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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야옹이 님의 서재입니다.

인간, 인간, 인간, 사람, 짐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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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야옹이
작품등록일 :
2022.08.06 20:55
최근연재일 :
2024.06.30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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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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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11.19 2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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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7(2)

DUMMY

-회귀자-



“아저씨, 저랑 내기 하나 하실래요?”


“내기?”


뜬금없이?


“아저씨는 모든 일이 결정되어 있다고 믿고, 저는 모든 일은 우리의 선택에 따른 결과라고 생각하잖아요.”


“그렇지.”


“그러니까 누구 말이 맞는지 내기해 보자는 거예요.”


“하하, 어떻게 할 건데?”


“지금 곰무덤에 가서 이무기가 어떻게 되는지 확인해 봐요. 살거나, 죽거나 둘 중 하나겠죠? 아니지, 이무기를 해결하거나 못하거나.”


“둘 중 하나겠지.”


“이무기를 해결하던지, 못하던지. 하나가 결정되면 결과는 바뀌지 않을 테고, 제 말이 맞는다면 결과는 바뀌겠죠.”


“그래, 다 좋아. 네 말이 다 맞아. 그런데 가장 중요한 문제가 있어.”


“뭔데요?”


“그런데 그걸 어떻게 확인할 건데? 너는 시간을 못 돌려.”


얍얍이 묘한 미소를 지으며 지긋이 날 바라본다.


“만약에, 우리 둘 중 하나가 어떻게든 알 수 있게 되면 보답을 해주는 거로 해요.”


이 애가?


아니, 아니지.


어린아이가 그냥 한 말이겠지.


“좋아. 그럼, 보답을 뭐로 하는 게 좋을까? 소원 들어주기?”


“소원 들어주기는 너무 시시하잖아요. 생각을 바꾸는 건 어때요?”


“생각을 바꾼다고?”


“네. 단순히 상대방의 말이 맞는다고 인정하는 걸 넘어 그게 사실이라고 받아들이는 거예요.”


“그러니까 생각을 고치란 말이지?”


“헤헤, 네.”


“그게 될까? 만약에 내가 시간을 되돌렸다고 치자고.”


“네.”


“그런데, 결과가 달라지지 않았어. 그래서 너에게 찾아갔는데 네가 기억하지 못하면? 우린 처음부터 내기해야 하는데. 어쩌면 이 대화도 우리가 나누는 2번째 대화일 수 있어.”


“그럴 일은 없어요.”


“응?”


“제 말이 맞으니까 그럴 일은 없다고요. 그러니 아저씨만 지금까지 한 대화를 기억하면 돼요.”


··· 뭔가 알고서 이런 말을 하는 거야?


아니면, 단순히 치기 어린 마음에 지고 싶지 않아서 말하는 건가?


지금까지 이 아이가 보여왔던 행동을 보면 어린 마음에 그러지는 않았을 텐데.


내 정체를 알아차렸을 리는 없고.


“싫어요?”


“그래, 뭐. 해보자. 지는 인간이 생각을 바꾸기로.”


“히히, 보나 마나 제가 이길 거예요. 그리고 그게 아저씨의 인생을 송두리째 바꿀 거고요. 두고 보세요.”



///



“마지막 주막이에요.”


“저기를 지나면 아무것도 없다는 말이지?”


“네.”


“정말 이 뒤로는 아무것도 없어? 자는 곳이나 밥 먹는 곳 정도는 있을법한데.”


“아저씨. 어디 산속에서만 살다 왔어요?”


“어, 어?”


“곰들이 무덤 근처에 건물을 세우는 것을 싫어하는 건 유명한 얘기잖아요.”


“아, 그렇지.


얍얍은 내 얼빠진 대답에 아랑곳하지 않고 주막으로 걸어간다.


“응?”


얍얍이 걸음을 멈추고 고개를 갸웃거린다.


“왜, 문제 있어?”


“아, 천님이···.”


얍얍이 혼잣말로 천을 부른 후 조심스럽게 앞으로 걷는다.


무슨 일이야?


주막에 가까워지자 이루 말할 수 없는 참상이 눈앞에 펼쳐져 있다.


“이, 이게 도대체 어떻게 된 거야?”


얍얍은 내 말에 답하지 않고 널브러진 시체들을 이리저리 넘나들며 훑어본다.


“아저씨. 날이 저물어 가는데 여기서 하루 묵고 가는 게 어떨까요?”


“뭐라고!?”


이런 곳에서 잠을 잔다고!?


“너 지금, 이 상황이 어떤 상황인지 몰라서 그래!? 여기 보라고! 여기 시체들이 아무렇게나 있는 곳에서 자고 간다고!?”


“곰이 죽은 게 아니잖아요.”


“너, 정말 머리가 어떻게···!”


“아저씨. 그럼 어떻게 할까요? 제사상이라도 차려서 제사라도 지낼까요? 거기다 땅에 묻거나 화장까지 해야 하나요?”


“내 말은 그게 아니잖아!”


“뭔데요? 아저씨가 말하고 싶은 바를 말씀해 보세요.”


“나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아무 생각 없이 반대만 했기 때문에.


“이 짓을 한 범인이 다시 찾아올까 봐 불안해서 그래요? 아니면 우리가 누명을 쓸 수 있어서?”


“그게 아니라··· 아무 일 없었다는 듯이 시체 옆에서 자는 게 거북해서 그래.”


“아하! 그렇다면 작게 명복이라도 빌어주고 주무세요.”


“그래도 빨리 가는 게 낫지 않을까? 이런 곳에 있으면 해코지당할 수 있어.”


“밤에 움직이는 게 더 위험해요. 일단 한숨 자고 생각해요.”


너 같으면 여기서 아무 일 없었다는 듯이 잘 수 있었어?


하긴, 잘 수 있으니까 그런 말을 했겠지.


어쩔 수 없어 제일 깨끗해 보이는 곳으로 들어가려는데 인기척이 들렸다.


고개를 돌려보니 아무 당황한 채 주위를 둘러보고 있는 남녀의 사람이 보였다.


“이, 이게···.”


“손님이신가 보네요. 그런데 이거 어쩌죠? 지금 상황이 이래서.”


“시, 실례합니다. 그럼, 이만.”


“잠깐만요. 무슨 오해를 하고 계신 거 같은데요.”


남녀가 당황하며 자리를 벗어나려고 했지만 얍얍이 이를 막았다.


“아시는지 모르겠지만 여기가 마지막이에요. 여기가 아니면 꼼짝없이 노숙해야 할걸요?”


“괘, 괜찮습니다. 저희는 이만 가보겠습니다.”


“저희가 그런 거 아니에요. 저희도 와보니 이런 상황이 펼쳐져 있던걸요? 하지만 어떡하겠어요. 여기가 아니면 밖에서 자야 하는데. 꺼림칙하긴 하지만 추운 곳에서 자는 것보다 낫잖아요?”


여인이 재차 거부했지만 얍얍이 다시 제안했다.


내가 보기엔 전혀 안 나아 보이는데.


“저희도 2명에서만 자는 게 거북했는데 마침 2분이 더 오셨네요. 한밤만 같이 지내는 게 어떨까요? 이거 보세요.”


얍얍이 방문을 열어 방안을 보여준다.


“안은 깨끗하다고요.”


저 남녀도 밖에서 자기는 싫었는지 갈등하는 모습을 보인다.


“그, 그럼, 의논을 좀 해볼게요.”


“네. 저희는 먼저 들어가 있을게요. 아저씨, 들어가요.”


“어, 어. 들어가야지.”


번갯불에 콩을 볶아 먹는 얍얍의 행동에 반대했던 사실을 잊고 나도 모르게 방 안으로 들어갔다.


들어가서 확인해 보니 실제로 밖과 다르게 아주 깨끗했다.


“이 정도면 하룻밤을 지내기엔 충분하지 않을까요?”


“어, 뭐. 그렇긴 하네.”


밖이 아수라장이라서 그렇지만.


“그런데 저 사람들도 참 딱하네. 하필 이럴 때 와서 말이야.”


“돌아가겠죠. 이런 참극까지 봤는데 곰무덤엔 이무기까지 있으니깐요.”


“그렇겠지?”


“그럼요. 이무기가 있는데 간다고 하면 보통 사람이··· 앗. 온다.”


이쪽으로 오는 발걸음 소리에 얍얍이 말을 끊고 문을 쳐다본다.


“저기, 안으로 들어가도 될까요?”


“그럼요, 어서 오세요!”


얍얍이 문을 열고 남녀를 맞이한다.


“실례하겠습니다.”


남녀가 방안에 들어와 고개를 숙였고 여자가 감사 인사를 표했다.


남자는 과묵한 편인가?


말 한마디를 안 하네.


“하하, 우리 집도 아닌데요. 그래서··· 어떻게 하기로 했어요?”


“말씀대로 하룻밤만 있다가 가려고 해요. 날도 이미 저물었고 해서요.”


“잘 생각하셨어요.”


얍얍의 표정이 잠깐 변했다가 다시 돌아왔다.


“그런데, 실례가 안 된다면 두 분은 부부입니까?”


“네, 네? 저희요?”


“네.”


여인이 놀란 눈으로 날 쳐다보고, 서로를 쳐다본다.


쳐다보며 민망한 미소를 짓는데 부부가 분명해 보인다.


“그, 그렇죠. 네 맞아요. 부부.”


역시나.


두 사람이 여행이라도 다니는 건가?


그나저나 대단하네.


이런 흉흉한 세상인데 여행을 다니다니.


사내의 덩치가 제법인 걸 보아 제법 한가락 하나 본데?


그래서 아무 걱정없이 다니나?


“그런데 이것 참··· 상황이 이상하게 됐습니다.”


“네. 저희도 당황스러워서 어쩔 줄 모르겠어요.”


“두 분은 곰무덤으로 가시는 건가요?”


“네. 그런데 이걸 어떻게 해야 할지···.”


“가지 마세요.”


“네?”


얍얍의 단호한 말에 여인이 놀란 눈으로 쳐다본다.


“지금 곰무덤의 상황이 그렇게 좋지 않아요. 잘못하면 목숨을 잃을 수도 있고요.”


“무슨 일이 일어났길래···?”


“이무기가 나타났어요.”


“이, 이무기요?”


부부가 깜짝 놀라 얍얍을 쳐다본다.


“그, 그게 무슨···!”


얼마나 놀랐던지 여태껏 말이 없던 사내가 처음으로 입을 열었다.


“말 그대로예요. 지금 곰무덤에 이무기가 나타나 여행 같은 건 할 수 없는 상황이에요.”


“그, 렇군요.”


부부가 서로의 얼굴을 본다.


“이거 어떡하지?”


“글쎄···.”


그래.


고민되겠지.


여행지에 괴물이 있어도 안 가는데 그 괴물이 보통 괴물이 아니면 더더욱 안가겠지.


··· 그런데 안가겠다고 말을 안 하네?


“이, 일단 서로의 의견을 좀 나눠봐야 할 것 같아요.”


“그러시군요. 그럼, 저희가 자리를 피해드리겠습니다.”


“아, 아니에요. 저희가 나가서···.”


나는 서둘러 얍얍의 손을 잡고 방안을 빠져나왔다.


밖으로 나오니 어느새 피 냄새를 맡은 동물들이 시신을 하나씩 물어가고 있었고 우리를 보자마자 긴장하며 행동을 멈춘다.


그래 물어가라.


시신이라도 안 보이면 기분은 조금이라도 더 나아지니까.


“저 방으로 가자.”


“네. 그렇게 해요.”


다른 방을 골라 들어가니 이곳도 깨끗하기는 마찬가지다.


“우리는 여기서 자는 게 낫겠지?”


“왜요?”


“저기는 부부잖아. 괜히 우리가 끼어들어서 방해할 필요는 없지.”


“아하. 그렇네요.”


얍얍의 말을 끝으로 우린 한동안 침묵 속에 있었다.


하지만 그 침묵의 시간에 갇혀있는 우리와 달리 부부는 의견을 교환하고 있는지 연신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 돌아가겠지?”


“글쎄요.”


“글쎄요라고? 너는 돌아가지 않는다고 본 거야?”


“제 느낌인데 저 사람들 보통 사람이 아닌 거 같아서요.”


전혀 그렇게 안 보이던데.


“어떤 점에서?”


“이런 혼란한 시기에 여행을 다닌다? 이상하지 않아요?”


“나도 그 생각을 하긴 했는데. 뭐, 남자가 싸움을 잘하겠지.”


“칼 한 자루 없이요? 아니, 다른 무기도 안 보이던데.”


“품속에 단검이나 그런 게 있겠지.”


“그거 말고도요. 제가 괴물이 있다고, 그것도 이무기라고 했는데 바로 안간다고 하는게 아니라 의논을 한다? 이상하잖아요.”


“부부가 신중한 성격인가 보지.”


“흐음, 그런가?”


“그냥 좋게 생각해. 항상 그렇게 의심하는 것도 안 좋은 거야.”


“네. 알았어요.”


얍얍이 의외로 쉽게 수긍하는 모습을 보인다.


내가 얍얍을 너무 어렵게 생각했나?


이럴 때 보면 영락없는 어린앤데.


“저기, 계세요?”


“네. 들어오세요.”


부부가 문을 열고 들어온다.


“저희가 얘기해 봤는데요.”


보나 마나 돌아간다고 하겠지.


“네. 역시 안 되겠죠? 이무기가 보통 존재는 아니니깐요.”


“그래도 한번 가보려고요.”


“네!?”


나는 깜짝 놀라 부부를 한번 쳐다보고 얍얍을 쳐다봤다.


아니나 다를까 얍얍은 그럴 줄 알았다는 미소를 지으며 부부를 쳐다보고 있었다.


“아, 아니. 왜요? 거기 가시면 죽을지도 몰라요.”


“자세한 건 말씀 못 드리지만 저희가 곰무덤에서 할 일이 있어서요.”


목숨에 위험을 받으면서까지 할 일이 있다고?


무슨 일이길래.


“그럼, 저희는 이만. 밤이 늦어서.”


“아, 네. 들어가 보세요.”


부부가 자신의 방으로 돌아간다.


“거봐요. 제 말이 맞죠? 저 사람들. 주의 깊게 보는 게 좋을 거예요.”


이거 상황이 복잡하게 흘러 들어가는 거 같은데.


작가의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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