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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야옹이 님의 서재입니다.

인간, 인간, 인간, 사람, 짐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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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야옹이
작품등록일 :
2022.08.06 20:55
최근연재일 :
2024.05.06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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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2.12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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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7

DUMMY

-천-



문이 열리는 순간 우리는 생전 처음 본 괴물의 모습에 얼어 붙어버렸다.


저들도 우리를 한번 보고 멈칫해 안으로 들어오지 않았다.


“뭐, 뭐야?

안에 사람이 있었잖아?”


털이 많은 땅딸보가 말했다.


도깨비와 비슷한 모습처럼 보인다.


나는 얼른 정신을 차려 괴물에게 위협한다.


“꺼져라, 괴물 새끼들아.”


“괴, 괴물?”


이번엔 초록 피부를 가진 괴물이 말했다.


자세히 보니 돼지코와 엄니를 가졌다.


“어, 어머!”


길쭉한 귀를 가진 괴물이 손가락질하며 기겁했고 손가락방향을 보니 짐승을 보고 놀란 듯 했다.


괴이하게 머리카락이 밝은 노란색이었으며 눈은 푸른색이었다.


“저, 저게 뭐야!”


나머지 땅딸보과 초록 피부도 기겁하며 한 발자국 물러났다.


“선! 정신 차리시오!

짐승! 너도 정신 차려!”


남은 오른팔이라도 있었다면 단숨에 저들의 멱을 따버렸겠지만 그럴 수 없었다.


정신 차린 선이 칼을 뽑아 대응했고 짐승은 여전히 천지 분간을 못 하고 자신이 사람이라는 소리만 내뱉었다.


우리는 그렇게 한동안 괴물 3인조와 대치했다.


“자, 잠깐.”


대치를 깨고 땅딸보가 입을 열었다.



“너, 너희들 정체가 뭐야!?”


“괴물 주제에 인간인 척 하는 걸 보니 가증스럽군.”


“괴물?”


“너는 사람도 곰도 도깨비도 범도 아니다.

그리고 짐승도 아니지.”


“지금 저놈 뭐라고 하는 거야?”


땅딸보가 방안으로 한 발짝 내디뎠다.


“가만히 있어!

한 걸음만 더 다가오면 네 멱을 따버리겠어!”


선이 땅딸보에게 위협적인 목소리로 말했다.


“당장 여기서 꺼져.”


“크올리세, 드허크 잠깐만···.”


귀가 길쭉한 괴물이 떨리는 목소리로 나머지 괴물을 불러 무언가를 속삭인다.


“선, 각오하시오.

덤벼들지 모르니.”


귀가 길쭉한 괴물이 손가락을 심각하게 떨며 하늘을 가리켰다.


나머지 두 괴물도 하늘을 보더니 이내 자리에 주저앉아버린다.


“저, 저게 뭐야?”


“여, 여기 도대체 어디야?

일리나, 대관절 어떻게 된 거야?

우릴 어디로 보내버린 거야?”


“쟤들 왜 하늘을 보고 놀라는 거지?”


“수작 부리는 거요.

방심하지 마시오.”


“자, 잠깐만요.

여기는 대체 어디죠?”


가까스로 정신을 차린 귀가 길쭉한 괴물이 우리에게 물었다.


“그것도 몰라?

도깨비산이잖아.”


“도, 도깨비산이요?”


귀가 길쭉한 괴물이 생전 처음 들어보는 듯이 반응했다.


연기라고 하기엔 너무 감쪽같았다.


나머지 두 괴물은 여전히 하늘만 본채 멍하니 있다.


“아, 아니 그런 게 아니라···.

여기는 무슨 제국이죠?”


“제국? 제국이 뭐야?”


“네, 네?”


“제국이 뭐지?

천, 너는 제국이 뭔지 알아?”


제국?


생전 처음 듣는 말이다.


“글쎄.”


“아, 아···.”


귀가 길쭉한 괴물이 현기증을 느끼는 듯 휘청거리며 이마를 짚었다.


“일리나!”


정신을 차린 나머지 두 괴물이 귀가 길쭉한 괴물을 부축했다.


“일리나, 정신 차···.”


별안간 땅딸보가 자리에 픽 쓰러졌다.


정황상 혹부리영감에게 당한 상처가 급속도로 악화하여 쓰러진 것으로 보인다.


초록 피부 괴물이 둘을 각각 겨드랑이에 끼고 안으로 들어오려 한다.


“잠깐! 들어오지 마!

들어오면 정말 죽여버릴 거야!

나 기사 출신이야!”


“부탁한다. 제발 안으로 들어갈 수 있게 해줘.

내 동료가 아까 그 몬스터에게 당했는데 그것 때문에 이런 거 같아.”


선이 나를 힐끔 본다.


내 생각을 따르겠다는 표현일 테지.


저것들은 분명 괴물인데···.


“일단 안으로 들입시다.

괴물이라면 저 문을 열지 못했을 테니.”


“하, 하지만···.”


“어쨌거나 저 괴물이 혹부리영감을 물리쳤지 않소?”


“···알았어.”



///



방에서 서로를 경계하며 대치한 상태다.


조그마한 방에 모여있기에 다닥다닥 붙어있는 상태지만.


땅딸보는 상태가 심각한 듯 연신 앓는 소리를 낸다.


귀가 길쭉한 괴물이 땅딸보 옆에서 알아듣지 못할 말을 연신 중얼거린다.


“안돼요, 제 마법이 발현되지 않아요.”


“뭐!? 지금 농담할 상황 아니야.”


“제가 농담하는 것 처럼 보이나요?

아까도 고작 체인 라이트닝을 쓰는데 고생한 거 알고 계시잖아요.”


도통 알아들을 수가 없다.


“쟤 조만간 죽겠는데?”


“한 시간도 못 버틸 거요.”


귀가 길쭉한 괴물이 우리 대화를 들은 듯 귀를 쫑긋거린다.


정말 괴상하군.


“혹시 아까 그 몬스터가 뭔지 알고 계신 가요?”


“몬스터?”


“네, 몬스터요.”


“몬스터가 뭐지?”


“네? 아, 저기···.

그러니까 집 앞에 있던 거요.”


“혹부리영감.”


“네, 네? 그러니까 그 동화에 나오는 혹부리영감이요?”


“동화? 저기 귀가 길쭉한 괴물님.

혹부리영감은 동화에 나오는 게 아니라 당신과 같은 괴물이야, 괴물.”


“잠깐, 그러고 보니 아까부터 우리를 괴물이라고 하던데 왜 우리를 괴물이라고 하는 거지?

괴물이라고 하면 저놈이 괴물이지.”


초록 괴물이 짐승을 가리키며 말했다.


“아니, 쟤가 아무리 천한 놈이라도 괴물은 아니지.

쟤는 짐승이라고.”


“짐승? 동물을 말하는 건가?”


“뭐라는 거야?

이거 같은 말을 하는 거 맞아?

말이 안 통하는데?”


선이 황당한 표정을 하며 날 쳐다봤다.


“잠깐, 이것부터 물읍시다.

당신들은 어디서 왔소?”


“우리는 크룬에서 왔어요.”


귀가 길쭉한 괴물이 말했다.


“크룬? 크룬이 어디야?

몇 구역에 속했는데?”


“구, 구역이요?”


“그래 구역.

1구역부터 8구역 중에 어디에 속해있냐고?”


“무슨 말씀을 하시는지···.”


“어휴 답답해.

밖으로 나와봐.”


선이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갔다.


귀가 길쭉한 괴물과 초록 괴물이 의아해하며 선을 따라 나갔다.


“이제 보면 알겠지?

네가 태어난 곳을 짚어봐.”


선이 하늘을 가리키며 말했다.


“자, 잠깐.

저, 저곳에도 누군가가 사는 건가요?”


“그럼?”


“아, 아니 그러니까···.”


“드허크, 잠시만요.

제가 설명할게요.”


귀가 길쭉한 괴물이 입을 열기 시작했다.



///



“···제 생각은 이래요.”


“아니, 그러니까 당신들은 다른 세상에서 온 거라고···요?”


“네.”


포탈이란 것을 이용해 자신이 살던 세상에서 이곳으로 왔다니.


믿지 못할 개소리다.


선이 날 한번 쳐다봤다.


선도 믿지 못하는 모양이다.


“믿기 어려우신 거 알아요.

하지만 저희는 더 믿기 어려워요.

우리가 이곳에 왔다는 사실이 말이에요.”


“천, 잠깐만.”


선이 밖을 가리키며 나를 부른다.


“믿어?”


“안 믿소.”


“그렇지?”


“그렇소.”


“그런데 괴물 같아 보이지는 않잖아?”


“음.”


확실히 괴물 같지는 않다.


이성을 가진 채 우리와 차분히 대화하고 있는 것만 봐도.


“오두막 문을 열었어.

이건 괴물이 아니라는 뜻이야.”


“괴물이 아니라면 뭐란 말이오?

저들은 사람도, 곰도, 도깨비도, 범도 아니오.

그렇다고 짐승도 아니지.”


“다른 세상에서 왔다고 하잖아?

세상에.

다른 세상에서 온 인간이라니.”


“저들은 인간이···.”


몸을 돌려 방 안에 있는 괴··· 것들을 쳐다본다.


연신 저들끼리 속닥거리며 의견을 나누고 있다.


“어떡할 거야?”


“어떡하긴? 움직여야지.”


“그런데, 저것들 실력이 꽤 출중한 거 같은데?

혹부리영감을 죽였잖아?”


“죽인 게 아니라 내쫓은 거요.

혹부리영감은 우리에게 호감을 느끼고 있었소.”


“내가 혹을 가지고 있어서?”


“그렇소.

그런데 저것들이 공격해버렸지.

저것들의 실력이 얼마나 출중한지 모르나 이미 죽은 목숨이오.

혹부리영감은 저들이 죽을 때까지 쫓아다닐 거요.

운이 좋아 혹부리영감을 죽였다고 해도 지리도 모르는 이곳에서 방황하다 다른 괴물을 만나 죽을 거요.”


“그, 그러면 우리는?”


“혹부리영감이 우리가 저것들의 동료라고 생각하기 전에 떨어져야지.”


“안돼··· 하늘이 내려주신 기회였는데.”


선이 풀이 죽어 어깨를 축 늘어뜨리며 탄식했다.


“목숨부터 부지합시다.

당장 떠나야겠소.”


내 말을 들은 선이 지도를 펴 살펴본다.


“알았어, 어디 보자··· 이쪽으로 가면 되겠다.”


내게 지도를 보여주며 손가락으로 짚어준다.


“알았소. 가서 짐과 짐승을 데리고 나옵시다.”


우리가 오두막으로 걸어오자 저들도 대화를 멈추고 우리를 쳐다본다.


“만나서 반가웠소.

우리는 이만 가보겠소.

그럼···.”


“자, 잠깐만요!”


귀가 길쭉한 것이 우리를 붙잡았다.


“왜 그러시오?”


“떠나시려고요?”


“그렇소.

갈 길이 바빠서.”


“저희를 도와주세요.”


“내가 왜?”


나의 퉁명한 대답에 귀가 길쭉한 것이 아랫입술을 깨문다.


어느새 짐을 챙긴 선이 짐승의 목줄을 쥐고 내 옆으로 다가왔다.


“저, 저희도 당신들을 도와드릴게요.”


“우리는 당신들 도움 없이 여길 빠져나간 적이 있어요.”


선이 나를 대신해 답했다.


“그리고 이번에도 빠져나갈 거고요.

다른 세상에서 온 인간이라고 했으니 여길 잘 모르시겠죠?

충고 하나 할게요.

이 도깨비산에는 혹부리영감만 있는 게 아니에요.

당신들은 상상도 하지 못한 괴물이 우글거리는 곳이죠.”


귀가 길쭉한 것이 침을 크게 삼킨다.


“일리나, 걱정하지 마!

나 드허크야!

콜로세움의 지배자 드허크라고!

그리고 너도 9 클래스를 바라보는 대마도사잖아!”


초록색 피부가 자신의 가슴을 쿵쿵 치며 말했다.


도통 뭐라고 하는지 모르겠군.


“다행이네요.

콜로세움? 대마도사? 뭐가 됐든 당신들께 행운을 빌어요.

아, 참.

괴물은 오두막 문을 열지 못하니 닫고 있는 게 좋을 거예요.

만일 문을 열었다면 괴물이 아니라는 반증이니 알아두세요.”


“제가 당신을 치료해드릴게요!”


선의 말을 끝으로 길을 나서려는데 귀가 길쭉한 것의 목소리가 내 발걸음을 붙잡았다.


“그 팔을 보아하니 최근에 다치신 것 같은데 제가 치료해드릴게요!

두 팔 전부 다요!

원하신다면 등이 굽은것까지!”


“천, 너도 알겠지만 없어진 팔을 되돌리는 건 말도 안돼.

그런데 뭐?

노예기사의 상징인 굽은 등마저 고친다고?

저 귀쟁이의 말을 믿지마.”


귀쟁이라는 말이 달라붙는군.


하여튼, 말도 안돼.


그런 건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지.


하지만 저들의 세상엔···.


“제가 할 수 있어요!

그레이트 힐을 이용하면 없어진 팔쯤은 문제도 아니에요!”


잘린 두 팔을 되돌릴 수만 있다면.


“천, 저건 말이 안 돼.

우리를 기만하는 거라고.”


“내 팔을 되돌릴 수 있다고?”


선의 말을 무시하고 귀쟁이의 앞으로 가 물었다.


“네, 네! 정말이에요!”


“개소리는 작작하는 게 좋아.

그렇다면 네 동료에게 그레이트 힐이란걸 쓰지 그래?

한 시간 이내에 죽을 거라는 게 농담 같나?”


“그, 그건···.

그레이트 힐은 극도의 집중력을 필요로 하는 마법이에요.

하지만 어째선지 여기선 마법이 잘 캐스팅되지 않아···.”


“할 수 있는 거야? 없는 거야?”


“하, 할 수 있어요.”


“한 시간 주지.

네 동료를 살린다면 널 믿겠다.

또한, 내 팔과 등을 치료한다면 너희들을 도깨비숲에서 빠져나가게 해주지.”



///



다시 오두막 안으로 들어와 귀쟁이를 유심히 쳐다보고 있다.


땅딸보 곁엥 앉아 눈을 감은 채 알아듣지 못할 말을 중얼거린다.


수십 분째 반응이 없는 걸 보니 우릴 어떻게든 잡아두려는 속셈으로 거짓말을 한 게 분명하다.


“네? 정말이요?

그러니까 당신들 세상은 하늘에 아무것도 없다고요?”


“그렇다니까.

나는 여기 하늘 보고 기절초풍했잖아.”


“그러면 하늘에 뭐가 있는데요?”


“어··· 구름하고 새?”


“네? 아니, 아니 그러면 땅이 얼마나 좁길래 하늘에 아무것도 없어요?”


“어, 어? 땅이 좁지는 않은데.”


초록 피부가 자신의 머리를 긁적이며 말했다.


“얼마 난데요?”


“글쎄? 나도 전부 가본 게 아니라.”


“한 바퀴 돌려면 얼마나 걸려요?”


“한 바퀴? 아, 우리는 그런 게 아니라···

이걸 뭐라고 설명하지?”


“알았어요. 설명하기 어려우면 안 해도 돼요.”


“그나저나 신기하네.

여기도 사람이 있을 줄이야.”


“거기도 사람이 있어요?”


“어, 우리 동료중에도 사람이 있거든.”


“그 동료분은 어디있어요?

설마 돌아가신건···?”


“아냐, 안죽었어.

용사가 죽을리가 없지.

같이 안온거뿐이야.”


“용사요?”


“용사가 뭐냐면···.”


순간 땅딸보의 몸에서 환한 빛이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돼, 됐다!”


귀가 길쭉한 것이 환희에 찬 목소리로 말했다.


이윽고 빛이 사그라들었고, 땅딸보가 거짓처럼 눈을 뜨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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