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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야옹이 님의 서재입니다.

인간, 인간, 인간, 사람, 짐승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고야옹이
작품등록일 :
2022.08.06 20:55
최근연재일 :
2024.06.30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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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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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1.06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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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0(1)

DUMMY

-선-




“이무기는 자신이 원하는 걸 물어보고 대답이 마음에 들지 않을 경우 화를 내죠.”


“화요?”


“네. 화요.”


“그, 화라는 게 정확히 어떤 건가요? 화도 여러 종류가 있잖아요. 막 폭력적으로 화를 낸다거나 욕을 한다거나.”


“푸훗. 그럼 이무기가 욕을 할까요?”


아, 내가 생각해도 황당하네.


이무기가 쌍욕을 퍼붓는다니.


“선님, 잠시만요.”


중요한 대화를 하는데 누가 끊는가 싶었더니, 내가 쫓아냈던 짐승들이다.


“뭐야, 너희들 안 갔어? 나한테 한번 죽어볼래!?”


나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짐승 2마리를 쳐다봤다.


“저리 안 꺼져!? 천이 오냐오냐하니까 나도 그럴 줄 아나 보지!?”


“아, 아니에요. 이분이 뭔가 석연치 않은 느낌이 들어서···.”


짐승 하나가 괴물 연구가를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뭐가 석연치 않은 느낌이 든다는···!”


설마, 짐승인가?


“당신, 짐승이야?”


나는 괴물 연구가에게 살짝 떨어지며 물었다.


“어휴. 그냥 좋게좋게 하면 좀 좋아?”


괴물 연구가가 자기 얼굴에 손을 대더니 다시 떼버린다.


“탈은 벗을 필요 없잖아? 벗으면 귀찮아지니까.”


지, 짐승!


나는 소름이 돋아 내 양팔을 쓰다듬는··· 아니!


이럴 때가 아니잖아!


재빨리 자신을 괴물 연구가라고 말한 짐승에게서 떨어졌다.


후, 이놈들 전부가 덤볐으면 위험할 뻔했어.


“너희는 원로에게 인사도 안 하니?”


자신을 원로라고 지칭한 짐승이 나는 신경도 쓰지 않고 짐승 2마리를 쳐다보며 말했다.


“워, 원로께 인사드립니다!”


짐승 2마리가 한쪽 무릎을 꿇으며 고개를 조아렸다.


이것들이 지금 뭐 하는 거야?


“이것들이 지금 내 앞에서 뭐 하는 거야, 전부 죽고 싶어!?”


“아. 죄, 죄송합니다.”


“뭐가 죄송해?”


짐승 2마리가 나와 원로 사이에서 어쩔 줄 몰라 하며 허둥지둥거린다.


“어휴, 세상 참 말세다! 짐승이 왜 이렇게 설쳐대는 거야!?”


이것들 전부 싹 치워버려도 되는지 천한테 물어봐야겠어.


“야, 이 짐승 놈들아! 너희 여기 꼼짝 말고 있어!”


“지금 가면 아주 후회할 거야.”


이곳에서 피를 보기엔 곰들의 눈치가 보여 일단 천에게 가려는데 원로가 나를 붙잡는다.


“무슨 소리야?”


“난 네가 말한 천이라는 사람. 그 사람에게 은혜를 갚으러 온 거야.”


천, 얘는 내가 없던 사이에 도대체 무슨 짓을 하면서 돌아다녔던 거야?


“무슨 도움? 여기가 지금 어떤 상황인 줄 알고?”


원로가 날 보며 피식 웃는다.


“이무기가 나타났다며.”


“그걸 어떻게 안 거지? 내가 알기론 나타났는지 불과 사흘도 채 되지 않았는데.”


“그건 네가 알 필요 없고. 그래서, 천에게 갈 거야?”


흠, 들어볼 필요는 있겠지?


“뭐야? 말해봐.”


“쯧, 저놈들이 아니었으면 내가 자연스럽게 알려줬을 텐데.”


원로가 못마땅한 표정으로 짐승 2마리를 쳐다본다.


짐승 2마리가 고개를 더욱 푹 숙인다.


아주 땅으로 들어갈 기세다.


“야, 너희들도 와서 들어.”


“저희도요?”


“그래.”


“실례가 안 된다면 저도 들어도 될까요?”


뭐야?


목소리가 들린 쪽을 쳐다보니 남자 사람 하나가 미소를 지은 채 날 쳐다보고 있었다.


“누구세요?”


“안녕하세요. 그냥 지나가던 나그네입니다.”


미친놈인가?


“지나가던 나그네면 그냥 지나가세요. 우린 지금 심각하다고요. 자그마치 이무··· 아. 어쨌든 이건 아주 중요한, 어쩌면 세상의 판도를 바꿀 수 있는 일이니깐요.”


“그러시군요.”


4명의 사람이, 그중 셋은 겉만 짐승이지만, 빤히 쳐다보고 있으니, 남자가 민망한 듯 머리를 긁적거린다.


그런데도 가지 않는 걸 보니 어지간히도 궁금한 모양이다.


얼굴에 철판을 깔았나.


안 가면 우리가 가야지.


“야, 저기로 가자.”


적당한 곳을 가리키고 걸어가다 따라오는가 싶어 뒤를 쳐다봤다.


다행히도 따라오지는 않는다.


하지만, 이쪽을 계속 쳐다보고 있는데 그 행동이 내 신경을 거스르게 했다


저놈 저거 진짜 정체가 뭐야?


갑자기 나타나서 왜 저렇게 수상한 행동을 하는 거지?


“야, 저놈 짐승 아니지?”


3마리 전부 답이 없다.


“왜 답이 없어?”


“난 모르겠어.”


“저희도 잘···.”


“아니, 너희는 얘가 원로인거 보자마자 알아챘잖아?”


“원로인 건 내가 밝힌 거고. 그리고 애초에 얘들도 때려 맞힌 거야.”


“아, 그래? 나는 또 받은 줄 알았지. 짐승을 불러와서 확인해 봐야 하나?”


다시 한번 뒤를 돌아 확인해 보니 이번엔 자리에서 사라진 상태다.


“찝찝하네.”


“그냥 무시해. 미친놈이겠지.”


이상하게 꺼림칙하단 말이야.


“야, 수컷. 너는 주위를 잘 감시해. 저 미친놈이 갑자기 달려들지도 모르니깐.”


“알겠습니다.”


“그래서, 말해봐.”


원로가 분위기를 잡으려는지 괜히 주위를 한번 둘러본다.


“세간의 소문으로는 이무기가 이따금 나타난다고 해.”


“세간의 소문? 난 금시초문인데.”


“듣기나 해.”


원로가 나를 못마땅하게 쳐다보며 핀잔을 줬다.


아니, 근데 얘는 아까부터 왜 반말이야?


내가 아쉬운 처지니까 참기는 하는데.


“그때마다 용이 되기 위해 승천하려고 애를 쓴다고 하지.”


“요, 용!?”


“그래, 용.”


“용이란 게 정말 있는 거야?”


“몰라. 있는지 없는지 모르고 그건 우리가 상관할 바가 아니야. 중요한 건 저 이무기가 승천하려고 용을 쓴다는 거지.”


“용이 되기 위해 용을 쓴다고? 킥킥.”


원로가 한심한 표정으로 날 쳐다본다.


“큼, 그래서?”


“여러 가지 소문이 있어. 천년을 수행하면 용이 된다던가, 자신의 소중한 보물을 통해 용이 된다던가, 아니면 선행을 쌓아서 용이 된다던가.”


“흠.”


“혹은, 자신이 무엇으로 보이는지 물어본다던가.”


“흠. 3번째는 아니지 않을까? 아무리 봐도 이무기가 하는 행동이 선행으로 보이지 않는데.”


“이외에도 많아. 다만 하나같이 신빙성 없는 소문에 불과할 뿐이지만.”


“저기···.”


“응?”


주변을 감시하라고 시켰던 짐승이 어느샌가 슬쩍 다가와 끼어든다.


“뭐야? 너 내가 주변 잘 감시하라고 했잖아.”


“아, 저. 그게.”


“이게···.”


흠.


뭔가 중요한 말을 하고 싶으니까 그런 건가?


“뭔데 꾸물거리지 말고 말해봐.”


“네, 네?”


내가 화를 낼 거로 생각했던 건지 수컷이 멍청하게 되물었다.


“말해보라고.”


“아, 네. 감사합니다. 저기 그러니까 제가 할머니한테 들었던 건데요.”


저런 게 의외로 신뢰성이 높지.


지나가던 사람한테 들었던 건데요, 우리 할머니의 할머니의 할머니의 할머니때 부터 전해졌던 건데요 뭐 이런 거 말이야.


“이무기가 나타나면 뭐라고하던 용이라고 말하면 된데요.”


“뭐라고?”


내가 높다고 했지 무조건 맞는다고는 안 했다.


모두가 어이가 없다는 표정으로 수컷을 쳐다본다.


수컷은 자기가 예상했던 반응과 달라선지 쭈뼛거리며 자리로 돌아가 다시 주변을 감시했다.


“하여튼, 그런···.”


“흥미롭군.”


응?


목소리가 들린 쪽을 쳐다보니 천이 턱을 매만지며 혼잣말을 하고 있었다.


“왔어, 뭐 알아낸 거는?”


“별거 없소. 예상했다시피 곰들이 입을 열지 않는군.”


“아니, 내가 슬퍼하는 건 이해하겠어. 근데 그 슬픔을 이유로 아무것도 안 한다는 게 말이 돼?”


“그만하시오.”


“이게 우리일 도 아니고 봉안을 못하고 있으니까 우리가 도와주겠다는데. 나서지는 못할망정 조그마한 정보도 안 준다니?”


“그만하라니까.”


“아니, 너는 왜 나한테 짜증을 내고 그래? 짜증은 내가 아니라 곰한테 해야 하는 거 아니야?”


“너, 이리 와서 네 할머니가 한 이야기를 자세히 말해봐라.”


천이 내 말을 무시하고 수컷에게 손짓하며 말했다.


“저희 할머니가 예전에 지나가듯이 하셨던 얘기라 신빙성이 없어요···.”


“있고 없고는 내가 판단할 테니 너는 말하기나 해.”


“네, 네. 그러니까···.”


수컷이 말도 안 되는 얘기를 천에게 하기 시작했다.


“··· 여기까지예요.”


“그게 말이 돼!?”


“전설이라고 하지 않소?”


“내, 그런 전설은 듣지도 보지도 못했어.”


“지푸라기라도 잡아야지.”


“아···!”


그렇지.


실마리도 없는 상황에선 뭐라도 해봐야지.


“그래서, 이무기한테 너는 용이라고 말하게요?”


원로가 천을 향해 말했다.


“그런데 당신은 누구시오? 처음 보는 얼굴인데.”


신경도 굵다.


모르는 사람이 있는데 지금까지 안 물어봤던 거야?


“쟤 원로야.”


“원로? 아, 사람을 거둬들였던 원로를 말하는 건가?”


“네. 맞아요.”


“왜 왔지?”


“은혜를 갚으려고요.”


“은혜, 무슨 은혜?”


그때 옆에 있던 짐승이 천에게 귓속말을 했다.


뭔데 귓속말로 하는 거야?


나도 들으면 안 되나?


“아, 그렇군. 그래 그 아이들은 잘 지내고 있나?”


“네. 덕분에요.”


“잘됐군.”


천이 고개를 끄덕이곤 무언가를 생각하는지 한동안 가만히 땅을 쳐다보기만 했다.


“어, 여기 계셨네요?”


어린 목소리와 함께 얍얍이 어떤 남자와 함께··· 저 남자!


아까 그 미친놈이잖아!?


“오셨습니까?”


천이 자리에서 일어나 고개를 숙였다.


“오, 오셨어요?”


얍얍이 사도였다니.


그때 내가 얍얍한테 어떻게 했더라?


무례하게 하지는 않았겠지?


“하하, 앉으세요.”


얍얍이 자연스럽게 자리에 앉으며 말했다.


그 옆에 미친 놈이 앉았는데 내가 아닌 천을 빤히 쳐다보고 있다.


내가 아니라 천을 봐?


천하고도 마찰이 있었나?


천은 그런 미친놈의 시선을 느끼지 못하는 건지 일부러 마주치지 않는 건지 미친놈에게 시선을 주지 않는다.


못 느낄 리는 없고.


일부러 안 본다고 봐야겠지?


“반가워요. 저는 이 세상을 여행하고 있는 사람입니다.”


천을 제외한 모두가 이상하게 쳐다보자 그제야 자기소개를 한다.


자기소개도 수상하기 짝이 없다.


이름도 말하지 않고.


저건 대놓고 나 의심하시오라고 하는 거잖아.


의심하라고 하는데 의심해야지.


경계할 필요가 있겠어.


“제가 의도치 않게 엿들었는데요. 이무기를 해결할 방안이 있다고요?”


“네. 확실하지는 않지만.”


“그런데 이 3분은 사람이 아니라 짐승인데. 혹시 모르고 계셨어요?”


“알고 있습니다.”


“아하.”


얍얍이 고개를 천천히 끄덕였다.


“원로도 있고···.”


얍얍의 시선에 원로가 눈을 내리깐다.


“희한하네요. 짐승이 사람을 돕는다. 이런 상황인데도 말이죠.”


“문제 있습니까?”


“흠. 뭐 이건 제가 판단할 일이 아니라 자귀추적자가 판단할 일이니깐요.”


얍얍이 미소와 함께 천을 쳐다봤다.


“그냥 넘어가죠. 일단 저도 급하니깐. 그래서, 나도 들을 수 있을까?”


“네, 네?”


얍얍의 말에 수컷이 굉장히 당황해했다.


정황상 사도로 보이는 곰이 자신을 보고 말했으니 그렇겠지.


보자마자 죽여야 했는데 정상인데.


“그게, 그러니까···.”


흠, 저 이야기를 몇 번이나 듣는 것인지.


또다시 길고 긴 짐승의 이야기가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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