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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야옹이 님의 서재입니다.

인간, 인간, 인간, 사람, 짐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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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야옹이
작품등록일 :
2022.08.06 2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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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5.06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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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9.25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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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118-1(2)

DUMMY

-자귀추적자-



“억울합니다.”


자신을 새타니라 부르는, 웃기지도 않은 어린 짐승 새끼 하나가 눈앞에 나타나 다짜고짜 흐느꼈다.


“저는 이대로 못 죽습니다.”


이미 죽었는데 못 죽는다니?


“잘못 찾아온 거 아니야? 나 사람이야. 짐승이 아니라고. 나한테 죽은 짐승만 해도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은데 나보고 원한을 풀어달라?”


“그렇습니다.”


“내가 왜? 내가 미쳤다고 짐승의 원한을 풀어줘? 개소리도 이런 개소리가 없네.”


무시하고 걸음을 옮기려는데 새타니가 날 붙잡는다.


이 새끼가?


미친 짐승의 목을 잡고 꺾어버리려 했는데 내 손이 목을 통과한다.


진짜 귀신인가?


세상이 흉흉하다 하지만 귀신까지 나타날 줄이야.


“아무리 당신이 자귀추적자라고 해도 귀신을 죽일 수는 없습니다.”


하, 씨발.


“그래, 천년만년 쫓아다녀. 무시하면 그만이니까.”


“사도님에게도 나쁜 제안은 아닙니다.”


“뭔데?”


새타니가 아무런 표정 없이 부탁했다.


“다시 한번 부탁드립니다. 저의 억울함을 풀어주십시오.”


“아, 씨. 일단 말해봐. 듣고 나서 판단해 볼 테니.”


“··· 이렇게 된 일입니다.”


“그러니까 아무 말도 듣지 못하고 희생당한 게 억울하다. 그러니 복수를 해달라. 이거야? 미안하지만 난 위대한 강물에 있는 쏟아지는별의 성을 가진 사람은 물론 부족민한테는 털끝 하나 손대지 않을 거야.”


“짐승. 제가 말한 짐승 2마리에게만 복수해 주신다면 여한 없이 이승을 떠날 수 있습니다.”


“내가 얻는 건?”


“부탁드립니다.”


고개를 조아릴 뿐 더 이상의 행동과 말은 없다.


흥미가 있긴 한데.


원로를 잡을 기회니까 나쁘진 않아.


무슨 일인지 한번 알아봐야겠어.



///



“분위기 왜 이래?”


외성 안에 들어가니 어수선 분위기가 느껴진다.


사람들이 삼삼오오 모여 무언가를 속삭이고 있고 경비단은 쉴 새 없이 뛰어다니며 모인 사람들을 해산시키고 있다.


“나한테 얘기 안 한 게 있었나? 어이, 어디 갔어?”


주변을 둘러봐도 새타니가 보이지 않는다.


흠.


거기서 여기까지 날아오고 있나?


귀신은 내 능력이 안 통하는 모양이네.


어쩌지?


대족장의 궐에 바로 쳐들어가는 건··· 좀 그런가?


한자단까지 갈 필요는 없고.


주막에 죽치고 앉아 어떻게 된 상황인지 사정을 살펴봐야겠어.


근처에 있는 주막에 가 대충 걸터앉아 귀를 기울였다.


하지만 내가 잠깐 앉아있는 사이에도 경비단이 들어와 입을 놀리는 사람이 없는지 확인해 알아낼 수 있는 건 없었다.


하는 수 없이 자리에서 일어나려는데 입구에서 한 아이가 기웃거리며 눈치를 보고 있는 게 보인다.


“아니, 이게! 여기가 어디라고 오는 게야!? 썩 꺼지지 못해!”


“나, 남는 밥이라도 주시면 안 될까요? 며칠 동안 굶어서···.”


“남는 밥? 널 줄 바의 우리···.”


동네를 뻔질나게 돌아다니며 구걸하고 있을 테니까 소문에 대해 빠삭하겠지?


“주모! 그 아이 들여보내.”


“네, 네?”


돈 몇 푼을 올려놓자, 표정이 금세 바뀐다.


“아휴, 진작에 말씀하시지. 난 또 어디서 빌어먹는 거지인 줄 알았잖수.”


손짓해 재촉하자 아이가 눈치를 과도하게 살피며 내 앞에 앉는다.


“감사합니다···.”


“내가 묻는 말에 대답하면 배부르게 먹여주고 집에 싸 갈 수 있어. 무슨 말인지 알지?”


“하, 하지만···.”


아이가 출입구를 한번 쳐다본다.


경비단이 시도 때도 없이 들락날락하는 걸 당연히 봤기에 저러겠지.


고민하는 모습을 보인다.


“오죽하면 여기까지 와서 구걸했겠어? 경비단을 살필 여력이 있을까?”


“그, 그러시면 우리 집에 가시는 건 어떨까요?”


요놈 봐라?


“그래, 언니는 랑이야. 너는?”


“희요. 제 이름은 희라고 해요.”



///



희가 안내한 집 앞에서 주변을 둘러봤다.


흠, 똥통에 살 거로 생각했는데 제법 깔끔하네.


“헤헤, 언니. 여기가 우리 집이에요.”


“그래. 허튼짓하지 마라. 언니 무서운 사람이야.”


“네?”


“아니야. 먼저 들어가.”


희가 경쾌한 발걸음으로 양손에 음식을 가득 안고 안으로 들어간다.


“언니 왔다!”


동생이 있나?


뒤따라서 들어가는데 이부자리에 곤히 자는, 아직 엄마의 품이 더 필요할 나이 때의 여자아이가 보인다.


고아인가?


하긴, 그러니까 음식을 구걸하고 다니겠지.


씨발···.


“네 동생 자는데 깨우지 마.”


“밥만 먹이고요. 아까 배고프다고 저한테 그랬거든요.”


“그 음식은···.”


어린아이가 먹기엔 너무 자극적이잖아.


희가 먹기에도 그리 바람직한 음식은 아니지만···.


“네?”


“여기 아궁이 없어?”


“있긴 한데 왜 그러세요?”


“싸 온 건 네 동생 주지 말고 나중에 나 없을 때 먹어. 지금 먹을 건 언니가 해줄 테니까.”


“이걸로 주면 먹으면 돼요.”


“언니 말 들어.”


“네···.”


희가 동생을 깨우려던 걸 멈추고 상 앞에 앉는다.


“언니는 안 드세요?”


“먹을 거야. 그러니까 기다려.”


서둘러 고깃덩이와 각종 채소를 사 들고 희의 집으로 돌아왔다.


“왔어요? 저는 언니가 이대로 가버리는 줄 알고···.”


“여기 달걀 있으니까, 나중에 나 없을 때 먹어.”


“와- 달걀!”


화로를 준비하고 석쇠 위에 고기를 올렸다.


치익하는 소리와 냄새가 온 집안에 퍼진다.


“고기!”


“꼬기다 꼬기!”


“호들갑 떨기는.”


희와 희의 동생이 손뼉을 짝짝 치며 기뻐했다.


먹은 지 오래됐나?


적당히 익은 고기를 골라내 접시에 담고 그중 일부는 가위로 잘게 잘라냈다.


“먹어. 네 동생은 내가 먹일 테니까.”


“언니는요?”


“나는 이런 거 많이 먹어서 질려.”


자른 고기 한 점을 젓가락으로 집어 후후 불어 희의 동생에게 주었다.


이놈 참.


작은 입을 오물거리면서 맛있게도 먹네.


고기가 반쯤 사라지자, 회의 동생을 곧바로 잠이 들었고 희도 젓가락을 놓는다.


왜 안 먹지?


“왜?”


“엄마하고 오빠가 오면 주려고요···.”


엄마하고 오빠도 있었어?


그 사람도 구걸하러 갔나?


뭐가 이상한데.


“둘 다 어디에 있는데?”


“준 오빠는···.”


희의 표정이 어두워진다.


“오빠가 내성에 가서 돌아오지 않아요··· 엄마도 내성에 갔는데···.”


“두 사람은 왜 내성에 갔는데?”


“대족장님의 명을 받고··· 저희는 원래 근처 마을에서 살았거든요. 엄마하고 전부 다요. 아, 오빠는 여기서 경비단으로 일하고 있었어요. 근데 어떤 사람하고 짐승이 와서 우리를 이리로 데려오고···.”


울음을 터뜨린 희가 두서없이 뒤죽박죽 말했다.


새타니가 말한 일과 연관이 되어있나?


왠지 느낌이 그런데.


“잠깐, 잠깐. 희야. 조금만 진정하고 말해볼래? 언니가 무슨 말인지 하나도 모르겠어.”


“네에···.”


희가 눈물을 훔쳐낸다.


“일단, 너는 원래 여기서 살던 사람이 아니라고?”


“네. 근처 마을에서 살았어요.”


“그런데 누가 이리로 데려왔고.”


“네.”


“그다음엔 두 사람 전부 내성으로 갔다는 거지? 그 후론 돌아오지 않고.”


두 사람 전부 대족장의 딸과 연관이 되어있나?


이거 결국엔 대족장에게 가봐야되는거네.


“알았어. 그리고 여기 분위기가 어수선하던데 무슨 일이 있었던 건지 말해봐.”


“저도 자세히는 몰라요. 그냥 여기저기서 듣기만 해서.”


“그거라도 말해봐.”


“여기 대족장의 따님이 아픈건 알고 있어요?”


알 인간은 다 알고 있지.


“어.”


“그분의 병을 고치려고 대족장이 누군가를 불렀대요. 그런데 그 사람이 무슨 생각인지 모르겠는데 짐승을 이용해서 치료를 시도했다고 들었어요.”


잠가위에 잠식되었다고 들었는데 그게 해결이 되나?


천도 잠식되었는데 듣기론 자기가 눈치채기 전엔 절대로 못 빠져나온다고 들었는데.


··· 천은 지금 어디에서 뭐 하려나?


보고 싶다.


“계속해 봐.”


“그런데 치료가 생각대로 되지 않아 대족장님의 따님이 위험에 처했었다, 여기서 분열이 생겼다고 해요. 대족장의 따님을 살려야 한다는 것과 죽게 놔둬야 한다는 파로.”


“뭐라고!? 왜?”


“대족장의 따님은 아 쥔 타거든요.”


아!


이유야 어찌 됐든 결국엔 짐승이 대족장의 딸을 죽인 셈이니 앙갚음으로 만들어 모든 짐승을 쓸어버리려고 했구나.


무서운 새끼들이네.


나도 모르게 침을 꿀꺽하고 삼켰다.


“그래서. 어떻게 됐어?”


“제가 아는 건 여기까지예요.”


“그래, 그렇군. 알았어.”


“내성에 가실 거예요?”


대족장에게 가봐야겠어.


“어.”


“가시면 우리 엄마하고 오빠 좀 찾아주시면 안 될까요? 저는 내성에 들어가지 못해서···.”


“알았어. 네 오빠 이름은 준이고. 엄마 이름은 뭔데?”


“없어요···.”


“응? 이름이 없다니?”


“우리 엄마는 짐승이에요.”


뭐라고!?


“짐승? 그게 무슨 말이야? 너 짐승이야?”


큰소리치고 싶은 거 가까스로 억누르고 조곤조곤 말했다.


“아뇨. 엄마만 짐승이에요.”


이게 말이 돼?


짐승이 어떻게 사람을 낳아?


“그러니까···.”


희가 자기 가족에 대해 설명해 주었다.


“··· 이렇게 된 거예요.”


고아를 돌보는 짐승이라고?


이게 말이 되나?


거둬들여서 어디 팔아먹는 거 아니야?


“일단, 일단 알았어.”


급한 건 이게 아니니까.


해결할 거 먼저 해결하고.


“갔다가 다시 올 테니까 이제 구걸하면서 돌아다니지마. 성이 뒤숭숭하니까 어떻게 될지 몰라.”


나는 희의 대답을 듣지 않고 집을 나섰다.



///



“뭐라고요?”


“나 사도니까 대족장한테 말하라고.”


“네가 사도면 난 노예기사다. 저리 안 꺼져!? 엉덩이를 흠씬 두들겨 맞아야 정신을 차리려나!?”


농담하는 걸 보니 그리 심각한 건 아닌 거 같은데.


“잘 봐. 내가 사도라는 걸 보여줄 테니까. 저기 저 나무 보이지?”


근위대원이 내가 가리키는 나무를 쳐다본다.


“저기에 내가 벼락을 떨어뜨릴 거야.”


말대로 나무에 벼락을 떨어뜨리자, 근위대가 움찔한다.


“봤어? 그러니까 안에 기별 넣어.”


“우, 우연히···.”


“너한테 떨어뜨려 볼까?”


“아, 알았으니까 잠시 기다려 주시오!”


천천히 근위대에게 떨어지니 기겁하며 나를 만류한다.


이윽고 내시가 나와 내 앞에 선다.


“사도라고 하셨습니까?”


“그래.”


“어인 일로 찾아오셨습니까?”


“대족장한테 볼일이 있어서. 안내 좀 해줘.”


“알겠습니다. 이리로 오시지요.”


이렇게 쉽게?


진작에 올걸 그랬나?


“대족장님을 뵈기 전에 궁금하신 사항이 있으십니까?”


내시라 그런가? 눈치가 빠르네.


“따님은 괜찮으신가?”


“다행히도 하늘이 도우셨지요.”


“잘됐군. 그런데 말이야. 내가 이상한 소문을 들어서 말이지.”


“··· 무슨 소문 말씀입니까?”


모른척하겠다 이건가?


아니면 듣는 사람이 있어 말하기 곤란하다는 건가?


“아니야. 지금 생각해 보니 얼토당토않은 말이네.”


“알겠습니다.”


어느새 접견실에 도착해 기다리고 있으니, 대족장이 반갑게 다가와 나를 맞이한다.


“어서 오시오. 반갑소. 나는 쏟아지는 별 안이라고 하오.”


“랑이라고 해요.”


“허허, 앉으시오. 우리 앉아서 얘기합시다.”


표정이 좋네?


딸이 살아났나 보지?


“따님은 평안하신가요? 아차, 제가 실수를···.”


안부를 가장해 다의 생사를 물어봤다.


“걱정해 줘서 고맙소, 내 딸은 이제 건강하게 잘 있으니 걱정하지 마시오.”


실패했나 보군.


하긴, 너무 얼토당토않은 계획이었어.


아쥔타를 짐승에게 죽게 해 앙갚음의 표적이 되게 하다니.


“그렇군요.”


고개를 묵묵히 끄덕여 대족장이 더 말하도록 두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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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3 126(2) 23.11.12 7 0 11쪽
142 126(1) 23.11.12 10 0 12쪽
141 125(2) 23.11.05 8 0 12쪽
140 125(1) 23.11.05 8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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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6 ■■■ 23.10.07 12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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