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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야옹이 님의 서재입니다.

인간, 인간, 인간, 사람, 짐승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고야옹이
작품등록일 :
2022.08.06 20:55
최근연재일 :
2024.06.30 21:00
연재수 :
19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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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358
추천수 :
1
글자수 :
1,012,0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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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10.29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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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123

DUMMY

-짐승-



“정말로 괜찮으세요?”


“괜찮다.”


주인님이 자리에서 일어나시며 말씀하셨다.


“조, 조금 더 몸을 추슬렀다가 움직이는 건 어떨까요?”


“왜?”


“네, 네?”


“왜 그렇게 해야 하냐고.”


아직 몸이 완전히 낫지 않으셨잖아요!


불과 어제까지만 해도 피를 토하며 쓰러지셨다고요!


그리고 연님이 돌아오지 않으셨어요.


괴물을 처치하러 간다고 하신 지 하루가 지났건만.


설마··· 괴물에게 당하셨나?


“마땅한 이유가 없으면 짐 챙겨.”


말씀드려야 하나?


“네···.”


나는 입을 달싹이다가 체념하고 짐을 꾸렸다.


“다했어요.”


짐이 얼마 없어 단숨에 꾸릴 수 있었고 채비를 마친 나는 주인님에게 말씀드렸다.


“그래. 가자. 짐이 가벼워 보이는데 괜찮은 건가?”


“아, 네. 곰무덤까지 이틀 정도 걸리니까 많이 구비해 두지는 않았어요.”


“그래. 여정의 끝이 보인다. 드디어 아가씨께서 내어주신 임무를 완료할 수 있게 됐어.”


끝···.


이 길다면 긴, 하지만 나에게는 전혀 길지 않은, 내 생에 중 가장 행복했던 나날의 끝이 다가온다.


거기서 주비를 찾게 되면 우리는 해산하겠지?


주인님과 선님, 연님 그리고 나는 각자 찢어져 서로의 삶을 살겠지?


어쩌면, 어쩌면 짐승을 굽어보지 않는 신이 나를 불쌍히 여겨 주인님과 같이 있도록 친히 손을 써주시지는 않을까?


그렇지 않다면···.


“연은 어디 갔지?”


“네, 네?”


“연은 어디 갔냐고 물었다. 어제부터 보이지 않던데.”


주인님이 주변을 돌아보신다.


“아··· 연님은 어제 괴물을 처치하시겠다고 주인님이 쓰러진 곳에 가셨어요.”


“어제 갔는데 아직도 오지 않았다?”


“네.”


내 대답에 주인님이 인상을 살짝 찌푸리신다.


“괴물? 연은 내가 쓰러진 이유가 괴물 때문이라고 판단했나?”


“처음부터 그러셨던 건 아니에요. 그저, 지푸라기라도 잡아보자는 생각으로···.”


“이상하군. 연이 괴물에게 당했을 리는 없고. 안내해. 가봐야겠다.”


“네.”


서둘러 앞장서서 걸었고 얼마 지나지 않아 주인님이 쓰러진 곳까지 당도할 수 있었다.


“여기서 내가 쓰러졌단 말이지?”


“네.”


나는 미처 지우지 못한, 어제 주인님이 내뿜은 피를 가리켰다.


“확실해요.”


“이곳이 맞는데 연은 보이지 않는군. 음.”


주인님이 턱을 매만지신다.


“음.”


주인님이 작게 한숨을 내쉰다.


“음. 내가 요양을 조금 더 해야겠어.”


“네, 네?”


아까는 괜찮다고 하셨는데.


“그리고 네 짐. 아무리 생각해도 너무 부실하군.”


아, 주인님은 일부러 핑계를 대서 연님을 기다리시려는 거야.


“마, 맞아요. 주인님도 몸을 더 보살피셔야 하고 물품도 더 보충해야 할 것 같아요.”


“그래. 돌아가자.”



///



나는 의원에게 주인님이 계신 주막을 알려준 후 밖으로 나와 주변을 둘러봤다.


호의적이지 않은 눈빛이 내게 발사된다.


곁에 주인님이 계실 땐 사람들이 자제하는 모습을 보였지만, 안 계시니 굳이 숨기지 않는다.


이런 상황이 계속될 경우 누군가가 자신의 용기를 보여주기 위해 나에게 시비를 걸어올 가능성이 크다.


빨리 피해야지.


그런데 어디로 피하지?


아!


주인님이 쓰러지셨던 장소로 다시 가봐야겠다.


다시 가면 연임이 계실지 모르니까.


쏘아지는 사람들의 눈빛을 뒤로하고 부리나케 뛰어갔다.


얼마 지나지 않아 근처까지 도착할 수 있었다.


“저게 뭐지?”


저 멀리 전에는 보이지 않았던 검은 무언가가 포착되었다.


연님은 절대 아니다.


저게 사람일 리가 없지.


나는 자세를 낮추고 손톱을 뽑은 채 천천히 정체불명의 무언가에 다가갔다.


새까만 구멍이다.


동굴도 아닌, 그렇다고 땅굴도 아닌, 그냥 허공에 떠 있는 구멍이다.


“뭐야 이게?”


구멍 주변을 한 바퀴 돌아봤지만 보이는 건 검은 구멍뿐이다.


안으로 들어가야 하나?


위험해 보이는데.


주인님을 모셔 와야 할까?


아니지, 아무 일도 아닌 거로 귀찮게 할 수는 없어.


바닥에 떨어진 나뭇가리를 주워 구멍을 향해 찔러넣었다.


나뭇가지가 쑥 하고 구멍으로 들어간다.


“안에 공간이 있어.”


집어넣었던 나뭇가지를 잡아당겨 살펴봐도 아무런 이상이 없다.


“위험해 보이는데 생각과는 달리 아무런 손상이 없네.”


손톱을 뽑아 다시 구멍에 집어넣고 빼내어 봐도 역시 아무런 이상이 없다.


“빨려드는건 아닌 것 같고. 얼굴만 집어넣어서 안에 뭐가 있는지 살짝만 볼까?”


천천히 구멍을 향해 고개를 들이미는데 어디선가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난다.


연님인가?


급히 소리가 들린 쪽으로 고개를 돌렸는데 내 예상과는 달리 연님이 아닌 짐승이 서 있다.


“네가 필요하다. 우리에게 합류해라.”


“무슨 소리지?”


군에서 날 찾아왔어.


뒤로 천천히 물러나며 손톱을 뽑았다.


“네가 왜 우릴 배신했는지 안다.”


덩치가 큰 짐승은 호의적이지 않은 내 모습을 보고도 태연스럽게 말했다.


“그래? 내가 왜 배신했는데?”


“사지에서 돌아왔는데 또다시 사지로 보낸 우리를 원망했다고?”


“무슨 개소린지 모르지만 틀렸어.”


“내가 개소리하는지 아닌지는 두고 보면 알겠지.”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덩치를 노려보기만 했다.


“침묵. 침묵은 긍정이라고 입버릇처럼 말했던 놈이 있었지.”


덩치가 천천히 내게 다가온다.


“나하고 생사가 걸린 결투를 하고 싶지 않다면 그쯤에서 멈추는 게 좋아.”


“하하! 생사가 걸린 결투? 내 장담하건대 넌 그 결투에서 죽음을 보상으로 받게 될 거야.”


덩치가 가슴을 쫙 펴며 가소로운 표정을 짓는다.


“기껏해야 공작이나 했던 놈이 나를 이길 수 있을 거로 생각했어?”


몸도 그렇고 거친 말투를 보니 전투에 특화된 놈이군.


날 회유하려는 임무에 저놈 혼자 움직였을 리는 없고.


다른 놈이 분명히 있을 텐데.


눈만 이리저리 굴려 다른 짐승이 있는지 주변을 살펴봤다.


“눈치 하나는 더럽게 빠르네. 이거 어떻게 해야 하는 거야?”


덩치가 뒤로 고개를 돌리며 말했다.


암컷 짐승 하나가 숲에서 걸어 나온다.


“멍청하긴!”


암컷이 덩치를 흘겨보며 앞으로 걸어 나온다.


덩치는 암컷이 쏘아 보내는 눈빛을 애써 모른척하며 딴청을 부린다.


저 암컷이 대장이군.


“안녕하세요. 우리 초면이죠?”


암컷이 태연하게 내 앞에 서서 손을 내밀었다.


“초면이지만 악수나 할 사이는 아닌 거 같은데.”


내민 손을 무시하고 몇 걸음 뒤로 물러났다.


덩치가 걸어와 암컷의 옆에 선다.


“분위기 좀 풀어보려고 했는데. 뭐, 어쩔 수 없죠.”


암컷이 미소를 지우지 않고 손을 거둔다.


“용건이나 간단히 말해.”


“좋아요. 거두절미하고 말하죠. 당신이 따라다니는 노예기사. 우리가 죽여야겠어요. 협조해 주세요.”


뭐라고?


내가 제대로 들은 게 맞나?


“지금···.”


“제대로 들었어요. 우린 천이라는 노예기사를 죽일 계획이에요.”


“미쳤군. 미쳐도 단단히 미쳤어.”


나는 재빨리 손톱을 뽑아 암컷에게 내질렀다.


하지만 덩치가 공격을 막아 내 기습은 물거품으로 돌아갔다.


침묵 속에 까가각! 하는 소리가 온 사방에 퍼진다.


나는 여전히 암컷을 노려보고 있고 암컷은 그런 내 눈빛을 태연히 받는다.


“이유라도 들어보지 그랬어요? 갑자기 공격해서 놀랐네.”


암컷이 덩치를 쳐다보며 살짝 미소를 짓는다.


“나만 믿으라고.”


덩치가 고개를 작게 끄덕인다.


“그래서··· 이유를 들어볼래요?”


“보나 마나 개소리를 지껄일 텐데 내가 왜?”


“그러지 말고 한번 들어보기나 해요. 내가 진짜 개소리하면 싫다고 하면 될 거 아니에요?”


“아니, 만에 하나 네 말이 이치에 맞는다고 해도 난 너희들에게 협조할 생각이 없다.”


“너무 완고한데.”


암컷이 작게 한숨을 내쉰다.


“어쩔 수 없네.”


암컷이 내 뒤쪽 너머를 보고 턱짓한다.


씨발, 둘이 아니···.



///



여긴···.


그래, 말 그대로 암컷이 내 뒤통수를 후려갈겼지.


난 그대로 기절했고 지금 어딘지 모르는 어딘가에 있고.


눈을 떠볼까?


아니야, 주변 상황을 조금 더 살펴봐야겠어.


무슨 소리가 날까, 싶어 온 신경을 귀에 집중했지만 들리는 건 없다.


누군가의 기척도 느껴지지 않는다.


쓰러진 그 자리에 날 버려두고 왔나?


설마!?


나를 떨어뜨려 놓고 주인님에게!?


“안돼!”


서둘러 눈을 뜨고 자리에서 일어났는데 암컷이 팔짱을 끼고 다리를 꼰 채 날 쳐다보고 있다.


내가 일어난 걸 눈치채자, 영문을 모를 안도한 표정을 짓는다.


그리곤 문을 잠깐 쳐다보고 다시 내게 시선을 돌린다.


“일어났어요?”


“주인님 어떻게 했어!? 이 개새끼야! 주인님 어떻게 했냐고!”


암컷의 멱살을 잡고 흔들었다.


암컷은 반항하지 않고 미소만 지은 채 나를 쳐다본다.


“왜? 내가 네 주인을 죽였을 거로 생각해?”


“어떻게 했냐고 이 씨발년아!”


문이 끼익하고 열리는 소리가 들린다.


암컷 너머에 있는 문을 쳐다보는데 그곳에서 전혀 예상치 못한 사람이 들어온다.


주인님이다.


“어, 어?”


주인님이 피곤한 얼굴로 천천히 걸어오시더니 내가 누워있던 침대에 앉으신다.


“놔 줘.”


“네, 네?”


너무 뜻밖이라 나는 얼빠진 대답을 할 수밖에 없었다.


“놔주라고.”


“아! 네, 네.”


“말해.”


주인님의 말에 암컷이 눈치를 본다.


“짐승은 한번 말해서 못 알아듣나?”


품에서 단검을 꺼내 자기 무릎에 올려놓으신다.


“부탁입니다. 자살해 주세요.”


뭐라는 거야?


황당한 얼굴로 암컷을 쳐다봤지만 전혀 장난치는 표정이 아니다.


“나보고 자살하라고··· 너희들이 살기 위해서 내게 이 말을 하는 건 아닐 테고. 이유가 뭐지?”


들을 필요도 없는 개소리였지만 주인님은 암컷에게 진지하게 질문하셨다.


“제, 제일 큰 이유는 우리들 때문이긴 해요.”


주인님이 눈을 감으시며 단검을 쥐신다.


“하, 하지만 두 번째 이유도 있어요! 이 이유를 들으면 제 말에 동의할 거예요!”


“내가 네 말을 들으면 자살할 거라고? 재밌군. 말해봐.”


터무니없는 소리를 하고 있네. 이 짐승이.


암컷이 날 한번 쳐다보고 주인님을 쳐다보신다.


갈등하는 건지 입술을 짓씹으며 연신 눈치를 본다.


“하아, 좋아요. 거두절미하고 말씀드릴게요. 일련의 무리가 당신의 아 쥔 타를 살해할 계획을 짜고 있어요. 그리고 어느 정도 진전이 됐고요.”


뭐라고!?


“웃기지도 않는군. 내가 모시는 분이 누구인지 알고?”


“사도. 자귀추적자. 랑이라는 여자 사람이죠.”


암컷이 아무런 표정 없이 주인님을 보며 말했고 주인님의 암컷의 말에 얼굴이 급격히 굳는다.


주인님이 자리에서 일어나 암컷의 목을 움켜쥔다.


“케, 케헥, 저, 저를···컥! 죽인다고···!”


“네 목 하나 부러뜨리는 건 일도 아니야. 그런 얼토당토 않는 거짓말로 날 속일 수 있을 거로 생각했나?”


주인님이 손에 힘을 더욱 주셨고 암컷의 얼굴에 도드라진 핏줄이 거의 터질 지경이 되었다.


연신 자신의 두 팔로 자기 목을 움켜쥔 손을 두드리는데 아무런 미동도 없다.


“제, 제발···! 거짓말이 아니···!”


암컷의 눈이 뒤집힌다.


주인님은 그때야 움켜쥔 손을 푸셨고 암컷은 바닥에 주저앉아 귀를 제외한 모든 구멍에서 물을 질질 흘리며 기침했다.


눈물, 콧물을 쏟아내는 암컷을 무심하게 내려다보시곤 다시 침대로 돌아가 앉으신다.


“계속해봐.”


작가의말

앞으로 주 2회 연재로 바꾸고 휴재를 최대한 없는 방향으로 하겠습니다


글에 연속성이 없다보니 제가 보기에 좀 그렇네요


사실 주 4회에서 3회로 줄일때도 이런 변명을 했었는데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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