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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도깹
작품등록일 :
2020.05.11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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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7 1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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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쪽

16. 반정

DUMMY

고래등같은 집에 풍악소리가 울렸다. 큰 잔치가 벌어진 것이다. 조선 제일 거부의 손자의 돌잔치였다. 그 규모가 크지 않을 수 없었다.


“하하하. 축하하네. 그 놈 웅심이가 백일 갓 지나 열이 날 때는 큰일이라도 나는 줄 알았는데 이리 돌을 맞이하니 참말로 다행이 아닌가?”


김주평이 술 한 잔을 쭉 마시고는 말했다.


“그러게 말이지요. 그때 김형이 애 아프다는 말에 산삼을 구해왔을 때는 어찌나 열불이 나던지..”

“쯥! 내야 애가 아프다는 말에 마침 들어온 것이라 가져왔네만 누가 애 한테서 열이 날 줄 알았나?”

“열이 안 나도 백일 겨우 넘은 핏덩이에게 산삼은 독이 되지요.”

“그러니 말일세. 나도 집에 가서 내 안 사람에게 그 이야기 했다 한마디 들었네. 아무리 사내놈이라지만 어찌 그리 모르냐고 말이야. 노망났냐는 말까지 들었지 뭔가.”

“허...형수님이 그런 말을 하셨다고요?”


패주길이 놀라 묻자 김주평은 한숨을 쉬었다.


“말도 마시게. 남들 앞에서는 그리 조신하고 정숙한 언행을 하지만 단 둘이 있을 때는 호랑이가 따로 없네. 나이 들면 기세가 꺾어야 하는데 오히려 더 세져.”

“그러게 젊었을 때 속 좀 덜 썩이지... 맨날 술에 도박에 계집에. 부처님이라도 눈 돌아가지요.”

“험! 사, 사내대장부가 뭐 그런 것 쯤...”

“또 그러신다. 내 수십 년간 같은 말을 누누이 말하잖습니까. 사내는 모름지기 세 가지 경계할 것이 있는데...”

“술, 도박, 계집이라 이거지? 대체 패회장은 그 말을 어디서 듣고, 그리 되는 꼴을 어디서 봤기에 수십 년을 지겹지도 않게 써 먹는 겐가?”

“흠... 다 아는 수가 있지요.”


21세기 인천카지노라고 하면 알아들으려나? 라고 생각하며 패주길은 피식 웃었다.


“아무튼 어쨌거나 패회장이 그런 말을 할 처지는 아니지 않나? 사내가 경계할 세 가지로 먹고 살면서 말이지. 웅심이 돌잔치도 다 그 돈이 아닌가 말이야.”

“흠흠! 뭐... 그러니까 적당히. 적당히. 선은 지켜야지요.”

“흥! 일세. 아무튼 패회장이나 내 꼴 나지 마시게.”

“늦었소. 그런 충고하려면 진즉에 했어야지.”

“아니 제수씨도?”

“내 안 사람도 여인이란 말이지요.”


패주길과 김주형은 낄낄대며 술을 마셨다. 패옥기. 패주길의 손자였다. 웅심은 아명이었다. 패주길은 9남 1녀를 두었다. 아이 많이 낳는 조선에서도 많은 축에 들었다. 남들은 금슬이 좋다고 말하지만 패주길로서는 비선이 안쓰러울 뿐이었다. 물론 원인제공자가 패주길 자신이니...


‘나 흥부가 될 뻔 했지.’


흥부놀부전에서 흥부 자식이 11명이라고 했던가? 아무튼 패옥기는 장자인 패도민의 아들이었다. 아들 장가들인지가 엊그제 같은데 벌써 손자 낳고 돌잔치를 하고 있는 것이었다. 물론 실제로는 몇해 동안 아이가 없어 패도민의 아내 즉 패주길의 며느리는 마음고생을 했었다. 그런데 마침내 아이를 낳고 이리 첫돌잔치까지 하니 기쁘지 않을 수 없었다. 하지만 여기서 김주평이 찬물을 끼얹었다.


“그나저나 능양군 나리께서 다녀가셨다며?”


김주평의 말에 패주길의 얼굴이 굳어졌다. 흥겹던 마음도 차갑게 식어버렸다.


“그랬지요.”

“왜?”

“글쎄요...”


대답은 두루뭉술하게 했지만 패주길은 이유를 알 수 있었다.


‘벌써 때가 되었다는 거지.’


임진왜란이 끝나고 20여년. 패주길의 사업은 날로 번창했다. 이제 조선에서 패주길을 무시할 수 있는 사람은 없었다. 가장 무시할 수 없는 점은 패주길이 나라에 큰 공을 세웠다는데 있었다. 바로 경복궁의 중건. 본디의 역사대로면 보선의 궁궐은 제대로 중건이 안 되고 방치된 채 조선말까지 이어졌다. 나중에 흥선대원군이 왕실의 위엄을 회복한다며 중건하나 나라를 도탄에 빠트리고 마는 사태가 벌어졌지만 패주길이 온 지금은 아니었다. 나라에서 아무리 나라를 위해 재물 좀 바치라고 해도 쌀 한 톨 내놓지 않을 자들이 한양루주나 카지노, 룸살롱 등에서는 곳간을 열고 주머니를 열었다. 조선의 조세는 양반은 내지 않고 그 밑의 사람들만 내는데 그것이 얼마나 어리석은 짓인지 패주길의 사업체들은 보여주었다. 조선의 조정이 백성들에게 거둬들이는 조세보다 패주길의 사업체에서 버는 것이 더 많았다. 소작이나 하며 겨우 입에 풀칠하는 사람들 수백 쥐어짜봐야, 넓은 땅 가진 자들 한 명 살살 달래 좀 울궈 내는 것이 더 큰 재물을 얻는 것이기 때문이었다.


패주길의 영향력이 더 커진 것은 화폐 때문이었다. 원 역사에서는 더 휴대에 나올 화폐가 광해군 시절에 나왔다. 광해군의 대동법 시행에서 쌀이나 베가 아닌 화폐가 쓰이게 된 것이었다. 이때 화폐는 패주길이 확립해놓은 카지노 칩의 개념에서 시작했다. 카지노의 칩은 자기를 구운 것이지만 화폐를 그럴 수가 없었다. 이때 패주길이 내놓은 대안은 종이였다.


원래 돈을 만들 때 놋쇠 등을 이용하려 했으나 아직 전후 복구도 잘 안 된 터라 많은 물자가 부족했다. 그러니 종이돈은 귀가 솔깃할 제안이기는 했다. 다만 종이돈은 쓰다보면 헤진다는 문제가 있었다. 사실 조선의 종이는 질기고 튼튼했다. 종이로 미투리를 삼아 신으면 짚으로 만든 것보다 오래 갈 정도였으니... 그래서 책을 몰래 훔쳐 미투리를 삼아 신는 자도 있다고 했던가? 하지만 아무리 질기고 튼튼해도 결국은 종이였다. 돈이란 물건이 하루 이틀 쓰는 것도 아니고 이 사람 저 사람 손도 거쳐야 하는 것이 문제였다. 품이나 염낭에 넣으녀 이리저리 구겨지고... 또한 비가 내릴 경우는 심각했다. 이에 패주길은 기름종이나 가죽으로 만든 지갑 개념을 내놓았다.


이런 과정을 고쳐 1냥, 5냥, 10냥, 50냥, 100냥의 액수가 적힌 종이돈이 만들어졌다. 도안은 복잡하게 하고 싶었지만 아직 그런 기술은 없어 그저 돈 액수와 어디서 발행처와, 그것을 공인하는 인장이 찍혔을 뿐이었다. 그리고 이 돈은 1냥이 쌀 1홉이며, 이 돈을 관에 가지고 오면 쌀 1홉을 내준다는 글도 넣었다.


문제는 사람들이 워낙 돈 없이 살아서 이 돈의 개념을 잘 모른다는 것이었다. 심지어 돈을 가늘게 잘라 꼬아 미투리를 삼기도 했으니 말 다한 것이었다. 액수가 큰 돈일 경우 돈으로 미투리를 만들 거면 그 돈으로 짚으로 만든 미투리를 사면 한아름을 살 정도인데 그것을 인식 못하고 그리한 것이니... 그래도 지금은 제대로 유통이 되고 있는 중이었다.


어쨌든 이런 이유로 패주길은 이조참판으로 조폐청을 맡고 있었다. 조폐청이 이조의 하부조직이기 때문이었다.


“내 충고하겠는데 능양군 나리와는 가까이 하지 마시게. 뭔가 꺼림칙하네.”

“그 말 명심하지요.”


하지만 패주길의 머릿속은 복잡했다. 조선에 유흥지대가 생기고, 화폐가 일찍 쓰이는 등 변화를 이끌어냈지만 크게 대단한 것은 아니었다. 광해군은 영창대군을 귀양 보냈으며, 만주에 세워진 후금은 명을 압박하고 있었고, 명에서는 조선에게 힘을 보태라고 압박하고 있었다. 즉 인조반정은 반드시 일어난다는 의미였다. 그런데 능양군이 자신을 찾아왔다. 그건 반정에 힘을 보태라는 의미였다. 그리고 그것을 거부한다면 인조가 왕이 된 후 보복이 있을 것이 분명할 것이었다.


‘어찌해야 할까...’


패주길은 인조의 반란을 경고했지만 듣지 않았다. 인조 반란의 결정적인 명분이 영창대군의 죽음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지만 그것도 듣지 않았다. 물론 광해군에게도 사정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영창대군은 광해군의 목을 조르는 올가미였다. 밀려난 권력자만큼 비참한 것도 없는 법. 사실 영창대군을 죽인 진짜 범인은 광해군이 영창대군을 죽이지 않을 수 없도록 만든 자들이라고 해야 할 것이었다. 어쨌든 원역사의 광해군과 같은 실정은 안했지만 결정적인 실정은 빗겨가지 못 했다. 만약 인조가 자신의 왕에 대한 욕심이 아닌 진정 조선과 조선 백성을 위해 일어난 것이면 인조반정은 일어나지 않겠지만 문제는 인조 그 자신이 왕에 대한 욕심이 있다는 것이었다. 아니 인조반정의 이유가 그것이었다. 그 외의 반정 이유는 그저 명분을 만들기 위한 것이었을 뿐. 애초 조선의 왕이면서 명나라 황제에게 충성을 바치고, 명나라와 명 황제를 위해서라면 조선과 조선의 백성은 망하든 죽든 어찌 되도 상관없다고 말하는 자에게 명분 따위가 있을 리 없는 것이었다.


‘흠... 방법은...’


이대로 능양군 즉 인조의 요구를 들어준다면 자신은 아마도 역사에 크나큰 악인으로 남을 것이 분명했다. 도박장에 갖은 유흥시설을 만드는 것도 모자라 조선을 지키기 위해 애 쓴 광해군을 몰아내는데 큰 일조를 한 간신으로. 차라리 힘도 뭣도 없는 그저 그런 인물이었다면 이런 일이 없을 텐데 하필이면 조선 최고의 갑부가 되었으니...


“역시 돈보다는 권력인가?”


그건 동서고금 변함없는 진리인 듯싶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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