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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o**** 님의 서재입니다.

해체가가 왜 그럴까?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doha93
작품등록일 :
2021.05.12 15:20
최근연재일 :
2021.06.16 1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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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5.25 0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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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구도시-1

DUMMY

<항구도시>


나는 노파 앞에 있는 낡은 나무의자에 앉았다.


“그렇게 겁내지 않으셔도 됩니다. 반갑습니다. 저는 점술가 시빌라 입니다”


나를 향해 고개 숙여 인사하는 노파에게는 어떤 기색도 느껴지지 않았다.


“반갑습니다. 모험가 피트입니다”

“그렇게 멀리 떨어지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자, 가까이 오시죠. 해체가에게 나는 냄새는 그저 숙련된 모험가에서 나오는 냄새와 비슷합니다. 겁낼 필요 없어요”


어떻게 알아본 건지 노파는 한눈에 내 직업이 해체가인 걸 간파해버렸다. 정말 모든 걸 꿰뚫어보는 것일까?. 내가 이상한 표정을 짓자 노파는 껄껄 웃으며 말했다.


“그렇게 소심하게 구석에 계시면, 그 누구라도 알지 않겠습니까?”


아무래도 나도 모르게 습관적으로 구석으로 갔나 보다. 노파는 한바탕 웃더니 내게 물었다.


“모험가님은 무엇이 궁금해서 찾아오신 겁니까”

“제가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내 의미심장한 말에 노파는 나에게 앞에 있는 수정구에 손을 올려보라 말했다, 노파 역시 손을 올렸다. 노파의 손이 닿자 아무것도 없던, 수정구에서 보라색 빛 연기가 서서히 올라오기 시작했다.


“감당할 수 없는 거대한 변화와, 힘이 같이 몰려오는군요. 끝없는 어둠이 보이네요”


노파는 눈을 감은 채 수정구를 이리저리 만지며 말을 이어갔다.


“당장 들리는 거짓에 현혹되지 마시길 바랍니다”


내 안을 들여다보듯 노파의 몸은 점점 떨리고 있었다. 신기하게 노파가 떨수록 주변 물체도 같이 떨리기 시작했다.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것일까?.


그런데 그 순간 수정구가 갑자기 터져버리고, 노파가 비명을 지르기 시작했다.

엄청난 소리에, 밖에 있던 직원이 들어오더니 누워서 소리 지르는 노파를 살피기 시작했다


“시빌라님 괜찮으십니까?, 땀이 이렇게···”


나는 당황스러워 어쩔 줄 몰랐다. 다행히 노파는 금방 의식을 차리고 입을 열었다


“죄, 죄송합니다 모험가님. 오늘은 제가 컨디션이 안 좋은 것 같습니다. 골드는 받지 않을 테니, 후에 다시 방문해 주시면 안 됩니까···?”


노파에 부탁에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그저 죄송하다는 말과, 밖으로 나가는 것뿐이었다.

나는 밖으로 몸을 옮겼다. 나가는 순간 노파는 다시 한번 명심하라는 듯 말했다.


“모, 모험가님 소리에 현혹되지 마십쇼”


마지막까지 식은땀을 흘리며 노파는 나에게 경고했다. 그게 무슨 의미인지 알 수는 없었지만···


밖을 나오니 노파의 소리에 이끌려 많은 인파가 서성이고 있었다. 나는 도망치듯 그 장소에서 벗어나, 여관까지 달렸다.


***


시빌라 갑작스러운 행동에 당황한 듯 연신 고개를 숙여 사과한 후, 도망치듯 남성은 어디론가 사라져버렸다.


주변의 다양한 종족들이 가끔 천막 안을 들여다봤지만, 이내 신경 쓰지 않고 각자의 삶으로 돌아갔다.


"시빌라님 정말 괜찮으신 겁니까?, 인간에게 접촉하는 건 아직 무리라고 말씀드렸지 않았습니까"

"괜찮다, 블햄"


설마 그때 아무 생각 없이 그의 심연을 들여다본 것이 이런 일을 불러올 줄은 시빌라로서는 상상할 수 없었다. 그녀의 몸에선 여전히 식은땀이 줄기차게 흐르고 있었다.


"무슨 일이 있으신 겁니까, 시빌라님"


충실한 종 블햄은 손수건으로 연신 그녀의 이마를 닦아주었다. 쭈글쭈글했던 시빌라의 피부는 어느새 탄력을 되찾아, 노파의 모습에서 젊은 여성의 모습으로 바뀌어있었다.


시빌라는 헐떡거리는 호흡을 되찾으며, 자신이 얼핏 본 것을 블햄에게 이야기했다.


"내가 그의 심연을 들여다보는 동안, 그녀도 나를 보고 있었어, 마치 방해하지 말라는 듯"


블햄은 시빌라가 여전히 무슨 말을 하는지 전혀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표정을 지었다. 시비라는 이내 짐을 주섬주섬 꾸리더니, 블햄을 보며 다시 한번 말했다.


"여신이 말이야!, 성으로 돌아가자"


***


여관에 도착하니, 마침 마라가 식당에서 밥을 먹고 있었다. 내가 숨을 헐덕이며 도착하자, 그녀는 무슨 일이 있었냐며 호기심 가득한 얼굴로 물어봤다.


"길이라도 잃었어?"


나는 헐떡이는 숨을 참고 말했다.


"혹시 점술사에게 예지를 받아본 적 있어요?"


나의 바보 같은 대답 때문이었을까?, 금세 그녀는 전혀 궁금하지 않다 표정으로 말했다.


"너. 설마 점술원 다녀왔니?"


나는 변명하듯 점술원에서 있었던 일들을 마라에게 털어놓았다.


"원래 점술사들이 그런 게 있어, 다 그럴듯한 것들을 예상하며 먹고사는 거지. 물론 그중에 맞는 이야기도 있지만, 그게 과연 예지 때문이라고 할 수 있을까?"


그녀는 신경 쓰지 말라고 이야기했지만, 어째서인지 노파가 한말은 내 머릿속에 빙빙 맴돌았다.


밥을 다 먹고 마라는 앞으로 일주일 뒤에 있을 연금술사 모임에 준비할 게 많기 때문에 당분간 밖에 돌아다닐 수 없다 말했다.


아무래도 그 많은 책들을 가지고 온 이유가 이것 때문인가 보다. 결국 나는 일주일 동안 주변을 이곳저곳 돌아다녀보기로 했다.


항구도시의 중앙에는 담르트노 성당이 있었는데, 성당의 탑 위에는 10m 높이의 거대한 금색 레플리카 여신의 동상이 있었다.


어부들은 바다를 나갈 때와 들어올 때 여신의 동상 앞에 안전을 기원한다고 전해진다.

또, 그 앞에는 로톤 도시 전체를 한눈에 볼 수 있어 많은 관광객들로 가득 찼다.


특히 해 질 무렵 이곳에서 바라보는 로톤 도시의 모습은, 무척 아름다웠다.

던전에서 생사를 오가는 모험만 하다가, 이곳에서 평화로운 항구도시를 보고 있으니 세상의 모든 근심 걱정을 잠시 동안 잊을 수 있었다.


그 뒤쪽에는 구 항구라는 곳이 있는데, 오전에 가면 물고기를 파는 장터가 열려 활기찬 분위기를 연출했다. 시장에 가면 늘 느끼지만, 어느 종족이나 사는 방식은 비슷한듯하다.


특히 각양각색의 배들이 정박한 후, 물건을 오르락내리락하는 모습을 보면 장관이 따로 없었다. 각배마다 종족을 표시한 것인지, 나라를 표시한 것인지 알 수 없지만. 특이한 문양의 깃발이 돛대에 걸려있었다.


나는 가끔씩 굳어있는 몸을 풀기 위해 도시 밖으로 나와 필드에서 사냥을 했다. 물고기냄새에 이끌려 거대한 고양잇과 몬스터들이 입구 주변을 서성이고 있었기 때문이다.


몬스터를 잡고 해체를 해봤지만, 역시 가지고 갈 건 그다지 많지 않았다. 날카로운 송곳니를 가지고 갈까 고민했지만, 강도를 테스트해본 결과 오히려 너무 쉽게 부서졌다.

사냥을 하고 있으면, 가끔씩 경비병이 다가와 직업을 물어보곤 했지만, 그저 웃음으로 대답했다.


아마 내 직업을 알고 있는 건 들어왔을 때 스테이터스카드를 보여준, 그 경비병 한 명뿐이라 생각된다.

이곳저곳 돌아다니면, 노파가 했던 말을 잊을 수 있을 거라 생각했지만, 그렇지않았다.


단순한 사기라기엔 비슷한 점이 너무나 많았기 때문이다. 나는 다시 한번 노파가 자리 잡고 있던 점술원을 찾으러 가봤지만, 그 이후 노파의 행방은 알 수 없었다.


마라와는 식당에서만 만날 수 있었다, 만날 때마다 그녀 눈 밑에 다크서클은, 점점 진해지다 못해 누구에게 맞은 것처럼 시퍼런 멍같이보였다


그렇게 일주일은 순식간에 지나갔다. 만반의 준비를 하고 비장하게 나오는 마라의 모습은, 흡사 전쟁을 나서는 기사와 같았다.


가죽 가방에는 알 수 없는 문서들로 꽉 채우고, 우리는 앞에 보이는 거대한 시계 종탑으로 향했다.


그곳으로 향하는 사람들은 전부 마라와 행색이 비슷하거나, 똑같았다. 전부다 알 수 없는 거대한 책들과, 문서들을 들고 가고 있었기 때문이다.


시계 종탑 앞에는 큰 챙 모자를 쓴 사람들이 있었는데, 경비병들과 마찬가지로 연금술사인지, 아닌지 확인 절차를 걸쳐 들어갈 수 있는 것 같았다.


내 차례가 오자 마라는 그들에게, 일행 겸 증인이니 괜찮다고 이야기했다.

증인이라니 무슨 소리지?, 영문을 알 수 없는 말이었지만, 계속해서 마라를 따라 종탑 안으로 들어갔다.


화려한 대리석 바닥을 지나가자 곧이어 고풍스러운 카펫이 나오더니, 거대한 홀이 보였다. 중앙에는 하나의 단상이 보였고,


그 단상을 여러 개의 좌석이 둥글게 감싸고 있는 모양이었다. 마라의 말로는 저 중앙에서, 그동안 준비한 것을 발표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나는 최대한 구석에 앉아 존재감을 죽었다. 시간이 가까워지자 넓다고 느껴지던 공간은 점차 좁아지기 시작했다. 그만큼 수많은 연금술사들이 이 모임을 중요하게 생각한다는 것이었다.


곧이어 긴 백발의 머리를 한 남성이 앞으로 나와 개회사를 하고, 본격적인 행사가 시작되었다. 말이 좋아 행사지, 내 눈에는 고문이나 따로 없다. 아마 다른 누가 와도 같은 반응이 있으리.


‘포션 중독의 위험성’ ,’현자의 돌의 존재’ 등 전혀 알 수 없는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지루한 시간이 계속될 무렵, 드디어 마라가 중앙에서 서 발표했다


“제가 연구한 것은 알 수 없는 강함을 가진 [해체가]에 대한 연구입니다”


그녀가 말하자 강당이 술렁이기 시작했다. 나 또한 다른 의미로 혼란스러웠다. 나에게 한마디도 없이 혼자 저런 연구를 했다니.


“마라 너무 무리하는 거 아니야?, 아무리 우리들을 이기고 싶어도 그렇지”

“그래. 그런 거짓말을 해서까지 이기고 싶었어?”


많은 연금술사들이 웅성거리며, 마라에게 비아냥거리기 시작했다, 그녀의 모습은 마치 지난 3년 동안 모질게 굴러다닌 내 모습과 별반 다를 바 없었다.


“거짓말이 아닙니다. 제 증거는 저기 있습니다”


마라는 중앙에서 나를 가리키며 큰 목소리로 이야기했다. 순식간에 수많은 연금술사들의 시선이 날카롭게 꽂혔다. 그리고 계속해서 그녀는 말을 이어갔다.


“저분이 바로 제가 말한 해체가입니다. 그는 비정상적인 강함을 가지고, 던전 안에 있던 오거마저 토벌했습니다.


아무래도 저 여자와 같이 여기까지 온 게 실수가 아닌가 싶다. 아주 동네방네 소문을 내고 다니는구나. 그렇지만 여전히 다른 이들은 믿지 않았다. 이에 마라는 다른 방법을 쓰기 시작했다.


“그 토벌의 증거로, 저희는 영주의 창고에서 고대 유물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제가 받은 것은 바로 이것입니다”


마라는 오른손을 올리더니 곧이어 붉은 늑대 형상을 한 소환수를 소환했다.

연장자로 보이던 백발의 머리를 한 남성이, 마라에 손에 있는 반지를 확인해보더니 입을 열었다.


“그녀의 말은 사실이다”


다시 한번 강당이 술렁이기 시작했다.


“그런데 마라여, 네가 죽인 거일 수도 있지 않느냐?, 내가 생각하기에 너는 뛰어난 전투 실력을 가진 연금술사 아니더냐?”

“아닙니다 교수님, 저분이 잡은 게 확실합니다”

“몇 가지 테스트를 해봐도 상관없는 것이겠지?”

“네”


마라의 대답을 확인한 교수는 나를 보더니, 내려와 스테이터스카드 확인을 부탁했다.


[피트 레인] [해체가]


“사실인듯하군, 그럼 잠시 따라와 줄 수 있겠나?”


교수를 따라 옥상에 올라가자, 거대한 공터가 보였다. 이곳에서 무엇을 하고 싶길래 부른 걸까?, 그리고 난 왜 여기 있는 걸까. 두 가지 의문이 동시에 들었다. 나는 원망에 찬 눈으로 마라를 쳐다봤다.


“미안하네, 마라의 말이 사실인지 아닌지, 확인이 필요해서 불렀다네”

“괜찮습니다. 다만 한 가지 부탁드릴 게 있습니다”

“말해보게나”


나는 교수에게 이사실은 최대한 조용히 넘어가 길 바란다고 전했다. 교수는 잠시 고민하니 이내 수긍했다.


“그럼, 내가 골렘을 소환할 테니 어디 한번 피해보게나”


교수의 말이 끝나자 공터에서 갑자기 진흙이 올라오더니, 이내 그것들이 합쳐져 골렘이 만들어졌다.


나는 나타난 골렘에게 공격할 틈을 주지 않고, 바로 마력이 뭉쳐있는 부위를 나이프로 뚫어버렸다. 당연히 마력 핵이 부서진 골렘은 다시 흙으로 돌아갔다.


나의 행동에 교수는 크게 놀란 듯 입을 벌리고 흙더미로 돌아간 골렘을 바라봤다. 나는 괜히 일을 벌인 게 아닌가 조마조마했지만, 이내 교수는 수긍하고 강당으로 돌아가 모두에게 알렸다.


단. 이 부분에 대해선 더 이상 발설하지 않는 것으로. 모든 것이 정리될 즘, 나는 마라에게 가서 왜 이런 일을 상의도 없이 혼자 했냐며 따졌다.


마라 역시 이번 일에 큰 죄책감을 느꼈는지, 고개를 숙이며 미안하다는 말을 반복했다. 나중에 알아낸 사실이지만, 소속 내에서 마라를 고의적으로 따돌리는듯했다.


마라는 꼭 그 룬 문자에 대해 밝혀내주겠다고, 약속했다. 사과를 받아낸 후 마라와 나는 교수에게 다가가 내 룬 문자가 나타나있는 나이프를 보여줬다.


“혹시 이것에 대해 아시는 것 있으신가요?”


교수는 잠시 손가락으로 룬 문자를 스쳐 지나가더니 그것을 똑같이 공책에 새겨 넣었다.


“룬 문자로군, 실로 오랜만이야 한때 이것에 대해 연구하곤 했지”

“혹시···?”

“조금만 시간을 준다면 말이지, 자네에겐 마라에 대한 빚도 있으니 말이야. 다 되면 마라를 통해 알려주겠네. 오늘 하루 지겨운 소리 듣느라 고생 많았네”

“아닙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그 후 인사를 하고 자리를 떠났다.

분명 정오에 들어간 것 같은데, 밖을 나오니 밤하늘에 별들이 반짝거리고 있었다. 마라는 미안한지 계속해서 내 눈치를 살펴보고 있었다.


“그래서, 동기들 코를 납작하게 하니까 기분 좋아요?”


마라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저도 만족합니다, 대신 다음부턴 말이라도 해주세요, 적어도 놀라지는 않게”


마라는 눈에 띄게 밝아진 표정으로 알겠다고 대답했다. 우리는 밤하늘을 걸으며 여관으로 돌아갔다. 어쨌거나 우리들의 승리 아니겠는가?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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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고유기술 21.05.18 95 4 12쪽
9 포식자-2 21.05.17 97 4 12쪽
8 포식자-1 21.05.16 91 3 13쪽
7 대장장이 테인-2 21.05.15 107 1 12쪽
6 대장장이 테인-1 21.05.14 122 1 13쪽
5 결심 21.05.13 145 2 13쪽
4 변화 21.05.12 163 3 12쪽
3 후보용사의 의뢰-2 21.05.12 188 3 13쪽
2 후보용사의 의뢰-1 21.05.12 283 16 12쪽
1 용사와 마왕이었던 것 +2 21.05.12 397 43 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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