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고야옹이 님의 서재입니다.

인간, 인간, 인간, 사람, 짐승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고야옹이
작품등록일 :
2022.08.06 20:55
최근연재일 :
2024.06.30 21:00
연재수 :
191 회
조회수 :
5,359
추천수 :
1
글자수 :
1,012,098

작성
23.11.26 21:00
조회
4
추천
0
글자
12쪽

128(1)

DUMMY

-짐승-



노예기사가 비틀거리며 다가오는 주정뱅이를 빤히 쳐다본다.


“그래도 다행이네. 저놈이 멍청한 짓을 해줘서.”


“내기 하나 할까?”


“뜬금없이?”


네가 긴장하고 있으니까 풀어주려고 그러는 거야.


“저 주정뱅이가 어떻게 되는지 한번 해보자.”


“죽이지는 않겠지.”


“나는 죽인다는 것에 걸어야겠네.”


주정뱅이가 노예기사가 있는 평상 앞에 서더니 빤히 쳐다본다.


“뭘 봐, 씨발아! 사람 처음 봐!?”


짐승이 노예기사 뒤로 슬금슬금 숨는다.


노예기사는 여전히 아무 말 없이 주정뱅이를 쳐다만 본다.


“이 새끼 이거. 탈 쓴 짐승 아니야!?”


주정뱅이가 노예기사의 얼굴로 손을 뻗는다.


노예기사가 가볍게 뿌리치자 주정뱅이가 바닥에 쓰러진다.


“어, 어!? 이 씨발!”


주정뱅이는 바닥에서 허우적거릴 뿐 자리에서 일어나지 못한다.


노예기사가 자리에서 일어나 주변을 둘러보다 우리에게 시선을 잠깐 두고 주막을 나가버렸다.


마치 따라오라는 듯이.


“우리보고 오라는 거지?”


덩치가 침을 꿀꺽 삼키며 입을 열었다.


“어.”


“가야 하나?”


“일부러 말을 꺼내지 않고 나가는 걸 보니 우리에게 용건이 있는 것 같은데.”


“우리가 그때 그 짐승인 걸 알고서 그런 건가?”


“설마.”


“어느 정도 각오는 했는데 그래도 긴장되네.”


“긴장 풀어. 두 번이나 우릴 봤는데 살려둔 거 보면 정말로 죽일 생각이 없는 거야.”


“으, 응.”


“주모한테 가서 식량이나 좀 사와.”


“우리 식량 있잖아.”


“저기는 없어. 사러 온 거 같은데 쫓겨났으니까. 우리가 사서 좀 전해주자. 점수 좀 딸 수 있을지도 모르지.”


“아하, 알았어. 잠깐··· 아니. 네가 내기에서 졌잖아. 그러니까 네 돈으로 사 와.”


“구두쇠. 누가 네 아내가 될지 모르겠지만 참 불쌍하다.”


나는 푸념과 함께 주모에게 가 음식을 샀다.


구매한 후 곰무덤이 있는 방향으로 뛰어가니 얼마 지나지 않아 걸어가고 있는 노예기사를 발견할 수 있었다.


“부를까?”


“아니, 기분 나빠 할 수 있으니까 일단 따라잡자.”


우리 기척을 느낀 건지 짐승이 뒤를 돌아보고 노예기사에게 알린다.


노예기사가 뒤로 돌아 가만히 서 우리를 쳐다본다.


기다리는 걸까?


아니면 더 이상 다가오지 말라는 무언의 경고를 하는 걸까?


“갑작스럽게 움직이지 말고 천천히 행동해. 지금까지는 우리한테 어떠한 행동을 하지 않았지만, 위협을 느낀다고 판단하면 죽는 건 순식간이니까. 그리고 적당한 거리에 떨어져서 말하자.”


나는 뜀박질을 멈추고 덩치에게 말했다.


“뭐라고 말하게? 마찰을 일으킬 생각이 없다고?”


마찰이라··· 우리와 노예기사 사이에 그런 게 존재할 수 있을까?


마찰이 일어나려는 조짐이 보이는 순간 우리 목은 허공을 헤엄치고 있을 텐데.


“일단 저기 짐승을 불러 상황을 설명하자.”


덩치가 고개를 작게 끄덕인다.


10미터쯤 남았을 때 걸음을 멈췄다.


“음식 들어있는 보따리가 보이게 위로 들고 흔들어.”


“알았어.”


덩치가 보따리를 하늘 높이 들고 이리저리 흔든다.


“저희가 누군지 아시죠!? 여기 식량도 있어요!”


노예기사는 여전히 아무런 반응 없이 우릴 빤히 쳐다본다.


아니, 우리를 쳐다보기는 하는 건가?


“반응이 없는데?”


“차라리 없는 게 나아. 품에 손을 넣지 않는 건 아직 우리를 적대적으로 생각하지 않는다는 방증이니까.”


“단검을 던지면 여기까지 날아올까?”


“긴장이 풀렸나 봐? 그런 생각을 하는 걸 보니.”


“네 긴장을 풀려주려는 거잖아.”


고마워.


“퍽이나···.”


짐승이 이쪽으로 걸어오기 시작한다.


노예기사가 제지하지 않은 걸 보니 용인하에 움직이는 듯하다.


하긴, 독단적으로 올 리가 없지.


“그거 내려놓고 뒤로 물러나!”


짐승이 5미터까지 다가와 소리쳤다.


“대화를 원해!”


“내려놓고 뒤로 물러나!”


“어쩌지 저놈 저거 우리랑 대화할 생각이 없는 거 같은데.”


“일단 내려놓고 뒤로 가자.”


우리는 보따리를 바닥에 내려놓고 5미터 뒤로 물러났다.


짐승이 다가와 보따리를 열어보고 이리저리 살펴본 후 노예기사에게 돌아간다.


“저대로 가버리면 난감해지는데.”


“있어봐.”


짐승이 보따리의 내용물을 보여주고 자신의 봇짐에 옮겨 담는다.


“가까이 와! 5미터까지!”


“좋아. 우리랑 대화할 생각이 있어.”


“잘됐다.”


“다시 말하지만 정말로 조심해. 5미터면 눈 깜짝할 새에 우리의 목을 따버릴수도 있으니까.”


“아, 알았어.”


덩치가 침을 꿀꺽 삼키며 답했다.


괜히 말했나.


얘는 내 긴장을 풀어주려고 했는데, 난 긴장을 가중해 버렸네.


우리는 노예기사 5미터 앞까지 가서 멈췄다.


“너희는 누구지!? 왜 탈을 쓰고 곰무덤에 잠입한 거지!?”


탈을 벗어서 보여줘야 하나?


아니야, 여유분이 없어서 벗어버리면 안 돼.


“이전 마을에서 봤던 짐승이다!”


“이전···? 아, 덩치가 큰···.”


노예기사가 짐승의 어깨에 손을 올려 말을 끊었다.


“우리가 그곳에서 누굴 봤고 무슨 일이 있었지?”


확인하려는 거야.


정말로 우리가 그곳에 있었던 짐승이 맞는지.


“거기서···!”


“됐다.”


노예기사가 처음으로 입을 열었다.


어투에 귀찮음이 묻어있다.


“탈을 벗어.”


“네, 네?”


“탈. 벗으라고.”


이, 이거 벗으면 짐승인채로 돌아다녀야 하는데.


“벗어야 해?”


덩치가 나에게 물었다.


“벗어야지. 아니면 무슨 행동을 할지 모르는데.”


“마지막이라며.”


“죽는 것보다 짐승인채로 돌아다니는 게 낫잖아.”


“그 상태로 돌아다니도 괜찮을까?”


“저 짐승은 모르겠지만 우린 아니지. 아마 온갖 해코지를 당할 게 분명할 거야.”


“자, 잠깐만. 내가 말해볼게.”


“뭐라고? 잠···.”


“여유분이 없어서 벗으면 짐승인채로 돌아다녀야 해요!”


내가 말리려 했지만 그럴 새도 없이 덩치가 앞으로 한 발짝 나가 외쳤다.


달달 떨리는 다리와 팔이 얼마나 이 상황을 두려워하는지 보여준다.


그럼에도 나 대신 용기를 내보이는 덩치가 한없이 멋져 보인다.


“벗어.”


덩치가 짜낸 용기에도 불구하고 노예기사는 단조롭게 탈을 벗길 종용했다.


“아, 아···.”


“어쩔 수 없어. 벗자.”


덩치와 나는 탈을 벗어 짐승인 걸 드러냈다.


사람은 짐승의 얼굴을 구분할 줄 모르니, 짐승이 우리를 유심히 쳐다보고 노예기사에게 무엇이라고 속삭인다.


노예기사가 고개를 작게 끄덕이고 다시 짐승에게 무언가를 말한다.


짐승이 깜짝 놀라며 노예기사를 쳐다보고 자기 가방을 뒤적거린다.


그리곤, 손에 무언가를 든 채 우리에게 다가온다.


“왜 따라왔지? 그곳에서 너희들을 죽였어야 했나?”


“그게···.”


짐승이 비웃음을 보인다.


“너희도 나처럼 다시 사지로 내몰렸군.”


나는 대답 없이 입술을 짓씹었다.


“그래서. 너희도 같은 입장이 되어보니까 어때?”


덩치가 부끄러움을 숨기지 못하고 고개를 숙여버린다.


짐승이 손에 든 무언가를 우리 앞에 던진다.


탈이다.


“이걸 왜 주는 거야?”


“주인님이 주라고 하셨어.”


탈이 있었는데 쓰지 않았어?


왜 안 쓴 거지?


쓸 필요는 느끼지 못해서?


노예기사가 허락하지 않아서?


아니면, 다른 이유가 있어서?


“탈이 있는데 왜 안 썼던 거지?”


“쓸데없는 말 지껄이지 말고 쓰기나 해. 주면 감사하다고 받기나 할 것이지 왜 이렇게 말이 많아?”


덩치가 바닥에 떨어진 탈을 줍고 노예기사를 향해 고개를 작게 숙였다.


“죽음을 위장할 거면 여기가 제격이니까 동행만은 허락하신다고 하셨어.”


알고 있었구나.


“이상한 행동을 할 생각이걸랑 지금이라도 고쳐먹는 게 좋을 거야. 호의를 악의로 갚는 파렴치한은 아니길 빌어.”



///



사람 1명과 짐승 3마리가 모닥불가에 모여 타닥거리며 타들어 가는 땔감만 쳐다보고 있다.


어느 하나 말하는 사람이나 짐승 없이, 타들어 가는 나무를 관찰하는 게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일인 양 열중해서 보고 있다.


“춥네···.”


“추워?”


날씨가 제법 쌀쌀해 나도 모르게 혼잣말을 내뱉었는데 덩치가 내 말에 반응하고 자기 옷을 벗어 내게 둘러준다.


노예기사는 여전히 아무런 반응이 없고, 짐승은 그런 우리를 흥미롭게 쳐다본다.


뭔가 할 말이 있어 보이지만 노예기사의 눈치를 보는 건지 관심을 끊어버린다.


“나는 잘 테니 너희들이 알아서 불침번을 서도록 해라.”


노예기사가 자리에 누워 모포를 둘러쓴다.


잔다고 말해놓고 우릴 감시하려는 속셈이겠지.


어떤 미친 사람이 짐승을 믿어?


“좋아. 어떻게 순번을 정할래?”


“우리가 첫 번째와 두 번째를 설게. 네가 마지막에 서.”


“알았어.”


짐승이 간단한 대답과 함께 잠에 빠져든다.


“너무 무방비한 거 아니야? 아무리···.”


덩치가 그런 노예기사와 짐승을 쳐다보고 어이가 없다는 듯이 말했고, 나는 황급히 손짓해 말하는 걸 말렸다.


덩치가 눈을 크게 뜨고 날 쳐다본다.


나는 노예기사와 짐승을 가리키고 자고 있지 않다는 걸 입 모양으로 말했다.


덩치가 이해된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고 내게 가까이 붙는다.


“우리를 감시하는 건가? 허튼짓을 하나 안 하나 보게.”


“어. 그러니까 가만히 있어.”


“그냥 평범하게 행동하면 되는 거 아니야? 어차피 허튼짓할 생각 없었잖아. 노예기사와 접촉하고 곰무덤까지 간 다음 죽음만 위장하기로 했는데 뭘.”


“그래. 그러니까 그냥 이대로만 움직이자고. 어차피 내일 곰무덤에 도착할 거니까.”


“알았어. 그런데 우리가 죽음을 위장할 거란걸 어떻게 알았지?”


“저 짐승이 알았겠지. 다시 우리의 정체를 밝혀낸 그 순간에.”


“흠, 역시 머리 좋은 것들은.”


나중에 아이를 낳으면 제발.


제발 부탁드리는데 머리는 저를 닮게 해주세요.


“그럼, 우리 둘이 깨어있을 필요는 없잖아?”


“너 먼저 자.”


“네가 먼저 자지 그래? 피곤할 텐데.”


“중간에 깨기 싫어서. 너 먼저 자.”


덩치가 날 지긋이 쳐다본다.


“왜?”


“아니야. 나 먼저 잔다.”


덩치가 자리에 누워버리고 순식간에 코를 곤다.


이런 상황인데 잘도 자네.


나는 곯아떨어진 덩치를 보며 피식 웃었다.


할것도 없는데 땔감이나 좀 주워 올까?


자리에서 일어나 바닥에 떨어진 나뭇가지를 주섬주섬 줍기 시작했다.


집중한 나머지 일행과 제법 떨어진 곳까지 와버렸다.


“나도 참, 얼마나 집중···.”


“소리 지르면 죽는다.”


그 순간 누군가가 내 오금을 걷어차 자세를 무너뜨렸다.


그리곤, 한 손으로 내 입을 막고 칼을 내 목에 대며 말했다.


나는 소스라치게 놀라며 미친 듯이 고개를 끄덕거렸다.


누구지?


군에서 보낸 암살잔가?


벌써 우리를 쫓아왔다고?


우리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아차린 거야!?


“내가 지금 네 입에서 손을 뗄 거야. 소리 안지를 자신 있지?”


다시 고개를 끄덕였다.


정체불명의, 손을 보니 사람이고 목소리를 들으니, 여자다.


하지만 속으면 안 된다.


탈을 쓴 짐승이 분명하니까.


암살자가 내 입에서 손을 뗀다.


“뭐 하고 있었지?”


“떼, 땔감을 구하고 있었어요.”


“누가 보내서 왔어?”


“네, 네?”


“누가 보내서 왔냐고.”


뭐지?


충성심을 시험하는건가?


거짓말을 해야하나?


아니면···.


“구, 군에서 보냈어요. 저에게 임무를 맡겨서요.”


“임무? 무슨 임무?”


“노, 노예기사가 마지막 사도를 찾는걸 막기 위해···.”


“그래서 저 사람하고 붙어있었어? 방해하려고?”


“그게···.”


암살자가 내 목에 댄 칼을 더욱 가까이 댄다.


아무나 깨어있으며 나 좀 도와줘!


안 자고 있잖아!


작가의말

월요일 업로드 X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인간, 인간, 인간, 사람, 짐승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164 140 24.02.25 9 0 11쪽
163 139 24.02.19 10 0 12쪽
162 138 24.02.18 9 0 11쪽
161 137 24.02.05 8 0 12쪽
160 136 24.01.28 8 0 11쪽
159 135 24.01.22 10 0 11쪽
158 134 24.01.21 10 0 11쪽
157 133 24.01.15 12 0 12쪽
156 132 24.01.14 17 0 11쪽
155 131 24.01.07 12 0 11쪽
154 130-1(2) 24.01.06 19 0 3쪽
153 130(2) 24.01.06 10 0 7쪽
152 130-2(1) 24.01.06 18 0 9쪽
151 130-1(1) 24.01.06 7 0 12쪽
150 130(1) 24.01.06 5 0 11쪽
149 129(2) 23.12.03 14 0 12쪽
148 129(1) 23.12.03 9 0 12쪽
147 128(2) 23.11.26 12 0 10쪽
» 128(1) 23.11.26 5 0 12쪽
145 127(2) 23.11.19 11 0 11쪽
144 127(1) 23.11.19 7 0 12쪽
143 126(2) 23.11.12 7 0 11쪽
142 126(1) 23.11.12 11 0 12쪽
141 125(2) 23.11.05 9 0 12쪽
140 125(1) 23.11.05 9 0 12쪽
139 124 23.10.30 8 0 11쪽
138 123 23.10.29 9 0 11쪽
137 ■■■(검열본) 23.10.15 23 0 12쪽
136 ■■■ 23.10.07 14 0 11쪽
135 (삭제된) 23.10.02 25 0 12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