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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네딧 님의 서재입니다.

내 친구의 첫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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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이네딧
작품등록일 :
2021.10.11 12:36
최근연재일 :
2022.07.21 20:30
연재수 :
129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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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693
추천수 :
167
글자수 :
658,8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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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10.17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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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4화. 황당한 오디션

DUMMY

1층 거실 천장으로 집 앞 가로등 불빛이 희미하게 원을 그리며 들어온다.


나희 뱃속에서 며칠 동안 굶주린 늑대의 고독한 울음소리가 이어진다.


“아··· 그래도 밥은 먹어야겠지? 아, 귀찮다. 굶어 죽지 뭐.”


혼잣말하는데,


늑대들은 도망가고 백악기 공룡들이 뱃속을 뛰어다니며 소리를 낸다.


느릿느릿 몸을 일으켜 소파 등받이 곡선 모양으로 몸을 눕히는 나희.


배를 움켜쥐고 천장에 들어온 가로등 불빛을 멍한 눈으로 바라보는데 불빛이 흔들거린다.


눈에서 나올 수 있는 눈물을 다 흘려 버려 혹시 눈에 이상이 온 건지 손등으로 쓱쓱 비벼본다.


그래도 가로등 불빛이 흔들흔들한다.


“어떤 새끼가 가로등을 잡고 흔들어. 정신 사납게” 하는데.


주방에 있는 그릇들이 부딪치며 소리를 내기 시작하고 집이 흔들리며 소파 위 나희 몸도 흔들거리기 시작한다.


비포장도로를 달리는 차 안에 앉아 있는 듯 흔들흔들하는데 놀라지 않고 의연하다.


“나 흔들지 마라, 이번엔 절대 안 흔들린다. 진짜 끝이야, 끝. 에이 씨.”


거실 안이 울리도록 말하더니, 몸을 옆으로 누워 소파 안으로 더 파고 들어간다.


거실 바닥에 떨어진 휴대전화 화면이 빛을 뿜어내며 요란한 긴급 재난 문자 소리와 함께 메시지가 뜬다.


‘[기상청] 소청도 서쪽 37km 지역

규모 4.3 지진 발생 / 낙하물로부터 몸 보호,

진동 후 야외 대피하며 여진 주의’


휴대전화 화면 꺼지면서 어두워진다.



***



일기예보 촬영을 하던 곳까지 유리 파편이 튀자,


카메라 감독과 촬영 스텝들이 카메라와 조명 장비를 들고 광장 중앙으로 몸을 피한다.


하윤의 도움으로 몸을 피한 여고생들이 촬영하던 곳과 빌딩 사이에 넘어져 있는 하윤을 보고 소리치자,


사람들을 대피시키던 진호가 하윤을 향해 달려간다.


하늘에서 빌딩 유리 파편이 하나씩 날아오자,


진호가 백 팩을 머리 위에 쓰고 넘어진 상태에서 떨어지는 유리 파편 때문에 몸을 움직이지 못하고 있던 하윤을 부축해 광장 가운데로 안전하게 데려온다.


경찰차, 소방차, 구급차의 요란한 사이렌 소리가 울려 퍼지는데,


진호의 귀에는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쿵쾅거리며 요동치는 자신의 심장 소리만 들릴 뿐.


진호 오른손에 하윤의 가녀린 허리가 잡혀 있고,


눈앞에 꿈꾸던 이상형인 하윤이 있다.


민준의 여자친구였던 정화를 하윤과 비교한다면 정화는 동해바다 오징어 수준이다.


하윤이 진호를 바라보며 눈을 마주친다.


이때 진호 콧구멍으로 하윤의 향기가 폐 속 깊은 곳까지 쓸려 들어온다.


라일락 향기다.


태어나서 이렇게 달콤한 라일락 향기는 처음 맡아본다.


고급지다.


온몸에 하윤의 향기로 가득 채우고 싶은 진호가 물속 깊이 잠수하기 위해 들어가는 사람처럼 크게 숨을 들이켜자,


콧물이 목구멍까지 쓸고 들어온다.


여기서 가래를 뱉으면 안 된다.


헛기침도 안 된다.


그렇다면 방법은 하나다.


‘꿀꺽’ 콧물이 넘어가는 진호의 성대가 울렁인다.


진호의 눈에서 하윤의 눈을 향해 강렬한 빛을 뿜어내자,


하윤은 진호의 행동과 눈빛이 부담스러운지 허리를 빼며 감사의 인사를 한다.


“정말, 감사합니다.”


하윤이 진호와 거리를 두려고 한 발짝 물러서는데,


진호의 엄지와 검지 손가락이 꽃게 집게발처럼 하윤의 옷깃 끝을 꽉 붙들고 있다.


하윤이 옷깃을 잡고 있는 진호 손가락을 잡아 빼며 말한다.


“저기, 죄송한데. 옷 찢어질 것 같아요. 손가락 좀 놔 주실래요.”


“아, 아이고. 죄송합니다.”


그제야 진호가 정신을 번쩍 차리며 손가락을 놓는다.


여자 PD와 촬영 팀이 하윤에게 달려와 하윤을 방송국 승합차로 데려가고,


진호는 올림픽에서 금메달이라도 딴 듯 당당하게 서서 승합차에 올라타는 하윤을 바라본다.


승합차 문이 닫히고, 광장을 유턴해 돌아가는 차선으로 출발한다.


무의식적으로 달려가 하윤을 구한 진호, 갑자기 다리가 풀리면서 광장 바닥에 주저앉는다.


하윤이 떠나자, 현타가 온 것이다.


진호가 갈라진 목소리로 주변 사람들에게 도움을 청한다.


“저기요. 119 좀 불러 주세요. 저, 저 토할 것 같아요.”


주변 사람들이 진호에게 가까이 다가오고.


유턴하기 위해 신호를 기다리던 방송국 승합차가 유턴하더니, 광장으로 다시 돌아와 멈춘다.


승합차 옆문이 열리고,


하윤이 승합차에서 내려 주저앉아 있는 진호에게 다가온다.


진호가 하윤을 보고 다리를 덜덜 떨며 일어서고,


밝은 미소로 다가오는 하윤이 손을 내밀며 진호 손에 명함을 건넨다.


“오늘 정말 고마웠어요. 식사 대접하고 싶은데. 꼭 연락 주세요.”


진호 명함을 손에 들고 ‘꿈인가? 꿈에서라도 밥은 꼭 먹어야지’ 생각한다.


“네? 식사요?”


“네. 먼저 가볼게요.”


하윤이 빠른 걸음으로 승합차로 걸어가 올라타자,


방송국 승합차 소리를 내며 출발한다.


바보처럼 입을 벌려 ‘헤에’ 하며 명함을 보는 진호,


명함 위 글씨를 하나씩 또박또박 읽는다.


“기, 상, 캐, 스, 터, 이, 하, 윤. 꿈은 아니겠지?”


이게 꿈인지 현실인지 확인해 보고 싶은 진호,


주변을 둘러보면 남자들의 부러운 눈빛을 한 몸에 받고 있다.


진호 옆에 트레이닝복을 입고 서 있는 남자 고등학생이 부러운 눈으로 진호 손에 있는 하윤의 명함을 바라보고 있다.


“학생 지금 꿈 아니지? 나 뺨 한 대만 때려 줄 수 있어?”


트레이닝복 남자 고등학생이 썩소를 날리며 어이없다는 듯 말한다.


“예?? 제가 뺨 때리면 아저씨 죽어요.”


진호가 트레이닝복 남자 고등학생을 자세히 바라보면 옆구리에 배구공을 끼고 서 있다.


“아, 미안. 배구공 보니까 안 맞아도 맞은 것처럼, 정신이 번쩍 든다.”


진호가 손안에 든 하윤의 명함을 바라보며 하윤의 라일락 향기를 머릿속에 저장한다.



***



가을.


캐스팅 디렉터 2층 사무실 문에 ‘영화 ‘학생’ 오디션 진행 중’ 이라고 쓰여 있는 종이가 붙어 있다.


오디션을 진행하는 2층 사무실 앞 테라스에 오디션 대기 의자가 놓여 있고,


자신의 차례를 기다리는 여자 연기자 한 명이 의자에 앉아 긴장한 얼굴로 종이 대본을 보고 있다.


머리는 오렌지 브라운색으로 염색했고, 흰색 투피스 정장을 입고 있는데 치마가 짧다.


많이 긴장된 듯 발에 끼워져 있는 아이보리색 하이힐이 쉬지 않고 떨고 있다.


대본을 보던 여자 연기자가 테라스 끝에서 테라스 아래를 바라보며 입에서 담배 연기를 뿜어내는 여고생을 힐끗 보고 ‘끌끌’ 혀를 찬다.


짧은 커트 머리의 여고생 교복을 입은 도나희다.


치마 교복을 입고 전자담배를 피우면서 1층 주차장 화단에서 빨갛게 물들어가는 단풍나무를 바라보고 있다.


참 여유롭다.


모자를 눌러쓴 30대 남자 캐스팅 디렉터가 사무실 문을 열고 나와 테라스에 대기 의자에 얌전하게 앉아 있는 염색 머리 여배우를 쳐다보더니,


시선을 테라스 끝에서 교복 차림으로 담배 연기를 뿜어내는 나희에게 옮기며 어이없는 표정으로 소리친다.


“아니 지금 뭐 하자는 거에요?”


나희가 깜짝 놀라 전자담배를 끄고,


염색 머리 여자 배우는 ‘너 잘 걸렸다’하며 실눈으로 나희를 쳐다본다.


숨을 참고 있던 나희가 입을 열 자,


담배 연기가 살금살금 나온다.


“죄송합니다. 여기 흡연 구역이라고 써 있어서....”


염색 머리 여자 배우 실소하며 캐스팅 디렉터에게 말한다.


“참나, 왜 저러나 모르겠어요.”


자리에서 일어나 캐스팅 디렉터 옆에 서서 교복 입은 나희를 바라보는 염색 머리 여자 배우를 캐스팅 디렉터가 위아래로 스캔하며 버럭 화를 내는데,


말이 엄청 빠르다.


“아니, 저분 말고 당신 말이에요. 대본 안 봤어요? 오늘 오디션 역할이 불량 여고생 역할인데. 이게 뭐야? 선생이야? 장학사야? 이런 컨셉으로 오면 어떡해요?”


캐스팅 디렉터는 옷을 만지며 무안해하는 염색 머리 여자 배우에게 아랑곳하지 않고 계속 무안을 준다.


“여고생 역인데. 머리는 이게 뭐야? 미스코리아 오디션이야? 뭐야? 아, 나 참....”


답답한 듯 말하던 캐스팅 디렉터가 손을 들어 나희를 가리킨다.


“저기 봐요, 저분. 콧구멍으로 담배 연기 나오는 거 좀 봐요. 오늘 컨셉 좋아. 와꾸 딱 나오네. 껌 오지게 씹게 생겼잖아. 아이, 참 답답하다. 거기 성함이···?”


캐스팅 디렉터가 모자를 고쳐 쓰고 오디션 명단을 바라본다.


‘칭찬이야? 욕이야? 그래 이건 칭찬이다. 기회다’ 불량 여고생 컨셉을 하고 온 나희.


그동안 많은 오디션을 봤지만 시작하기 전부터 칭찬은 처음이다.


오늘은 긴장하지 않고 마음을 비웠는데,


뜻밖의 칭찬에 긴장감이 폭풍처럼 밀려와 혀를 마비시킨다.


“도, 도, 도 나희입니다.”


“와꾸 좋은데, 말은 또 왜 더듬어요? 컨셉 이야? 뭐야? 오늘 시작부터 왜 이래 이거? 아~ 답답하다. 도나희 씨? 들어오세요.”


캐스팅 디렉터가 속사포처럼 말을 쏟아 내고 사무실 문을 열고 먼저 들어간다.


전자담배를 손에 꼭 쥐고 성큼성큼 걸어서 사무실 문을 열고 나희도 따라 들어간다.



***



문 바로 앞에 의자가 놓여 있고,


몇 걸음 앞에 책상 두 개가 놓여 있다.


한쪽 책상에 단발머리 여자 조감독이 나희 프로필을 보고 있고,


다른 한쪽 책상에는 캐스팅 디렉터가 왼손에 카메라를 잡고 오른손으로 나희에게 의자 쪽으로 이동하라고 손짓한다.


몸을 움직여 의자 앞에 서자,


캐스팅 디렉터가 손가락으로 오케이 사인한다.


고등학교 치마 교복을 입은 나희가 카메라 앞에 바른 자세로 서서 카메라를 바라보며 ‘떨지 말자, 떨지 말자’ 되뇌며 힘차게 인사를 한다.


“안녕하세요. 신인 배우 도 나희입니다. 키 173센티 몸무게는....”


“잠깐만요.”


단발머리 여자 조감독이 나희 인사를 자른다.


나희 ‘뭐지?’ 하며 눈알을 좌우로 굴리는데,


무표정한 여자 조감독이 나희를 빤히 바라본다.


촬영하던 캐스팅 디렉터도 이유를 알 수 없어 어리둥절해한다.


나희는 ‘아무것도 안 했는데 내가 뭘 잘못했나?’ 생각하며 이유 없이 방끗 웃는다.


“목소리가 많이 허스키하시네요?”


단발머리 여자 조감독 말에,


나희 ‘허스키한데 어떻다는 거지?’ 하며 말한다.


“네. 조금? 아니 좀 많이?”


“어.... 저희 이번 영화 여자 주인공이 앞에 계시는 배우분하고 목소리가 겹치네요. 주위 친구 역할이 같은 목소리를 내면 아무래도 이상하겠죠?”


여자 조감독 말에 공감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끄덕하는 나희.


하지만 속으로는 ‘그게 어때서? 안 되면 대사 없는 같은 반 친구 역이라도 시켜 주세요.’ 생각한다.


여자 조감독이 무뚝뚝한 톤으로 말한다.


“오늘은 오디션 진행해도 의미 없고, 다음 기회에 봐요. 수고하셨어요.”


‘목소리가 비슷해서 안 된다고? 그럼 미리 보낸 연기 영상을 보고 말해주지, 그랬어?’ 허탈한 나희.


의욕 상실이다.


표정을 숨기며 밝게 표정 지으며 허리를 90도 숙이며 인사한다.


“네, 감사합니다. 다음에 꼭 뵙겠습니다. 수고하세요.”


캐스팅 디렉터 아쉬운 표정으로 손을 흔들고,


단발머리 여자 조감독은 나희 눈도 마주치지 않는다.


뒤돌아 입술을 꽉 깨물고 문을 여는 나희의 눈에 눈물이 고인다.




내 친구의 첫사랑


작가의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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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5화. 드라마 오디션 21.10.19 180 3 11쪽
» 4화. 황당한 오디션 +4 21.10.17 214 3 12쪽
4 3화. 완벽한 이상형 21.10.14 241 3 12쪽
3 2화. 이별과 잔소리 21.10.12 263 4 12쪽
2 1화. 기상캐스터 면접. 영화 오디션 21.10.11 387 4 12쪽
1 프롤로그 - 인천 공항에서 +4 21.10.11 705 9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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