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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네딧 님의 서재입니다.

내 친구의 첫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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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이네딧
작품등록일 :
2021.10.11 12:36
최근연재일 :
2022.07.21 20:30
연재수 :
129 회
조회수 :
7,527
추천수 :
167
글자수 :
658,878

작성
21.11.01 07:20
조회
129
추천
2
글자
11쪽

10화. 필름이 끊겼다

DUMMY

소민이 나희에게 입을 벙긋거리며 소리 내지 않고 묻는다.


“저 아저씨 뭐야? 엄청 처량해 보인다.”


소민의 시선을 따라 고개를 옆으로 돌려 양준태의 뒷모습을 바라보는 나희.


소민 입 모양을 보고 무슨 말인지 몰라 얼굴 찡그리며 말한다.


“어? 뭐라고?”


소민이 답답하다는 표정으로 의자에서 엉덩이를 들고 얼굴을 나희 얼굴에 가까이 가져다 대고 조용히 물어본다.


“저 아저씨 뭐야?”


최대한 작게 나희만 들리게 말한다고 했는데,


준태가 고개를 뒤로 돌리며 매서운 눈빛으로 소민의 눈을 바라본다.


흠칫 놀라 시선을 피하는 소민.


소민의 반응에 나희가 고개를 옆으로 돌려 준태를 바라본다.


준태가 강렬한 눈빛으로 나희 테이블을 바라본다.


나희는 준태의 강렬한 눈빛이 무엇을 말하는지 알 수 있을 것 같다.


소민 앞에 있는 소주병 들고 일어나, 준태 손에 들려있는 빈 소주잔을 채워 주는 나희.


“연출님, 이유를 모르겠지만 힘내세요. 인생이 다 그런 거 아니겠어요.”


준태가 묵직한 톤으로 말한다.


“그래, 고맙다.”


준태가 눈을 지그시 감고 소주잔을 들이키는데,


나희 뒤에서 옥경의 등짝 스매싱이 파리채로 파리를 잡듯 준태 등에 “쩍” 소리를 내며 손바닥이 등에 붙었다 떨어진다.


“야 인마. 왜 애들 술을 뺏어 먹어?”


준태가 엉덩이를 들썩이며 호들갑스럽게 등을 만지며 얇아진 목소리로 말한다.


“아! 따가워. 아! 따가워. 누나 아파~ 누나 손이 얼마나 매운지, 누나가 몰라서 그래. 저 친구, 처음 본 얼굴이라서 쳐다봤는데. 나희가 와서 술 따라 준 거야. 아이, 아파라.”


“따라 준다고 받아서 처먹냐? 너 오늘 술 그만 마셔.”


“알았어···”


옥경과 준태가 티격태격하고.


나희는 슬쩍 몸을 피해 옥경이 바에 올려놓은 안주 접시를 들고, 테이블로 돌아온다.


뜨거운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매운 닭발과 계란말이를 테이블 위에 올려놓고 침을 삼키는 나희와 소민.


“맛있겠다. 먹자.”


소민이 비닐장갑을 손에 끼고 닭발을 잡으며 말하자,


나희는 소주병을 들고 잔을 채우며 말한다.


“어 그래. 소민아, 술 마셔.”


살짝 흥분한 나희와 소민이 술과 안주를 입에 넣으며 행복한 표정을 짓는다.


준태와 티격태격하던 옥경이 테이블 옆에 서서 나희와 소민에게 다정한 말투로 말한다.


“맛있게들 먹어~ 필요한 거 있으면 말하고~”


나희와 소민이 동시에 아이처럼 “네~!!” 대답하자,


옥경이 미소 지으며 주방으로 들어간다.


나희와 소민 건배하고 원샷 한다. 먹는다고 정신이 없다.


준태는 손으로 등을 비비며, 아파서 정신이 없다.


소민이 닭발을 입에 넣고 오물거리며 뼈만 뱉어내고,


나희는 술 냉장고에서 소주를 꺼내 흔들며 자리에 앉아 뚜껑 딴다.


나희와 소민의 빈 잔에 맑고 투명한 소주가 채워진다.



***



퇴근하는 사람들로 분주한 상암동 디지털 미디어 시티 역 9번 출구 앞에서 일기예보 야외 촬영 팀이 카메라를 놓고 분주하게 움직이며 촬영 준비한다.


그 안에 카멜 브라운 색상의 롱 니트 원피스를 입은 하윤이 정장 차림의 20대 초반 여자 회사원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아직 첫눈이 내리지 않았지만, 첫눈을 기다리는 사회 초년생의 퇴근길 인터뷰를 준비하는 것이다.


하윤이 카메라 앞에 서자,


조명이 켜지고,


차가운 바람을 피해 빠른 걸음으로 퇴근하는 사람들이 힐끗거리며 지하철 입구로 발걸음을 옮긴다.


하윤의 귀에 꽂혀 있는 이어 마이크를 통해 방송국 스튜디오에 있는 여자PD의 음성이 전달된다.


“하윤, 준비하고.... 큐!!”


차가운 바람에 코끝이 빨개진 하윤이 하얀 입김을 뿜어내며 날씨를 전달한다.


“네, 디지털 미디어 시티 역에 나와 있는 이하윤입니다.”



***



원효대교를 지나가는 파란색 505번 버스 안이 퇴근길 직장인들로 가득한다.


맨 뒷자리 창가에 앉아 있는 진호 귀에 에어팟이 꽂혀 있고,


휴대전화로 일기예보 중인 하윤의 방송을 보면서 ‘추운데 옷이 너무 얇은 거 아니야?’ 생각한다.


버스 안 라디오에서도 하윤의 날씨 방송이 흘러나온다.



***



나희와 소민이 자리 잡은 테이블 위에는 소주병이 점점 늘어난다.


두 사람 술잔을 들고, 23세 처녀 보살 이야기하며 낄낄거린다.


음 소거가 되어 소리가 나지 않는 벽걸이 TV에서는 하윤의 일기예보가 나온다.


20대 초반 여자 회사원과 입김을 뿜어내며 인터뷰를하고 있고,


그 아래 ‘올해 첫눈은 언제 올까요?’ 자막 글씨가 쓰여 있다.




스탠드바에 로뎅의 생각하는 사람 자세로 앉아 있는 준태는 아직도 생각할 게 남아 있는지 자세를 바꾸지 않고 굳어 있다.


마치 로뎅의 조각상이 되어버린 것 같다.


그런 준태를 옥경이 스탠드바 안쪽에서 팔짱을 끼고 앉아 한심한 눈빛으로 바라본다.


연출했던 공연들이 줄줄이 망한 준태는 절치부심 준비했던 연말 공연마저 극장 대관료를 내지 못해 잠정 중단된 상태가 되자, 크나큰 상실감을 받았다.


고민에 빠진 준태에게 옥경이 팔짱을 풀며 말한다.


“이 새끼 이거, 자네. 자냐?”


옥경의 말에 준태가 거북이처럼 느릿느릿 고개를 들며 눈을 반쯤 뜬다.


“아뇨. 고민 좀 하고 있어요.”


“야! 돈이 고민한다고 나오냐? 고민해서 나올 거면, 왜 다들 일을 해. 고민하지?”


옥경이 꾸짖듯 말하자,


준태가 마시던 소주병을 들고 빈 잔을 채워 순식간에 한입에 털어 넣는다.


말과 행동은 느려도 술을 따라 마시는 건 확실히 재빠르다.


로뎅 자세 풀고 옥경을 빤히 바라보며 준태가 말한다.


“누나. 누나가 나 좀 도와줄래?”


옥경이 의심의 눈빛으로 바라본다.


“내가 뭘 도와줘? 돈 얘기면 하지 마. 나 돈 없다.”


준태가 옥경의 표정을 살피며 말을 느리게 한다.


“돈은. 내 방 보증금이라도 빼서 만들어야지. 근데, 일할 사람이 없어서. 혹시 내 일 좀 도와줄 수 있나? 공연 지분도 드릴게요.”


옥경이 앞니를 환하게 보이며 미소 짓자, 웃는 게 더 무서워 보인다.


협상을 하는 사람처럼 말한다.


“그러니까. 공연 지분 받고, 스텝도 하면서 도와달라는 거잖아?”


옥경이 말을 끝내고,


고민하는 사람처럼 고개를 끄덕거리며 스탠드바 안에서 밖으로 걸어 나온다.


준태의 시선이 바 안에서 돌아 나오는 옥경을 따라 서서히 움직이고,


옥경의 표정을 보면, 자신을 도와줄 거라 확신하는 준태가 좀 더 구체적으로 이야기한다.


“그렇죠! 가게 영업시간 피해서. 낮에만 도와주시면, 지분 20프로 드릴게요.”


옥경이 구미에 당기는 듯 “음....” 하며 준태 옆에 서서 준태 말이 끝나자, 환하게 웃는다.


준태도 옥경을 따라 환하게 웃고···




키득거리는 나희와 소민의 테이블 위에 빈 소주병 4개와 반쯤 남은 소주병 하나가 놓여 있다.


닭발 안주는 거의 비어있고, 접시 위에는 계란말이 네 조각이 남아 있다.


술 마시는 속도가 빨랐던 두 사람.


나희는 혀가 꼬여가고, 소민의 얼굴은 화산에서 뿜어져 나오는 용암처럼 빨갛게 달아올라 있다.


술에 취한 나희가 손가락으로 계란말이를 들어 입에 넣는 순간이었고,


얼굴이 빨갛게 달아오른 소민이 차가운 소주잔을 뜨거운 볼에 대는 순간이었다.


“쩍!” 소리가 나면, 뒤따라 “악!” 소리가 따라왔다.


“쩍!” “악!” “쩍~” “아아악”


반디 가게 안을 울리는 소리를 따라 나희와 소민이 스탠드바를 향해 바라보면,


옥경이 깔깔이를 입고 있는 준태 등을 향해 등짝 스매싱을 날리고 있다.


옥경의 손바닥이 준태 등에 부딪히자, 화투장이 ‘쩍’ 붙듯 소리가 나고,


그 소리와 함께 리듬을 타듯 ‘악’ 소리를 지르며 몸을 움츠리는 준태.


머리 위에 몇 가닥 남지 않은 머리카락들이 힘없이 날린다.


나희와 소민이 동시에 벌떡 일어나 옥경을 말린다.


“이모, 이모. 왜 그래.”


“싸우지 마세요.”


나희가 옥경의 팔을 잡고 테이블 의자에 앉히자,


옥경이 의자에 앉아 어이없는 표정으로 준태를 바라보며 소리친다.


“이 새끼가 누나를 무시해도 정도껏 해야지. 내가 몇 살인데, 니 밑에서 스텝을 하냐?”


준태는 죄인이라도 된 듯 스탠드바에 고개 숙이고 말이 없다.


안절부절못하는 소민이 옥경에게 찬물을 가져다주며 말한다.


“이모, 이모. 그만 하세요.”


옥경은 갈증이 났는지 물을 벌컥벌컥 들이켜고,


준태에게서 시선을 돌려 나희를 바라보지만 준태에게 들으라는 듯 말한다.


“돈이 없고, 사람이 없으면 공연을 하지 마. 이 새끼가 오냐오냐 편하게 해주니까. 나를 아주 하인 취급하네.”


나희가 옥경 옆에 앉아 진정시키려는 듯 말한다.


“진정하세요, 이모. 왜 싸우고 그래.”


“죄송합니다. 누나. 마음이 급해서 실언을 했어요.”


고개 숙인 양준태가 흐느끼며 말하자,


옥경은 나희가 잡고 있는 손을 빼며 속상한 듯 술 냉장고 옆에 있는 화장실 문을 열고 들어간다.


갑작스러운 소란에 어쩔 줄 몰라 하는 소민은 얼굴이 더 뜨겁게 달아오른다.


혀가 꼬여가던 나희가 고개 숙이고 있는 준태 옆에 앉는데, 취기가 올라와 정신이 없다.


“연출님, 왜 싸우고 그러세요?”


“많이 놀랐지? 미안하다. 누나한테, 괜한 얘기를 꺼내 가지고···”


준태가 자책하며 소주잔을 채워 마시는데,


닭발 안주 접시가 설거지한 듯 깨끗하다.


나희가 빈 안주 접시를 바라보고 ‘야~ 아띠도 이렇게는 못 먹겠다. 완전 혀로 핥아 먹었구먼’ 짠한 얼굴로 준태 팔을 잡는다.


“연출님, 뒤쪽 저희 테이블로 가시죠?”


“아니야. 됐어....”


준태가 아니라고 말하면서 엉덩이를 슬쩍 든다.


마음은 가고 싶고, 입은 거절하는데, 엉덩이가 들썩거리며 마음을 들켜버린 준태.


“가요. 답답한 거 있으시면 저희한테 얘기하세요.”


나희 취해서 막 던진다.


“됐다니까···.”


말하며 의자에서 일어서는 준태.


한 자세로 굳어 버린 몸이 우두둑 소리를 내며 휘청거린다.


나희가 팔을 힘껏 잡아당겨 부축하자,


소민도 준태의 반대편 팔을 잡고 부축한다.


어른이 참 가지가지 한다.


나희와 소민이 힘없는 노인을 부축해 옮기듯 양쪽에서 준태의 팔을 끼워,


바 의자에서 몇 걸음 안 되는 테이블 의자로 옮긴다.


나희와 소민이 나란히 앉아 건너편에 앉은 준태를 바라보면 그사이 계란말이 접시를 깨끗하게 비워버렸다.


점점 취해가는 나희가 흐린 눈으로 준태에게 소주를 따라 주며 말한다.


“무슨 일이에요? 제가 다 해결해 드릴게요.”


“말은 고마운데, 나희 니가 도와줄 일은 아니야.”


준태가 대답하며 나희와 소민에게 소주를 따라주자,


두 손으로 공손히 술을 받는다.


화장실 문을 열고 나오는 옥경이 세 명이 앉아 있는 테이블을 바라보며 깊은 한숨을 내쉬며 주방으로 들어간다.


옥경의 모습을 보고 마음이 아픈 나희,


소주잔을 받아 그대로 원샷 한다.


“크으. 도대체 왜 그러는데요?”


여기까지다.


나희의 머릿속 필름은 여기까지 돌다가 멈췄다.




내 친구의 첫사랑


작가의말

좋아요 ♥ 선호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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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화. 필름이 끊겼다 21.11.01 130 2 11쪽
10 9화. 23세 처녀 보살의 점괘 21.10.29 178 2 11쪽
9 8화. 가을에 찾아온 손님 21.10.27 144 3 12쪽
8 7화. 술집 반디 21.10.24 152 3 11쪽
7 6화. 여자 친구 있어요? 21.10.21 163 3 11쪽
6 5화. 드라마 오디션 21.10.19 178 3 11쪽
5 4화. 황당한 오디션 +4 21.10.17 211 3 12쪽
4 3화. 완벽한 이상형 21.10.14 237 3 12쪽
3 2화. 이별과 잔소리 21.10.12 259 4 12쪽
2 1화. 기상캐스터 면접. 영화 오디션 21.10.11 384 4 12쪽
1 프롤로그 - 인천 공항에서 +4 21.10.11 696 9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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