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이네딧 님의 서재입니다.

내 친구의 첫사랑

웹소설 > 일반연재 > 로맨스

완결

이네딧
작품등록일 :
2021.10.11 12:36
최근연재일 :
2022.07.21 20:30
연재수 :
129 회
조회수 :
7,541
추천수 :
167
글자수 :
658,878

작성
21.10.24 22:00
조회
152
추천
3
글자
11쪽

7화. 술집 반디

DUMMY

진호는 커다란 눈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하윤을 보고 마른침을 삼키며 대답한다.


“치, 치, 치 친구 좋죠.”


하윤이 입꼬리를 올리며 진호를 보고 밝게 웃는다.


진호가 선답후계(먼저 대답하고 나중에 계산한다)를 진행해 본다.


‘남녀 사이의 친구는, 연인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크다. 이건 진리요 이치다. 그리고 하윤씨 같은 아름다움이라는 단어가 부족한 여자가 친구라면, 땡 큐고, 굿이다’ 계산을 끝내는 진호.


밝게 웃던 하윤이 진호에게 말한다.


“정말 요? 혹시나 거절할까 봐 걱정했어요.”


진호가 벤치에서 엉덩이를 들썩거리며 말한다.


“거절하다니요. 어떻게 그런 생각을 해요. 저, 안 그래도 진짜 여자 친구 하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거든요.”


“그럼 편하게 연락하고, 밥도 먹고, 술도 마시고, 그런 친구. 괜찮죠?”


하윤이 말하고 방끗 웃자, 진호 신이 나서 오버스럽게 말한다.


“저 진짜 시간 많으니까. 편의점이라 생각하고, 24시간 언제든지 연락해도 괜찮아요. 그냥 아무 때나 연락해 주세요.”


“치~” 하윤이 속으로 웃는다는 게 비웃음처럼 밖으로 새어 나온다.


“비웃는 거 아니 에요. 그럼 우리 이제 친구니까. 말 놓을까? 진호야.”


“허, 허, 허, 허. 그래, 나야 좋지. 하, 하윤아.”


진호는 하윤 앞에서만 보이는 바보 웃음이 터져 나와 버렸다.


진호 바로 후회하고, 감정과 목소리와 표정을 정리해서 연극 하듯 중 저음으로 말한다.


“나도 좋아. 하윤아.”


진호의 말과 행동에 웃음이 나오는 하윤, 어둠이 점점 노을을 삼켜가는 걸 바라보며 말한다.


“노을이 사라져 가네. 아쉽다, 그치?”


“그러게. 여기 분위 참 좋다.”


어두워지는 파주 출판단지 근린공원 언덕 위에서 서쪽 하늘을 바라보는 진호와 하윤을 벤치 옆 가로등 불빛이 어둠 속에서 지켜 주듯 두 사람을 비추고 있다.



***



나희가 낙산공원 성곽 위에서 오른쪽 무릎에 얼굴을 괴고 저물어가는 노을을 바라보고 있다.


갈색 후드 티에 모자를 눌러쓰고, 검은색 트레이닝 바지를 입고 있다.


집 앞에 운동을 나온 옷차림이다.


남산 산등성이를 따라 검붉은 노을이 황홀하게 비추고, 남산꼭대기에 서 있는 남산 타워는 어슴푸레 어둠이 내려앉자, 반짝이며 빛을 뿜어낸다.


“아이 씨. 오늘따라 졸라 아름답네.”


나희가 혼잣말하고 자리를 털고 일어선다.


가로등 불빛을 따라 씩씩하게 공원을 걸어 내려가는 나희.



***



흰색 바탕에 빨간색 ‘반디’가 쓰여 있는 동그란 술집 간판에 불이 켜져 있다.


트레이닝 바지에 후드 티 모자를 눌러쓴 나희가 반디 문 열고 들어간다.


인도풍 인테리어에 양옆으로 두 개씩 테이블 4개가 있는 아담한 술집 반디.


가게 안쪽 주방 앞은 스탠드바가 있고, 접이식 싸구려 스탠드바 의자 3개가 놓여 있다.


스탠드바 옆으로 연극 포스터가 붙어 있는 술 냉장고 두 개가 나란히 있고,


술 냉장고 건너편 벽에는 벽걸이 TV와 매운 닭 발 메뉴 사진이 붙어 있다.


인도풍의 인테리어와 어울리지 않게 개량 한복을 입고 있는 50대 중반의 황옥경 사장이 텅 빈 가게의 스탠드바에 앉아 휴대전화로 너튜브 ‘매불쇼’를 보면서 호탕하게 “하! 하! 하!” 웃고 있는데,


웃는 모습이 왠지 무섭게 보인다.


35년 차 연극배우 인, 황 옥경은 통통하고 날카로운 인상 때문에 드라마나 영화에서 진상 아줌마, 며느리 괴롭히는 시어머니 등 악역을 전문으로 하는 단역 배우다.


영화나 드라마 속에서 옥경이 죽는 장면이 나올 때면 사람들은 잘 됐다며 환호하거나 마음 편해한다.


하지만 옥경은 날카로워 보이는 외모와 달리 정 많고 마음 따뜻한 노처녀다.


옥경이 힘없이 가게를 들어오는 나희 얼굴을 빤히 바라보며 말한다.


“나희야 얼굴이 왜 그래? 무슨 일 있어?”


나희가 테이블 사이 통로를 터덜터덜 걸어와 옥경 옆 바 의자에 앉아 옥경을 침대 인형 삼아 삐딱하게 기댄다.


침대보다 더 편안한 자세로.


“이모, 나 연기 그만둘까?”


옥경이 너튜브 계속 보며 나희에게 항상 듣는 투정인 듯 딴소리한다.


“하! 하! 하! 채욱이 얘는 왜 이렇게 웃기냐? 저녁은 먹었어?”


대답하지 않고 눈을 스르르 감는 나희.


옥경이 대답 없는 나희를 힐끗 보고 혼잣말한다.


“엄마 아빠 연락 자주와? 니 아빠야 특이한 사람인 거, 대학로 연극하는 사람들이면 다 알지만. 니 엄마까지. 또, 그 친구 부부까지. 참 대단한 커플 들이야. 어떻게 보면 부럽기도 하고.”


부모님 이야기가 따분한 듯, 나희의 손이 자연스럽게 목 언저리를 긁적거린다.


대학로 어디를 가든 나희가 도상철 연출의 외동딸이라는 사실을 아는 사람들에게 몇 개월 동안 반복해서 듣는 식상한 이야기를 듣자니, 나희는 자연스럽게 손이 목으로 가는 것이다.


옥경이모에게 한 번만 더 들면 100번을 채울 것 같다.


나희는 옥경이 이어서 할 말을 옥경보다 먼저 옥경의 말투로 흉내 내며 말하고 답까지 말해 준다.


“‘뜬금없기도 하고. 인도네시아 그, 바우자우 족이라고 했나?’ 바우자우 아니구요, 바자우족 요. 그만 해요, 이모. 나 사는 것도 지치는데. 부모님 인생까지 어떻게 챙겨요.”


옥경이 너튜브를 끄고 기대고 있는 나희를 바라보며 크게 웃는다.


“하! 하! 하! 다시 얘기 안 한다고 했는데, 나도 늙나 보다. 저녁 먹었어? 진호는?”


나희가 스탠드바에 엎드려 옥경을 바라보며 대답한다.


“입맛도 없어요. 진호 그 새끼는, 일하던지 카페에서 공부하든지 그러겠죠.”



***



강변북로 난지 공원 옆을 하윤의 검은색 쏘나타 승용차가 빠르게 달리고 있다.


운전석에 앉아 핸들을 잡고 있는 하윤을, 조수석에서 다리를 다소곳하게 모으고 앉아 있는 진호가 얼굴에 하회탈을 쓴 듯 눈과 입꼬리를 볼에 붙여 기이한 표정으로 바라보고 있다.


운전 중인 하윤의 눈에 양화대교 표지판이 보이자, 조수석에 앉아 있는 진호를 옆 눈으로 바라보며 말한다.


“합정역 근처에서 내려 줄게. 괜찮지?”


“어, 어, 어. 난, 좋아.”


승용차 안은 진호의 후각을 자극하는 하윤의 라일락 향수 향기로 가득 차 있다.


하회탈의 눈이 몽롱해진다.



***



나희 말에 옥경이 걱정스러운 말투로 말한다.


“니들 밥은 함께 먹니? 반찬은 있어?”


“걱정 마세요. 애도 아닌데. 그냥 적당히, 대충 잘 먹어요.”


나희가 팔 위로 얼굴을 묻으며 대답한다.


옥경이 나희의 짧아진 머리카락을 쓰다듬어 준다.


“내가 35년을 배우로 살면서 느낀 건데. 배우가 된다는 건 누군가의 길을 따라가는 게 아니라, 내 자신의 길을 만들면서 가는 것 같아. 그게 쉬운 것 같으면서도 너무 어려운 일인 것 같다. 나희야, 너무 고민하지 마.”


나희가 엎드린 채로 얼굴을 돌려 옥경을 바라보며 밝게 웃는다.


“이모, 멋있는 말 같은데. 말이 너무 어렵네요.”


말하고, 나희 “히, 히, 히” 웃고, 옥경도 “그런가? 하! 하! 하!” 호탕하게 웃는다.


두 사람 웃고 있는데, 가게 문이 열리면서 중년의 연극 연출가 양준태가 들어온다.


머리털은 반쯤 날아가 가게 천장에서 비치는 조명 빛이 머리 정수리에 반사되고,


눈꼬리는 아래로 향해 무척 졸려 보이는 눈이다.


검게 그을린 얼굴에 턱수염은 여기저기 마음대로 자라 있다.


계절에 맞지 않는 ‘서울 연극페스티벌’ 빨간색 글씨가 가슴에 찍혀 있는 흰색 반팔 셔츠와 한겨울에 입을 것 같은 갈색 스펀지 바지 차림은,


노숙자를 연상하게 만든다.


나희와 옥경이 가게 문을 향해 고개를 돌려 양 준태 연출을 바라보면,


검게 그을린 양준태가 씨 이익 미소 짓는다.


“누나 저녁 안 먹어? 밥 혼자 먹을까 봐 왔는데. 나희랑 함께 있네.”


누가 봐도 옥경의 큰 오빠나 삼촌 정도로 보이는 외모의 양준태 연출이 다정한 말투로 말하고,


테이블 위 먼지를 닦으며 나희와 옥경이 앉아 있는 스탠드바로 슬금슬금 걸어온다.


옥경은 준태 말을 듣지 못한 듯 고개를 홱 돌리며 너튜브 다시 켜고,


나희는 일어나 정중하게 인사한다.


“연출님, 안녕하세요.”


양준태 연출은 옥경의 차가운 반응에 뻘쭘 한 듯 나희에게 다가와 반갑게 말한다.


“어. 그래, 그래, 오랜만이다. 참, 상철 형님이야 특이한 사람이라는 거 대학로 연극쟁이 들은 다 알지만, 형수님까지. 또 그 친구 부부까지···.”


“준태야!! 그만하고, 저녁 먹자.”


옥경이 준태의 말을 자르고 주방으로 들어간다.


준태가 아랫입술 삐쭉 내밀며 ‘왜 그래?’ 표정으로 나희를 바라보자,


부모님 이야기만 나오면 습관처럼 손으로 목 언저리를 긁는 나희가 양준태 연출에게 조용히 말한다.


“바자우족이에요.”


양준태 연출은 나희에게 고급 정보를 얻은 듯 진지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떡거린다.


“아~~ 그래? 바우자우 가 아니었구나?”


“네···”


나희가 대답하고 옥경의 뒤를 따라 스탠드바 옆 주방으로 들어가자,


준태는 입을 꾹 닫고 고개를 끄덕거리며 술 냉장고 앞 테이블에 자리를 잡고 앉는다.


나희가 주방에서 반찬이 담긴 쟁반을 들고나와 준태가 앉아 있는 테이블 위에 반찬을 올려놓고,


옥경은 준태가 저녁을 먹기 위해 가게 올 거라는 걸 예상이라도 한 듯 커다란 냄비에 미리 끓여 놓은 김치찌개를 데워서 냄비 채 들고나온다.


나희가 주방에 들어가 공깃밥 두 그릇과 수저를 들고나와 옥경과 준태 앞에 놓아주자,


옥경이 수저를 들고 테이블 옆에 서 있는 나희를 바라본다.


“왜 두 개야? 나희 너 저녁 안 먹어?”


준태는 어느새 밥을 입에 몰아넣고, 뜨거운 김치찌개 국물을 떠먹는다.


“어뜨거, 뜨거. 나희야, 함께 먹자.”


“지금은 입맛도 없고. 진호 오면, 라면이나 엄청 맵게 끓여 먹으려고요. 드세요.”


김치찌개를 보고 입맛을 다시며 말하는 나희.


사실은 진호에게 저녁을 먹고 오겠다는 연락이 아직 없어 진호를 기다리는 것이다.


옥경 ‘먹지’ 표정으로 나희 바라보다가 준태를 바라보면 벌써 밥그릇이 바닥을 보인다.


“야! 안 뺏어 먹어. 천천히 좀 먹어라.”


준태가 허겁지겁 국물을 떠먹으며 말한다.


“나, 오늘은 배가 많이 안 고파서. 지금 엄청 천천히 먹는 건데.”


수저를 들고 아직 한 숟갈도 뜨지 않은 옥경이 짠한 눈으로 준태를 훑어보며 말한다.


“너 지금, 계절이 가을인 건 알지? 왜 반팔에, 시베리아 사람들이나 입고 다니는 겨울 바지를 입고 다녀?”


“내 몸이 위는 덥고, 아래는 추워서 그래. 몸뚱어리가 내 맘 같지 않은데, 어떡해.”


잠깐 사이 공깃밥 한 그릇을 다 비운 준태가 말하고, 옥경 앞에 있는 공깃밥을 바라본다.


옥경이 고개를 저으며 공깃밥을 준태 앞에 놔준다.


“에라이, 먹어라 이놈아.”


“쪼금 부족했는데. 고마워 누나.”


저녁을 먹으며 어린아이처럼 티격태격하는 옥경과 준태를 옆에 서서 바라보는 나희 얼굴에 미소가 띤다.




내 친구의 첫사랑


작가의말

좋아요 ♥ 선호작 ★ 

부탁드립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내 친구의 첫사랑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11 10화. 필름이 끊겼다 21.11.01 130 2 11쪽
10 9화. 23세 처녀 보살의 점괘 21.10.29 178 2 11쪽
9 8화. 가을에 찾아온 손님 21.10.27 144 3 12쪽
» 7화. 술집 반디 21.10.24 153 3 11쪽
7 6화. 여자 친구 있어요? 21.10.21 163 3 11쪽
6 5화. 드라마 오디션 21.10.19 178 3 11쪽
5 4화. 황당한 오디션 +4 21.10.17 211 3 12쪽
4 3화. 완벽한 이상형 21.10.14 238 3 12쪽
3 2화. 이별과 잔소리 21.10.12 260 4 12쪽
2 1화. 기상캐스터 면접. 영화 오디션 21.10.11 384 4 12쪽
1 프롤로그 - 인천 공항에서 +4 21.10.11 697 9 12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