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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네딧 님의 서재입니다.

내 친구의 첫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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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이네딧
작품등록일 :
2021.10.11 12:36
최근연재일 :
2022.07.21 20:30
연재수 :
129 회
조회수 :
7,722
추천수 :
167
글자수 :
658,878

작성
21.10.19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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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5화. 드라마 오디션

DUMMY

기상청 지진 화산국 사무실 투명 유리로 1팀과 2팀이 분리되어 있고, 사무실 안쪽 벽에 걸린 대형 모니터에는 활성 단층의 움직임이 표시된 대한민국 위성 지도가 떠 있다.


아래 두 개로 분리된 화면에서는 지진파 그래프가 작은 움직임의 선을 그리며 지나간다.


기상청은 전국의 기상 예보와 관측을 담당하는 기관이다.


본청인 서울 기상청은 예보국, 관측기반국, 기후과학국, 지진화산국이 있고, 진호는 지진 화산국 1팀 연구원이다.


지진화산국에서 진호의 업무는 지진 단층 상관관계 해석연구, 지진 지구 물리 자료처리, 단층 활동 감시 등을 연구한다.


조용한 사무실 안은 여기저기에서 키보드 소리만 짧게 들리고, 파티션으로 막아 놓은 지진 화산국 1팀 책상들 사이에 ‘지진 분석관 오진호’ 이름이 쓰여 있다.


컴퓨터 모니터 속 지진파 그래프를 보고 있는 캐주얼 정장 차림의 진호.


진지한 표정으로 그래프를 보다가 머리를 들어 주위를 살피더니 그래프 창 내리고,


포털사이트 창을 띄워 ‘기상캐스터 이하윤’을 검색한다.


하윤의 기사와 블로그 속 하윤 사진을 찾아본다.


다양한 의상을 입고 환하게 미소 짓는 사진들, 날씨 예보하는 캡쳐 사진들,


생방송 중 지진이 발생해 여고생을 구하는 방송 사고 영상들.


생방송 사고로 사람들은 하윤을 알게 됐고, 하윤의 인기는 점점 올라가고 있다.


진호가 휴대전화를 모니터 옆에 세워 놓고 화면을 터치해 사진을 불러온다.


사진을 넘기다가 하윤과 레스토랑 의자에 나란히 앉아 찍은 사진을 보고 바보처럼 실실 웃는다.


명함을 받고 난 후 진호는 이 사실을 절친인 민준에게 상의할까? 잠깐 고민했다.


고민의 끝은 진호만 알고 있는 비밀로 결정했다.


지진이 일어난 다음 날 하윤에게 전화했지만 받지 않았다.


진호는 너무 성급했나? 아니야, 그냥 예의상 준 건데 내가 바보처럼 기대했나? 생각하며 낙심했다.


그런데 다음날 하윤에게 전화가 왔고, 꿈만 같았던 하윤과 처음 통화를 했다.


그렇게 서로 가끔 연락하며 스케줄을 정하는데, 진호는 지진 발생으로 바쁘고,


아직 새내기 기상캐스터인 하윤은 촬영 스케줄이 오락가락했다.




드디어 사람이 없는 평일 오후, 연남동 이탈리안 레스토랑에서 하윤을 만나 식사했다.


베이지색 정장을 깔끔하게 차려입고 먼저 기다리던 진호와 달리 하윤은 청재킷에 블랙 진을 입고 모자를 눌러쓰고 왔다.


오빠가 친구 결혼식에 다녀오다가 우연히 집 근처에서 여동생을 만나 바로 파스타 집에 끌려온 것처럼 이질감이 들었다.


파스타를 먹는 사이 진호는 서먹서먹한 대화를 던졌고, 외모와 달리 하윤은 파스타를 씹으면서 진호 말에 입을 크게 벌리며 웃었다.


꾸밈없는 털털한 모습이었다.


대화 중에 기상청과 기상캐스터, 같은 나이, 하윤이 캐나다로 이민 가기 전에 진호 집(성북동)과 가까운 돈암동에 살았다는 같은 동네(같지는 않았지만, 진호가 살짝 억지를 부렸다)라는 공통점에 진호의 마음속에 덩그러니 서 있던 운명의 초에 불이 켜졌다.


진호는 하윤에게 남자친구가 있는지 궁금하지만, 묻지 못하고 돌려서 묻기로 했다.


캐나다로 이민 갔는데 한국에 온 이유를 묻는 진호에게 하윤의 대답은 솔직하면서도 거침없었다.


“첫사랑을 찾고 싶어서 한국에 왔어요.”


그 말을 듣는 순간 진호 마음속에 싸늘한 바람이 불어와 운명의 촛불을 꺼버린다.


하윤과의 식사 시간은 길지 않았지만, 진호는 하윤과 함께 파스타를 먹었다는 사실을 평생 잊지 못할 것 같다.


앞에 앉아 파스타를 먹던 하윤의 모습을 보고 머릿속에 맴도는 단어가 있었다. ‘너무 예쁘다, 아주 예쁘다, 매우 예쁘다, 어떻게 이렇게 예쁠 수가 있지?’


하윤에게 슬쩍 함께 사진을 찍을 수 있는지 부탁했다.


사진은 민준에게 자랑하고 싶어서였다.


하지만 거절해도 괜찮았다.


그런데 하윤은 깜짝 반기며 휴대전화를 들고 있는 진호 옆자리에 앉아 휴대전화 카메라를 바라보며 밝게 웃었다.


사진을 찍고 나서 하윤은 예의상 하는 말이었겠지만 다음에 또 만나자고 하고서 이탈리안 레스토랑에서 먼저 나갔다.




딱 일주일 전 일이다.


진호는 일주일 전에 하윤과 찍은 사진을 보면서 꿈 같았던 그 시간을 생각하며 바보처럼 실실 웃는다.


이거 하나 건졌다고 생각하고 더 이상 하윤에게 연락하지 않았다.


사실은, 휴대전화를 주물럭거리며 카톡을 쓰다 지우 다를 반복하다가 포기하기로 했다.


다음에 만나자는 말은 이미지 때문에 예의상 한 말이라는 건 초딩도 알 수 있으니까.


하윤을 생각하며 잠깐 딴생각에 빠져 있던 진호가 앞자리에 앉아 있는 강 팀장의 헛기침 소리에 놀라 키보드 소리를 요란하게 낸다.


키보드 소리가 너무 과했는지, 다른 팀원들이 하나둘씩 고개를 들어 진호 자리를 바라보고,


건너편 2팀 팀원들도 고개를 들어 1팀 진호 자리로 시선을 보낸다.


몰래 비스킷을 먹다가 목에 걸려 헛기침하던 진호 앞자리 강 팀장이 진호의 키보드 소리에 파티션 넘어 진호를 물끄러미 바라본다.


30대 중반의 강 팀장은 작은 키에 뚱뚱한 몸에 금색 안경을 쓰고 짧은 곱슬머리를 올백스타일로 넘겼다.


“야! 오 진호. 뭐야? 너 회사에서 게임하냐??”


진호 깜짝 놀라 하윤의 움짤이 떠 있는 창을 내리며 군인처럼 절도 있게 대답한다.


“아, 아닙니다.”


“근데 왜 키보드를 부수는 소리를 내. 야! 그것 마, 다 국민들 세금이야.”


강 팀장이 고개 숙이고 있는 진호의 정수리에 대고 말하자, 눈치 보던 진호가 고개를 들어 강 팀장을 바라보며 조용히 말한다.


“죄송합니다. 열심히 일하고 싶어서, 그만···.”


“열심히? 그래. 열심히.”


강 팀장 자리에 앉고.


진호가 다시 모니터 지진파 그래프 보는데,


모니터 옆에 세워진 휴대전화 화면에 카톡 알림 창이 떴다 사라진다.


진호 휴대전화 카톡 창 열어 보고 깜짝 놀란다.


하윤의 카톡이다.


진호씨


이하윤이에요


바쁘세요?


하윤의 카톡에 놀란 진호가 휴대전화를 들고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나가는데,


엉덩이에 의자가 밀려 빙글빙글 돌아 벽에 부딪히며 ‘탁’하고 소리를 낸다.


참 부산스럽다.


1팀 팀원들과 2팀 팀원들이 고개 들어 진호를 바라보고, 강 팀장이 비스킷을 입에 물고 자리에서 일어나 ‘또 너야?’ 표정으로 벽에 부딪혀 있는 진호 의자 가리킨다.


“야! 그것도 인마. 다 국민들이 내는 피 같은 세금이야.”


입에서 비스킷 가루를 날리며 버럭 하는 강 팀장.


휴대전화 들고 휴게실에 가려던 진호가 의자를 제자리에 밀어 넣는다.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1팀원들과 2팀을 향해 고개 숙이며 빠른 걸음으로 휴게실로 향하는 진호,


바보처럼 실실 웃는다.



***



영화 ‘여고생’ 캐스팅 디렉터가 나희에게 미안했는지 드라마 오디션을 소개해 줬다.


드라마 오디션이 처음인 나희가 여자 연기자 오디션 대기실 의자에 앉아 있다가 긴장을 풀기 위해 일어선다.


다크그레이 정장 슈트에 바지 정장을 입고 슈트 사이에 아이보리색 블라우스가 보인다.


가볍게 메이크업한 얼굴에 보이시 한 짧은 커트 머리를 왼쪽으로 쓸어내렸다.


스타일리쉬 하면서도 지적인 느낌이다.


긴장을 풀기 위해 가볍게 스트레칭을 하면서 다른 대기자들을 바라본다.


여자 연기자 대기실은 넓은 공간에 30개의 대기 의자가 있고 그중 반쯤 자리가 채워져 있다.


오디션을 준비하는 여러 여자 배우들은 거울을 보며 화장을 고치고,


눈 감고 대사를 중얼거리고,


괴상한 소리를 내며 목을 풀고,


명상하듯 눈을 감고,


다양한 방법으로 대기하고 있다.


먼저 오디션을 끝내고 나오는 수다스러운 여자 배우가 함께 남자배우와 짝이 되어 진행하는 방식이라며 팁을 주고 가방을 챙긴다.


그 말을 들은 여자 배우들이 “어머 어떡해” “남자 배우랑 함께?” “왠지 더 긴장되는데” 웅성거리며 거울을 꺼내 얼굴을 바라본다.


그러고 보니 나희가 여자 연기자 대기실을 찾기 위해 복도 코너를 돌아올 때 남자 연기자 대기실이 쓰여 있는 문을 지나서 온 것 같다.


‘남자랑? 오디션을? 이렇게도 하는구나!’ 하며 자리에 앉는 나희를 여자 스텝이 부른다.


“도나희 씨, 들어오세요.”


“아, 넵”



***



나희가 문을 열고 들어가면 오디션이 진행되는 공간은 생각보다 넓다.


긴 책상에 다섯 명이 나란히 앉아서 나희가 들어오자, 모두 나희에게 시선을 준다.


의자는 없고 바닥을 보면 청색 테이프로 십자가 모양으로 두 개의 마킹을 해 놨고,


두 개의 간격은 1미터 정도 된다.


아마도 남자와 여자 자리를 표시한 것 같다.


나희가 오른쪽 십자가 마킹을 밟고 책상에 앉아 있는 다섯 명을 정면으로 바라보며 선다.


대기실에서 나희를 불렀던 여자 스텝이 책상 왼쪽 끝에 앉아 삼각대 위 카메라를 잡고 녹화 준비하며 카메라 렌즈를 고정시킨다.


나희가 ‘오, 사람이 많구나! 남자 연기자는 왜 안 와 있지’ 하며 허리를 깊이 숙여 인사한다.


“안녕하세요. 신인 연기자 도 나희입니다.”


“에....”


다섯 명 중 누가 대답했는지 모르지만, 왜 오디션을 보는 사람들은 모두 한결같이 건성으로 대답하는지,


참 이해할 수 없다.


‘니들은 긴장 안 하고 잘할 것 같냐?’ 속으로 무슨 생각을 하든지 나희의 표정은 한결같이 밝고,


바른 자세로 똑바로 서서 눈빛은 카메라를 잡아먹을 듯 바라본다.


가운데 앉아 있는 남자가 카메라를 잡고 있는 여자 스텝을 바라보며 남자 연기자가 왜 안 오는지 짜증 섞인 눈빛을 준다.


분위기 험악해지고, 여자 스텝이 뒤통수를 긁적거리며 일어서는데, 남자 연기자 대기실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린다.


여자 스텝이 남자 연기자를 보고 못마땅한 듯 눈을 흘기며 바라본다.


나희는 카메라를 바라보며 속으로 주문을 걸고 있다.


‘긴장하지 말자. 잘할 수 있어. 도나희 지금, 이 순간을 즐기자’


나희 왼쪽에 늦게 온 남자배우가 걸어와 서는 느낌이 온다.


대본을 모두 외우고 온 나희, 남자 연기자만 잘한다면 분명 드라마에 출연할 수 있는 기회가 올 거라 굳게 믿는다.


옆에 서 있는 남자배우가 뒤 늦게 인사를 하는데.


“안녕하십니까? 연극배우 민 규혁입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낯익은 중 저음의 남자 목소리에 나희의 심장이 덜컥 내려앉는다.


나희도 모르게 두 눈이 질끈 감긴다. 꿈인가? 조금 전까지 생각했던 긍정적인 마인드가 순식간에 사라진다.


가운데 앉아 있는 남자가 자신을 프로듀서라고 소개하며 오디션 진행 방식을 이야기한다.


“대본 보셨죠? 대본에 있는 태수 역은 민 규혁 씨가, 선미 역은 도 나희 씨가, 대사 주고받으면서 자유롭게 연기하시면 됩니다.”


프로듀서의 말이 끝나고. 나희가 왼쪽으로 시선을 돌려 바라보면 정장 슈트를 말끔하게 차려입은 규혁이 한쪽 입꼬리를 올리고 나희 쳐다본다.


규혁의 얼굴을 보자, 오디션장을 뛰쳐나가고 싶은 충동이 드는 나희.


‘씨발 이건 아닌데. 왜 하필 민규혁이야’


나희의 얼굴 구겨지고···




내 친구의 첫사랑


작가의말

좋아요 ♥ 선호작 ★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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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화. 드라마 오디션 21.10.19 181 3 11쪽
5 4화. 황당한 오디션 +4 21.10.17 214 3 12쪽
4 3화. 완벽한 이상형 21.10.14 241 3 12쪽
3 2화. 이별과 잔소리 21.10.12 263 4 12쪽
2 1화. 기상캐스터 면접. 영화 오디션 21.10.11 388 4 12쪽
1 프롤로그 - 인천 공항에서 +4 21.10.11 705 9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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