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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도깹
작품등록일 :
2020.05.11 20:22
최근연재일 :
2020.10.09 1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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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289,4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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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16 1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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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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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글자
9쪽

17. 대망.

DUMMY

천 명의 의병!


천명의 의병은 말 그대로 조선에 주둔한 후금군을 몰아낸 병사의 수였다. 훗날 천명의 의병千名之義兵 대신 같은 음의 한자인 천명의 의병天命之義兵으로 불리게 되는 군사들이었다. 의병의 활약에 사람들을 기뻐하였고, 일부 사람들은 빨리 왕실의 사람을 찾아 보위에 앉히자며 설레발까지 치기도 했다. 특히 세자의 경우 행방이 묘연한 것이지 죽은 것이 확인 된 것이 아니기에 세자를 찾자는 자도 있었다. 하지만...


“놀고 있네.”


패주길은 단 한마디로 묵살했다.


“그나저나... 이반이란 놈이 그렇게 눈치가 없는 놈이었나? 김형아니 좌상대감. 어떻게 생각합니까?”

“그렇지는 않을 걸세. 아마도 지금 전전긍긍하고 있겠지. 패회장. 아니 영상대감.”

“전전긍긍하는 놈치고는 세월이 너무 많이 흐르는 것 아닙니까? 좌상대감.”

“허! 이보게. 기사년 추석에 정변 일어나고 이제 초겨울이네. 이게 무슨 소린지 아나? 영상대감.”

“글쎄올시다... 시간이 꽤 흘렀다?”

“고작해야 2달 겨우 되어 간다는 거야.”

“아니 두 달이면 강산이 열두 번도 더 바뀔 시간인데...”

“끙! 내 말을 말아야지... 거 참... 사람이 영의정까지 올랐으면 좀 진중해져야지 말이야. 그 성격에 겁도 없이 사업을 했구먼. 시대가 이러니 성공했지 그게 아니었다면 사업 망했을 거네.”

“에잉! 그러지 마시라고요. 좌상대감도 빨리 영상대감 되셔야죠.”

“허! 그리 내게서 높임말 듣고 싶은 겐가? 거 참 나쁜 영상일세.”

“아! 나쁜 영상이란 말 들으니 생각난 건데 동씨 성 가진 사람이 영의정되면 뭐라 불리는지 아십니까?”

“응? 성씨가 뭔 소용인가? 영상이면 영상이지.”

“동영상입니다. 크하하하!”


패주길은 뭐가 그리 재미있는지 껄껄웃었고 김주평은 그런 패주길만 멀뚱히 바라보았다. 그리고 그 시각...


“하아... 어찌하면 좋단 말인가...”


이반은 성격이 문제지 머리가 나쁜 것은 아니었다. 기사정변의 날. 술에 취해 판단을 제대로 못 했지만 술에 깨니 일이 일목요연하게 보였다. 대체 어찌 의병 천여 명으로 후금군을 조선 땅에서 몰아낸단 말인가? 아무리 후금군이 술에 취했어도 그렇지... 게다가 후금군이 조선에서 나가는 속도는 올 때보다 더 빨랐다. 의병들이 쫓아가다 지쳐 잘 가라고 손을 흔들어줬다는 말이 있을 정도. 이쯤되면 이 모든 일을 꾸민 자가 누구인지, 일이 어찌된 것인지 모를 리 없다.


“망할 역적 놈!”


이반은 이를 부득 갈았다. 패주길이 자신을 살려 둔 이유는 단 한가지였다. 자신을 죽이고 왕위에 오르면 그에 대한 부작용은 상당할 것. 하지만 자신이 양위를 한다면?


“어찌해야 하나?”


이반은 내관인 조을심에게 물었다. 조을심도 패주길이 심은 자였다. 이반도 그걸 알고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저 기록만 하는 사관을 제외한다며 유일하게 이반의 옆을 지키며 이런저런 조언을 해 주는 사람이었다. 물론 옆을 지키고 조언을 해 준다는 의미는 감시와 더불어, 패주길이 원하는 바를 하도록 유도하는 것이지만 그래도 현재 이반이 의지할 사람은 조을심 밖에 없었다.


“영의정대감께옵서는 전하가 병을 앓으실까 걱정하시옵니다. 부디 몸 생각하시지요.”


영의정인 패주길에게는 극존칭을 쓰며 왕인 이반에게는 대충 높여 말하고 있었다. 이것이 지금 조선의 상황. 게다가 지금 조을심이 한 말. 이건 협박이었다. 지금 자신을 살려두는 것은 양위를 받아 쉽게 보위에 오르고, 보위에 오른 후에도 양위가 명분이 되어 다른 자들의 준동을 막기 위한 것이지만 양위를 해 주지 않을 경우 다른 문제가 되는 모든 것을 감수하고서라도 이반 자신을 죽이고 보위에 오르겠다는 의미였다.


“하아... 아무래도... 난 이 왕이란 자리에 안 어울리는 것 같군.”


결국 이반은 양위를 결심했다. 아니 이미 답은 나온 상태니 결심하고 말고 할 것도 없었다. 이에 이반은 도승지를 불러 교지를 내리게 했다. 도승지도 이미 상황파악이 확실하니 그저 담담하게 교지를 작성할 뿐...


이반의 패주길에게 양위하겠다는 교지는 하루 만에 내려왔다.


“대감. 어찌하실 겁니까?”


교지가 내려온 것을 안 비선이 물었다.


“응? 뭐 그거야... 굳이 양위해 주겠다는데 안 받는 것도 문제가 아니겠소?”

“아닙니다.”


비선이 고개를 저었다.


“일단은 양위 받는 것을 거부하셔야 합니다.”

“어... 하, 하지만 그렇게 되면...”

“대감께서 거부하셔도 양위는 다시 하겠다고 하게 될 것입니다. 지금 왕의 처지가 그렇습니다.”

“그, 그런가?”

“그렇게 내려오면 또 한 번 거부하셔야 합니다.”

“또?”

“예. 그렇게 두 번을 거절하시고, 세 번째에 가서 양위를 받아들이셔야 합니다.”

“아니 왜 굳이 그렇게...”

“사람들에게 보여주기 위한 것이지요. 이렇게 싫다고 했음에도 억지로 권하였다.”

“하...”


패주길은 비선을 바라보았다. 여인의 활동이 제한된 조선이 아닌 21세기 대한민국에 태어났다면 뭔가 해도 크게 했을 여인이었다. 머리도 좋고, 배짱도 있었다. 하긴 그러니 임진왜란 당시 여인의 몸으로 의병활동을 했을 것이었다.


“그리고 교지는 도승지가 쓰지 말고 왕이 친필로 쓰고, 수기를 해야 하옵니다. 왕의 친필과 수기만큼 확실한 것은 업습니다. 물론 수기를 했다고 해도 옥새는 찍어야지요.”

“알겠소.”


남자는 여자의 말을 잘 들어야 한다! 어른신이 해 준 말이었다. 어르신이 자신이 사위가 될 것을 미리 알고 딸을 위해 한 말인지, 아니면 만고의 진리인지는 모르지만 아무튼 비선 정도의 여인이라면 당연히 그 말을 잘 듣는 것이 자다가도 떡이 생기는 일이었다. 패주길은 비선의 말대로 양위를 거부했다. 이에 당황한 건 이반이었다. 급히 조을심에게 물었다.


“이, 이보게. 조내관. 이게 어찌된 일인가?”


하지만 조을심이라고 패주길과 비선간의 대화를 알 턱은 없었다.


“그, 그건 소인도... 흠... 하지만 한 번 거부했다고 곧바로 양위를 철회하는 것도 문제일 것이옵니다. 일단 다시 양위를 한다는 교지를 내리시지요.”

“그럴까?”

“솔직히 안 내릴 수도 없지 않습니까?”

“끄응... 그, 그건 그렇지만...”


이반은 다시 한 번 패주길에게 교지를 내렸다. 패주길은 이번에도 거부를 했고, 그러자 똥줄이 타는 건 이반이었다.


“조, 조내관. 혹여... 영상이 날 죽이려는 건가? 왜... 왜 양위 해 주겠다는 게 거절하시는 건가?”

“그건 알 수 없습니다.”


조을심도 담담하게 대답했다. 전에야 패주길이 빨리 언질을 주지 않아 당황했지만 지금은 아니었다.


“조내관이 모르면 어쩌란 건가?”

“흐음... 그럼 일단 우선 다시 한 번 더 교지를 내려 보시는 것이 어떻사옵니까? 다시 내렸는데도 이번에도 거부한다면 뭘 어쩌려는 건지는 알 수 없더라도 영의정 대감이 양위 받을 뜻이 없는 것은 확실한 것일 것이옵니다.”

“허... 영상이 양위를 안 받으면 난 어쩌고?”

“그건 알 수 없습니다. 하지만 이번에도 양위받기를 거부하는데도 또 보낸다면 그건 오히려 화를 부르는 것일 것이옵니다.”

“대, 대체... 어쩌란 건지...”

“아! 그리고 이번에는 전하께서 친필로 교지를 쓰시는 것이 어떻습니까?”

“친필?”

“예. 그리고 수기까지 하는 겁니다. 그래도 전하는 명색이 왕입니다. 왕이 친필로 쓰고 수기까지 했다면 영상대감께옵서도 다시 한 번 생각하실지도 모르잖습니까?”

“흐음... 알겠네. 내 한 번 그리 해보도록 하지.”

“반드시 양위가 받아들여져야 합니다. 그 이유는 알지요? 한 글자 한 들자 정성들여 써야 합니다.”

“아, 알겠네. 하아... 이번에는 제발 양위를 받아들여... 들이셔야 할 텐데...”


이반은 조을심의 조언대로 한 번 더 교지를 내렸다. 교지를 쓰는 이반의 손이 부들부들 떨려 글자가 비뚤거릴 지경이었고, 이마와 얼굴에서 흐르는 땀이 떨어져 글자가 번질 지경이었다. 그렇게 겨우 교지를 쓴 후 다시 한 번 패주길에게 보냈다. 그리고 패주길은 그때서야 양위를 받아들였다.


* * *


1630년. 경오년. 조선의 왕이 바뀌었다. 조선의 마지막 왕. 사람들은 조선의 마지막 왕을 양종讓宗 이반이라 하지만 사실은 패주길이었다. 이반에게 양위를 받아 조선의 왕이 되었기 때문이었다. 이반이 폭군으로 군으로 끝나는 것이 아닌 종으로 끝나는 것은 양위를 했기 때문이었다. 사실 양종이라고 한 것부터 이미 이반은 왕으로서 체면을 구긴 것이었다. 죽지도 않은 선왕인 이반에게 양종이라는 시호를 미리 붙였으니... 이건 죽은 듯 가만히 있으라는 말이나 다름이 아니었다.


어쨌든 그렇게... 패주길은 조선의 마지막 왕이 되었다. 이씨 조선이 끝나고 패씨 조선이 된 것이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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