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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도깹
작품등록일 :
2020.05.11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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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18 15: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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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쪽

18. 대격변.

DUMMY

패주길은 왕이 되자 곧바로 주변 여러 나라에 사신을 보냈다. 왕이 바뀌었음을 알리는 사신이었다. 이것이 문제였다. 다른 나라들은 문제가 아니었으나 후금과 명이 문제가 된 것이었다. 두 나라 다 조선의 머리 위에 앉으려는 나라들. 다행히 후금은 명을 정벌하기 전 조선과 마찰을 빚지 않아야 했다. 조선을 공격해 인조를 죽이기까지 했으나 그것은 말을 듣지 않는 조선의 기를 꺾기 위한 것이었다. 계속적인 조선과의 대립은 후금에 좋을 리 없었다. 더욱이 지금은 어디로 도망쳤는지 모르는 교랍이란 자는 조선의 왕을 죽이기까지 했다. 알고 보면 후금과 조선은 불구대천의 원수가 된 것이었고, 명과 상대해야 할 후금으로서는 최악의 수를 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원역사에서는 병자년에 조선을 공격해 항복을 받아내지만 그건 정묘호란 이후 힘이 더 강해졌기 때문이지 당장은 아니었다. 더군다나 한 번 조선의 왕을 죽였으니 다시 싸우게 되면 항복은 없이 죽기 살기로 싸울 것은 자명한 일인지라 상당히 골치 아프게 된 셈이었다. 그런 판국에 조선이 먼저 손을 내민 것이었다. 후금으로서는 불감청이언정 고소원인 상황이라 당장 다른 나라와 마찬가지로 패주길의 정식 조선왕 등극식에 맞춰 축하의 사절을 보냈다.


이제 남은 것은 명이었다. 명으로서는 황당할 일이었다. 한 나라의 왕이 바뀌는 일은 얼마든지 있을 수 있었다. 왕이 병이나 수명이 다해 죽으면 후계자가 왕위를 계승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니까. 하지만 지금이 조선은 요상한 상황이었다. 후금이 공격해 왕을 죽인 것이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그 왕이 양위를 했다고 한다. 그것도 기존 왕실의 성씨와 완전히 다른 성씨에게. 이건 이름만 바뀌지 않았을 뿐이지 나라 하나가 새로 세워지는 것이나 마찬가지인 상황이었다. 그래도 조선이란 이름을 바꾸지 않은 것을 보면 조선이 추구하고 이어왔던 것을 그대로 계승하는 모양이라고 여길만한데... 이 새로운 조선왕이라는 사람이 달랑


-나 왕 됨. 와서 축하해라.


이렇게 해석이 될 국서 하나만 조촐한 사신단을 통해 보내 온 것이었다. 그 이전의 왕이야 후금이 세운 왕이니 후금과 친한 것은 당연한 일로 칠 수 있겠다. 그런데 새롭게 양위 받은 자는 뭐란 말인가? 이렇듯 기존의 왕실 사람이 아닌 전혀 다른 성씨가 양위를 받는다면 그건 둘 중 하나인 것이다. 아주 대단한 현자거나, 기존 왕을 핍박하고 겁박해서 억지로 받아냈거나. 전자라면 그 명성을 몰랐을 리 없으니 당연히 후자일 것이었다. 아니 패주길은 이미 명에도 그 명성을 날리고 있었다. 명에서 조선으로 간 사신 중에 한양루주 한 번 안 간 자는 없었으니까. 하지만 그건 당연히 현자로서의 명성은 아니었다. 어쨌든 후자의 경우는 중원의 역사에도 많았다. 그런데 그렇게 얻어낸다면 기존의 정책과는 반대여야 했다. 더욱이 명도 보고 듣는 눈과 귀가 있으니 새로운 조선의 왕이 후금군을 몰아냈다는 것은 알고 있었다. 그렇다면 이번 조선왕은 친명정책을 취하며 명에 사대를 해야 했다. 아니 그 이전 새롭게 왕이 되었으니 왕이 됨을 허락해 달라고 요청해야 했다. 그런데...


명의 조정은 말 그대로 조선과 조선왕 패주길에 대한 성토가 이어졌다. 당장 조선을 공격해야 한다는 말도 나왔다. 하지만 그저 말 뿐이었다. 당장 북쪽의 후금도 어찌하지 못 하면서, 비록 적은 군세일지라도 후금군을 몰아낸 조선을 공격한다? 쉽지 않은 일일뿐더러, 조선을 공격하기 위해 빼낸 전력만큼 후금에 밀릴 것은 분명했다. 또한 이렇게 사신을 보낸다는 것은 예전처럼 명을 상국으로 받들며 사대하지는 않더라고 척은 지지 않겠다는 의미인데 굳이 그걸 거부하고 깨서 적을 늘릴 필요는 없는 일이었다. 하지만 이대로 둘 수도 없는 노릇. 결국 명 또한 패주길의 정식 등극식에 맞춰 사신을 보내기로 했다. 물론 그 사신의 역할은 감히 명에 사대하지 않음을 꾸짖는 역할도 포함이 되었다.


그렇게 패주길의 등극식은 다가오고 있었다.


* * *


“붉은 곤룡포라...”


패주길은 살짝 눈을 찡그렸다. 하지만 굳이 따지지는 않았다. 아직은 왕이니까. 조선의 왕인 조선의 격식에 따라야 했다.


그날 왕위 등극식은 후금과, 몽골, 왜 등에서 사신이 왔다. 물론 명에서도 사신이 왔다.


“천세 천세 천천세!”


만조백관들의 하례를 마지막으로 등극식은 끝났다. 남은 건 사신들의 축하 선물을 받는 일뿐. 다른 곳에서는 조선과의 관계를 위해 푸짐한 선물을 전해왔다. 하지만...


“조선의 국왕은 무릎을 꿇고 황상폐하의 교서를 받도록 하라!”


명나라 사신이었다. 명의 사신 법의는 패주길에게 신하로서의 예를 다하라고 종용했다. 그리고 그것은 그 자리에 긴장감을 가져왔다.


“내가 왜 네게 무릎을 꿇어야 하는가?”


패주길이 물었다.


“내게 꿇는 것이 아니라 대명제국의 황상폐하께 꿇으라는 것이오. 내게 꿇어도 그건 황상폐하께 꿇는 것이오.”

“어쨌든 네게 꿇어야 한다는 것이 아닌가? 어찌 고작 사신에게 일국의 왕이 무릎을 꿇겠는가?”


이에 명의 사신 법의는 비릿한 미소를 지었다.


“그대는 아직 조선의 왕이 아니외다.”

“뭐라고?”


순간 패주길의 눈빛이 사나워졌다. 하지만 법의는 그것을 알아채지 못 했다.


“대명의 황상폐하께서 봉하지 않았으니 아직 왕이 아니외다. 그대는 그저 조선의 벼슬아치일 뿐이오!”

“네놈이 지금 날 능멸하는 것이냐?”

“허허. 그럴 리가...난 그저 지금 우리 대명과 조선의 관계를 말하는 것 뿐이오.”

“명과 조선의 관계?”

“그렇소. 조선이 세워질 때부터 조선은 명을 상국으로 받들고 신하국으로서의 예를 다 하였고. 그리고 그 것은 명에서 요구하기 이전 행한 조선의 선택이었소. 그런데 스스로가 정한 것을 먼저 깨다니 그리 신의가 없어야 황상폐하의 승인을 받지 않았는데 어찌 일국의 왕을 자처할 수 있겠소? 또한 백번 천번 양보해 그대가 왕이라 칩시다. 그렇더라도 나 또한 황상폐하의 명을 받들어 온 몸. 내게 하는 모든 것이 황상폐하께 하는 것임을 잊어서는 아니 될 것이오.”

“하아... 그러니 내가 네놈 밑이다?”

“머리가 돌아가지 않는 것은 아닌 모양이구려.”


법정은 피식 웃으며 말했다. 사실 법의의 말이 틀린 것은 아니었다.


“하아... 이 놈의 나라는 정말 첫 단추를 제대로 잘 못 꿴 거지...”


원래 사대와 조공은 조선에게 하나의 머리를 잘 쓴 정책이라고 할 수 있었다. 일반적으로 사대를 하고 조공을 한다면 일방적으로 뭔가를 바친다고 여기겠지만 실제로는 반대였다. 조선에서 하나를 조공하면 명에서는 대국으로서의 체면이 있기에 두 개를 줘야 했다. 그래서 조선은 더 많이 조공하고자 했고, 명에서는 그걸 바라지 않는 경우가 생기기까지 했었다. 괜히 조공무역이라고 하는 것이 아니었다. 신흥국으로서의 조선은 국가의 안정과 안위, 원나라로부터의 위협을 막아 줄 방패, 그리고 경제적 이익까지 모두 잡을 수 있는 방법을 취한 것이었다. 그야말로 세 마리 토끼를 잡은 셈이라고 할 수 있는데...


다만 이 조공무역의 경우 단점은 스스로의 자긍심과 자존감을 파괴한다는 것이었다. 병자호란이 일어나고 명이 청에 점령당할 때 조선의 군신이 조선이 망하고, 조선 백성이 다 도륙당하더라도 명황제에게 충성을 바치겠다고 대놓고 말한 것이 이런 이유인 것이었다. 왕이란 자가 자신의 나라가 망하고, 백성이 다 죽어도 좋으니 다른 나라의 황제에게 충성을 다하겠다는 기가 막힌 소리를 하는 지경이 되는 것이었다. 즉 앞에서는 잃고 뒤에서는 얻는 것이 조공무역의 겉모습이라면 그 이면의 보이지 않는 속으로는 그야말로 영혼까지 노예가 되는 최악의 정책인 것이었다.


“자! 조선의 왕은 어서 무릎을 꿇고 대명황제의 명을 받들라!”


이젠 아예 말까지 놓는 법의였다. 아무리 조선이 명에 사대를 했어도, 그리고 자신이 황제에게 권한을 위임받고 왔어도 일개 사신이 왕인 패주길에게 하는 행동은 상당히 무례한 짓이었다. 아니 해서는 안 될 짓이었다. 그럼에도 법의가 이러는 것은 패주길이 후금의 힘으로 왕위에 오른 이반을 겁박하여 양위를 받았기 때문이었다. 이미 후금과 척을 졌으니 비빌 구석이라고는 자신들 명 외에는 없을 것이고, 그러니 어떤 수를 써서든 명과 더 긴밀해 지려할 것은 자명한 일이라 여겼다. 이에 조선의 기를 제대로 눌러 줄 필요가 있다고 판단한 것이었다. 이미 광해군과 양종 이반 두 왕의 정권 동안 명과 멀어지는 정책을 지속하였기에 다시 조선을 전과 같이 복속시키려면 그 정도는 해야 한다고 생각한 것이었다. 하지만...


“아! 그러고 보니 거기 후금에서 온 사람들?”

“예?”


이름이 거문던이락 했던 사신이 한 발 나왔다.


“왜 찾으십니까?”

“이렇듯 귀한 분이 후금황제를 대신해 오신데다 저리 예물도 많이 가지고 오셨는데 그에 대한 답례를 안 한다면 그건 굉장한 실례 아니겠소?”

“예... 그렇지요...”


대체 저 조선왕이 무슨 말을 하는 건가? 거문던은 의아했다. 하지만...


“크악!”


외마디 비명과 함께 법의의 목이 하늘로 솟구쳤다. 도화가 칼을 휘둘러 단칼에 베어낸 것이었다.


“저걸 드리지요.”


패주길은 땅에 떨어진 법의의 머리를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빙긋 미소를 지었다.


“그, 그게...”


거문던은 침을 꿀꺽 삼켰다. 이건 웃을 일이었다. 명과 제대로 손을 끊고 후금과 함께 하겠다는 의미니까. 하지만 거문던은 웃음이 나오지 않았다. 대체 사신으로 온 자의 목을 베어 그 자리에서 다른 나라에서 온 사신에게 답례품으로 주다니...


‘대, 대체 저 사람은 뭐란 말인가?’


전장 한복판에서도 떨리지 않던 몸이 으슬으슬하기 시작하는 거문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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