며 말했다.


“그렇겠지?

나는 안 봐서 모르겠는데 특별한 게 발견되지 않았다면 맞을 거야.”


천의 팔이 잘려?


그, 그럼 왼팔만 있는 거야?


“그렇다면 이 천이란 사람은 왼팔밖에 없는 건가요?”


“그 사람은 처음부터 왼팔이 없고 오른팔만 있었어.

그리고 오른팔이 잘렸으니 양팔이 없는 거지.”


내가 알고 있는 천하고 다른 사람인가?


그렇다고 하기엔 신상이 천과 너무나 똑같은데.


당장 천을 봐야겠어.


정말 이 보고서의 말대로 천의 오른팔··· 양팔이 없다면···.


“이 팔을 누군가와 싸워서 잘린 건가요?”


“그, 그렇지.”


내가 아까와 전혀 다른 기세를 내뿜으며 말하자 아저씨가 말을 더듬었다.


“여기서 꼼짝 말고 기다리세요.”



///



천의 근처로 가 짐승을 불러내었다.


“랑님?”


“천의 팔이 잘렸어?”


“네, 네? 그게 무슨 말씀이신지···?”


“천의 팔이 잘렸냐고 물었잖아!?”


내가 신경질적으로 말하자 짐승이 화들짝 놀라 오들오들 떨었다.


“아, 아니에요.

주인님은 양팔을 전부 가지고 계시는데···.”


“뭐? 그게 정말이야?”


“네··· 어디서 그런 말씀을 듣고 오셨어요···?”


내 기세가 사그라들자 짐승의 떨림이 멈췄다.


“천은 어디 있어?

내 눈으로 직접 봐야겠어.”


“이, 이쪽으로 오세요.”


따라가니 짐승의 말대로 과연 멀쩡한 모습이었다.


천은 느긋하게 앉아 잔을 들어 물을 마시는 모습이었고 언니는 옆에서 무언가를 열심히 설명하고 있었다.


양팔은 물론, 다친 곳은 아무 데도 없는데?


순간 천이 시선을 돌려 내가 있는 곳을 쳐다본다.


이크, 빨리 피해야지.


“헛소문이네.

아저씨도 참···.”


아저씨가 잘못된 정보를 보여주어 날 당황하게 했다는 분노보다 안도의 한숨이 먼저 나왔다.


“화내서 미안해.”


“아, 아니에요.”


“난 갈 테니까 천에게 내가 왔다는 말은 절대 하지 마.”


“여기까지 오셨는데 보고 가시는 건 어떠세요?

주인님이 랑님을 매우 그리워하시는데···.”


천은 나의 이런 모습을 보여줘도 변함없이 날 반갑게 맞아줄까?


짐승을 죽이고 다니는 괴물인 나를?


“···싫어.”


나중에.


모든일이 끝나고 난 후에.


내가 괴물의 모습이 아닐 때.


“그나저나 지금 어디로 가고 있는 거야?

곰무덤으로 가는 거 맞지?”


“네, 네?

저기··· 그게···.”


짐승이 우물쭈물하며 내 말에 대답하지 않았다.


“아니야?”


“주인님이 랑님을 찾아야 한다면서···.”


나를 찾는다고?


“내가 어디 있는지 알고?”


“랑님이 마지막에 계셨던 도깨비눈물에···.”


짐승이 기어들어 가는 목소리로 말했다.


천은 이렇게 날 생각하는데 나는 피할 생각만 하고···.


“천에게 말해.

도깨비눈물이 아니라 곰무덤이야.”


“그, 그러면 랑님이 오신 걸 말해야 하는데요···.”


“네가 잘 알아듣게 말해.

정 할 수 없으면 말해도 되고.”



///



내가 갑자기 사라지고 나타나자 아저씨가 깜짝 놀라 쳐다봤다.


“어, 어디 간 거야?

갑자기 눈앞에서···.”


“잠깐 볼일이 있어서요.”


아무렇지 않게 자리에 앉았고 아저씨는 궁금한 게 많은 얼굴이었지만 굳이 캐묻지 않았다.


“불편하면 돌려줘도 돼.”


내가 이 보고서를 읽고 심기가 불편해진 걸 낌새챈 것인지 아저씨가 내 눈치를 봤다.


“네? 아니에요.

정말 괜찮아요.”


“저, 정말?”


내가 전과 같은 태도를 보이자 아저씨가 안심해 하며 재차 물었다.


“사실 이 보고서에 있는 사람이 제가 알고 있는 사람이랑 같은 사람이라서요.”


“뭐, 뭐? 진짜야!?”


“네, 천이랑 선 언니요.

그리고 이 짐승은 그 둘을 따라다니는 짐승이고요.”


“아··· 그래서···.”


“네, 천의 팔이 없다는 말을 듣고 급히 가봤어요.

그런데 이 보고서가 잘못됐네요?

아저씨도 잘못 알고 있고요.

천은 멀쩡해요.”


“뭐라고!?”


이번엔 아저씨가 놀라 자리에서 펄쩍 뛰었다.


“다른 사람 아니야!?”


“아니에요.

이 세상에 천과 선의 이름을 가진 두 사람이 짐승을 부리는 확률이 얼마나 될 거라고 생각하세요?”


짐승한테 이 마을에 왔었는지 물어볼 걸 그랬어.


“없다고 봐야지···.”


아저씨가 자리에 털썩 앉으며 말했다.


“내, 내가 괴물을 본 건가···?”


“어쩌면 홀렸을지도요.”


“그 많은 사람이?

내가 선을 만나 탈옥까지 시켜줬는데?”


탈옥?


감옥에 갇혔어?


“그럼 내가 얘기하던 선은 누구지···?”


“일단 저는 가볼게요.

만나기로 한 시간에 다 되어서.”


“그, 그래 가봐.

다음에 또 보자.”


아저씨를 뒤로하고 나는 산어르신님과 불개에게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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