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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네딧 님의 서재입니다.

내 친구의 첫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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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이네딧
작품등록일 :
2021.10.11 12:36
최근연재일 :
2022.07.21 20:30
연재수 :
129 회
조회수 :
7,537
추천수 :
167
글자수 :
658,878

작성
21.10.14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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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7
추천
3
글자
12쪽

3화. 완벽한 이상형

DUMMY

진호 얼굴을 찡그리며 한심한 표정으로 혀를 차며 고개 젓는다.


“야, 도 나희. 다 너를 생각해서 하는 말이니까 잔소리로 듣지 마. 너 그러다 진짜 루저 될까 봐 그래. 니 주위에 제대로 된 친구가 있냐? 뭐가 있냐? 아무도 없잖아. 이젠 현실적으로 이성적으로 진지하게 니 삶에 대해서 고민을 해 봐, 고찰을 해 보라고. 에효, 진짜 답답하다.”


진호가 한숨과 함께 잔소리를 끝내고,


휴대용 지진계측기를 곤색 백 팩 안에 넣는다.


백 팩을 어깨에 메고 현관문을 열고 나가려는 진호에게 묵언 수행자였던 나희가 드디어 입을 열어 허스키한 목소리를 낸다.


“불 끄고 나가 새꺄.”


진호가 뒤돌아 소파에 엎드려 있는 나희를 바라보며 ‘죽진 않았네’ 하고 뒷걸음으로 걸어와 거실 조명 스위치를 신경질적으로 ‘딱’ 때리며 불을 끈다.


현관문 열고 나가는 진호.


조용해진 거실 안에 흐느껴 우는 나희의 울음소리가 들린다.



***



마주 오는 승용차 두 대가 겨우 피해 갈 수 있을 정도의 성북동 주택 골목길.


골목 주택 벽에는 다양한 인종의 아이들이 꽃을 들고 해변에 뛰어노는 벽화가 길게 그려져 있다.


백 팩을 맨 진호가 벽화가 그려진 벽을 따라 경사진 골목을 걸어 내려간다.


해는 저물어 가지만 달궈진 땅의 뜨거운 열기와 지나가는 차량들의 열기에 진호 이마에 땀이 맺혀 있다.


면바지 주머니 속 휴대전화 진동을 느껴 휴대전화 꺼내 보면 화면에 ‘민준’이라고 떠 있다.


진호의 절친 SM 제약 연구원인 이민준이다.


“어, 민준아.”


“뭐 해? 어디 가냐?”


민준의 힘없이 늘어지는 목소리가 왠지 통화를 길게 하고 싶다는 듯 들리고.


진호는 지나가는 승용차들을 피하며 이마에 흐르는 땀 닦아 내며 통화한다.


“어, 휴대용 지진계측기 샀는데. 청계천 쪽 가서 테스트해 보려고.”


“계측기 테스트? 일요일인데? 쩝, 그렇구나.”


항상 밝은 민준의 우울한 반응에 진호는 민준이 왜 그러는지 알아차린다.


깡말라 볼품없는 민준은 외모와 달리 여자들에게 인기가 많다.


인기의 이유를,


민준은 밝고 긍정적인 성격이라고 이야기하지만.


진호의 생각은 다르다.


타워팰리스에 살고, 좋은 차와 씀씀이가 큰 부잣집 외 아들을 마다할 여자는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진호는 짐작 가는 말을 해 본다.


“왜 이렇게 힘이 없어? 너 정화랑 헤어진 거야?”


“어.... 오늘. 완전히, 끝났어.”


역시 진호가 예상했던 대로 민준이 힘없이 대답한다.


100일 기념으로 하와이 여행까지 다녀왔을 정도로 민준이 좋아했던 여자친구와 헤어진 것이다.


자신이 세상에서 최고라고 생각하는 정화를 최대한 맞춰 주던 민준은 이제 지쳐 버린 것이다.


성격이나 생각하는 게 아이 같지만,


정화의 빼어난 미모만큼은 진호도 흠모할 정도였다.


민준에게 말하지 않았지만,


진호는 정화를 보며 ‘다 필요 없고 저 정도 예쁜 여자를 한번 만이라도 만나 봤으면’ 하고 부러워했다.


이런 생각을 도나희에게 아무 생각 없이 말했다가 ‘이 새끼 이거, 완전 쓰레기네. 넌 사람 껍데기가 그렇게 중요하냐?’라는 어이없는 충고를 들었고,


진호는 ‘그래. 난 외모가 중요하다 왜’ 답하며 말싸움했다.


진호가 통화하며 골목을 나오자,


사람들과 차량들로 번화한 대학로 거리가 나온다.


상가 건물 앞에 서서 도로 위 차량의 흐름을 바라본다.


진호 뒤로 농구공만 한 하얀색 돌출 간판엔 빨간색으로 ‘반디’ 두 글자가 쓰여 있다.


상가 1층에 있는 작은 술집 ‘반디’ 앞에서 택시를 기다리는 진호.


“이야기 들어 줘? 나올 거야?”


누워 있다가 일어나는지 민준의 목소리가 흔들린다.


“어. 근데 오늘은 안 돼.”


“왜?”


민준은 대답 대신 “아~” 하고 짧은 숨을 내쉬더니,


힘없던 작은 목소리가 갑자기 사라지면서 원래 목소리였던 밝은 톤에 짜증을 썩어 말한다.


“진호야. 나, 미치겠다. 우리 회사 회장님 우리 아파트 같은 라인에 있는 펜트하우스에 산다고 이야기했지? 우리 집 위에.”


“응. 그게 왜?”


“오늘 엘리베이터에서 만났거든. 스타를 시작했는데 완전히 빠졌나 봐. 스타 한 게임 하자고 자기 집으로 올라오라는 데, 안 갈 수도 없고. 아니, 오늘 정화랑 헤어져서 가슴이 찢어지는데. 실실 웃으면서 어떻게 게임을 하냐?”


진호가 '잘못 들었나?' 하며 묻는다.


“스타?? 스타크래프트?”


“어~~~”


민준이 말꼬리 길게 늘어트리며 짜증스럽다는 듯 확인해 준다.


“차라리 잘됐네. 게임하면서, 정화 잠깐이라도 잊어버려.”


생각지 못한 진호의 태연스러운 말에 민준 황당하다는 반응을 보인다.


“뭐? 게임으로 잊어? 야, 니가 그러니까 여자를 못 사귀는 거야. 여자를 만나 봤어야, 이별의 고통을 알지? 지금, 이 슬픔이 게임으로 잊어 지겠냐?”


기다리던 택시가 오지 않자 시선을 멀리 옮기며 바라보는 진호가 말한다.


“너 정화 만나기 전에 가영이랑 헤어지고. 그때는 한동안 게임만 했잖아.”


대답 없이 침묵하던 민준이 휴대전화가 쩌렁쩌렁 울리도록 버럭 화를 낸다.


“야!! 갑자기 가영이 이야기를 왜 꺼내는데? 정화가 가영이랑 같냐? 같아? 에이 씨, 진짜. 공감 능력하고는··· 야! 나 게임 하러 올라간다, 끊어.”


말을 끝낸 민준이 전화 끊자,


진호가 휴대전화 화면 바라보며 ‘뭐야?’ 하는데,


멀리 비상등을 켠 주황색 예약 택시가 진호를 보고 달려온다.


진호 택시 뒷문 열고 타자,


청계천을 향해 출발하는 택시.



***



조용한 거실 안을 주방 냉장고 팬 모터가 흐느껴 우는 나희 울음소리를 삼키듯 기계음을 낸다.


소파 등받이에 몸을 파묻은 채 누워 있는 나희가 손을 머리 뒤로 뻗어 더듬거리며 휴대전화를 찾는다.


휴대전화 잡아 얼굴에 비춰 화면을 켜보면 빨간색 부재중 전화가 줄지어 있다.


토끼 인형 탈을 부탁한 후배, 오징어(오진호), 그리고 규혁까지. 카톡 어플에 48 숫자가 떠 있고,


나희 손가락이 카톡 어플에 가기 위해 천천히 움직이더니 화면 앞에서 멈춘다.


휴대전화를 찾았던 동작을 돌리듯 손을 뒤로 뻗어 휴대전화를 머리 뒤로 놓는데,


‘퍽’ 소리와 함께 거실 바닥에 떨어진다.


나희 신경 쓰지 않고,


등이 가려운지 머리를 최대한 숙여 등을 ‘득득득’ 소리 내며 긁고,


다시 시체처럼 움직임이 없다.



***



어둠이 내려앉는 청계천 광장 주위 빌딩들이 어슴푸레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청계천 광장은 지나가는 행인들,


지방에서 올라와 시위하는 사람들,


시위하는 모습을 담는 방송국 사람들,


데이트를 즐기는 연인들,


나들이 나온 가족들로 가득하다.


진호가 청계천 광장에 우뚝 서 있는 파란 몸에 빨간 띠를 두른 스프링(소라 모양 조형물)을 등지고 앉아 휴대용 지진계측기 전원을 켜고 바닥에 내려놓고 화면을 바라본다.


진호가 앉아 있는 건너편 빌딩 앞에는 파란색 방송국 승합차가 정차해 있다.


승합차 옆문이 열리고,


카메라를 든 촬영팀 두 명이 내려 진호가 앉아 있는 스프링 조형물 방향으로 카메라와 조명을 켜고 촬영 준비를 시작한다.


밝은 카메라 조명 빛을 따라 지나가던 행인들이 몰려들기 시작하고,


진호도 지진계측기 들고 행인들 사이에서 궁금한 표정으로 바라본다.


카메라 감독이 무전기에 대고 말하자,


승합차 문 열리고,


캐주얼 차림의 편해 보이는 옷을 입은 여자 PD가 안경을 만지며 내리고,


뒤이어 긴 머리를 어깨에 넘기며 하윤이 내린다.


이어 마이크를 귀에 꽂는 하윤, 하얀 얼굴에 큰 눈, 큰 키에 흰색 짧은 원피스를 입고 아이보리색 힐을 신고 있다.


하윤을 바라보는 사람들이 여기저기에서 감탄과 함께 웅성거리는 소리를 내고,


휴대전화를 꺼내 하윤 사진과 동영상을 찍는다.


그 안에 바보처럼 멍하니 입을 다물지 못하고 정지화면처럼 움직임 없는 진호는 ‘와 대박. 완전 내 스타일이다.’ 하며 하윤의 움직임을 따라 카멜레온처럼 상하좌우로 눈알만 굴리며 하윤을 따라다닌다.


한 손에 마이크를 들고 다른 한 손엔 큐시트를 든 하윤이 밝은 미소로 카메라 바라보며 리허설을 시작한다.


여자 PD의 ‘큐’ 사인에 청량한 목소리로 멘트를 시작하는 하윤.


“청계천 광장에 나와 있는 기상캐스터 이하윤입니다. 오늘 하루도 찌는 듯한 무더위가 이어졌는데요. 여기 청계천 광장에는 많은 시민들이 더위를 식히기 위해 나와 있습니다. 오늘 서울의 한 낮 기온이···.”


하윤의 멘트가 시작되자,


더 많은 사람이 몰려와 진호의 시선을 가리자,


진호가 발레리노처럼 앞발을 모아들어 하윤을 바라본다.


진호 눈앞에 세상에는 없을 거라 생각했던 완벽한 이상형이 나타났다.


그 사람은 조금 전 멘트에서 자신의 이름과 직업을 말했다.


기상캐스터 이하윤.


숨이 멎을 것 같다.


심장 소리가 고막을 때린다.


심장의 피가 뜨거워지는 걸 느낀다.


얼굴이 용암처럼 빨갛게 타오르는 진호가 시선을 하윤의 눈에 고정시킨다.


리허설을 끝내고,


카메라를 바라보며 ‘큐’ 사인을 기다리는 하윤.


일기예보 촬영을 알게 된 사람들이 카메라 뒤로 반원을 그리며 구경하고,


키가 작아 보이지 않는 여고생 두 명이 빌딩 입구 계단 위에 올라서서 촬영하는 모습을 지켜본다.


여자 PD의 ‘큐’ 사인과 함께 마이크를 든 하윤이 멘트를 시작하는데.


진호 손에 들고 있는 지진계측기가 ‘삐이 삐이’ 소리를 낸다.


구경하는 사람들이 이상한 눈빛으로 소리를 좇아 진호를 바라보고,


생방송 중인 하윤도 작게 들리는 ‘삐이 삐이’ 소리를 듣고 카메라 뒤에 서 있는 진호를 바라본다.


멍하니 하윤을 바라보던 진호가 지진계측기 소리에 정신 차리고 지진계측기 화면 바라보면 숫자가 빠르게 올라간다.


진호는 땅의 울림을 미세하게 느낀다.


손에 든 휴대용 지진계측기에서 ‘삐이이이 삐이이이’ 더 강한 소리가 울리자.


진호가 큰 소리로 외친다.


“지진입니다. 광장 가운데로 빨리 피하세요!”


사람들이 ‘미쳤나? 뭐야?’ 하며 미친 사람을 보듯 진호를 쳐다보는데,


갑자기 땅이 울렁울렁 흔들리기 시작한다.


사람들은 진호를 바라보던 시선을 모두 거두고 소리치며 광장 가운데로 몸을 피하기 시작한다.


생방송 중 갑작스러운 지진에 뉴스데스크 남자 아나운서가 당황하며 어쩔 줄 몰라 하고,


하윤과 함께 촬영하는 촬영 팀도 모두 당황한다.


이때 ‘쩌저저적 쩌어억’ 하고 빌딩 유리가 갈라지는 소리를 내고,


카메라 앞에 서 있던 하윤이 소리가 들리는 빌딩을 바라보면 빌딩 통유리가 번개의 촉수처럼 금이 나가고 있다.


그 아래 키 작은 여고생 두 명이 놀라 피하지 못하고 갈라지는 유리를 바라보며 몸을 떨고 있다.


여자 PD가 하윤을 바라보며 소리친다.


“이하윤 씨! 빨리 피해.”


카메라를 바라보며 마이크를 들고 있는 하윤이 피하지 않고 여고생들을 바라본다.


카메라 감독은 ‘컷’ 소리를 기다리며 하윤의 모습을 계속 촬영한다.


“아 놔, 컷은 왜 안 하는 거야?”


카메라 화면 안에 비치는 하윤의 모습이 그대로 생방송으로 나간다.


TV 화면에는 여고생들을 바라보던 하윤이 마이크 던지고,


빌딩 입구 계단을 향해 달려가 여고생 두 명의 팔을 잡고 피신시키자,


갈라져 가던 통유리가 빌딩 입구 계단 위로 ‘와르르’ 쏟아져 내린다.


아슬아슬하게 몸을 피하는 하윤과 여고생들.


아찔한 순간이 생방송 된다.


흔들리던 카메라 꺼지자,


스튜디오 안 남자 아나운서가 화면에 나온다.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라 스튜디오에 앉아 있는 남자 아나운서 영상 속 하윤을 보고 놀라 입을 쩍 벌린 채 몸이 굳어 있다.


생방송 중 방송사고다.




내 친구의 첫사랑


작가의말

좋아요 ♥ 선호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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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4화. 황당한 오디션 +4 21.10.17 211 3 12쪽
» 3화. 완벽한 이상형 21.10.14 238 3 12쪽
3 2화. 이별과 잔소리 21.10.12 260 4 12쪽
2 1화. 기상캐스터 면접. 영화 오디션 21.10.11 384 4 12쪽
1 프롤로그 - 인천 공항에서 +4 21.10.11 697 9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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